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신문과 TV뉴스 등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카작스탄 카라간다에서 사역하시던 한재성 선교사의 아내인 김진희선교사가 지난 9월 13일(월) 오전에 갑작스러운 변을 당해 순교하셨습니다.
카작스탄에서 주님께 드려진 첫번째 순교의 제물이었습니다. 카라간다의 모든 선교사들은 깊은 비통에 빠졌으며 모두 자기 일로 여겨 한재성 선교사와 두 아이를 위로하며 한편으로 한국 본부와 중앙아시아 코디, 대사관과 함께 행정적인, 법적인, 영적인 조치를 신속하게 치루며 위기 대응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대사관과 현지 경찰의 신속한 협조로 사건 발생 3일만에 범인을 검거했으며, 어제(9.17) 장례식을 많은 지역에서 와 준 동역자들과 성도들과 함께 큰 은혜 가운데 카라간다 라드닉 교회에서 행하였습니다.
고 김진희선교사는 1997년 우리 가정이 카작스탄에서 단기 선교사로 사역하고 있을 때 선교사로 오신 분이셨습니다. 그때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좋은 교제를 나누었고, 필리핀에서 사역하실 때도 e-메일로 교제를 나누곤 하였습니다. 중앙아시아 영혼에 대한 그의 부담을 알고 있기에 카작스탄에 다시 올 것을 조언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카라간다에 오셔서도 저희 집에서 150m정도 떨어진 아파트에 살고 있었습니다.
순교하기 이틀 전인 지난 토요일(9.4)에도 그 집에서 우리 부부가 함께 식사를 하며 교제를 하고 돌아온 적도 있었습니다. 너무 착한 분이셨고 너무 아름다운 삶을 사신 분이셨습니다. 그분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그것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장례식 영상물을 제작하기 위해 사진을 정리하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울고 또 울고....
이것이 카라간다 모든 선교사들의 지난 5일 동안의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저 울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카라간다의 선교사들은 그분을 위한 순교비를 세우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저도 그분의 삶을 기억하고 함께 했던 추억을 기리며,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그분의 헌신과 삶을 조금이라도 나누는 것이 마치 제가 지금 해야 할 의무처럼 느껴져 글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글은 제가 고 김진희 선교사가 기록한 구원 간증문,선교 소명문, 평소 고인과 나눈 대화와 신앙 간증 등을 대화 형식으로 편집한 내용들이며, 남편 되시는 한재성 선교사의 허락을 받고 기록한 것입니다.
뒷부분의 내용은 장례식(9.17)때 조사로 사용되었던 내용 중의 일부입니다. 고인의 순교를 기억하며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고인의 신앙과 헌신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기록해 봅니다. 부디 많은 사람들에게 고인의 삶을 알려주셔서 주님께 드려진 그녀의 삶이 우리 주님께 돌리는 큰 영광이 되기를 원합니다.
2004년 9월 18일 카라간다에서 김기태선교사
♥ 故김진희 선교사와의 대담 ♥
1. 우리 인생에 있어서 주님을 만나는 것과 반려자를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남편 되시는 한재성 선교사님과는 어떻게 만나셨습니까? 한선교사님 말로는 자신이 좇아 다녔다고 하던데요.
- 우리는 논산에서 같은 교회(연무제일 감리교회)에서 함께 자랐지요. 제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며 따랐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남편이 저를 마음에 두고 교회 동생이 아닌 이성으로 저를 대했지요. 그러던 중 남편이 저에게 결혼 프로포즈를 하였고 저는 이 사람이 하나님이 주신 나의 반려자이다 라고 확신하였습니다. 그 후 결혼후에도 남편을 오빠라고 일년 정도 불렀는데 부모님께 야단을 맞고 호칭을 '여보'라고 바꾼 기억이 납니다.
2. 김진희 선교사님은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셨습니까?
- 저는 믿는 부모님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녔죠. 그때는 너무 어려서 하나님에 대해 잘 몰랐으며 그분을 인격적으로 만나지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냥 부모님에 의해서 교회를 다녔기 때문이죠. 학창 시절에도 신앙생활을 꾸준히 하였지만 특별히 대학 시험에 한번 실패했을 때 주님께서 제게 아주 가까이 세밀하게 말씀해 주셨죠.
"사랑하는 딸아 내가 너를 사랑한단다 나는 너를 향한 장래의 계획이 있단다 내가 너와 늘 함께하겠다." 주님의 이 음성은 나에게 큰 힘과 격려가 되었습니다. 후에 요한복음 1장 12절의 말씀,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라는 말씀과 에베소서 2장 8절의 말씀,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란 말씀으로 저는 하나님의 딸인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주님이 나와 함께 영원히 하실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저를 구원하여 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3. 선교사님은 어떻게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으셨나요? 혹시 남편이 가자고 해서 그냥 따라간 것은 아닌가요?
- 사실 남편이 먼저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았지요. 그 당시 저는 어린이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이미 남편은 필리핀 단기 선교 훈련을 다녀와서 선교사의 부름을 받고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남편과 함께 기도하면서 이방 영혼들을 위한 부담을 갖게 되었고 주님의 인도하심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96년에 카작스탄 단기 선교 여행을 다녀와서 그곳을 향한 주님의 마음을 저에게도 동일하게 허락해 주셨죠. 그래서 WMTC에서 선교사 훈련을 마치고 97년 4월 남편과 성경이와 함께 카작스탄으로 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스찌에서 라드닉교회를 섬겼고 딸띄꾸르간에서 두나미스 교회를 개척하여 섬겼습니다. 3년 반 동안 카작스탄에서 가진 단기선교사의 경험은 제 인생에 하나님이 주신 놀라운 축복이었습니다. 그 후 필리핀에서 4년 동안 남편과 함께 산타쿠르스 지역에서 열방교회를 개척하여 교회 건물을 건축하고 현지 지도자에게 사역을 위임하고 떠나 올 수 있었습니다.
4. 필리핀 사역을 현지인에게 위임하고 다시 카작스탄 카라칸다로 오시는 결정을 내릴 때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 왜 없었겠습니까. 필리핀 사역은 이제 안정되고 편안하게 사역할 수 있었죠. 그러나 남편은 안정된 사역에 머물러 안주하기 보다는 새로운 지역에서 다시 새롭게 사역을 하고 싶어하는 열정이 있었죠. 또한 카작은 저희에게 선교사로 사역한 첫사랑의 땅 이였기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다렸고 부르심이 있어 카라칸다로 오게 되었지요.
5. 이번 10월 29일이 결혼 10주년이 되는 날인데 결혼 생활 대부분을 선교지에서 보내셨는데 재미있는 추억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조금만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 예 물론 재미있는 추억이 많이 있습니다. 처음 사역지인 우스찌의 추운 겨울이 생각나고요. 영하 40도가 넘는 추위에 어린 성경이를 데리고 교회에 갈 때 썰매에 태워 끌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우스찌에서 둘째 딸 진경이를 낳는데 여기 병원은 가족들이 병실에 들어 올 수가 없어요. 글쎄 아기를 난 산모에게 빵하고 커피를 갖다 주더라고요. 그래서 제 남편이 미역국을 줄에 메달아 올려주어 먹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 즐거웠던 추억은 결혼 10년 동안 많이 여행했지만 쉬기 위한 여행이 아닌 대부분 사역의 필요 때문에 한 여행이었는데 필리핀을 떠나기 전에 그곳의 선교사님들이 필리핀에 살면서 보라카이 한번 못가봤냐구 핀잔을 주시면서 저희 부부의 모든 경비를 대어 주어 부부가 함께 즐거운 휴가를 보낸 것이 선교지의 행복한 추억으로 남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모든 선교사가 똑같겠지만 영혼들이 주님을 만나고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습니다.
6. 끝으로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 저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마태복음 28장 18절에서 20절에 말씀하신 것처럼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침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라는 말씀에 순종하여 이방인에게 계속 나가기를 원합니다.
♥ 주님께 드려진 한쌍 ♥ (장례식때 동료 여자선교사인 이문희선교사가 낭독한 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습니다. 마음은 아프지만 이것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것이며, 되돌아 갈 수도 없는 현실입니다. 한쌍에서 비록 하나를 잃어버렸지만 그것은 켤고 잃어버려진 것이 아닙니다. 고 김진희 선교사는 영원히 우리 마음에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을 따라 일어날 또 다른 많은 선교헌신자들을 우리는 보게 될 것이며 그분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곧 알게 될 것입니다.
고 김진희 선교사는 카작스탄의 첫 순교자로 주님께 드려진 거룩한 제물이었습니다. 주님은 순결하고 거룩한 제물을 원하셨기에 우리가운데 순수하고 해맑은 김진희 선교사를 택하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분이 흘린 눈물과 기도와 피흘림이 이 땅 카작스탄의 부흥의 거룩한 밑거름임을 압니다. 우리는 그분의 순교를 통해 서로가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며 얼마나 더 깊이 사랑해야 하는가를 배웠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계속 김진희 선교사의 순교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선교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