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쇼핑몰이 전자지불대행사(PG)를 이용하는 이유
인터넷 쇼핑몰에서 카드로 물품을 구매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카드 사용내역 고지서에 쇼핑몰 상호 대신 적혀있는 텔O, 올O, 페이OOO, 이니OO라는 회사의 이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쇼핑몰 상호 대신에 다른 회사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들이 직접 카드 결제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전자지불대행사(PG:Payment Gateway)로 불리는 업체를 통해 카드 결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들이 굳이 직접 카드회사와 계약을 하지 않고 이런 전자지불대행사를 이용하여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 쇼핑몰이 카드 회사와 직접 가맹 계약을 맺고 카드 가맹을 하기 위해서는 '수기 특약'을 추가로 해야 한다. 수기 특약은 카드 전표상에 카드 결제자의 서명이 없는 매출에 대한 일종의 승인 특약으로 이를 위해서는 예상매출의 약 50%정도의 보증보험 또는 보증금을 두어야 한다.
대부분 거래규모가 작고 영세하게 운영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보증금을 두고 이러한 '수기특약'을 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각 카드사에 맞는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보안 시스템을 운용하여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의 상당수 업체가 독립 서버가 아닌 호스팅 서비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전자지불대행사(PG)를 통한 결제는 카드 매출로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인터넷 쇼핑몰의 카드 결제는 거의 대부분 전자지불대행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세무신고에서 국세청이 지불대행사를 통한 결제를 카드 매출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
국세청에서는 부가가치세법을 근거로 들어 전자지불대행사의 경우 법령에 의한 신용카드가맹점으로 보기 어려우며 인터넷 쇼핑몰 명의의 매출전표가 교부되지 않기 때문에 카드 매출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이 있으나 현행 법령으로는 카드 매출로 인정하기 어려우며 이를 잘 모르고 지불대행사를 통한 매출을 카드 매출로 신고하는 경우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들은 이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전자제품 관련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중인 김모씨는 "카드 매출로 신고를 하려 했으나 국세청에 문의한 결과 지불대행사를 통한 가맹은 카드 매출이 아닌 일반매출로 부가가치세 신고를 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분명 고객들이 카드로 결제한 것인데 왜 카드 매출이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종합 쇼핑몰을 운영중인 최모씨 역시 "일반 시중 상점에서의 카드 매출의 일정부문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할인해 주면서 단지 지불 대행사를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은 없는가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법 개정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비교적 세원이 잘 노출되는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다른 오프라인 가맹점과 동일한 혜택을 주어야 하고, 전자금융거래법 등 새로운 전자상거래 환경에 걸맞는 법규를 신설하여 유동적인 전자상거래 시장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세청의 한 담당자는 "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한데, 법 개정 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고, 현재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상에서 신용카드 거래를 할 수 없는 영세 쇼핑몰을 대신해 카드사와 대표가맹점 계약을 맺고 결제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이러한 전자지불대행사가 또 다른 탈세 창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해 국세청은 이런 형태의 카드깡 등 신종 탈세 행위를 적발한 바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한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점점 활성화되는 마당에 정작 새로운 결제 형태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전혀 없다"며,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지 않도록 관련 법규의 개정이 속히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