개교 10주년을 맞이하여
16기 신장식
‘겸손’이라는 교훈이 가슴에 와 닿았던 입학식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왜 교훈을 ‘겸손’이라고 붙였을까! 학교를 졸업한지 3년이 되어가도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카에 입학하던 마음과는 달리 직장일이 바빠지다 보니 정기산행에도 자주 빠지게 되고, 산행을 통하여 건강을 챙기자던 다짐마저 소리없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학교에 바라는 점을 적어달라고 했을 때 그동안 산행을 소홀히 했으니 반성하라는 숙제를 주신 것 같았습니다.
아파트 주위로 목련, 개나리가 피었다가 지고 벚꽃마저 바람에 떨어져 주차된 자동차를 꽃무늬로 장식하고 있으니, 이렇게 봄이 무륵 익었음을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모처럼 쉬는 휴일을 맞아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변을 달렸습니다.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씻어주는 시원한 강바람에 기분마저 상쾌해졌습니다. 집 가까이에 있어 자주 보게 낙동강은 언제 봐도 유유히 흐릅니다. 유구한 역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내색을 하지 않습니다. 삼한시대 전투의 현장, 일제침략, 가까이는 6․25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지만 오늘도 말없이 흐르고, 갈대숲의 바람소리만이 긴 세월의 얘기를 들려주고 있을 뿐입니다.
부산시민등산아카데미는 시민들에게 산행의 기본에서부터 등반기술까지 습득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배움터로서 개교 10년을 맞이하는 동안 수많은 순수 산악인을 배출하였고, 최근에는 자연환경 가꾸기를 실천하는 행사를 개최하여 실질적인 등산학교의 모습을 갖추어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카는 언제나 우리 곁에서 산행의 길잡이가 되고, 시민들과 함께 할 때 고난을 이겨낸 낙동강처럼 20년, 30년 쭉 이어질 것입니다.
저희 16기는 회장님을 필두로 다양한 직업, 우수한 재능을 가진 회원이 다방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언제나 만나면 헤어지기를 아쉬워합니다. 40년을 같이 가자는 의미에서 모임의 슬로건을 ‘4F’로 정하여 건강과 친목을 다지고 있습니다.
Forty, food, Fun, Fortune.
‘즐거운 산행, 맛있는 음식이 있는 모임, 40년을 함께하는 동안 행운이 함께 한다’ 는 의미를 회원 모두가 스스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 등산에 호기심을 가지고 입학했다가 수료는 했지만 곧 일상으로 돌아와 산행에 나태해지는 동문을 위해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재교육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산행에서 꼭 필요한 응급조치, 독도법, 암벽타기 등은 한 번의 교육으로 끝내기보다 지속적인 반복교육을 통해 몸으로 익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등산을 주제로 하는 세미나 개최, 사진전, 바자회를 정기적으로 열어 산행의 즐거움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아카활동의 모범사례를 수집해서 홍보자료로 활용하는 것도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이 누군가의 희생없이 쉽게 이루어질 순 없을 것입니다.
개교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오늘이 있기까지 애써주신 학교장님과 강사님, 동문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2013.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