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밤 10시 출근하는 교대 근무자가 락스 냄새가 난다고 했다. 장애인이 이사한 집이 아파트 19충인데 베란다에 온통 곰팡이가 새까맣다. 감기 때문에 장애인 앞에선 마스크를 꼭 쓰고 있었다. 결국 오늘은 하루 종일 마스크를 하고 일한 셈이다. 세탁기가 있는 베란다가 곰팡이 때문에 습한 냄새가 난다고 아침에 퇴근하는 친구가 말했다.
마스크도 쓴 김에 락스로 벽면의 곰팡이를 다 닦아냈다. 세탁기 뒤엔 아예 곰팡이가 페인트 칠한 듯 두터웠지만 다 닦았다. 검은 곰팡이 얼룩으로 가득했던 벽면이 깨끗하니 속이 다 시원했다. 락스 냄새도 빠지고 습한 기운도 말릴 겸 창문을 계속 열어두었다. 닦을 때는 눈도 아프고 냄새도 독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아무 냄새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출근하는 사람에게는 훅 하고 안기나 보다. 아침에 퇴근하는 친구와 장애인이 곰팡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두고 왈가왈부 하고 있어서 그냥 내가 처리한 것이다. 곰팡이는 고소공포증도 없나보다. 음식을 하는 공간도 아니고 베란다에 그 많은 곰팡이가 왜 생겼나 모르겠다. 이사 올 때부터 그랬는데 오늘에야 청소를 한 것이다.
세 사람이 돌아가며 청소를 하는데 청소하는 것을 보면 사람 성격이 드러난다. 오늘도 청소를 하다 보니 바닥에 전날의 힐체어 바퀴 자국이 그대로 찍혀 있다. 청소를 하긴 했을 텐데 도무지 힘을 쓰지 않은 모양이다. 수건을 팔아놓아도 물이 줄줄 흐르게 짜서 늘어놓는다.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몸을 아껴야 한다는 것이 그 친구의 주장이다.
그러나 다 그렇게 하면 베란다 벽에 검게 눌러 붙은 곰팡이처럼 집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나만이라도 하는 생각으로 빈틈없이 쓸고 닦는다. 내가 조금 더 움직이고 힘을 쓰면 내 마음이 편하다. 대충 하는 것이 잘 안 된다. 주인 잘못 만난 몸이 늘 고생이다. 내일 아침에 친구가 출근하면 어, 다 해놨네 하며 헤헤 웃을 것이다.
첫댓글 '내가 조금 더 움직이고 힘을 쓰면 내 마음이 편하다. 대충 하는 것이 잘 안 된다.' 우리는 같은 과.^^ㅎ~ 잘 읽었습니다.강선생님.
고맙습니다. 교대하는 친구가 오늘 출근해서는 힘들었겠다며 수고했다고 하더군요.^^ 성격은 저보다 좋으니까요.
저는 물을 줄줄 흘리는 스타일,^^
^^ 세상에는 이런사람 저런사람, 요런사람 조런사람, 뒤섞여 조화롭게 살아갑니다. 풍경 아우님 같은 분이 있으니 정수기행님이 돋보이질 암겟스까? ㅎㅎㅎ
그래서 더불어 사는 세상인 거죠. 대신 풍경님은 마음이 따뜻하고 섬세하지 않나요?"^^
너무...
애도 많이 쓰시고
몸도 많이 쓰시고...
그래도 요령껏 몸도 돌보소서.
예, 노력할게요.백무연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