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학시대』 카페에 올린 글입니다.
【윤승원 소감】
김영훈 작가의 『한국문학시대』 2023년 봄호 「권두에세이」를 읽고
■ 소감 필자의 말 :
정기 간행물은 오래 보관하지 못한다. 월간이나 계간 문예지도 그렇다. 본인의 글이 실리지 않은 문학잡지는 더구나 책장에 오래 보관하지 않는다.
책에서 특별히 인상 깊거나 감동적인 글을 만나면 해당 페이지를 접어 두었다가 다시 펼쳐보기도 하지만, 서재에 책이 넘치는 협소한 집안 구조라면 그것도 어려운 일이다.
안타깝지만 종이신문처럼 폐지 수거 노인에게 드릴 수밖에 없다. 언론 매체나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에 실리는 글은 좀 다르다.
필자의 이름이나 해당 글 제목을 검색하면 언제라도 다시 읽을 수 있으니, 책이 사라져도 영속성이 있다. 하지만 문예지의 경우는 다시 검색해 볼 방도가 없다.
순수 문예지 계간 『한국문학시대』 2023년 봄호를 받았다.
이 책에서 나의 시선을 유독 잡아끄는 글이 있었다. 대전문인총연합회 명예회장인 김영훈 작가(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소설가, 아동문학가)의 ‘권두 에세이’이다.
나도 몇 해 전에 원고 청탁으로 이 책의 ‘권두 에세이’를 쓴 적이 있다. 책의 맨 앞자리에 실리는 글이라 필자로서는 여느 글보다 신경이 쓰인다. 개인적인 작품 성격보다 공적인 메시지 전달 성격을 띤 글이라 부담스러운 지면이다.
메시지 주제에 따라 문단 내 여론 형성이 되기도 한다. 특히 어떤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을 때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글이 문예지 권두 에세이다. 이번에 읽은 글이 그렇다.
우선 「문단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라는 제목이 독자의 시선을 확 잡아끈다. 나는 이번 ‘권두 에세이’를 두 번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강렬한 주문이 담긴 제목에 이끌려 긴장하면서 읽었다.
또다시 읽을 필요를 느꼈을 때는 ‘빨간 사인펜’을 잡았다. 권두 에세이 필자가 특별히 강조하면서 ‘바로 잡아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들은 근본적으로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행간에 숨어 있는 더 많은 이야기까지 찾게 된다. 독자로서 ‘공감이 가는 대목’에 빨간 밑줄을 그었다.
‘공감이 간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나도 평소 그렇게 느꼈으나 용기가 나지 않아 공개적으로 주장하지 못했다’라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 공직 생활할 때 기획부서에서 문서 기안하는 일을 주로 했다. 이른바 ‘현황·문제점·대책’ 형식의 보고서 쓰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문예지 권두 에세이 필자가 문단에 던지는 ‘바로 잡아야 한다’라는 과제와 개선책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하면 좋은가.
나랏일처럼 ‘단기적인 것(사업)’과 ‘장기적인 과제’로 나누어 분류할 것인가. 아니면 곧바로 시행해야 할 시급 사항인가.
‘질서를 바로잡는 일’이다. 지체없이 당장 이루어져야 할 사안이다. ‘국법 질서’를 바로잡는 일을 주요 직분으로 하는 일선 경찰관이 ‘무질서 현장’을 보고도 그냥 방치한다면 대번에 직무유기가 될 일이다.
어느 분야든 문제점이 노정(露呈)됐거나 전문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 심도 있게 실정을 파악했다면 지체없이 바로잡아야 한다.
<바로 잡아야 한다>라는 긴요한 메시지가 담긴 책을 어찌 대충 읽고 책장에 꽂아 둘 일인가. 성찰과 각성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겼는데, 어찌 건성으로 한 번 읽고 덮어 둘 일인가.
문학 단체에는 공식 홈페이지 성격을 띈 인터넷 카페가 있다. 책장에서 잠자게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독자를 만나게 해야 한다. 문단 저변에 확산돼야 ‘바로 잡을 수’ 있다.
누리소통망(SNS)에서도 미처 읽지 못한 분들과도 공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하여 ‘권두 에세이’ 필자의 절실한 요구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
〈윤승원 ·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 ♧ ♧
◈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권두 에세이’ 감사합니다.
♧ ♧ ♧
■ 『한국문학시대』 2023 봄호 「권두 에세이」
♧ ♧ ♧
첫댓글 ♧《한국문학시대》카페에서
◇ 마님(작가. 대전문총 회원)23.3.19.01:41
올려주신 <김영훈 작가의 『한국문학시대』 2023년 봄호 「권두에세이」를 읽고>
글 잘 읽고 간단히 소감을 드립니다.
먼저 김영훈님이 쓰신 글 내용에 저도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아울러 잡지에 게재된 글을 이렇게 자세히 분석적으로 써 주신
윤승원 수필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밑줄까지 치시면서 권두에세이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셨군요.
요즈음 어느 분야도 다 질서가 흐트러져 있는데 문단도 마찬가지라서
저 역시 걱정이 큽니다.
글을 쓰신 김영훈님과 글을 올려주신 윤승원님
그리고 제가 함께 느끼는 문제이군요.
이 세상이 모든 분야에서 좀더 바르게 흘러가기를 소망합니다.
두분께 감사드리며 다시 한번 더 글을 자세히 읽습니다.
◇ 답글 / 윤승원
귀한 댓글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영훈 작가께서 <바로 잡아야 할 문단의 문제점>을
권두 에세이에서 잘 지적해 주셨고,
이에 공감하시는 문인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렇게 뜻있는 문단 어르신들의 귀한 의견이 모아지고
여론이 형성되면 흐트러진 문단 질서도
반듯하게 바로 잡힐 것으로 믿습니다.
<공론화의 장>에서 이렇게 활발하게 <토론>하고,
<공감대를 넓히는 것>도 중요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댓글 토론에 참여하길 기대합니다.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건설적인 의견 개진이고
동참하여 만들어가는 여론입니다.
♧ ‘한국문학시대’ 카페에서
◆ 김영훈(작가, 평론가, 권두에세이 필자) 23.3.21.05:43
운승원 수필가님 『한국문학시대』 제72호 2023년 봄호에 수록된 「권두에세이」를 읽고 분에 넘치는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서도 부끄럽습니다. 부족한 글이기 때문입니다. 윤 수필가님은 「문단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라는 제목이 독자의 시선을 확 잡아끈다고 하셨는데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할 시점에 글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반가웠습니다. 전부터 이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망설이다가 용기를 낸 것입니다.
‘권두에세이’를 두 번 읽었다고 하셨는데 윤 수필가님의 진지한 태도를 배우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독자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도 있어 두렵기도 합니다. 문인은 글을 창작하는 일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대사회가 전에 비해 문화여건이 또 문인들의 추구하는 가치관에 따라 문학 외적인 것에 관심을 더 두는 것 같아 걱정이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한번 짚어보고 싶은 주제였습니다. (계속)
문단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제목에 이끌려 긴장하면서 읽었다고 하시는 말씀 듣고 안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미처 읽지 못한 분들과도 공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하여 ‘권두 에세이’ 필자의 절실한 요구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는 말씀 감사합니다. (김영훈)
▲ 답글 / 윤승원
졸고 소감에 귀한 답 댓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사안이든 문제제기를 하면 또 다른 의견도 있기 마련입니다.
필자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하시는 분의 고견도 존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떤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명제 아래에선 가치 기준에
무게를 두어야 할 것입니다.
가령 보편적인 상식과 사회 정의, 그리고 평범한 시민의 도덕 윤리를
바탕으로 하면 질서는 자연스럽게 바로 잡힐 것입니다.
선비 문학이라는 순수한 지향점과 가치관에서 바라보면 다툼이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