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봉의 멋진 조망과 낙엽 쌓인 산길의 조화
기암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만들어내는 제5봉 대왕봉을 거쳐 제4봉 관대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암릉미가 탁월하다. 양쪽으로 아찔한 절벽이 형성되어 있는 칼날 능선에서 보는 산들의 조망이 근사하다. 이곳에는 이제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추락의 위험 없이 편안하게 산행할 수 있다.
대왕봉을 지나면 산길은 고도가 급격히 떨어졌다가 다시 솟구쳐 제4봉인 ‘관대봉’으로 연결된다. 이곳 역시 전망은 좋지만 대왕봉과 관망봉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후 제3봉인 ‘장생봉’과 제2봉 ‘아이봉’, 제1봉 ‘양이봉’은 간신히 봉우리의 형태만 유지한 정도다.
제1봉을 지나 내려서면 낙엽송으로 둘러싸인 근사한 고갯마루인 널목재다. 통나무 의자 몇 개가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쉬어 가라 손짓한다. 잠시 앉아서 숨을 돌린 다음, 동쪽 계곡으로 발길을 돌렸다. 급경사지만 지그재그로 돌아가는 산길이 여유로운 옛길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잠시 뒤 마지막 식수 보충지인 계곡에 닿았다.
계곡을 만나면 산행은 끝난 것과 다름없다. 이후로 널찍하고 완만한 산길이 울창한 숲을 관통해 법흥사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마음 한구석에 쥐고 있던 긴장의 끈을 살며시 놓고 산책을 즐기는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수북이 쌓인 낙엽의 푹신한 감촉이 발바닥으로 전해왔다. 이렇게 마음 편하게 걷는 산길은 쉽게 만나기 힘든 법이다. 남은 한 달도 여기 낙엽 쌓인 산책로처럼 편안하게 마무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 ▲ 1 낙엽송으로 둘러싸여 분위기가 근사한 널목재. 2 우람한 소나무들이 곳곳에 자라고 있는 구봉대산 주능선. 3 낙엽이 수북이 쌓인 법흥사 뒤편 절골의 숲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4 늦가을 산행은 낙엽을 헤치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
산행 길잡이
암봉이나 절벽 등 위험지대는 우회로 이용
영월군 수주면의 구봉대산은 산불예방기간에도 통제하지 않는 산행대상지다. 12월 중순까지 이 지역의 사자산과 백덕산은 입산을 할 수 없지만 구봉대산은 예외다. 영월군에서 깔끔하게 산길 정비까지 해둬 큰 불편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바위와 절벽이 많은 산이라 예전에는 실족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하지만 지금은 밧줄과 기둥으로 안전장치를 해두었고, 가파른 바위 구간에는 나무계단을 설치해 힘들이지 않고 운행이 가능하다.
-
- ▲ 산 너머 산이 있다. 주능선 위에서 본 산줄기 풍광.
-
산행은 법흥사 일주문에서 시작하면 절 뒤편의 계곡으로 연결되고 그 반대 방향으로 코스를 잡아도 된다. 일주문에서 시작할 경우 초반에 가파른 길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고만고만한 높이의 봉우리를 타고 넘는다. 법흥사 경내에서 보면 날카롭고 변화무쌍한 봉우리지만 무난히 산행할 수 있는 코스다.
1봉부터 9봉까지 각각의 봉우리에 이름을 붙였는데, 인간의 삶과 죽음, 윤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나름대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4봉부터 7봉까지의 구간이 가장 경관이 뛰어나며 조망도 좋다. 위험한 바위지대는 우회할 수 있도록 길이 잘 나 있다.
취재팀처럼 법흥사 입구 일주문에서 음다래기골을 거쳐 9봉에 오른 뒤 주능선을 타고 널목재를 경유, 법흥사로 내려설 경우 산행 거리는 약 7km로 4시간30분 가량 소요된다. 식수는 계곡에서 구할 수 있지만 겨울철에는 수량이 많지 않고 수질을 확신할 수 없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 교통
수도권에서 접근할 경우 영동고속도로 만종 분기점에서 대구 방면 중앙고속도로를 탄 뒤 신림 나들목에서 빠져나온다. 이어 우회전해 88번 지방도를 타고 영월 방면으로 진행해 솔치터널을 지나면 주천면에 닿는다. 주천 입구 사거리에서 직진해 우회도로를 타고 2km 가면 법흥사 방면 안내판이 있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다시 좌회전, 수주면을 경유해 무릉2교를 건넌 뒤 5km쯤 가면 우측에 솔밭캠프장 입구가 보인다. 법흥사는 계속 직진해 들어가다 나오는 삼거리에서 왼쪽 길을 따르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서울에서 원주나 제천까지 운행하는 고속버스 이용.
원주→주천 시외버스정류장에서 1일 9회(07:00~18:00) 운행하는 버스 이용. 1시간20분 소요.
제천→주천 제천역 앞에서 주천행 버스 1일 17회(06:00~21:05) 운행.
주천~법흥리 시내버스 1일 5회(06:40, 08:10, 10:20, 14:30, 18:40) 운행. 주천에서 법흥사까지 택시 1만5,000원. 25분 소요. 주천 개인택시 033-372-0888.
주변 명소
법흥사
진신사리 모신 적멸보궁 중 한 곳
-
- ▲ 산행기점인 법흥사. 절에서 나가는 방향에서 볼 때 오른쪽 계곡으로 길이 나 있다.
-
구봉대산 산행기점이기도 한 법흥사는 한국의 5대 적멸보궁 중 한 곳이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으로 신라 때 처음 세워졌고 화재로 인해 소실된 것을 1936년 중건했다. 법흥사에는 보물 제612호인 징효대사 탑비와 도유형문화제 제27호인 징효대사 부도 등이 있다. 일주문에서 대웅전을 지나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길은 커다란 황장목들이 숲을 이뤄 삼림욕 즐기기에 좋다. 산행이 벅찬 이들은 적멸보궁까지 오르는 산책을 즐기는 것도 좋다.
-
오토캠핑 가이드
아름드리 소나무 숲에서 보내는 하루
영월솔밭캠프장(www.solbatcamp.co.kr/033-374-9659)은 겨울철에도 온수로 샤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캠퍼들을 위한 시설을 잘 갖춘 곳이다. 소나무숲이 뛰어나고 주변에 계곡이 있어 경관이 수려하다. 이곳은 영월 토박이인 건축가 박경수씨가 직접 지어 거주하며 운영하기 때문에 늘 깨끗하고 단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솔밭캠프장의 시설도 좋지만 자연 풍광의 뛰어남이 장점이다. 1만3,223㎡(4000여 평)의 캠핑장에 50년 이상 된 소나무가 가득하다. 나무들의 간격도 적당히 넓어 오토캠핑에 적합한 사이트 구축에 유리하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겨울에는 찬바람을 막아주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솔숲 바닥은 배수가 잘되는 마사토가 깔린 데다 평평하게 다져져 있어 텐트를 친 뒤 따로 배수구를 내지 않아도 된다.
-
- ▲ 영월 솔밭캠프장 대표 박경수씨. / 소나무 숲에 자연스럽게 사이트를 조성할 수 있는 오토캠프장 전경.
- 캠핑장의 솔숲 옆으로 흐르는 계곡은 수심이 얕고 물살이 잔잔해 여름철에는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이 계곡은 겨울철에 꽁꽁 얼어붙어 천연 스케이트장 역할을 한다.
솔밭캠프장은 편의시설이 완벽하다. 캠핑장 한쪽에 설치된 대형 몽고텐트는 비가 내리거나 추운 날 단체 이용객의 식당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공동화장실과 샤워장은 물론 생필품을 판매하는 매점도 있다. 캠핑장 곳곳의 가로등과 바위에 콘센트가 설치돼 있어 전기담요나 전등을 사용할 수 있다. 가족룸, 커플룸 등 다양한 크기와 구조의 펜션 객실이 여럿 있어 노약자나 캠핑장비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과도 동반 캠핑이 가능하다. 그 밖에 농구장 겸 족구장도 있다. 단체식사 주문은 사전에 문의하면 직접 준비하거나 주변의 식당을 주선해준다.
-
- ▲ 1 솔밭캠프장 입간판. 뒤로 보이는 건물이 이곳에서 운영하는 펜션이다. 2 몽고텐트와 취수대. 뒤로 연결된 건물에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추고 있다. 3 단체 행사도 벌일 수 있는 야외 식탁. 4 솔밭캠프장의 명당자리에 사이트를 마련한 가족캠퍼.
-
○이용방법
야영장 사용료는 1박 기준 팀당 2만 원(성수기 3만 원)을 받는다. 전기를 이용할 경우 별도로 3,000원의 이용료를 받는다. 모닥불용 장작도 판매한다. 1단에 1만 원. 야영장은 사철 개방된다. 야영장과 함께 운영하는 펜션은 방의 규모에 따라 이용료가 다르다. 성수기 기준으로, 방 3개짜리 가정집형 40만 원, 침실형은 크기에 따라 20만 원, 25만 원, 30만 원을 받는다. 원룸형 펜션은 하루에 10만 원이다. 방별로 적정 인원이 있지만 초과되는 부분에 대한 별도의 요금은 받지 않는다. 주소는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 665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