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일찍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를 떠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로 향했다.
개혁의 물결이 요동치고 있는 곳, 2차대전 이전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였던 부다페스트가 있는 나라, 영화 블루밍선데이에서 여자주인공이 연인을 찾아 헤매던 두나강의 세체니다리가 유명한곳이다. 인구는 200만명으로 온천이 유명하다. 한국어도 곧잘 흉내내고 유머가 많아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운전사 마르코와 박식하고 유창한 독어, 영어에 붙임성까지 좋아 동생같은 현지가이드 김도형씨가 살고 있는곳이기도 하다.
버스는 다섯 시간이나 달려 부다페스트에 이르렀고 한식당에서 김치찌개에 쌀밥으로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겔레르뜨 언덕에 올랐다. 언덕에서 다뉴브강을 바라보고 왼쪽(동쪽)은 13세기에 건립된 부다왕궁이 있는 부다지역, 오른쪽(서쪽)은 국회의사당이 있는 페스트 지역이다. 애초부터 별개의 도시였다가 1872년 두 지역이 합쳐져서 부다페스트가 되었다고 한다.
먼저 부다페스트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겔레르뜨 언적에 오르니 도도히 흐르는 강과 곱게 걸린 다리들 부다와 페스트지역의 대조적인 풍경이 어우러진 두나(도나우) 강변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으로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칭찬이 무색하지 않았다. 정상에는 버들잎으로 장식한 자유의 여신상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소련 점령시 소련쪽을 바라보며 감사하라고 세운 동상이라는 데 이름이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언덕을 내려와 역사적 건축물이 많은 부다지구의 중심건물 부다성에 들어서니 그 규모와 건축물의 아름다움에 절로 감탄사가 나오고 카메라들이 바빠진다. 그중에서도 부다왕궁은 돌을 사용하여 정방형으로 배치된 마당이 마치 광장같아 위엄이 있었다. 석회암 언덕위에 13세기에 처음 건설되어 헝가리의 굴곡많은 역사를 지켜보았던 곳이다. 부다지구엔 13세기에 건축된 고딕양식의 건물인 마차시 교회가 있는데 헝가리 왕의 대관식이 열리던 곳이고 현재도 미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마차시 교회 옆에는 국난에 처했을 때 어부들이 합심해 외적을 물리쳤다는 "어부들의 요새"가 있는데 20세기 초에 세워진 건물로 수많은 탑과 계단, 조각들이 배치되어 조형미가 일품이었다. 부다지구는 유서깊은 건축물들과 유적지들 그리고 녹지대가 많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두나강변을 따라 야경을 보았는데 그 황홀함이 낮에 보았던 경관과는 다른 특별함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이튿날 우리는 페스트 지역으로 향했다. 건국 천년(1896년)을 맞아 기념비를 세우고 영웅광장을 착공하여 1929년 완공하였으며 36m의 원추 기둥의 꼭대기에 천사 가브리엘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다. 양쪽으로 헝가리 역사의 위대한 지도자와 독립운동가, 국왕 등 역사적으로 영웅시되는 인물들의 역동적인 동상들로 채워져있었다. 영웅광장을 지나 녹지공간과 고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루어 시민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는 시민공원을 돌아나오니 성 이슈트반 대성당이 있었다.
19세기 말 바로크 양식으로 세워진 성 이슈트반 성당은 헝가리에 카톨릭을 전파하는데 크게 공헌했던 이슈트반 초대국왕을 기리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높이가 96m에 달하는 부다페스트 최대의 성당으로 제단 중앙에 성 이슈트반의 대리석상, 세계 최대의 그림, 천장과 벽면을 채운 대리석에 새겨진 무늬와 조각들 사이로 흐르는 아름다운 빛들, 기도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웠다. 이슈트반의 오른쪽 손목뼈가 전시되어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헝가리 당국은 896년 건국을 기념하고 도시경관을 유지하기 위해 국회의사당, 이슈트반 성당 등 건물최고 높이를 96m로 제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