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아무리 교묘하게 온갖 지혜를 다 짜내어 만들고, 막대한 예산을 다 투입해도 제대로 성과를 올릴 듯 싶지 않은 마케팅 계획에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돈이 낭비되었다. 계획을 잘 세워 차질 없이 집행하고 적기에 자금을 투입하면 마케팅 계획이 훌륭한 성과를 올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너무도 많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그러한 실례를 알아보려면 IBM 이나 제너럴 모터즈(General Motoors), 시어즈 로벅(Sears, Roebuck)정도만 살펴보아도 충분하다.
시어즈 로벅이 사용했던 수단과 기술은 거창하고 옳아 보인다. 그리고 GM의 계획을 집행했던 경영자들이 가장 우수하고 가장 영리했을지도 모른다. 예로부터 가장 우수하고 가장 영리한 사람들은 대개 GM이나 IBM처럼 규모가 큰 최고의 기업을 선호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계획들은 그 자체에 결함이 있다는 전제에 기초하여 수립되어 있기 십상이다. 미국내의 거대한 기업들을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는, 사람들은 기업의 힘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은 기업의 무능을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회사든 문제점을 안고있다.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더욱더 그러하다. 제너럴 모터즈가 좋은 본보기이다.
지난 10년 동안 이 회사는 제품 브랜드의 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꺠뜨리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지불했다. (그것은 브랜드의 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들여야 할 돈과 거의 같은 규모였다.) 10퍼센트의 시장 점유율 상실은 바로 연간 100억 달러에 이르는 매출액의 감소를 의미한다.
경쟁이 치열해지기는 했지만 GM이 안고 있었던 문제는 경쟁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마케팅에서의 문제였다.
오늘날에는 어느 회사가 실수를 저지르면 순식간에 족적을 드러내게 되어 경쟁자에게 시장을 빼앗기고 만다. 시장을 되찾기 위해서 그 회사는 경쟁자가 실수하기를 기다려야 하며, 그런 다음에는 그 상황을 이용할 궁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선 어떻게 하면 실수를 피할 수 있을까? 모든 계획이 마케팅 법칙에 의거해서 수립되었는지 확인한다면 쉽게 해담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아이디어와 개념을 ‘마케팅’이라는 기치 아래 일괄적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든, 또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고있든 상관없이 모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마케팅 법칙들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누가 석판에 새겨진 그 법칙들을 시나이 산에서 가지고 내려왔는가?
바로 이 책에 기본적인 마케팅 법칙들이 기술되어 있다.
그런데 누가 이 법칙을 말하고 있는 걸까? 수많은 사람들이 간과해버린 것을 코네티컷 출신의 두 사내가 어떻게 발견했다는 말인가?
사실 지금까지 지적이고 경험 풍부한 수많은 마케팅 실무자와 이론가들이 군림해왔다.
그런데 우리가 분명하다고 여기게 된 이 법칙들을 그들은 어째서 알아보지 못했던 것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아무도 마케팅에 어떤 법칙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고, 더욱이 모두들 불변의 법칙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자연에는 법칙이 있다. 그러니 마케팅이라고 법칙이 없으란 법이 있을까? 외형이 거대한 비행기를 제작할 수는 있지만, 물리의 법칙 특히 중력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면 결코 지상에서 날아오를 수 없다. 모래 언덕에 걸작 건축물을 세울 수는 있지만, 태풍이 불어 닥치는 순간 당신의 창조물은 파괴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훌륭한 마케팅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해도 당신이 알지 못하는 불변의 법칙 어느 하나 때문에 순식간에 그 계획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자인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정력과 창조력을 다해 단호하게 밀어붙이면 무엇이든 해치울 수 있다고 믿고있다. 게다가 여기에 충분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고 확신한다.
일단 마음의 문을 열고 마케팅 법칙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면 그 실체를 쉽사리 파악 할 수 있다. 사실, 그 법칙들은 눈에 잘 띄는 것들이다.
우리는 지난 25년 이상의 세월 동안, 마케팅에서 무엇이 실제 구실을 하고 또 무엇이 그러지 못하는가를 연구해왔다. 우리가 알아낸 것은 제대로 성과를 올린 마케팅 계획의 대부분이 실제로 상거래가 일어나고 있는 시장을 지배하는 어떤 근원적인 힘과 언제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각종 저서와 논문, 연설, 비디오를 통해 마케팅의 모든 원칙들을 제법 상세히 분석해왔다. 또한 마케팅 활동의 전략적 모델들도 개발했다.
여기에는 우리가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는 개념으로 보편화 시킨, 인간 심리에 관한 인체 모델(physical model;구체적 모델)도 포함되어 있다. 또, 군사적 모델도 개발하여, 회사와 브랜드가 마케팅 활동을 함에 있어서 방어형인지 공격형인지 측면 공격형인지 유격 전투형인지 구분해 놓기도 했다.
수년 동안 마케팅 원칙과 문제점들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된 사항들을 여과하고 집약하여 실제 시장에서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본적인 법칙들로 구성했다.
우리는 이 원칙들을 불변의 마케팅 법칙이라고 부르는데, 이 법칙은 모두 22가지이다. 실패를 각오하겠다면 이 법칙을 어겨도 좋다.
1. 선도자의 법칙-The Law of Leadership(더 좋은 것 보다는 맨 처음이 낫다 )
많은 사람들이 마케팅에 있어서 기본적인 문제는 자기에게 더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잠재 고객들에게 확신 시키는 일인 줄로 알고 있다.
틀린 생각이다. 만약 현재 당신의 시장 점유율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규모가 더 크고 자금 사정이 더 좋은 경쟁자와 싸울 형편이라면, 당신의 마케팅 전략은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리라. 당신은 첫번째 마케팅 법칙을 어긴 것이다.
마케팅에 있어서 기본적인 요소는 최초로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을 만드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선도자의 법칙이다.
더 좋은 제품을 팔기보다는 최초로 시작하는 것이 낫다. 시장을 선점한 사람보다 더 좋은 제품을 갖고 있다고 납득시키기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맨 먼저 들어가는 일이 훨씬 쉬운 것이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라. 그러면 선도자의 법칙을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1) 최초로 대서양을 단독 횡단한 비행사의 이름은? 찰스 린드버그(Charles Lindbergh)가 아닌가?
2) 그렇다면 두 번째로 대서양을 단독 횡단한 비행사의 이름은? 그것은 대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대서양을 두 번째로 단독 횡단한 비행사는 버트 힝클러(Bert Hinkler)였다. 버트는 찰리보다 더 훌륭한 비행사였다. 그는 찰리 보다 더 빨리 비행했고 연료도 적게 썼다. 그러나 누가 버트 힝클러라는 이름을 들어보았는가?(그가 집을 나간 뒤로 힝클러 부인은 그의 소식조차 듣지 못했다.)
린드버그식의 접근이 훨씬 우월하다는 사실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회사들이 버트 힝클러의 길을 가고있다. 그들은 시장이 개발 될 때까지 잠자코 기다린다. 그런 다음 종종 자기네 회사 이름을 붙여 보다 나은 제품을 가지고 뛰어드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경쟁적 환경에서는 계열 확장을 통해 만들어진, ‘나도 있다’는 식의 제품 이름이 이윤을 낳는 성공적인 브랜드로 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12.계열 확장의 법칙 참조)
어떤 영역에서의 선도적 브랜드는 거의 대부분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맨 먼저 자리잡은 브랜드이다. 렌터카 사업에서의 허츠(Hertz), 컴퓨터의 IBM, 콜라의 코카콜라(Coca- Cola).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하이네켄(Heineken)은 미국에서 이름을 떨친 최초의 수입 맥주였다. 그러면 40년이 지난 지금 수입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맥주는 무엇일까? 가장 맛 좋은 맥주일까?아니면 여전히 하이네켄일까?
미국에서는 모두 425종의 수입 맥주가 팔리고 있다. 이들 브랜드 중의 어느 하나는 분명 하이네켄 보다 맛이 좋을 테지만, 그것이 정말 중요할까? 오늘날에도 하이네켄은 여전히 30퍼센트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제 1의 수입 맥주이다.
미국 내에서 최초로 제조되어 판매된 라이트 맥주는 밀러 라이트(Miller Lite)였다. 그러면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라이트 맥주는 무엇일까? 가장 맛있는 것일까? 아니면 고객의 기억 속에 최초로 자리잡은 것일까?
그렇다고 맨 처음 나온 것이 모두 성공한다는 것은 아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최초라고 내놓은 것이 너무 늦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지는 최초의 전국지였지만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없다. 이미 8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고, 지금까지 이익을 거둔 회계연도가 없었다. TV 시대에 전국지를 발행한다는 것은 너무 늦게 시작한 것이었을지 모른다.
최초의 것 가운데 어떤 것은 아무 쓸모도 없는 열악한 아이디어에 불과한 것도 있다.
최초로 선보인 시판 견공용 아이스크림이 프로스티 포스(Frosty Paws)는 제대로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개들이야 좋아했을 테지만 상점에 가서 물건을 사는 것은 사람인 것이다. 개주인들은 개가 맛있게 먹을 아이스크림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생각했다. 개들이야 접시만 핥아도 행복한 게 아닌가.
선도자의 법칙은 어느 제품, 어느 브랜드, 어느 영역에나 적용된다.
미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대학의 이름을 모른다고 가정하자. 그 경우, ‘최초’라는 자리에 ‘선도적’이라는 단어를 대치함으로써 훌륭하게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선도적인 대학의 이름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버드(Harvard)라고 대답할 것이다. 바로 그것이 미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대학의 이름이기도 하다.(미국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대학은? 윌리엄 앤드 메리 William and Mary 대학이다. 그러나 그 이름은 버트 힝클러보다 약간 더 유명할 정도이다.)
두 제품이 쌍둥이보다 더 유사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나중에 다른 쌍둥이를 알게 되었을 경우에도 언제나 맨 처음 만난 쌍둥이에게 호감을 갖는다고 쌍둥이들은 불평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아내나 남편보다 좀더 나아보이는 사람을 만났다 해도, 구태여 변호사 비용을 들이고 집과 아이들을 나누면서까지 배우자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선도자의 법칙은 잡지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타임(Time)이 뉴스위크(Newsweek)를, 피플(People)이 유에스(Us)를, 플레이 보이(Playboy)가 펜트 하우스(Penthouse)를 앞지르고 있는 이유이다.
예를 들어 TV 가이드()를 살펴보자. 지난 50년대 초, 당시 막강했던 커티스(Curtis) 출판사가 아직 햇병아리였던 TV 가이드와 경쟁할 만한 TV 프로그램 안내 잡지를 발간 하려고 했다.
TV 가이드는 커티스보다 겨우 한발 앞서 출발했을 뿐이었지만, 가공할 만한 힘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커티스가 낸 잡지는 결국 제 궤도에 오를 수 가 없었다. TV 가이드가 시장을 선점했던 것이다.
선도자의 법칙은 대학이나 맥주 같은 소프트 웨어 영역뿐 아니라 자동차나 컴퓨터 같은 하드웨어의 영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프(Jeep)는 일반 도로가 아인 곳에서 달릴 수 있는 최초의 사륜구동형 자동차였다. 아큐라(Acura)는 최초로 소개된 일제 호화 승용차였다. IBM은 최초로 메인 프레임 컴퓨터를 생산했다. 선 마이크로시스템(Sun Microsystems)는 최초로 워크스테이션을 판매했다. 지프와 아큐라, IBM과 선은 모두 오늘날에도 시장을 이끌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최초의 미니밴은 크라이슬러(Chrysler)가 소개했다. 오늘날 크라이슬러는 자동차 시장의 10퍼센트를 점유하고 있지만, 미니벤 시장에서는 50퍼센트를 장악하고 있다. 자동차 마케팅의 요체는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맨 먼저 시장에 들어가는 것일까?
최초의 데스크 탑 레이저 프린터는 컴퓨터 회사인 휴렛 팩커드(Hewlett-Packard)가 소개했다. 오늘날 이 회사는 퍼스널 컴퓨터 시장의 5퍼센트를 점유하고 있을 뿐이지만, 레이저 프린터 시장에서는 45퍼센트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질레트(Gillette)는 최초로 선보인 안전 면도기였다. 타이드(Tide)는 최초의 세탁용 세제였다. 헤이스(Hayes)는 최초의 컴퓨터 모뎀이었다. 이들 모두가 선도적 브랜드들이다.
최초의 브랜드가 선도적 지위를 차지하는 한 가지 이유는, 그 이름이 가끔 동일한 유형의 제품을 나타내는 대명사처럼 되기 때문이다.
최초의 일반 용지 복사기인 제록스(Xerox)는 모든 일반 욘지 복사기를 일컫는 이름이 되었다. 리코(Ricoh)나 샤프(Sharp), 또는 코닥(Kodak)의 기계 앞에 서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어떻게 제록스를 할 수있지?”
사람들은 상자에 스콧(Scott)이라고 분명히 적혀있는데도 크리넥스(Kleenex)를 찾는다. 펩시콜라(Pepsi- Cola)밖에 없으면서도 코크(Coke)를 마시겠느냐고 묻는다.
스카치(Scotch) 테이프라는 이름 대신 셀로판 테이프를 달라고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별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명사가 된 브랜드 이름을 입에 올린다.
벤드에이드(Band- Aid; 중심부에 거즈를 댄 반창고), 파이버글라스(Fiberglas; 유리섬유),포마이카(Formica; 가구등에 칠하는 합성수지 도료), 고어텍스(Gore-Tex; 안의 증기는 통하고 외부의 물은 안받는 플루오르 수지의 막), 젤로(Jello; 프루트 젤리), 크레이지 글루(Krazy Glue; 아교), 큐틴(Q-Tips; 면봉), 사란 랩(Saran Wrap; 마찰에 강하고 흡습성이 전혀 없는 비닐 막), 벨크로(Velcro; 지퍼나 단추 대신으로 쓰는 성긴 실코가 있는 나일론 천)-이들은 극소수의 예에 불과하다.
브랜드의 이름을 거침없이 일반 용어처럼 쓰는 사람들도 있다. “이 물건을 서부 해안으로 급송하라”고 말하면서 급송하라는 말 대신 페덱스(FedEx; Federal Express Corporation)라는 브랜드 이름을 동사처럼 쓰는 것이다.
만약 어느 영역에서 최초로 제품을 소개할 경우에는 늘 쉽게 일반화 시킬 수 잇는 이름을 브랜드 명으로 채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변호사들은 그와 반대로 하라고 권하는데, 대체 변호사들이 마케팅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겠는가?)
최초로 소개된 브랜드가 대개는 선도자가 될 뿐만 아니라, 뒤따라 소개된 브랜드의 판매 순위가 시장에 소개된 순서와 일치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가장 좋은 예가 이부프로펜()의 경우이다.
맨 먼저 에드빌(Advil)이, 다음에 뉴프린(Nuprin), 세 번째로 메디프렌(Medipren)이 시판되었다. 그 순서는 현재 각 회사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 순서이기도 하다. 에드빌이 진통 소염제 시장의 51퍼센트, 뉴프린은 10퍼센트, 메디프렌은 1퍼센트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네 번째로 시장에 소개된 브랜드는 모트린 아이비(Motrin IB)였다. 모트린은 진통 소염 효능이 뛰어난 처방약의 이름을 브랜드로 사용했는데도 시장 점유율은 15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에드빌이 “처방약 모트린과 똑같다”고 선전하며 시판을 개시했던 사실을 상기해보라.)
게다가 대명사화 했다는 점에 유의하라. 소비자들은 ‘에드빌’을 대명사처럼 쓰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이부프로펜이라는 단어를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심지어 의사조차도 환자들에게 “에드빌 두 알을 먹고 주무신 다음 내일 아침에 전화를 주십시오”라고 말할 정도 이다.
진통 해열제 시장에 맨 먼저 소개된 브랜드인 타이레놀(Tylenol)의 경우도 생각해보자. 타이레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 시장 점유율에서 2위가 어느 브랜드인지조차 알기 어려울 정도이다.
성공의 비결이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맨 먼저 자리잡는 것이라면, 대부분의 회사들이 추구한 전략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것은 더 좋은 제품이라는 전략이었다.
기업 경영 분야에서 근래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는 벤치마킹(benchmarking)이다.
‘최후의 경쟁 전략’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벤치마킹은 자기 회사의 제품을 동종의 제품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제품과 비교, 분석, 평가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체를 종종 ‘총체적 품질 관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불행하게도 벤치마킹 역시 별 효과가 없다. 사람들은 실체는 아랑곳하지 않고 맨 먼저 기억하게 된 최초의 제품을 가장 우수하다고 인식한다.
마케팅은 제품과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인 것이다.
그렇다면 아스피린 시장에 최초로 등장한 브랜드는 어떤 것인가? 최초로 소개된 진통 해열제 브랜드인가?아니면 최초로 소개된 진통 소염제 브랜드인가?(힌트: 여기서 ‘최초’라는 단어를 ‘선도적’이라는 단어로 대치시켜보면 위의 세 가지 질문의 해답을 쉽게 알 수 있다.)
찰스 슈웝(Charles Schwap)은 “미국에서 가장 큰 할인 매장”이라고 자칭한다. 할인 도매업계의 찰스 린드버그가 찰스 슈웝이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았는가?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은 최초로 달 표면 위를 걸었던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는 누구인가? 로저 베니스터(Roger Bannister)는 최초로 1 마일을 4분 안에 주파했던 사람이었다. 두 번째는 누구인가?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은 아메리카 합중국 초대 대통령이었다. 제 2 대통령은? 토마스(Thomas’)는 최초로 소개된 잉글리시 머핀 브랜드였다. 두 번째는? 게토레이드(Gatorade)는 최초의 스포츠 드링크였다. 두 번째는?
만약 당신이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서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버즈 앨드린(Buzz Aldrin)이나 존 랜디(John Landy), 존 애덤스(John Adams), 알려지지 않은 어떤 잉글리시 머핀, 익명의 어떤 스포츠 드링크처럼 영원토록 슬픈 나날을 보내야 할 운명을 타고난 것은 아닐까?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다른 법칙들이 있기 때문이다.
2. 영역의 법칙- The Law of the Category
(어느 영역에 최초로 들어간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최초로 뛰어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라 )
대서양을 세 번째로 단독 횡단한 비행사는 누구일까? 버트 힝클러가 두번재로 대서양을 단독 횡단한 비행사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세 번째의 비행사 이름을 알 도리가 없으리라.
그러나 당신은 그게 누군지 알고 있다. 그 비행사는 아멜리아 이어하트(Amelia Earhart)였다. 그런데, 아멜리아는 대서양을 단독 횡단한 세 번째 비행사로 알려진 것일까?
하이네켄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안호이저부쉬(Anheuser- Busch)에서도 “우리도 수입 맥주를 팔아야겠다”고 생각 했음직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는 대신, “수입 맥주가 높은 가격으로 팔리는 시장이 있다면,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국산 맥주 시장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최초의 고가 국산 맥주인 미켈롭(Michelob)의 판촉 활동을 개시하여, 오늘날에는 판매량에서 2대1의 비율로 하이네켄을 능가하고있다. (실제로 안호이저-부쉬에서도 유럽에서 좋은 평판을 받고 있는 칼스버그Carlsberg를 수입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나도 있다’식 제품인 칼스버그가 전혀 팔리지 않았다.)
밀러 라이트는 최초로 시판된 국산 라이트 맥주였다. 5년 뒤에 어느 수입업자는 “국산 라이트 맥주시장이 있다면, 수입 라이트 맥주 시장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 암스텔 라이트(Amstel Light)가 들어왔으며,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는 수입 라이트 맥주가 되었다.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맨 처음으로 들어가지 못했다고 해서 희망을 버리지 말라. 당신이 맨 처음 들어갈 수 있는 영역을 찾아라. 그것은 생각하는 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다.
IBM이 컴퓨터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게 되자 모두들, 심지어는 동생조차 그 분야에 뛰어들었다. 버로즈(Burroughs), 컨트롤 데이터(control Data),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하니 웰(Honeywell), NCR, RCA, 그리고 스페리(Sperry). 사람들은 그들을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들” 이라고 불렀다.
일곱 난장이들 가운데 누가 12만 6천명의 종업원을 두고 140억 달러에 이르는 매출을 달성한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라나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컴퓨터 회사”라는 말을 듣게 되었는가? 그들 가운데는 없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걸쳐 IBM 다음으로 큰 성공을 거둔 회사는 DEC(Digital Equipment Corporation)였다. IBM은 컴퓨터에서 최초였다. DEC는 미니 컴퓨터 분야에 최초로 뛰어든 회사였다. 다른 많은 컴퓨터 회사들(그리고 그들의 기업 소유주들)은 다음과 같은 간단한 원칙을 따름으로써 돈도 벌고 명성도 얻었다. 즉, 만약 어느 영역에서 최초가 될 수 없다면 최초로 뛰어들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라.
탠뎀(Tandem)은 내(耐)고장성 컴퓨터를 최초로 개발 시판하여 19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어서, 스트라터스(Stratus)는 내고장성 미니 컴퓨터를 처음으로 내놓았다. 오늘날 스트라터스는 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되었다.
마케팅 법칙들은 어려운 것인가? 아니, 극히 단순하다. 하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일어나는 결과는 전혀 다르다.
크레이 리서치(Cray Research)는 슈퍼 컴퓨터를 최초로 시판했다. 오늘날 크레이는 8억 달러짜리 회사가 되었다. 컨벡스(Convex)는 이것저것 궁리하다 맨 먼저 미니 컴퓨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금 컨벡스는 2억 달러 짜리 회사이다.
때때로 새로운 영역을 찾아냄으로써 등외로 떨어진 말을 우승마로 만들 수도 있다.
코모도(Commodore)는 가정용 퍼스널 컴퓨터를 제조하는 평범한 회사에 불과했으며, 멀티미디어용 컴퓨터인 아미가(Amiga)를 최초로 시판할 때 까지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오늘날 코모도 아미가는 연간 5억달러 이상의 매출액을 올릴 만큼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맨 처음이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델(Dell)은 난립한 퍼스널 컴퓨터 시장에서 맨 먼저 전화 주문에 의해 컴퓨터를 판매함으로써 성공했다. 현제 델은 9억 달러를 파는 회사이다.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때 먼저 자문해봐야 할 사항은 “이 새로운 제품이 경쟁 상품보다 어느 면에서 나은가?”가 아니라 “어떤 점에서 최초인가?”이다. 다시 말해서, “이 제품이 최초로 소개되는 영역은 무엇인가?”이다.
찰스 슈웝은 더 좋은 매장을 열지 않았다. 최초의 할인 도매점을 열었던 것이다.
리어(Lear’s)는 최초의 여성 잡지가 아니었다. 최초의 성인 여성용 잡지였다(갓 태어나지 않은 여성을 위한 잡지). 이러한 일들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나의 브랜드를 더 좋아하도록 할까? 하는 종래의 브랜드 지향적이고 틀에 박힌 마케팅 사고를 거역하는 짓이다. 브랜드를 잊으라. 영역만 생각하라. 브랜드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잠재 고객들은 몸을 움츠린다. 모두들 자기네 브랜드가 더 좋은 이유를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역에 관한 얘기가 되면 잠재 고객들은 마음의 문을 열어놓는다. 모두들 어떤 점에서 새로운지 관심을 보인다. 어떤 점이 더 나은지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극히 적다. 새로운 영역에 맨 처음 들어섰다면 그 영역을 널리 알려라. 근본적으로 당신에게는 경쟁 상대가 없다.
DEC는 잠재 고객들에게 DEC 미니컴퓨터를 사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어느 브랜드가 되었든 미니컴퓨터를 사야 이유를 설명했다. 일찍이 허츠는 렌터카 서비스를 팔았다. 두 회사의 마케팅 계획은 그 당시의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3. 기억의 법칙- The Law of the Mind
(t시장에 먼저 들어가는 것보다 기억 속에 맨 먼저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세계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는 MITS 앨테어() 8800이었다. 선도자의 법칙에 따르자면, MTS 앨테어 8800(그 많은 이름들 중에서 하필이면 이런 이름을 선택해서 불행을 당하다니)은 퍼스널 컴퓨터 브랜드로서는 제 1의 지위를 차지해야 마땅했다. 안됐지만,그 제품은 현재 우리 곁에서 찾아 볼 수 없다.
뒤 몽(Du Mont)은 최초로 상업용 TV 수상기를 발명했다. 뒤레어(Duryea)는 최초로 자동차를 소개했다. 헐리()는 최초로 세탁기를 소개했다. 모두들 사라졌다.
제 1장에서 말한 선도자의 법칙에 무슨 잘못이 있는 게 아닌가? 아니, 다만 기억의 법칙이 그것을 수정했을 뿐이다. 시장에 맨 먼저 들어가는 것 보다는 기억 속에 맨 먼저 들어가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고객의 기억 속에 먼저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맨 먼저 기억되는 것, 이것이 마케팅의 요체이다. 기억 속에도 맨 먼저 들어가도록 했다는 전제 하에서만 시장에 맨 먼저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IBM은 메인 프레임 컴퓨터를 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인 회사가 아니었다. 유니백(UNIVAC)을 소개한 레밍턴 랜드(Remington Rand)가 최초였다. 그러나 마케팅에 집중적인 노력을 쏟은 덕분에 IBM이 맨 먼저 기억되었고 따라서 일찌감치 컴퓨터 시장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기억의 법칙은 인식의 법칙에서 파생된 것이다. 마케팅은 제품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일진대, 시장보다는 기억이 우선해야 할 것이다. 기업가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이 법칙에 걸려 넘어지곤 한다. 자신이 시장에서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 그럴싸한 아이디어나 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나 관념을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심어주는 일이다. 이 문제에 대해 이제까지 통용되어온 해결책은 자금이었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를 담당할 조직을 설계, 수립하는 일에서부터 기자 회견을 하고 전람회에 참가하고 광고를 실시하고 다이렉트 메일 계획을 집행하는 일에 쓸 자금을 확보하면 되었다(22. 재원의 법칙 참조). 불행하게도 이로 말미암아 마케팅에 관한 모든 문제는 자금이라는 똑같은 해답으로 귀결된다는 인식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것은 진실이 아니다. 인간의 다른 어떤 활동보다 마케팅에 더 많은 돈이 낭비되었다. (물론 정부의 활동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사람들은 일단 결심하고 나면 다시는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이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례로 남아 있는 바, 바로 게티즈 버그에서 피켓(George E. Pickett: 남북 전쟁 당시 남군 사령관)의 참패를 야기한 작전, 즉 참호 속에 숨어있는 적을 향해 근접전을 벌였던 발라클라바에서의 라이트 여단의 공격과 비슷한 양상이다.
왕(Wang)은 최초로 워드 프로세서를 내놓았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기계는 거들떠 보지 않고 컴퓨터만 찾았다. 그런데도 왕은 변신을 꾀하지 못했다. 자사의 퍼스널 컴퓨터와 미니컴퓨터의 판촉에 수백만 달러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왕은 여전히 워드 프로세서를 만드는 회사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제록스는 맨 먼저 복사기를 팔았는데, 나중에 컴퓨터 시장에 진입하려고 했다. 25년이 흐르고 20억 달러를 날린 지금 제록스는 컴퓨터 시장에서 아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컴퓨터에 입력된 내용을 바꾸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입력되어 있는 내용을 첨삭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인간의 머리 속에 기억되어 있는 내용을 바꾸겠다고? 그 일은 잊는 게 좋다. 일단 마음이 정해지고 나면 영원히 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뀌는 일은 거의 없다. 마케팅에서 가장 단순하고도 가장 낭비적인 일은 사람의 마음을 바꿔보려는 노력이다. 한 인간의 정신 속에서 거의 순식간이라고 할 만큼 재빨리, 제대로 모양을 갖춘 의견이 나타나는 신비로운 현상이 바로 이 사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어느 날까지도 당신은 그 사람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다음 날 그 사람이 유명인사가 되었다. “하룻밤 자고 나니 유명해졌다”는 것은 결코 진기한 현상이 아니다. 만일 다른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다면, 그 사람의 마음으로 서서히 다가가 오랜 기간에 걸쳐 당신에 대한 호감이 생기도록 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마음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돌풍처럼 몰아 닥쳐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당신이 서서히 다가서는 대신 돌풍처럼 몰아 닥쳐야 하는 이유는, 인간은 마음을 바꾸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일단 당신은 이런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들은 당신이 이러이러한 부류의 인간이라고 분류해서 기억 속에 들어 있는 것과 다른 사람이 될래야 될 수 없다.
마케팅의 신비 가운데 하나는 돈의 역할이다. 어느 날에는 기껏 몇 푼의 돈이 엄청난 기적을 불러 올 수 있다. 그런데 다음 날은 수백만 달러를 들여도 회사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마음을 터놓고 함께 일할 경우에는 적은 돈으로도 오래 지탱할 수 있다.
애플(Apple)은 마이크 마쿨라(Mike Markkula)가 투자한 9만 1천 달러를 갖고 컴퓨터 시장에 뛰어 들었다.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파고드는 일에서 애플이 지니고 있었던 문제점은 단순하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 덕분에 해소되었다. 반면, 애플의 경쟁자들은 기억하기 어렵고 복잡한 이름을 갖고 있었다.
초기에, 다섯 개의 퍼스널 컴퓨터 회사가 출발선에 나란히 있었다. 애플 투(Apple 2), 코모도 펫(Commodore Pet), 임사이(IMSAI)8080, MITS 앨테어8800, 그리고 래디어 섀크(Radio Shack) TRS-80. 어느 이름이 가장 단순하고 기억하기 쉬운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4. 인식의 법칙- The Law of Perception
(마케팅은 제품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케팅은 제품간의 싸움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들은 장기적으로는 최고의 제품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마케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조사하고 ‘진상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선입관을 갖고 있다. 그들은 진실이 자기 편에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상황을 분석한다. 그런 다음, 자기가 최고의 제품을 갖고 있으며 최고의 제품이 결국 승리한다는 지식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마케팅이라는 경기장 안으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간다. 이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객관적인 실체란 없다.실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최고의 제품이란 것도 없다. 마케팅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것은 소비자나 잠재 고객의 마음속에 담겨 있는 인식이 전부이다. 인식만이 실체이다. 다른 모든 것은 환상일 뿐이다.
모든 진실은 상대적이다. 자신의 마음이냐 다른 사람의 마음이냐에 따라서 상대적인 것이다. 누군가 “나는 옳고 다른 사람이 틀렸다.”고 한다면, 실제로는 그가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불과하다. 사람들 대부분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인식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개개인이 절대 확신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인식은 언제나 이웃이나 친구들의 인식보다 더 정확하다. 진실과 인식은 마음속에서 융합해 그 둘 사이에는 아무 차이점도 없게 된다. 이 사실을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은 우주에서 혼자라는 끔찍한 현실을 이겨 내기 위해 자기 자신을 바깥 세계에 투영시킨다. 사람들은 책이나 영화, TV, 신문, 잡지 세계에서 ‘삶을 영위한다.’ 사람들은 클럽이나 조직, 기관에 ‘소속되어 있다.’ 이러한 외부 세계로의 표출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실체보다 훨씬 더 현실감이 있어 보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실체라는 것은 마음의 바깥에 있는 세계이고 개인은 지구만큼 큰 우주선을 타고 있는 작은 점 같은 존재라는 믿음에 굳게 매달려 있다. 실제로는 그 반대 이다. 당신이 확신할 수 있는 실체는 당신 자시의 인식 속에 들어 있는 내용뿐이다. 우주가 있다 해도 그것은 당신 마음 속 이나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존재할 뿐이다. 그것이 바로 마케팅 계획이 다루어야 하는 실체이다.
바깥 세상에는 물론 대양과 강, 도시, 마을, 나무와 집들이 있을 뿐이며, 우리 자신의 인식을 통하지 않고서는 이들을 알아볼 방법이 없다. 마케팅을 바로 그와 같은 인식을 다루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마케팅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실수는, 현실에 뿌리 박고 있는 제품과 전쟁을 치러야 하리라는 가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법칙들은 그와 정 반대의 시점에서 도출된 것들이다. 몇몇 마케팅 종사자들이 근본적인 마케팅 법칙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은, 제품이 마케팅 계획의 주인공이고 제품의 장점에 따라 승패가 결정 된다는 잘못된 전제 하에서 나온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채택한 당연하고도 논리적인 방법이 언제나 틀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인간의 기억 속에서 인식이 어떻게 형성 되는지 연구하고 그러한 인식에 마케팅 계획의 초점을 맞춘다면 근본적으로 부정확한 마케팅 본능을 극복할 수 있다. 우리들(제조업자, 유통업자, 소매상, 잠재 고객, 소비자) 개개인은 두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설혹 그곳에 객관적인 진실이 있다고 한들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누가 그것을 잴 수 있을까? 누가 그것을 우리에게 말해줄까? 설혹 그런 사람이 있다 해도, 그는 같은 장면을 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다른 사람일 뿐이다. 진리라는 것은 한 전문가의 인식에 불과하다. 그런데 누가 전문가일까? 그것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전문가라고 인식된 어떤 사람이다. 만일 진실이라는 것이 그처럼 환상과 같은 것이라면 마케팅에서 이른바 실상이라는 것에 대해 그렇게나 많은 논란이 빚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토록 많은 마케팅에 관한 의사결정이 사실상 비교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토록 많은 마케팅 종사자들이 진리는 자기들 편에 있고,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잘못된 인식은 바로 잡는 무기로 진리를 이용하는 것이 자신들의 책임이요 의무라고 여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마케팅 종사자들은 객관적인 현실을 믿기 때문에 실상에 초점을 맞춘다. 마케팅 종사자는 쉽사리 진리를 자기 편이라고 가정한다. 만약 당신이 마케팅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최고의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이 갖고 있는 것이 최고의 제품이라고 믿기 쉽다. 자신의 인식을 약간 수정하기만 하면 된다. 잠재 고객의 마음을 바꾼다는 것은 이와는 다른 문제이다. 소비자나 잠재 고객의 마음을 바꾸기란 무척 어렵다. 어떤 영역에 관해 약간의 경험만 있어도 소비자는 자신이 옳다고 단정한다. 마음 속에 들어있는 인식은 종종 보편적인 진리인 것처럼 해석된다.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란 거의 없다. 적어도 자기 마음 속에서 만큼은. 제품들이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면 좀 더 쉽게 제품에 대한 인식이 갖는 위력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자동차 시장의 판매고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제 수입 자동차 세 가지는 혼다(Honda)와 도요타(Toyota), 닛산(Nissan)이다.
대부분의 마케팅 종사자들은 이 세 브랜드간의 싸움이 품질과 외형, 마력수 및 가격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틀린 생각이다. 혼다나 도요타, 닛산이 고 할 때 사람들이 각각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어느 브랜드가 이길지가 결정된다.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인 것이다.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자들은 일본 국내에서 파는 것과 똑 같은 자동차를 미국에서 팔고 있다. 만약 마케팅이 제품간의 싸움이라고 가정한다면, 두 나라에서 판매순위가 똑같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실제로 자국 내에서도 미국에서와 같은 품질, 같은 외형, 같은 마력수, 거의 같은 가격으로 제품을 팔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혼다의 판매량은 1위 언저리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에서 혼다는 도요타와 닛산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도요타가 혼다보다 4배 이상으로 많은 자동차를 팔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혼다와 미국의 혼다 사이에 무슨 차이점이 있는가? 제품은 동일하지만,소비자의 기억 속에 들어 있는 인식이 다르다. 만일 당신이 뉴욕에 있는 친구들에게 혼다를 샀다고 하면, 그들은 아마도 “어떤 차종이지? 시빅(Civic)? 아코드(Accord)?아니면 프렐류드(Prelude)인가?”하고 물어볼 것이다. 그런데 당신이 도쿄에 있는 친구에게 혼다를 샀다고 하면, 그들은 “어떤 오토바이를 샀느냐? 고 물을 것이다.
일본 소비자의 기억 속에는 혼다가 오토바이 제조회사로 남아있기 때문에 많은 일본인들이 오토바이 회사에서 만든 자동차를 사고 싶어 하지 않는것이다. 그와 반대되는 경우는 어떨까? 만약 할리데이빗슨(Harley-Davidson)이 할리데이빗슨 자동차를 팔기 시작한다면 성공할까?
대부분이 성공 여부는 자동차에 달려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품질과 외형, 마력, 가격에 달려 있다고 말이다. 어쩌면 품질에 있어서 할리데이빗슨이 누리고 있는 명성이 성공에 한몫을 하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할리데이빗슨이 오토바이 제조 회사라는 인식이 자동차 판매에 장애가 될 것이다. 아무리 품질이 뛰어나다 하더라도(12.계열확장의 법칙 참조).
캠벨(Campbell’s)수프가 영국에서와 달리 미국에서 판매고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인츠(Heinz)수프가 영국에서는 1위인데 미국에서는 실패한 이유는?
마케팅은 제품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다. 마케팅은 그런 인식을 다루어가는 과정이다. 청량음료 업계에서 일하는 몇몇 경영자들은 마케팅이 맛의 싸움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다, 뉴 코크(New Coke)는 맛에 있어서 제일이다. (코카콜라 회사가 20만번에 이르는 맛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뉴 코크가 펩시콜라보다 맛이 좋고, 펩시는 종래의 제품이며 현재 코카콜라 클래식Coca-Cola Classic 이라 불리는 것보다 맛이 좋다는 사실이 증명 되었다. )
그런데 마케팅 싸움에서 이긴 건 누구일까? 조사 결과 최고의 맛이라는 뉴 코크는 판매고 3위에 머물고 있다. 조사에서 가장 맛이 나쁘다고 나타난 코카콜라 클래식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은 믿고 싶어하는 바를 믿는다. 맛보고 싶은 것을 맛본다. 청량 음료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지 맛의 싸움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2차적인 인식을 근거로 구매 결정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싸움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식을 활용하는 대신 실체에 대한 타인의 인식을 근거로 구매를 결정한다. 이것은 ‘누구나 다 아는’ 원칙이다.
일본인들이 미국인들보다 더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만든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인들이 더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만든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사람들은 구매 결정을 하는 것이다. 만약 물건을 사러 온 사람에게 그 제품에 대한 경험이 있느냐고 물으면 없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들 자신의 경험은 자신의 인식과 일치시키기 위해 왜곡되는 일이 많다. 만일 당신이 일제 자동차에 대한 불쾌한 경험이 있다 해도 일본인들이 더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만든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므로 당신은 그저 재수가 없었을 뿐이라고 여긴다. 바꿔 말해서, 미제 자동차에 대한 기분 좋은 경험이 있다고 해도 미제 자동차는 형편없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므로, 당신은 그저 재수가 좋았을 뿐이다.
모두가 아우디(Audi)자동차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 1986년 11월 23일 CBS는 <60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통제불능’ 이라는 방송을 내보낸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은 아우디 자동차가 “가속이 멋대로 붙는다”고 불평하는 소비자들의 고발 내용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덕분에 미국내에서 아우디의 판매량은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1986년 6만대에서 1991년에는 1만 2천대로 떨어졌다. 그런데 당신이 아우디를 타고 주행할 때 “가속이 멋대로 붙는다”는 등의 문제점들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 자동차를 시험해본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불평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그럼에도 그 때의 인식은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다.
최근에 아우디는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와 BMW에서 만든 동류의 자동차와 자사 자사 자동차를 비교한 광고를 내보냈다. 그 광고에 따르면, 독일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아우디가 메르세데스나 BMW 두 회사의 제품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당신은 그 말을 믿는가? 아마 믿지 않을 것이다. 그 평가는 사실일까?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는 일이다.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니다. 인식의 싸움이다.
5. 집중의 법칙-The Law of Focus(마케팅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개념은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한 단어를 심는 것이다.)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한 단어를 심을 방법만 찾을 수 있다면 그 회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한 단어일 필요가 없다. 새로 발명한 단어일 필요도 없다. 그저 간단한 단어, 사전에서 막 찾아낸 단어가 가장 좋다. 이것이 집중의 법칙이다. 단순한 한 단어나 개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기억으로 들어가는 길에 불을 지를 수 있다. 이것은 궁극적으로는 마케팅의 자기 희생이다.
페더럴 익스프레스는 자사의 상품 계열은 희생하고 오로지 야간에 화물을 배달한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결국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야간’이라는 단어를 심을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선도자의 법칙(즉,더 좋은 것보다는 최초가 낫다)을 통해 최초의 브랜드나 회사는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단어를 심게 된다. 그러나 선도자가 말하고자 하는 단어는 너무나 간단해서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이다. 선도자가 심는 단어는 영역을 대변한다. 예를 들면, IBM은 컴퓨터를 대변한다. 이것은 브랜드의 이름이 영역을 대변하는 일반 대명사가 된다는 사실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우리에겐 IBM이 필요해.”이 말이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의미라는 데 이의가 있겠는가?
낱말 연상을 시험해봄으로써 선도자 고유의 효력을 검증해볼 수 있다. 주어진 단어들이 컴퓨터, 복사기, 초콜릿 바, 콜라라고 할 때, 가장 쉽게 연상되는 단어들은 IBM, 제록스, 허시(Hershey’s), 코크이다. 빈틈 없는 선도자라면 자신의 지위를 굳히기 위해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갈 것이다. 하인츠는 케첩이라는 단어를 심었다. 그러나 하인츠는 계속해서 케첩의 가장 중요한 속성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
“서방 세계에서 가장 느린 케첩”이라는 슬로건은 이 화사가 농도라는 속성을 선점하려고 무척 노력했음을 보여준다. ‘느리다’라는 단어를 소유하게 됨에 따라 하인츠는 50퍼센트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선도자가 아니라면, 당신의 단어에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점은, 그 단어가 그 제품이 속하는 영역에서 유용한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경우 다른 어느 누구라도 그 일을 막을 수 없다. 승리를 안겨줄 단어를 찾기 위해 언어학의 천재가 될 필요는 없다.
프레고(Prego)는 스파게티 소스 시장을 선점한 라구(Ragu)에 대항해 싸울 때 하인츠에서 차용한 아이디어를 사용함으로써 27퍼센트의 시장을 차지했다. 프레고가 심은 단어는 ‘더 걸쭉한’ 이었다. 가장 효과적인 단어는 단순하고 이득 지향적인 것이다. 제품의 구조가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시장에서의 요구가 아무리 복합적이라도, 두 가지 이상의 단어나 이득보다는 한 단어나 한 가지 이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럼으로써 후광 효과(halo effect)까지 기대할 수 있다. 당신이 한 가지 이득에 대해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면, 잠재 고객은 당신의 제품이 다른 이득들도 갖고 있다고 여기게 된다. ‘더 걸쭉한’ 스파게티 소스는 품질과 자양분, 값어치 따위의 의미를 함축해서 연상시킨다. ‘보다 안전한’ 자동차는 더 나은 디자인과 기술을 연상하게 된다. 정교하게 짜여진 계획의 결과이든 아니든 간에, 커다란 성공을 거둔 회사(또는 브랜드)의 대부분은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단어를 심은’ 회사들이다. (폴크스바겐 Volkswagen의 ‘만족스런 승차감’ 같은 단어처럼 심어둘 값어치가 없는 것도 있다.) 그 몇 가지 예는 다음과 같다.
크레스트(Crest) - 충치
메르세데스 - 기술
BMW – 주행
볼보(Volvo) – 안전
도미노(Domino’s)피자 – 가정 배달
펩시 콜라 – 젊음
노르트스트롬(Nordstrom) – 서비스
얼마든지 다른 단어들을 동원할 수 있다. 이득에 관련된 것(충치 예방), 서비스에 관련된 것(가정 배달), 애호가들에 관련된 것(더 젊은 사람들), 또는 판매에 관련된 것(선호 브랜드)들을 들 수 있다.
지금껏 우리는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단어를 심어놓으라고 귀찮을 만큼 강조해왔지만, 영원토록 기억되는 것은 없다. 단어를 바꿔야 하는 시기가 닥치게 마련이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로터스 개발회사(Loutus Development Corporation)가 겪은 최근의 경험이 그 문제의 본질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로터스는 스프레드시트(spreadsheet)라는 단어를 지난 수년 동안 심어주었다. 로터스는 1-2-3 및 스프레드시트와 동의어처럼 알려졌다. 그러나 스프레드시트의 영역에서도 점차 경쟁이 심해짐으로써 성장 잠재력에는 한계가 보였다. 로터스도 다른 회사들처럼 성장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회사가 단일 제품만을 파는 사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 채택된 해결책은 IBM 이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처럼 전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로터스는 워드 프로세서용 소프트 웨어를 만드는 아미 프로(Ami pro)를 사들이고 몇 가지 새로운 소프트웨어 제품들을 소개하는 식으로 전통적인 계열 확장 작업을 실행했다. 그런 다음 온 힘을 모아, 네트워크 퍼스널 컴퓨터용 소프트웨어 제품들에 대해 ‘그룹 웨어(groupwhare)’ 라고 불리는 새로운 개념을 집중적으로 주입 시키려고 노력했다. 로터스는 성공적인 그룹웨어 제품을 개발한 최초의 소프트웨어 회사였다. 만사가 제대로 된다면, 로터스는 잠재고객의 기억 속에 두 번째 단어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와는 달리 로터스는 현재 통일된 초점을 갖고 있다. 하루 사이에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테지만, 장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할 수도 있으리라. ‘야간’이라는 단어가 볼보 에게 안겨준 것과 동일한 효과를, ‘그룹웨어’라는 단어가 로터스 개발 회사에 안겨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쓰고 있는 단어를 차지할 수는 없다. 로터스의 전략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은 다른 어느 회사에도 ‘그룸 웨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산업계에서는 네트워크 컴퓨터를 설치하려는 대대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기업체가 갖고 있던 컴퓨터의 반 이상이 네트워크화 되고 있다. 심지어는 <네트워크 컴퓨팅Network Computing>이라는 이름의 새 잡지마저 나오고 있다. )
많은 회사들이 한 단어나 개념(종종 ‘기업의 비전’이라고 불리는)을 심어줌으로써 얻는 이득을 잘 알고 있음에도, 그 단어를 최초로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마케팅에서 경계해야 할 일은 자기의 단어를 버리고 다른 사람들이 심어둔 단어를 찾아 나서는 일이다. ‘비디오 게임’이라는 단어를 심었던 아타리(Atari)가 그 보기이다. 이 사업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하자 1982년 아타리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타리’가 ‘컴퓨터’를 의미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아타리의 최고 경영자인 제임스 모건(James Morgan)은 다음과 같이 공언했다.
“아타리가 지니고 있는 강점이 약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아타리는 비디오 게임이라는 단어와 동의어처럼 되어 있다. 아타리는 그 이미지를 바꾸고 사업 영역을 전자 분야의 소비재 상품까지 넓혀야 한다.”
모건의 전략에는 몹시 불행한 일이지만, 애플과 IBM을 포함한 다른 많은 회사들이 이미 그가 그가 추구하려 하는 단어를 심어놓는 상태였다. 아타리의 다양화 전략은 참패를 맛보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어처구니 없는 일은 1986년에 다른 회사가 시장에 나타나 아타리가 버리고 간 개념을 차지해버렸다는 사실이다. 그 회사는 닌텐도(Nintendo)로서, 오늘날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시장의 75퍼센트를 차지하고있다. 지금 아타리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마케팅의 요체는 초점을 좁히는 것이다. 활동 범위를 줄임으로써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만사를 뒤쫓다가는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어떤 회사들은 초점을 좁혀야 한다는 당위성을 받아들이면서 이 전략을 자멸적인 방향으로 수립하려고 애쓴다.
“위는 시장에서 품질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다. 우리는 가격만 강조하는 쪽에는 끼지 않을 것 이다.”
문제는, 실제로 메르세데츠벤츠나 BMW처럼 고가의 제품만 팔지 않을 경우에는 아무리 그렇게 말한다 해도 소비자들은 사업을 그 분야로 제한했다고 믿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너럴 모터즈는 모든 가격 수준에서 좋은 제품을 팔려고 노력했다. “길 위의 최고의 제품을”이라는 것이 그들이 최근에 내세우고 있는 최근의 슬로건이다. GM의 모든 제품에는 ‘우수딱지’가 붙어있다. 포드(Ford)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똑 같은 일을 했다. “품질은 첫째 책무”라고 포드의 광고는 선전하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아코카(Lee Iacocca)회장은 이렇게 공언했다.
“ 우리는 최대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최고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아코카가 최대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한 말을 정말로 믿을 사람이 있을까?) 이것이 대기업 내부에 존재하는 거대한 걸림돌이다. 위대함에 이르는 길인 총체적 품질 관리. 이것이 판매인 모임에서 엄청난 흥분을 자아내어 트럼펫을 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흥겹게 춤추도록 만든다.
그러나 기업의 바깥에서는 그런 선전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느 회사가 스스로 자기네는 ‘질이 떨어지는’ 회사라고 공언할까? 그런 회사는 없다. 모두들 품질을 들먹거린다. 그 결과, 아무도 품질에 대해 떠들지 않고 잇는 셈이다. 대림적인 의견이 제시되지 않는 품질이나 아이디어에 초점을 좁힐 수는 없다. (잠재적 후보야 많지만) 어느 누구도 자발적으로 당신과 대립적인 입장에 서지 않는다면, 당신은 스스로를 정직한 정치인으로 내세울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스스로를 재계 또는 노동자편의 후보로 내세울 경우 당신은 즉각 인정 받을 수 있다. 그것은 그와 대립되는 편을 지지하는 측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초점을 맞출 단어를 찾을 때에는 변호사의 힘을 빌지 않을 각오를 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당신이 발표하는 것은 무엇이든 상표등록을 하고 싶어한다. 여기서 당신이 쓰게 될 책략은 남들이 당신의 단어를 사용하도록 하는데 있다. (선도자가 되려면 추종자가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로터스의 경우, 다른 회사가 그룹웨어 사업에 뛰어들면 들수록 도움을 박데 되리라. 그럼으로써 그 영역은 더욱 중요성을 띠게 되고 사람들은 로터스의 선도적 지위에 보다 강한 인상을 받게 될 것이다. 일단 자신의 단어를 갖게 되면 시장에서 그 단어를 지킬 방도를 찾아야 한다. BMW의 사례가 이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BMW는 여러 해 동안 최고의 ‘주행’ 기계로 군림했다. 그럼 다음 BMW는 제품 계열을 넓혀 700시리즈의 대형 승용차로 메르세벤츠를 추격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어떻게 바퀴 달린 거실이면서 동시에 최고의 주행 기계일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노면을 느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행 광고에 나오는 모든 설치물들을 짓이겨버릴 수 있어야 할 텐데 말이다. 결국 BMW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새로이 소형 BMW를 선보이면서 다시금 ’주행’을 강조하고 있다. 그 회사는 다시 초점을 되찾은 것이다. 집중의 법칙은 팔고 있는 것이면 그것이 무엇이든, 아니 심지어는 가치가 없다고 설득하고 싶은 물건에까지 적용된다. 마약이 그 예이다. TV나 잡지를 통해 떠들고 있는 마약 퇴치 운동은 애석하게도 초점이 없는 것이다. 반 마약 광고는 전 세계에서 하고 있는데도.
반 마약 운동가들(결국 전문가가 아닌가)은 낙태법을 두고 싸우는 아마추어들의 선례를 따를 수 도 있으리라. 낙태법의 찬반 양측은 단순하면서도 설득력있는 단어, 즉 ‘생명 존중’과 ‘선택 존중’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마약 운동가들도 그들과 똑같이 간단하고도 설득력 있는 단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 운동이 할 일은 마약을 오늘날의 담배처럼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를 제대로 나타내는 단어로는 가장 듣기 싫어하는 단어의 하나인 ‘패자(敗者)’가 있다. 마약의 사용은 온갖 종류의 손실(직업, 가정, 자존심, 자유, 생명)의 원인이기 때문에, “마약은 패자의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프로그램은, 특히 마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강력한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 법칙인 집중의 법칙이 사회적으로 가장 큰 문제들 가운데 하나인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6. 독점의 법칙 -The Law of Exclusivity(두 회사가 같은 단어를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심을 수는 없다.)
경쟁자가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단어를 심어놓았는데도 그 단어를 똑같이 심겠다고 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앞에서 언급했듯이, 볼보는 '안전'이라는 단어를 심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제너럴 모터즈를 포함한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안전을 강조하는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볼보를 제외한 어느 회사도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안전에 관한 메세지를 심어주지 못했다. 아타리의 사례는, 거점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경쟁자를 상대로 해서 홈 컴퓨터라는 지위를 얻으려고 시도한 것이 헛일 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타리는 컴퓨터 게임을 창조한 회사라는 인식을 받고 있는 이점을 활용하여 '게임 컴퓨터'라는 변형된 단어를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끝난 일이다. 홈 컴퓨터의 지위는 애플과 코모도, 그 밖의 다른 회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참패의 사례가 수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사들이 독점의 법칙을 계속해서 어기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이 일단 정해지고 나면 그것을 바꿀 도리가 없다. 오히려, 종종 그 개념을 더욱 중요한 것으로 만들어 줌으로써 경쟁자의 힘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줄 뿐이다. 페더럴 익스프레스는 '야간'이라는 단어를 버리고 DHL이 쓰고있는 '범세계적(worldwide)'이라는 단어를 차지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 있다. 과거에는 페더럴 익스프레스의 봉투에 '야간 우편(Overnight,Letter)'이라는 문장(紋章)이 화려하게 찍혀 있었다. 오늘날에는 그 대신 '페덱스 우편(FedEx Letter)'이라고 찍혀 있다. 그리고 광고에서도 이제는 더 이상 "야간에 꼭 틀림없이 닿아야 할 때"라는 말을 들을 수 없다. 최근 페더럴 익스프레스의 광고에 등장하고 있는 것은 '범세계적'이라는 단어이다. 이 사실은 극히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페더럴 익스프레스가 '범세계적'이라는 단어를 심을 수 있을까? 십중팔구 그러지 못하리라. 누군가가 이미 그 단어를 심어놓았다.
DHL월드와이드 익스프레스(Worldwide Express).그 단어가 갖는 개념은 "세계의 더 많은 곳으로, 더 빠르게" 이다. 페더럴 익스프레스가 성공하려면 DHL에 대적하여 초점을 좁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같은 단어를 심으려고 노력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남이 심어둔 단어를 겨냥하여 대대적인 마케팅 노력을 쏟아 부은 또 하나의 사례는 토끼들이 노는 세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듀라셀(Duracell)로부터 '오래 지속하는'이라는 개념을 빼앗으려 하는 에너자이저(Energizer)의 분홍색 토끼가 그것이다.에버레디(Eveready)의 에너자이저가 아무리 많은 토끼들을 이 싸움터에 내보낸다 해도 듀라셀은 '오래 지속하는' 이라는 말을 고수할 수 있을 것이다. 듀라셀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맨 처음 들어가서 그 개념을 선점했던 것이다. 심지어'듀라'라는 말에서도 그런 개념을 전달 받을 수 있다. 종종 마케팅 종사자들을 지뢰가 매설된 내리막길로 이끌어가는 것은 시장 조사라고 불리는 요물이다. 많은 사람들을 조사원으로 고용해서 표본 집단을 선정하여 조사를 실시하고 설문 내용을 요약한다. 그 결과, 제품이나 서비스로부터 사용자가 얻고 싶어하는 속성을 나열한 3파운드나 되는 묵직한 조사 보고서가 돌아온다. 만약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그것이라면, 우리가 그들에게 주어야 할 것도 바로 그것이어야 하리라. 배터리를 사용함에 있어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가장 곤란한 때 배터리가 나가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배터리의 속성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물론 오랜 지속성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오랜 지속성이라면, 우리는 그 점을 광고해야만 하리라. 맞는가? 틀렸다. 여기서 조사원들이 말해주지 않은 것은 이미 다른 회사가 그 아이디어를 심어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오히려 의뢰인으로 하여금 대대적인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여 집행하라고 부추긴다. 그들의 이론은, 만약 충분한 돈을 투입하면 당신이 그 아이디어를 심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맞는 말인가? 틀렸다. 몇 년 전, 버거 킹(Burger King)이 이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내려가기 시작해서 아직도 완전히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시장조사결과 패스트푸드의 가장 인기 있는 속성은 '신속'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그래서 버거 킹은 실패한 장사꾼들 대부분이 했던 것과 같은 짓을 했다. 회사는 광고 대행사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만약 세상이 빠른 것을 원하면 우리가 빠르다는 사실을 광고해야 한다." 버거 킹이 시장 조사에서 간과해버린 사실은 맥도널드(McDonald's)가 이미 미국 내에서는 가장 신속한 햄버거 체인점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신속'은 맥도널드 소유였다. 이런 형편에도 기가 꺾이지 않은 버거 킹은 "빠른 시대에 최고의 음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 계획은 이내 '허브(herd)'를 넣었던 것과 거의 비슷하게 재난으로 끝났다. 광고 대행사는 해약되고 경영진은 쫓겨나고 회사는 팔렸지만, 내리막길로 미끄러져가는 힘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독점의 법칙을 위반한 대가를 치렀다.
7.사다리의 법칙 -The law of the ladder
(기억 사다리의 어느 가로대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채용해야 할 전략이 달라진다)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먼저 들어가는 것이 마케팅의 첫번째 목표가 되어야 하지만, 이런 시도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싸움에서 진 것은 아니다. 제2, 제3의 브랜드에 유용한 전략들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제품이 동일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는 일종의 분류 체계가 있어서 의사 결정을 할 때 이용된다. 기억 속에는 각 영역 별로 제품 사다리가 있고, 그 각각의 가로대에 브랜드 이름이 들어 있다. 자동차 대여 영역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기억 속에 허츠가 맨 먼저 들어와 맨 위에 가로대를 차지했다. 아비스(Avis)가 둘째 칸이고 내셔널(National)이 셋째 가로대에 있다. 당신의 전략은 당신이 얼마나 빨리 기억 속에 들어갔고, 그 결과 사다리의 어느 가로대를 차지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더 높을수록 더 좋음은 물론이다. 한가지 보기로 아비스를 살펴보자. 여러 해 동안 아비스는 자사의 대여 서비스가 질적으로 우수하다는 사실을 광고했다. 그 캠페인의 문구 중에는 "렌터카 사업에서 가장 훌륭하다" 는 말도 들어 있었다. 많은 독자들이 그 광고에 의아해 했다. 사다리의 맨 위 가로대를 차지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가장 훌륭한 렌터카 서비스를 한다는 걸까? 얼마 후 아비스는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을 했다. 즉, 기억 사다리에서 자기들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고백한 것이다. "아비스는 렌터카 사업에서 2위이다. 그런데 우리 회사를 이용할 이유는? 그것은 우리가 그만큼 더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다." 아비스는 13년 동안 내리 손실을 보았다. 그러다가2위라는 사실을 자인 했을 때 회사는 이익을, 그것도 상당히 큰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그 직후 회사가 ITT에 팔렸는데, ITT는 즉각 광고의 주제를 "아비스는 곧 1위가 될 것입니다" 바꾸었다. 아냐, 그렇지 않아. 잠재 고객들은 생각했다. 그들은 사다리의 맨 꼭대기 칸에 있지 않다구. 그리고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많은 사람들이 수화기를 들고 허츠로 전화를 해댔다. 캠페인은 참패로 돌아갔다. 많은 마케팅 종사자들이 아비스의 사례를 잘못 해석했다. 그들은 아비스가 더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요컨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성공했으리라고 여겼다. 그러나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비스는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허츠의 지위와 자사의 지위를 비교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면, 해럴드 스타센 Harold Stassen은 사장직에 연임되었을 것이다.) 많은 마케팅 종사자들이 아비스가 저질렀던 것과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최근에, 롱 아일랜드의 가든 시에 있는 에덜피(Adelphi)대학이 스스로를 하버드와 비교 평가하여 자기네가 더 낫다고 말했다. 가만, 애덜피는 내 기억의 사다리에서 없는데, 하고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은 생각했다. 예상할 수 있듯이, 애덜피 대학은 상위권 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기억은 선택적이다. 잠재 고객들은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고 어떤 정보는 거부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사다리를 이용한다. 대체적으로 기억은 그 영역내의 제품 사다리와 모순되지 않는 새로운 자료만 받아들인다. 그 밖의 다른 것들은 무시해버린다. 크라이슬러가 자사의 자동차를 혼다와 비교했을 때, 프렐류드와 아코드를 플리머스(Plymouths)와 닷지(Dodges)로 바꾼 사람은 거의 없었다. 크라이슬러 광고의 헤드라인은 다음과 같았다.
"중고 닷지 스피릿Spirit과 신형 혼다 아코드를 비교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처럼 들린다. 그 결과를 알게 될 때까지는." 그 광고에 따르면, 7만 마일을 주행한 닷지 스피릿과 신형 혼다 아코드를 비교하기 위해 100명에게 설문 조사를 했더니, 과반수(100명 가운데 58명)가 중고 닷지를 선호했다는 것이다. 정말 말도 안되는 얘기다. (하지만 반드시 거짓이라고까지 말할 것은 없다.)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당신 제품의 사다리는 어떠한가? 당신이 관계하고 있는 제품에는 사다리 가로대가 몇 개나 있는가? 그것은 그 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으냐 낮으냐에 달려있다. 일용품(담배, 콜라, 맥주, 치약, 시리얼)들은 관심도가 높아 사다리에 가로대가 많은 제품들이다.자주 구매하지 않은 제품(가구, 잔디깎기,짐 가방)들은 대개 사다리 가로대가 적다. 구매에 있어서 개인적인 자부심이 많이 작용하는 제품(자동차, 시계, 카메라)들 역시 비록 자주 구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다리에 가로대가 많은, 관심도가 높은 제품이다. 자주 구매하지 않고 불쾌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제품들은 대개 아주 적은 가로대를 갖고 있다. 자동차용 배터리,타이어,생명 보험이 세가지 예이다. 즐거움은 거의 없고 평생동안 한차례밖에 구매하지 않는 제품은 아예 평생동안 한차례밖에 구매하지않는 제품은 아예 사다리 가로대가 없다. 베이츠빌(Batesville)관(棺)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브랜드는 거의 50퍼센트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지만 아마 그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으리라. 시장 점유율과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있는 사다리에서 차지하고 있는 당신의 위치 사이에는 상관 관계가 있다. 당신은 당신보다 아래에 있는 브랜드의 두 배, 당신보다 위에 있는 브랜드의 반쯤 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 십상이다. 예를 들면, 아큐라는 맨 처음 선보인 일제 고급 승용차였다. 렉서스(Lexus)는 두번째, 인피니티(Infiniti)는 세 번째였다. 미국 내에서 아큐라는 143,708대, 렉서스는 71,206대, 그리고 인피니티는 34,890대가 팔렸다. 세 브랜드의 관계는 수학적으로 정확히 4-2-1의 비율을 나타낸다. (아큐라-렉서스-인피니티이 싸움은 신형 차인데다 소비 대중이나 언론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초기 단계에 있다. 장기적으로 그 제품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면 다른 현상이 일어난다.[다음 장. 이원성의 법칙 참조]) 마케팅 종사자는 흔히 어느 영역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세 가지 브랜드"라는 말을 마치 동등한 제품들 사이의 싸움인 듯이 말한다. 사실상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선도자는 확실하게 제2위의 브랜드를 압도하고, 제 2위는 제 3위의 브랜드를 반드시 억누른다. 유아식품 분야의 거버(Gerber), 비치넛(Beech-Nut), 하인츠가 그렇다. 맥주에서는 버드와이저(Budweiser), 밀러, 쿠어스(Coors)이다. 장거리 전화에 서비스업에서의 예는 AT&T와 MIC, 스프린트(Sprint)이다. 사다리에서 가로대의 최대수는 얼마인가?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는 '7의 규칙' 이라도 있는 것 같다. 어느 사람에게 영역을 지적해서, 그 영역 내에서 기억하고 있는 브랜드의 이름을 모두 말하라고 해보라. 7개 이상의 이름을 말하는 사람의 숫자는 극히 드물 것이다. 그것은 관심도가 높은 영역에도 해당된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인 조지 A. 밀러(George A. Miller)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평균적인 인간의 기억력은 동시에 7단위 이상을 다룰 수 없다. 바로 그것이 기억해야 할 명단의 가장 보편적인 숫자가 일곱인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일곱 자리 숫자로 된 전화번호, 세계 7대 불가사의, 일곱장으로 하는 스터드 포커,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암의 위험을 알려주는 일곱가지 징후. 가끔 사다리나 영역이 너무 적은 경우도 있다. 작은 연못에서 사는 큰 고기가 되기보다는 커다란 연못에서 사는 작은 고기가 되는 쪽이 나으리라. 달리 말하자면, 때로는 작은 사다리에서 첫째가 되는 것보다는 커다란 사다리에서 제3위를 차지하는 것이 더 낫다는 뜻이다. 레몬라임 소다 사다리의 맨 첫째 가로대는 세븐 업(7-Up)이 차지했다. (두 번째 가로대는 스프라이트Sprite가 차지했다.) 그러나 청량 음료 분야에서, 레몬라임 사다리보다는 콜라 사다리가 훨씬 크다. (미국 내 에서 소비되는 청량 음료의 3분의 2가량이 콜라 계열 음료이다.) 그래서 세븐 업은 "콜라가 아니다(Un-Cola)"라는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콜라 사다리를 기어올랐다. 홍차와 커피의 관계처럼, 세븐 업이 콜라 계열 음료의 대체품이 된 것이다. 그리고 세븐 업의 판매고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팔리는 청량음료의 브랜드라는 지위까지 올라갔다. 불행스럽게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세븐 업은 앞으로 살펴보게 될 법칙들 가운데 하나(12. 계열 확장의 법칙 참조)를 위반함으로써 제 3위의 자리마저 잃었다. 사다리는 마케팅에 있어서 결정적인 문제들을 다룰 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힘을 지닌 유추 수단이다. 마케팅 계획을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해보라. 우리는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있는 사다리에서 어느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맨 꼭대기 가로대인가? 두 번째 가로대? 아니 어쩌면 아예 사다리에 오르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 다음, 당신의 계획이 사다리에서 차지하고 있는 당신의 지위를 현실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라.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방법에 관해서는 뒤에 가서 좀 더 다루겠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