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뚱이처럼 서서 그가 주워섬기는 말을 침묵은 허공에게 건넨다
왕년에 한주먹 했다는 사람들을 보면 주먹보다 술에 더 길들어 있다
왕년의 주먹은 이제 술병을 아니 술잔을 드는데도 쉽게 떨린다
왕년이 다시 온다면 그 당찼던 돌주먹을 잠시만 가을볕에 매달아놓고, 보기만 해도 가난한 사람들 창가에 골똘히 굄질해놓아라
상심한 당신 속내를 아무도 씹지 않으니 왕년은 갔다고 슬픈 주먹다짐은 마라
제자리서 천 년을 바위 묵어도 향기는 물러터지는 자의 순애보인 것, 그 색이 보이지 않아도 왕년은 살아 있는 것
주먹을 쥐고도 주먹을 펴 주위를 보듬는 향기여
■ 유종인 시인은 1968년 인천에서 출생. 시립인천전문대학 문헌정보과 졸업, 1996년 문예중앙에 시 ‘화문석’외 9편이 당선되어 등단.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과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 시집으로 <아껴 먹는 슬픔> <교우록> 등이 있다.
누구에게나 ‘왕년’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 찬란했던 ‘돌주먹’의 시대는 어느덧 ‘슬픈 주먹다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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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철 시인 |
이제는 분노마저 ‘향기’로 변한 시점. 슬퍼할 일이 아니다. 그만큼 내 그림자가 길어진 것이고, 살아온 날보다 사라질 날이 더 가까웠음으로 그렇게 초조해할 일 아니다.
오히려 ‘왕년은 살아 있는’ 것이다. 이제는 과거의 가오(허세, 있는 척을 지칭하는 속어)는 접고 ‘주위를 보듬는 향기’로 살아갈 일이다.
이기철 시인<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첫댓글 왕년엔... 누구나 ***이라고 하죠 ....ㅎㅎㅎ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