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운동능력이 탁월하거나 움직임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같이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의 기운이 보이는 듯 따스한 날은 한껏 마음이 들뜬다. 늘 따뜻하고 좋은 날이라면 느끼지 못했겠지. 잠깐 허락하신 듯한 이 좋은 날이 너무 황송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가능한한 바깥에 많이 머물고 싶은 날이다.
그래도 축구, 농구, 야구 경기 보는 것이 싫지 않게 된 데는 어릴적 TV로 노상 중계하던 방송덕이 크다. 프로팀이 없던 시절, 고교 야구, 고교 농구 선수들이 자기 학교 이름을 걸고 뛰었다. 이들이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태극마크를 앞세우고 뛸 때는 또다른 자부심으로 똘똘 뭉쳤다.경기 내내 가슴 깊이 끓어오르는 뭉근한 끈적임은 승리하면 뜨겁게 분출해서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에 긍지를 느끼게 했지.
프로팀 출범 이후로는 특별히 적을 두는 응원팀이 없어서 선수들을 세세히는 모르지만 국가대표 팀의 경기는 언제든 관심을 갖는다. 축구를 잘하는 사람은 많으나 국가대표가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고, 거기에서 또 눈에 띄어 외국 프로팀에 나가 뛰기는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차범근부터 박지성, 이영표,손흥민, 황희찬, 조규성, 이강인... 이런 선수들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
이번 2024 카타르 아시안게임에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경기 자체를 보는 것은 콩닥콩닥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소리만 들으며 스코어에 집중한다. 1-0 으로 지고 있기에 '아 지겠구나' 하고 tv를 껐으나 다음날 일어나보니 이겼다. 그 다음 경기도 지겠구나 포기하고 큰 점수차로만 지지말아라 하고 잤다. 다음날 이겨 있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그 긴장감을 이기고 드라마같은 결과를 보았을 사람들은 희열이 엄청 났을 것이다. 나는 이겼다는 걸 알면 눈을 똑바로 뜨고 반복해서 보고는 감격스러워 한다. 그러면서 가슴 깊이 끌어오르는 자부심,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워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생각해본다, '나라'란 무엇일까 '국가'란 무엇일까 그것이 무엇이기에 태극마크를 달고 이기기 위해 뛰고, 응원하고, 분노하고...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영토에서 함께하고 지키고자 한다. 자부심을 가질 때 대한민국 국민임을 뿌듯해 한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순간에도 대한민국 국민임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어느 상황이든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이렇게 응원하고 뿌듯해 하는 것이 설명되는 것이 아닐까.
중-꺾-마 의 신화는 바레인과의 졸전으로 끝이 났지만 모두 납득하는 듯하다. 더이상의 분투는 힘들었던 것이다. 손흥민의 눈물을 기억하며 그의 인성, 리더십, 실력은 정말 엄지척이다.
우리 모두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을 응원해본다. 2024년 청롱의 해 첫발을 내딛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