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 할아버지는 뉴스를 좋아했다.
7살 아니면 8살 때 할아버지와 나는 오후6시에 텔레비전 쟁탈전을 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를 하는 데 할아버지는 다른 채널에서 하는 뉴스를 꼭 보려고 하셨다.
평소에는 식탁에서 갈치살도 발라주시고 내가 하는 이야기에 하하하 잘 웃으셨는데,
뉴스 앞에서는 손녀에게 양보가 없었다. 내가 할아버지 밉다고 해도 가만히 뉴스를 보셨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6달전까지 우리랑 살았다.
나는 우리 아빠가 첫째 아들인 줄 알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큰 아빠, 큰 엄마, 사촌들이 나타났다.
알고보니 우리 아빠는 둘째고 첫째 아들인 큰 아빠는 부산에 살고 계셨다. 할아버지의 결혼 반대로 집을 나갔고
가끔 형제들과 소식은 전했고 드디어 모습을 나타낸거다. 부산에 놀러갔더니 대구 텔레비전에는 안하는 원더우먼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큰 아빠네는 대구로 이사를 했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우리랑 사셨다.
비 그친 어느 여름 날, 할아버지는 친구분이랑 노시다가 조금 더 놀다가라며 친구분과 팔을 잡고 당기시다가 넘어지셨다.
그 후에 계속 편찮으셨고, 큰 아빠가 돌아가실 때까지 모시고 싶다고 하셨다. 큰 아빠 집은 그때 경산이었고 큰 호두나무가 있었다.
그곳에서 6개월을 누워계셨다. 내가 중학교 1학년, 할아버지 연세는 72세였다. 돌아가셨다. 우리 오빠가 장손이어서 영정을 들었다.
우리 오빠는 그런 걸 엄청 싫어했다. 지금도 어떤 격식을 따지는 건 싫어하는 편이다. 제사를 지낼 때도 방향과 상관없이 다 괜찮다고 한다. 그러면 또 우리는 괜찮은가보다하고 그렇게 한다. 지난 2월 부모님 제사도 그렇게 지냈다.
할아버지 머리는 네모모양이었고 학교 갔다와서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 좋아하셨다. 마른 편이었고 엄마를 좋아하셨다.
아빠랑 엄마가 싸우면 언제나 엄마편을 드셨다. 어릴 때 할아버지가 들려 준 이야기 중에 도깨비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었다. 할아버지 잘 지내시죠~ 나두 잘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