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봉고원 곡중분수계(谷中分水界)
이처럼 분수계가 능선에 있지 않고, 계곡이나 분지 바닥에 나타나는 것을 곡중분수계라 한다.
따라서 백두대간 종주자들은 이 아스팔트 길 위를 지나야 한다.
도로 왼편으로 흐르는 물은 섬진강으로, 도로 오른편 물은 낙동강으로 합류한다.
* 곡중분수계 : 골짜기 안의 일부가 분수령을 이루고 있는 곳
▽ 아래 앵글 속 지리학 상,하권은 부산대학교 지리교육과 손일 교수가 지은 책이다.
도서관에 앵글 속 지리학 책을 발견하고, 내용이 좋아, 서점에서 상, 하권을 구입했다.
백두대간을 할 때 고기리 지역에서 이 사진을 찍어야지 하고 마음 먹었는데, 건물관리인이 허락해줘..7층 높이의 물탱크에서 사진을 찍었다.
(손일 교수님 약력)
-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박사
- 영국사우스햄튼대학교 지리학과 박사학위
- 경상대학교 지리교육학과 교수, 부산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 학문적 관심분야 : 산지지형학
▼ 만복대
▼ 정령치
▼ 늦가을 낙엽을 밟으며
▼ 가을 국화의 서정
▼ 노치마을 전경
가운데 제일 높은 봉우리가 만복대
1. 산행일자 ; 2019. 11. 4(월)
- 산행거리 : 21.3km(오룩스gpx)
- 산행시간 : 9시간 5분(08:52-17:57)
2. 산행지 : 땅통종주 제30구간(성삼재-만복대-여원재)
- 산행코스 : 성삼재-남고리봉-묘봉치-만복대(1,433m)-정령치-북고리봉-고기리-노치샘-수정봉-입망치-700봉-여원재
3. 누구랑 : 홀로
4. 산행후기
서정적인 섬진강가 안개
독에 물이 차야 넘치 듯, 글도 머리속에서 넘칠 때 써진다고 한다. 나는 백두대간를 두 번 완주했다. 그러다 보니 백두대간을 또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도 들었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쓰면서 200번의 수정을 거쳤다고 한다. 대가들도 그렇게 노력한다. 따라서 깊이 알수록 더 좋은 글이 나온다는 긍정 마인드로 임하고 싶다.
11월 4일, 광주버스터미널에서 6시 35분 구례행 버스를 탄다. 버스에서 한 숨 자고 나니 곡성에 도착했다. 맨 앞좌석이 비어 있어 자리를 옮긴다. 버스는 섬진강가를 달리고 있다. 길 오른편엔 빨간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서정적인 섬진강 안개가 운치를 더해 준다. 구례터미널에 도착하여 8시에 출발하는 성삼재행 버스를 아슬아슬하게 탔다. 8시 40분에 산행이 시작된다. 단풍이 떨어진 만추의 가을 길을 걷는다. 그러나 운무가 끼어 조망은 거의 없다. 남고리봉, 묘봉치, 만복대를 거쳐 정령치에서 점심을 먹는다. 오늘은 산을 천천히 타서인지 배가 많이 고프다. 매점에서 큰 사발면을 사서 도시락을 몰아 맛나게 먹는다. 역시 시장이 반찬이다.
운봉고원 곡중분수계
북고리봉을 올라 고기리로 내려선다. 길가에 아직 떨어지지 않은 잎사귀가 처연히 매달려 있다. 고기리에서 미리 출력한 "우수사진 복사지"를 꺼내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여주인 양해를 구해 선유산장 2층 옥상에 가 보았으나 사진 촬영지가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5-6층 되는 건물이 보인다. 그 건물에 찾아가 젊은 건물관리책임자를 만나 "부산대 손일교수님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옥상까지 올라와 안내해 준다. 지면이나마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옥상 물탱크에서 찍은 사진은 '운봉고원 곡중분수계'이다. 백두대간을 하면서 세 번이나 이 고기리 들판 길을 걸었다. 왜 백두대간 길이 도로를 지날까 궁금했는데, 이제사 그 의문을 이론적으로 안 것 같아 기쁘다. 도로를 따라 왼편은 섬진강으로, 오른편은 낙동강으로 물이 흐르는데, 물들이 서로 최상류구간 쟁탈전을 벌인다, 따라서 도로를 경계로 농경지 바닥의 고도는 왼편이 오른편에 비해 10m가량 더 낮다. 도로로 된 부분이 옛적에는 야산이었을 것 같아 인터넷에서 운봉읍 흑백 옛사진을 뒤졌으나 찾지는 못했다.
인간은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 않는다.
덕치마을, 덕운봉, 수정봉, 입망치, 갓바위봉을 지나 어둑어둑한 17시 57분에 남원 여원재에 하산했다. 정류장의 남원가는 버스가 18시 40분에 있다. 하산할 때까지 듣던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계속 듣는다. 성우의 구성진 목소리가 감미롭고, 고기를 지키기 위해 상어와 싸우는 내용이 처절하다. 라디오을 들으니 시간이 훌딱 지나간다. "노인과 바다"는 어렸을때도, 작년 6월에도 읽었던 책이다. 오늘 다시 들어보니 노인과 고기와의 사투가 노인의 인생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헤밍웨이는 단문을 많이 사용하여 글들이 쉽게 읽혀진다. 헤밍웨이의 "인간은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울림'으로 다가선다.
여원재에서 남원터미널까지 시내버스요금은 950원이다. 터미널 인근에서 남원의 명물 '추어탕'과 생막걸리로 저녁을 먹고, 집에 도착해 보니 저녁 10시가 넘었다. 다음구간은 11월 중 1박 2일로 복성이재에서 민박하여 육십령까지 갈 계획이다.
▽ 손일교수님이 고기리 웰빙촌 건물 옥상 물탱크에서 촬영한 사진
※ 백두대간을 하는 사람은 왜 고기리 벌판을 걷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 의문을 풀어줄 수 있는 내용이어서 손일교수님의 글을 옮겨 본다.
운봉고원 곡중분수계 (2011.9 / PENTAX6450) / 손일 교수
여원재를 넘는 24번 국도가 아니더라도 구룡천을 따라 나 있는 60번 지방도로로 남원에서 운봉고원을 오를 수 있다. 운봉고원 초입에 있는 고기삼거리에서 운봉읍 소재지 쪽으로 방향을 잡자마자 오른편에 정령치 웰빙촌이라는 곳이 나온다. 사진은 이 건물 옥상 물탱크 위에서 촬영한 것이다. 도로 양쪽의 고도 차이를 나타낼 수 있고, 도로를 따라 정면의 원평마을과 그 위 수정봉805m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담을 수 있는 유일한 조망점이었다. 사진 전면의 평탄한 농경지는 운봉고원 최상류지역으로, 운봉고원은 사진 오른쪽 좁은 목을 지나 저 멀리 평지 끝까지 계속 이어진다.
도로 왼편은 섬진강 최상류 지류인 구룡천 유역으로, 구룡천이 두부침식*으로 분수계를 넘으면서 과거 낙동강 최상류 구간을 쟁탈한 곳이다. 한편 도로 오른편은 여전히 낙동강 유역이다. 구룡천은 급경사의 사면을 따라 활발하게 두부침식을 하면서 분수계를 넘고 하천 쟁탈을 하였기에, 원만하게 이어지는 낙동강 최상류 구간보다는 침식력이 탁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도로를 경계로 농경지 바닥의 고도는 왼편이 오른편에 비해 10m가량 더 낮다.
이처럼 분수계가 능선에 있지 않고, 계곡이나 분지 바닥에 나타나는 것을 곡중분수계라 한다. 따라서 백두대간 종주자들은 이 아스팔트 길 위를 지나야 한다.
☆ 도로로 된 부분이 예전에는 야산이었을 것 같아..카프리 오래된 운봉벌판 흑백 사진을 인터넷에서 뒤져 찾아 보았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 두부침식(頭部侵蝕) : 하천의 침식형태의 하나로 하천이 상류쪽으로 침식하여 그 길이를 증가해 가는 현상을 말한다.
21.3km를 걸었다.
고도표
산행지도
광주버스터미널에서 06:35 구례행 버스를 타고
성삼재행 버스
08:00에 구례출발..아슬아슬하게 탐
성이 다른 3명의 장군을 배치해서 성삼재
높은 봉우리가 남고리봉
만복대 초입지
당동고개 갈림길
남고리봉 1,248m
종석대가 보인다. 종석대 오른편을 뻗은 능선은 간미능선
묘봉치
가을은 남자의 계절..
만복대를 향해
만복대
오른편 바위 우측으로 뻗은 능선은 견두지맥
정령치
라면에 도시락을 몰아 먹고..시장이 반찬이라고 천천히 산을 탔더니 엄청 밥맛이 좋았고.
2층에서 식사..눈올때 편안히 식사할 수 있는 곳
정령치는 정씨 성을 가진 장군으로 하여금 성을 쌓고 지켰다는데서 이름이 유래
정령치 오르는 도로
암봉에서 찍은 정령치와 만복대
사진 찍은 암봉에 있던 비문
북고리봉
바래봉 방향...
늦가을..인적없는 길을 홀로 걷습니다.
숲에서 풍경오는 가을냄새가 좋습니다.
고기리 도착
고촌마을
운봉고원 곡중분수계를 찍기 위해...여기저기 찍을 장소를 살펴보다가
여주인의 양해를 구하고 선유산장 2층 옥상을 올라갔으나 복사지의 장소가 아니어서
대충 한 장 찍고 내려옴
저기 높은 건물이 웰빙촌 물탱크 같음.
선유산장에서 나오는 중
건물 관리인에게 부산대 손일교수님이 찍은 사진 복사지를 보여주니
젊으신 관리책임자가 선선히 안내해 주심.
나보다 몽탱크 사다리 탈 수 있냐고 물어서...걱정 마시라고 함
물탱크에서 찍은 운봉고원 곡중분수계
철탑에 머리를 부딪치는 것을 조심하며..가장 가장자리에서 찍음.
관리인이 내가 구도 잡은 것을 복사지를 보며 조언해 줌
사진 찍고 내려가는 중
한 건한 기분이었음.
저 꼭대기에서 찍음...약 7층 높이
백한번째 촛불 명상센터라고 써 있음.
옥상물탱크
60번 도로
왼쪽 끝이 바래봉
덕치리 방향으로
제일 왼쪽이 덕운봉...제일 오른쪽이 수정봉
직진
대봉감이 익어가고 있고
250년 보호수
보호수에서 바라본 노치마을
갈대 노자를 사용하여 한자식 표기인 노치리가 되었다고 함
덕운봉
수정봉(805m)은 산중턱에 수정이 생산되던 암벽이 있어 붙여진 이름
해가 빨갛에 저물어 갑니다.
되돌아본 수정봉
다음구간 고남산
장동마을 정류소
17:57분에 하산해서 18:40 버스를 탐.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라디오에서 재밌게 들음.
버스요금은 950원으로 저렴
여원재
남원터미널 인근에서 추어탕과 남원 생막걸리로 하루를 마무리
20:00 버스를 타고 광주 집에 도착하니 저녁 10시가 넘었음.
산행 참고 자료
마지막으로 남원을 정리해 본다.
남원은 전라도에서 전주, 나주와 함께 역사 깊은 도시였다.
↓
남원의 역사
- 삼국시대 : 백제 교룡군, 통일신라 : 9주 5소경의 남원경
- 고려 : 5도 양계이 전라도, 조선태종 : 남원도호부로써 1군 9현 관할
- 1895년(26부제 때 남원부 전주부 나주부), 1896년(13도 전라북도), 1995년(남원시와 남원군이 통합)
1. 9주 5소경(통일신라) : 남원경의 큰 고을.
https://namu.wiki/w/9%EC%A3%BC%205%EC%86%8C%EA%B2%BD
2. 5도 양계 (고려시대)
고려 8대 왕 현종 때 만들어진 고려의 행정체제입니다. 국사 교과서에서 고려의 지방 행정체제로 보통 이것만 배우죠. 5도는 행정적으로 안찰사를 파견하였고, 양계는 국경선 부근에 북계와 동계를 설치하여 병마사를 파견하였습니다. 양계는 군사적 성격이 강했죠. 국사공부 많이 하신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 듯. 경상도, 전라도 등의 이름은 이때 만들어 졌네요.
3. 8도 (조선)
1413년 태종은 한반도를 여덟 개의 도로 분할한 이후 제 2차 갑오개혁으로 사라지는 1895년까지의 조선의 광역 행정 구역입니다. 지금도 전국을 의미하는 단어로 "조선 8도"라는 말은 자주 쓰이죠. 라면 회사인 "팔도"도 여기서 이름을 따온 것이구요. 경기도를 제외한 7도는 모두 좌우도로 나누어 지기도 했습니다.
각 도의 이름은 도내의 가장 큰 도시 두개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습니다.
충주 + 청주 = 충청도
전주 + 나주 = 전라도
경주 + 상주 = 경상도
강릉 + 원주 = 강원도
황주 + 해주 = 황해도
평양 + 안주 = 평안도
함흥 + 경성 = 함경도
이런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경우에 따라 이름이 바뀌기도 했었습니다. 충청도의 경우는 공홍도(공주 + 홍주)로 불린 적도 있다고 하고, 함경도의 경우는 처음 만들어 졌을 때는 영길도(영흥 + 길주)였다고 하더라구요.
4. 23부 : 1995년 전라도는 전주부, 나주부, 남원부로 나눠짐
"우리나라 지명변천 지도"에서 지명 변천표를 지우고 제가 23부를 표시한 지도.
https://namu.wiki/w/23%EB%B6%80%EC%A0%9C
1985년 2차 갑오개혁 때 일본의 폐번치현을 본따 만들었던 행정 체제입니다. 하지만 대실패..... 딱 1년 3개월 만에 원상복귀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 속 나무위키 내용을 참고해 주세요.
5. 13도 (1996년 ~ 해방직후)
https://ko.wikipedia.org/wiki/%EC%8B%AD%EC%82%BC%EB%8F%84
<나무위키 - 십삼도>
13도제는 조선 고종 33년인1896년 8월 4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기존의 팔도 체제를 유지하면서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를 남북도 2개로 나누었죠. 대한제국 및 일제 강점기 동안 이 체계가 변동없이 유지되었고, 현재 지방행정체계의 모태가 되어서 그 의의는 매우 큽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 링크 속 나무위키 내용을 참조해 주세요.
첫댓글 운봉고원 곡중분수계 사진을 담기 위해셔
철사다리도 타고 오르시고,,, 손일 교수님 때문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셨네요.
"앵글 속 지리학" 책 재목처럼^^ 책속에 철학이 담겨 있을 것 같습니다.
땅통종주 후기를 남기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노력하시는 카프리님! 노고가 많으시네요.
사실 후기글를 쓴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예요.
더군다다. 직장생활 하시면서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카프리님!
땅통종주 백두대간 2구간 마무리 하시느랴 수고 많으셨습니다.
바른 먹거리로 건강 잘 지키시면서
즐거운 대간 길 되십시오.^^
남원 운봉은 고지대로써 철원과 기온이 비슷하다고 하네요..요즘 날씨가 참 신행하기 좋은 것 같습니다..버스를 타고 여유롭게 산행하다 보면 우리 금수강산을 느끼고 계절도 느끼고 참 좋습니다..이번에 목표대로 사진을 찍어 그저 행복했답니다..감사합니다..
덕분에 곡중분수계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 구간은 저도 몇 차례 타 봤기에 .....
혼자 가는 백두대간길 건강 잘 챙기시고(갈수록 추워지는 날씨이기에.....)
여원재부터 복성이재, 복성이재에서 육십령까지는 백두대간 땜방 구간으로 저도 혼자서 올해 산행 했었습니다.
안산, 즐산 이어 가시길......
수고하셨습니다.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지리산을 자세히 알고 싶으면 지리산 둘레길을 돌아봐야 할 것 같은데..저는 아직 거의 미답이네요.
기회되면 사색하는 컨셉으로 툴레길을 둘러보고 지리산 인문지리에 대해 더 알고 싶네요..
아름다움은 절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인하여 드러난다는 말이 있더군요.
항상 댓글로 응원해 주시니 산행기를 더 정성껏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