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 10회 역동 시조 문학상과 제 13회 신인상 발표
-역동 시조 신인상-
김갑주 : 열차
류호국 : 가을 전어
이영철 : 대파
전승탁 : 좌선
윤상근 : 갈필로 쓰는 그리움
윤지환 : 사인암의 한나절
손예랑 : 선풍기
<심사평>
“작가정신과 현실인식을 통해 재조명한 역동시조 북 콘서트”
이번 제13회 역동시조문학상 신인상 응모작은 모두 75편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이중에서 예심을 통과하고 본심에 진출한 작품은 15편으로 압축되었다. 윤정미의 시조 「단풍」, 백은희의 시조 「안동 고등어」, 노경호의 시조 「죽창」, 양성자의 시조 「북숭아」, 오영록의 시조 「통장을 보다」, 윤경임의 「바람은 알까」, 박하성의 시조 「찻사발 오브제」, 김갑주의 시조 「열차」, 류호국의 시조 「가을전어」, 이영철의 시조 「대파」, 전승탁의 시조 「좌선」, 윤상근의 시조 「갈필로 쓰는 그리움」, 윤지환의 「사인암의 한나절」, 손예랑의 시조 「선풍기」, 정호순의 시조 「운우지정」 등 15편의 작품이었다. 예전 같으면 15편 모두 신인상에 당선되고도 남을 만큼 깊은 울림과 문학적 향기가 가득하였다. 한마디로 전장의 백병전을 연상케 할 정도로 용호상박(龍虎相搏)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만큼 투고된 작품마다 독창적인 고유의 빛깔로 자기미학을 견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종래의 신인상 비해 질적으로 양적으로 모두 업그레이드된 만큼 대한민국 최고의 수준의 신인상으로 표현해도 과언이 아닌 율격과 수사의 달인들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번 제13회 역동시조문학상 신인상은 역동선생의 시대정신을 기리고, 아울러 ‘작가정신과 서정성을 재조명한 북 콘서트’로 불려도 손색없는 뜻깊은 신인상이 아닐 수 없다고 자평해 본다. 더욱이 응모작들은 심사위원이 응모자의 성명과 경력을 아예 볼 수 없도록 이를 삭제하고, 번호가 명시된 응모작만 볼 수 있도록 블라인드 심사를 하였기에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공모전 성격상 제한된 인원만 수상하는 것뿐이지 본심에 올려진 작품 모두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품격을 지니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작가정신과 주제의식을 발현시키고 있는 가운데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을 견지하며 작품의 완성도 또는 작가정신 구현에 충실한 작품을 우수하게 평가하였다.
결국 신인상으로 당선된 최종 작품은 김갑주의 시조 「열차」, 류호국의 시조 「가을전어」, 이영철의 시조 「대파」, 전승탁의 시조 「좌선」, 윤상근의 시조 「갈필로 쓰는 그리움」, 윤지환의 「사인암의 한나절」, 손예랑의 시조 「선풍기」 등 7편이 선정되었다. 김갑주의 시조 「열차」는 시어를 풀어내는 보법이 예사롭지 않았고 시적 대상에 대한 사유의 폭도 깊었다. 출발역과 종착역은 본질과 궁극적 방향성을 담보한다. 시적 대상인 아버지는 본질이고, 궁극적 방향성을 지향하는 그리움의 시적 대상임을 귀결시키고 있다. 류호국의 시조 「가을전어」는 독특한 자신만의 빛깔로 빚어내는 농익은 시선이 소박한 현실로 다가왔다. 또한 계절과 어우러지는 선명한 이미지 전개와 함께 소시민의 애환을 담아내는 시적 역량이 눈길을 끌었다. 이영철의 시조 「대파」는 역동 선생을 테마로 삼은 단형시조로써, 툭툭 쏟아내는 시어 속에 하나의 밑그림이 생성될 듯 수사의 달인임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역동 선생의 시대적 고뇌와 고고한 선비정신이 묻어나는 수작이었다. 전승탁의 시조 「좌선」은 짧은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이 선명한 이미지가 장과 장마다 연결되었다. 정연한 리듬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 선자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이미지가 살아 움직이듯 눈에 쏙쏙 파고드는 극적 효과마저 자아냈다. 윤상근의 시조 「갈필로 쓰는 그리움」은 주제를 부각시키는 시적 역량이 탁월했다. 특히, 언어탐구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시적 내공이 상당한 경지에 도달해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윤지환의 「사인암의 한나절」은 선 굵은 시적 안목으로 역동 선생의 발자취를 기리면서, 존재론적 자각으로 풀어나가는 자기 미학을 구축하고 있어 굳건한 믿음을 심어주었다. 손예랑의 시조 「선풍기」는 섬세하고 세련된 언어구사뿐 아니라, 자아성찰과 철학적 사유를 통해 절제된 자기만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었다. 신인상 당선작 모두 인생의 깊이로 수놓은 사유의 집을 완성하고 있어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공모 규정상 아깝게 비선(非選)된 분들에게는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아울러 당선이 된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 심사위원 : 김윤숭(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우희원(한국시조문학진흥회 고문, 시조시인), 정유지(문학박사, 문학평론가) (대표 집필 정유지)
-역동 시조 문학상-
대상 : 정현숙 「사인암에서–역동선생을 기리며」
금상 : 강성희 「겨울, 사인암을 가다」
은상 : 허정진 「사인암에 가다」
동상 : 김도연 「사인암의 사계」
차도연 「나는 라이더입니다」
이태순 「설중매雪中梅」
-제10회 역동 시조 문학상 심사평
10월, 초입 폭우가 내렸다. 나무들은 움츠려 온 몸을 몸부림치며 지난 상처들을 떨구듯 낙엽을 흩날리고 있었다. <역동시조문학상>은 고려 말 유학자였던역동 우탁 선생의 숭고한 시조 정신을 기리는 문학상으로 그 의미가 더 크다. <역동시조문학상>에 응모한 원고들은 작품마다 번호로 표시되어 있어, 시조의 정형미와 올곧은 미학을 중점으로 봤다.
긴 시간의 숙고를 지나, 대상으로는 정현숙의 작품 「사인암에서」를, 금상으로는 강성희의 작품 「겨울, 사인암을 가다」로 정했다. 또한 은상으로는 허정진의 작품 「사인암에 가다」를, 동상으로는 김도연의 작품 「사인암의 사계」와 차도연의 「나는 라이더입니다」 이태순의 「설중매雪中梅」로 각각 수상작을 선정하였다.
대상 작품 「사인암에서」에서는 역동 우탁 선생이 머물던 <사인암>을 선비의 정신과 중첨시켜 시조미학을 서정성 있게 펼쳤다. 첫째수에서 “하늘이 내린 말씀 올곧게 지키신 님 / 장대한 기암절벽 뿌리내린 소나무다”로 사인암의 풍경을 의미화시켜 역동 선생의 정신을 간절하게 드러낸다. 둘째수와 셋째수에 이르러 “저 깊은 단애(斷崖) 아래 초록심지 가만 지펴 / 먹물을 흥건히 받아 부시치고 앉았다”와 “당신의 탄로가 시편 사인암이 피운다”로 점철된 시상의 전개는 서정성과 운율의 힘이 넘치는 ‘율’의 노래로 다가온다. 오랜 숙련의 시간을 거쳐 작품마다 그 의미들이 더 새로웠다.
금상 작품인 「겨울, 사인암을 가다」도 고즈넉한 겨울 사인암을 배경으로 “벼랑 끝 뿌리 내린 등 굽은 솔 한 그루 / 누가 밤새 강 건너 슬픔 들으려 오는지”처럼, 선비의 기재와 정신세계를 한 폭의 수묵화로 이끌어내 그 눈보라로 곧은 말씀이 물결치고 있다.
은상 작품인 「사인함에 가다」와 동상 작품인 「사인암의 사계」도 역사적 소재인 역동 우탁 선생의 일생을 들춰 시조의 흐름 속에서 새겨진 생의 성찰을 짚어낸 우리는 <우탁 선생>을 다시 만나보았다.
동상 작품 「나는 라이더입니다」는 묵직한 작품들 속에서 가볍게 읽혀진, 배달부의 삶을 그려내고 있으며 삶의 해학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현대 시조의 다양성을 보여준 글이라 볼 수 있다. 이태순의 「설중매雪中梅」 또한 혹한 속에서 꽃잠 자는 매화를 통해 삶의 진수를 얘기하며 매화를 보기 위한 선비의 설레는 마음을 미학으로 잘 풀어놓았다.
<역동시조문학상>을 수상한 분들께 축하를 드리며, 서정성과 힘이 넘치는 작품으로 정형미학을 세우시길 바란다.
{심사위원: 박현덕, 김윤숭 _대표집필 :박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