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 '티록' 우리나라에 디젤 엔진을 가져온 이유
폭스바겐이 살아나고 있다. 디젤게이트 이후 정상화를 향해 달리는 폭스바겐은 투트렉 전략을 들고왔다. 미래를 위해서는 전동화에 앞장선다. 꾸준하게 출시하고 있는 I.D 시리즈가 이들의 미래다. 지금 당장 판매하는 차는 가솔린과 디젤을 지역별로 구분하고 있다. 유럽을 바탕으로 북미, 아프리카, 남미, 중국과 아시아까지 전 세계 시장을 구분해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로 공략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디젤과 가솔린 그리고 미래에는 전동화 플랫폼의 자동차가 들어온다.
폭스바겐이 한국에서 취하는 전략은 명확하다. 판매량으로 보자면 전 세계 시장의 1%도 안되는 만큼 한국시장을 위한 별도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유럽 그리고 미국의 자동차에 대한 인증 제도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는 디젤엔진 자동차는 유럽 기준, 가솔린 엔진 자동차는 미국 기준으로 인증 제도를 갖고 있다. 우리가 수입하기에 원활하게 만든 제도가 아니라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이 수출하기에 원활하게 만든 제도다. 그러니 한 나라에 두 대륙의 제도가 공존한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난해한 곳이다. 전체 판매량의 1%에 불과한데 두 대륙의 제도를 각각 사용해야한다. 이것이 폭스바겐코리아가 한 차종에 대해 가솔린과 디젤의 여러 파워트레인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작년 제타를 출시하면서 '대중화'를 외쳤다. 국산차와 비교하자면 아반떼의 풀옵션과 비슷한 가격까지도 낮춰서 팔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물론 작년 내내 해왔던 출시하자마자 할인 정책도 포함됐다. 이어서 파사트GT를 내놨고 역시나 할인을 붙였다. 두 차의 차이라면 제타는 가솔린이고 파사트GT는 디젤이란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타는 북미에서 판매하는 사양이고 파사트GT는 유럽에서 판매하는 사양이다. 인증제도 때문에 엔진에 차이를 두었다.
소형 SUV 티록은 이런 배경을 갖고 우리나라에 출시했다. 디젤이니까 유럽에서 왔다. 가솔린과 디젤의 약 9개 파워트레인 조합 가운데 2.0리터 TDI 엔진에 7단 DSG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 사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배출가스저감시스템도 옛날의 골프에 사용하던 LNT 같은 것은 이제 사라졌다. 최신의 SCR방식을 적용해 요소수를 사용한다. 2017년 이미 유럽에서는 신차로 등장했고 이후 국내 미디어를 포함한 여러 곳에서 시승기가 전해진 차다. 해외 모터쇼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던 차여서 외형의 신선함 보다는 지난 몇 년간 국내에서 보지 못했던 폭스바겐 골프에 대한 갈망을 해소해줄 수 있는 차로 기대된다.
티록은 소형차다. 대강 크기를 비교하자면 골프의 SUV 형태 정도다. 실제로 폭스바겐의 티록보다 조금 더 큰 티구안을 골프를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그보다 조금 작은 파생 모델이 등장했다. 배경은 이렇다. 이 차가 처음 등장한 2017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소형 SUV가 향후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아직까지도 불완전한 도로사정 때문에 그리고 가족이 함께 짐을 싣고 탈 수 있는 효율성 때문에 SUV를 선호했다. 한 때 업계 말로는 "SUV는 만들면 무조건 팔린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서 현대는 코나, 베뉴 기아는 셀토스, 스토닉을 만들었고 쉐보레는 트레일블레이저를 르노는 XM3를 만들었다. 이 연장선에 폭스바겐의 티록이 있다.
유럽의 차 폭스바겐은 소형 SUV 티록을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주요 타겟은 유럽과 중국이다. 작은 차의 특성상 제3세계를 겨냥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디젤과 수동변속기의 조합이 아직도 유효하다. 경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은 차인 만큼 지금도 신차에 반드시 넣는 파워트레인 조합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가솔린 위주로 판매한다. 그러니 중국 시장을 위해서는 가솔린과 수동, 자동 변속기를 조합하고 있다. 그것도 7종의 가솔린을 만들어두고 있다. 중국 시장은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별도의 행성처럼 여기는 곳이다. 독자적인 소비자가 있고 독자적인 규격을 가진 정부가 있으며 전 세계 회사들이 중국 기업과 합작으로만 진출해야 경쟁력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다양한 가솔린 엔진의 개발이 진행됐다.
티록에 얽힌 이같은 배경을 이해하면 이 차를 해석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작은 차체에 많은 파워트레인 그리고 내부에는 아주 주목할만한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들어갔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티록의 특장점으로 꼽을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한 종류의 시스템을 개발해 여러 차종에 넣을 수 있는 대형 회사는 극단적으로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소규모 제조사가 1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폭스바겐과 같은 대규모 회사는 향후 10년간 1000만개 구입을 조건으로 200원에 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폭스바겐의 신차에서는 이같은 전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번에는 바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MIB3라고 부르는 티록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형태나 기능으로 중형 세단 파사트GT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 모델에 기본으로 들어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기능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실내 인테리어까지 모두 해결했다. 대형 LCD는 다양한 화면을 보여주면서 기능과 디자인을 만족시킨다. 손으로 허공을 가로지르며 사용하는 제스쳐컨트롤이 들어간 것도 이른바 경쟁우위 요소다. 실제 차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운전자에게 가장 만족을 주는 기능에 폭스바겐그룹의 최첨단 시스템을 넣었다. 애초 이런 시스템은 BMW나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 세단에서 볼 수 있던 것이다.
실내 공간도 비슷한 소형 SUV 가운데는 넉넉한 편이다. 이 차는 애초 유럽과 중국을 겨냥했다. 실제로도 2017년 출시 이후 2/3는 유럽에 1/3은 중국에 판매했다. 그러니 이 차 한 대로 온 가족이 짐을 싣고 수 천 km를 달려 가족을 만나는 일도 가능해야했고 포장이 좋지 않은 도로를 달리기도 해야했다. 그런 곳에서 쿠페타입의 디자인이나 낮은 천장, 신발 조차 들어가지 않는 시트 밑 공간은 애초 있어서는 안될 요소였다.
물론 티록은 이같은 점을 모두 고려해 의외로 넉넉한 공간을 가졌다. 2열 시트도 머리 공간이 넉넉하고 발 밑 공간은 스노보드 부츠를 신어도 여유가 있을 정도로 충분하다. 소형차의 한계에서 오는 트렁크 공간이나 좌우 폭에 대한 한계만 인식한다면 나무랄 여지가 없다.
폭스바겐 티록은 출시와 함께 이슈 몰이 중이다. 아마도 폭스바겐코리아는 앞서 설명한 이 차의 특장점이 잘 알려지길 바랬을테지만 일각에서는 왜 디젤차만 가져오냐는 볼멘 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한 설명은 앞서 한 이야기로 충분해 보인다. 그렇다면 남는건 가격이다. 동급 국산차와 비교하면 한 급 위의 차를 선택할 수 있는 티록. 정확히는 티록 가격이면 투싼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아마도 해결책은 충분해 보인다. 출시부터 할인을 들고온 폭스바겐의 그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지금도 폭스바겐 딜러가 보내는 문자에는 차종별 할인 금액이 적혀있다. 폭스바겐의 디젤 소형 SUV 티록은 이렇게 해석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