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낚시 벗이자 스승일 김남섭 형에 대한 기억을 꺼내자니 사실은 좀 저어하고 쑥스럽다.
사부님을 처음 만난게 언제일까? 아니 제목엔 조우라고 했으니 길에서 우연히 만난걸 뜻해야 하지만 낚시에선
조우라고 할만 한,특히 내겐 그런 만남이었다.
아마 직장 초년병 시절 낚시에 관한 어설픈 일 때문에 지금 강릉시 중앙동에서 낚시점을 운영할때가 아닌가 한다.
한 20년 다된 무렵인데, 당시엔 얼굴만 봤을뿐 별반 대화를 나누진 못했고 얼굴을 겨우 기억할 정도의 만남이었다.
그후에도 낚시터에서 조우하진 못했으나 강릉 버스터미널 근처 낚시점에 은어꾼들이 북적일 무렵 그때 명호 덕분에 강릉은
물론이고 울진이나 대구 등등 놀림꾼들이 엄청나게 늘어날 즈음이었을 것이다.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은 형에 대한 첫 기억은 전투적인 육봉은어로 강릉꾼들이 마구 명호 은어에 미쳐 있을 무렵인데,
아마 92년이던가로 기억되는데 명호은어가 세상에 알려진 이듬해일것이다.
정고문님과 주말을 낀 사나흘 낚시를 갔는데 그때도 벌써 여름내 안동 온혜 온천장 여관에 둥지를 트신 사부님 등 여러
강릉꾼 일행들이 방 서너개를 차지하고 있을때다.
밤중에 도착해 다음날 여러명이 패를 나눠 놀림 포인트로 떠나는데 정고문님과 나와 남섭 사부가 한차로 일행이 됐다.
여관 식당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단천교 여울로 나섰다. 때는 7월말인가 8월초인가 더위가 심했다. 명호 은어도 섬진강과
마찬가지로 무더위가 심하면 수온도 30도 안팎으로 크게 올라 씨은어 한마리에 먹자리 은어 한마리를 바로 바로 교환하지
않으면 여울에서 씨은어가 누워버리는 상황이었는데 단천 다리에서 상류 방향의 아주 넓은 소인 백운지 윗 여울에서 낚시를
했다.
백운지라...그 이름도 저수지 같은 이름이 붙을 정도로 넓고 깊은 소였다. 지금은 그 백운지의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하천
수해복구 공사로 좁아지고 그때의 지형과는 엄청나게 달라졌지만,
정고문님과 나는 물흐름이 완만한 백운지 윗여울이 끝나는 소 들머리에서 미소 사이에 씨은어를 들이댔고 남섭사부님은 그 위
아주 심한 커브 격류로 우리에게 편한 자리를 양보 하고 올라갔다.
그 당시 난 소위 은어 두마리를 공중으로 날려 뜰채에 받는 공중받기 기술을 흉내도 잘 못내던 실력이었다. 그래도 은어놀림을
한지는 벌써 4년쯤 돼서 놀림의 기초 기술은 다 마스터 했다고 생각할 즈음이었다. 한 댓마리 정도 잡긴 했는데 그 이상은
포인트도 없고 날도 덥고 힘도 들고 해서 씨은어통을 물에 담궈 놓고 사부에게 씨은어도 빌릴겸 낚시하는 구경이나 하려고
형을 찾았는데 안보인다.
어디서 큰 볼일이나 보나하구 생각하며 발길을 위로 옮기는데 이리저리 기웃하다가 키만한 갈대 잡초 사이로 사부의 낚싯대의
중간 위만 빼꼼 보인다. 낚시 중이시니 혹 은어를 쫒을까봐 발소리를 죽여가며 사부의 등뒤로 접근하는데 세상에!!!
가슴이 넘는 좁고 아주 센 물발에 봉돌을 물려도 난 은어를 놀릴 자신이 없는 세찬 물줄기속으로 씨은어를 밀어 넣자마자 계속
해서 25센티급 오다마 씨알을 연신 걸어 내는게 아닌가?
그것도 그 큰 씨알을 공중받기로 자리도 움직이지 않고 받아 처리하고 다시 격류에 밀어 넣고 먹자리 은어 걸어내고 공중받고.....
은어놀림을 좀 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바닥돌과 호박돌의 요철이 심한 격류에서 씨은어를 놀릴때 자칫 씨은어가 바위를
힘들게 타넘는 몸짓이 먹자리 다툼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있어서 태클이 된 순간이 헷갈릴때가 있다. 태클된 장소가 엄청난
격류라면 늦게 느끼는만큼 고기를 끌어내기위해서 하류로 후다닥 이동하며 대를 세우지 않으면 그냥 터저 나가기 일쑤인지라
사부님의 감각은 진짜 태클을 명확히 느끼며 신속하게 다음 동작에 재빨리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10여분 사이에 거의 7마리 정도를 신속하게 걸어내는 솜씨가 낚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아트였다.
아마 로버트 레드포드가 출연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영상에 가득 담은 명화라면 사부의 그 장면은
세상 돈으로 준대도 보기 힘든 그냥 예술이요. 자연에 녹아든 釣聖의 최절정 조법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뭐 도를 얘기 하는 사람들이 도의 최고봉은 도조차 인식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순간 사부의 정신세계가 그러하지
않았을까?
그걸 비디오로 찍어 놨더라면 참 기가막히게 감탄할 영상이 아닐까 싶고 지금도 그 장면을 혼자 본게 아깝다는 생각이다.
출연 배우 한명에 관객 한명이었으니 참 안타까운 쇼가 아닐수 없었다.
그 이후 사부님이 은어에 관한 얘기를 풀어 놓을라치면 팥이 아니라 보리쌀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정도가 됐다.
누구든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목도 한다면 허리를 저절로 구부리게 된다. 당췌 그때 사부님과 나와의 실력차는
거지반 하늘과 땅 차이였으니 조력이나 놀림을 대하는 심성이나 욕심이나 다 조족지혈인데 고개 숙이지 않을 방도가 없었고
그건 누가 시켜서 숙이는게 아니었다. 그냥 내마음이 저절로 무릎꿇고 사부로 모시게 된 것이다. 물론 무슨 소림사 방장이
수제자에게 법을 전하는 것처럼 스승과 제자의 특별한 의식이 있었던건 아니지만 놀림에 관한한, 인품에 관해서도 영원한
사부님임을 부인 할 수가 없다.
가끔 상상해 본다.
남섭사부가 일본에서 태어 났더라면 3대 메이커에서 해마다 여는 토너먼트 전국 우승도 숱하게 했을 것이고 수많은 일본의
은어낚시 명인가운데서도 정상급이어서 본인의 소질과 직업을 동시에 가지는 해피한 인생이 되셨을텐데, 한국에서 그것도
낚시인이 가장 소수인 폐쇄적인 은어놀림낚시라는 취미를 가지는 바람에 본인의 취미로 끝나는 현실에 아쉬울 때가 많다.
일본에서라면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됐을텐데...
참,사부에 대한 찬양 일색의 언사만 늘어 놓았지만 인간적인 단점도 있다. 음식이 좀 까다로워 미식가 계열의 식습관을
가지신 바람에 식당에선 좀 까칠하다. 캬캬 ^^
아! 그래서 사부님의 외동 아들 래원이가 드라마 "식객"에 출연했던건가,부전자전?
첫댓글 ㅎㅎㅎ 누구나 같이 낚시해보신분이면 큰우금님말씀에 공감할겁니다,전 하두 여러번 경험하다보니 ,ㅋㅋㅋ 먹자리은어가 뒤쫓는데 채이질 않으니 공격순간에 챔질을해 히트시키질 안나 , 박지않는넘들을 야그하니 한넘 한넘 차례차례 눈앞에서 뽑아내는대 더이상 할말이없게 하시더군요,
싸부야 어려서부터 강릉남대천을 정복하고 강고시절부터 필드하키로 튼튼한 몸을만든분 아님니까.물을헤쳐 나가는 실력도 탁월하지만 물을 볼줄아는 예리함은 타의추종을 불허하지요.울진이며 영덕.동해안 하천일대는 말할나위도 없지만 낙동강지류 명호며 섬진강.경호강 남한일원의 강의 형태며 심지어 물속의 지형까지 훤히 볼수있는 머냐.. 한마디로 물하고 천상배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아는 사람은 다아는 사실임다.다큐같은 물과의 인생드라마는 문장력이 풍부한작가가 씨나리오을써서 드라마화 한다면 대성공 할것입니다.....누구없는감? 나와같이 투자할사람.......
난말이지, 그저 형이라 부르다보니 사부란 말이 자연스럽진않지만 대다수 동해안 은어조사란 소릴 듣는사람들은 노소를 막론하고 형으로부터 직간접 은어낚시를 전수받았다 생각한다..내성격이 삐뚤삐뚤해 다른이 칭찬에인색하니 난 참 못난 사람이다.. 하지만 형에 대한 많은 이들의 찬사가 결코 지나치다 생각지 않는다..은어낚시에 관한한 명인이라 칭들 하지만 난 그것보다 인간적으로 형이 더 정겹다.. 넘인간적이라 남들에겐 단점으로 보이는 것들이 나처럼 가식의 옷으로 두른..잔득 분칠한 얼굴이 아닌 자연스런모습이,,좀있다고,좀가졌다고 , 좀할줄안다고 힘이들어간 많은이들보다 어쩌면 너무있는 모습 그대로가 참 좋다...
나역시 돌이켜보면 형을 첨 대면한 것은 별루 기억이 없다.. 강릉에서 은어낚시에 관한한 신이란 소릴 수십년전부터 들었었으니까...언제첨 형과 정식으로 했던가??? 정해놓고, 요시땅~ 기억이 없네.. 그저 어쩌다 한번 같이 갈 기회가 있으면 따라 다니고 싶었던 것같다.. 그러다보니 점점 그를 닮아가고 있는가??? 기억 저편에 묻혀있지만 흑백필름을 돌리면 많은 얘깃거리가 있는것 같다.. 어허~~벌써 강산이 두번변하고도 한참 지났네...
진정한 고수는 물속을 읽을줄 아는 혜안이죠.^^ 그냥 고기 몇마리 더 잡고 못잡고는 중요한게 아닌지도 모름다. 그 눈은 그냥 생기는게 아니고 엄청난 시간동안 은어와 함께 한 때문이고 타고난 운동신경과 놀림낚시에 대한 무한한 사랑에서 열리는 것일 겁니다. 그렇게 낚시를 많이 하시면서도 시즌에 잠깐 며칠 볼일로 필드를 비웠다가 산청으로 향하면 가슴이 설레신다는...^^ 그 연원을 알 수 없는 놀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어디서 온건지 불가해할때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