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MS로 인해 생겼던 황당사건, 하지만 내 인생에 큰 획을 그은 평생 잊지 못할 첫 명품 MS 때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작년 5월, 명품 MS를 처음 시작하는 달.
쓸 데 없는 '도전의식'이 발동하여 공항 면세점 MS에 지원을 했습니다. 중국 청도행 비행기표를 지원해준다는
말에 앞뒤 생각 없이 꼭 내가 가야 할 것만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지원부터 한 것입니다.
나이 50이 넘도록 혼자서는 해외에 나가본 경험이 없었던 내가 뭘 믿고 덜컥 지원부터 했는지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식은땀이 납니다^^; 그런데 또 뭘 보고 맡겨 주셨는지 정말로 인천공항 면세점 명품 MS을 맡게 됐습니다.
긴가 민가, '설마 내가 정말 가게 될라고?' 하고 있다가 정작 출국이 결정되니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혼자서, 그것도 중국어 한 마디 못하는 내가 처음 가보는 청도에 갈 수 있을까? 혹시 이번에도 남편이 동행해 주지 않을까?...' 가슴 졸이며 일단은 체크리스트 숙지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다 출국 날짜가 가까워 오면서 내게 닥친 현실을 어떻게든 헤쳐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졌지요. 청도에서 가볼 만한 곳을 찾아보고, 중국어로 '공항갑시다'라는 말을 찾아 메모해 두었습니다. 혹시라도 어딘가에서 길을 잃으면 무작정 택시를 타고 공항에 가서 귀국행 비행기를 타면 된다는 생각에.
못내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남편을 뒤로 하고 '화려한 중년 여행'을 떠났습니다.
인천공항에서의 명품 쇼핑은 처음치고는, 그리고 그렇게도 불안해 하고 가슴 졸였던 것에 비해서는 무난하게, 체크리스트대로 잘 살펴보고 또 역할 연기도 나름 잘 했습니다. 젊고 예쁜 직원이 어찌나 깍듯하게 고객 접대를 잘 하는지 갖고 싶은 반지를 못 사서 아쉬운 것 보다 팔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더 클 정도였습니다.
MS를 마치고 공항 커피숍에서 체크리스트 작성해 놓고 드디어 출국!
입국 심사를 받으면서 한국인에게 상당히 우호적인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며 일단은 안심. 말 한 마디 통하지도 않았고 말을 할 필요도 없었지만 낯선 곳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않았습니다.
입국 심사장 문이 스르르 열리는 그 순간, 왜 남편이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지...^^;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 목적지에서의 거리구경, 사진 촬영, 쇼핑가 아이 쇼핑, 5.4운동 기념광장을 둘러보고,
까루푸(중국에서는 '家樂福'이라 하더군요)에서 일본 라면을 먹고...
중국말을 전혀 할 필요도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그냥 걸어 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다 공항에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기에 택시를 탔습니다.
몇 번이고 연습했던 '궈지지창바'를 또박또박 말했더니 기사아저씨가 '@#$%^&*~?'
'캔유스픽잉글리쉬?', '@#$%^&* ~?' 그래서 또다시 말했죠. 내가 알고 있는 단 한 문장을.
'궈지지창바. 플리~즈'
택시는 출발을 했고 나는 예리한 눈빛을 기사아저씨한테 날리며 '아저씨, 중국말 못한다고 날 우습게 보면 큰 코 다쳐욧!' 하는 가소롭기 그지 없는 표정을 지어보였죠 ^^;;
다행히 택시는 공항에 잘 도착했고, 기사아저씨는 택시비 영수증까지 끊어주며 알지 못할 말을 몇 마디 했는데
제 느낌으로는 '중국을 방문해 줘서 고맙다.' 뭐 그런 말이었을 것 같더군요.
공항 내 KFC에 들어가 레몬에이드를 마시며 체크리스트를 재차 확인. 그리고 내 작은 영웅담을 남편에게 자랑스럽게
들려줄 생각을 하며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출발 시간이 되어서 안내 방송이. 처음엔 나와 상관 없는 일이겠거니
생각하며 탑승수속을 왜 안 하는 건지 궁금해 하고 있는데 또 안내 방송. 비행기가 뜨지 못한다는!
당일 여행 계획으로 출국했기에 로밍도 안해 갔는데... 우째 이런 일이!!! 순간 집에서 당황해 할 남편과 딸아이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온갖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간신히 한 한국 아저씨께 핸드폰을 빌려 집에 전화를 걸고...
이렇게 해서 중국에서 뜻하지 않은 1박을 하게 된 것입니다. 다행히 조선족 아주머니가 한 분 계셔서 중국어를 통역해 주셨고 밤에는 그 조선족 아주머니와 호텔 앞 바베큐 집에서 맥주를 곁들인 돼지고기 바베큐도 먹고^^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긴 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잘 다녀왔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에게도 이렇게 홑홑하고 살짝 긴장되고, 혼자라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그리고
또 앞으로의 나날들에 대한 아주 고무적인 기대도 생기고...^^
첫 명품 MS가 제게 이렇게 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주었네요. MS 하나하나 잊지 못하겠지만 특히나 내게 있어 13번째 MS 였던 '청도행'은 평생 생생하게 기억될 것입니다.
중간중간 많이 생략하긴 했지만 짧지 않은 이야기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__)
첫댓글 익사이팅한 체험을 하셨군요. 도전하셨기에 가질 수 있는 추억을 만드셨다고 생각합니다.^^
네. 정말 '익사이팅' 그 자체였습니다^^ 도전할 기회를 주신, 그래서 늦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에 성공해 자신감을 갖게 해주신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__)
와우~~ 정말 짜릿한 경험 하셨네요..ㅋㅋㅋ
저는 학생때 경포대 놀러갔다가 돈이 없어서 파출소 들어가서 추위를 피했던 기억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ㅋㅋ
우째 그런 일이..^^;; 그래도 참 지혜로우셨네요. 제일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셨다니^^
정말 대단한 도전이었다는 생각이듭니다.저도 허쇼퍼님 나이때쯤에 이같은 용기를 내볼 수 있을지..요즘저의 롤모델은 허쇼퍼님이십니다..언제나 홧팅입니다.~♥
오모나^^;; 완전 감사한 ...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카페에서 만난 미쇼님들의 열심과 열정을 보며 꾸준히 도전 받고 있습니다. 홧팅! (전 왜 히트를 아직도 못 만드는 걸까요. 오른쪽 마우스로 시도해 봤는데... 담에 만나면 가르쳐 주세요^^;)
ㅎㅎㅎ 완전 긴장감에 익사이팅 했던 순간이 맘에 와 닿습니당. 전 대학 1학년때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외지로 나와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난생 처음 겁도 없이 혼자 부여로 소설가의 생가를 방문했었더랩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숙맥인 저를 우연찮게 만난 할머님께서 댁으로 직접 날 데리고 가성 오곡밥도 차려 주셨던 기억이 새록 듭니당.....세상에는 참 따뜻하신 분들이 많아여 그져??^^ ㅎㅎㅎ
아! 현 쇼퍼님의 개인사를 한 가지 알게 됐네요^^ 정말 '겁도 없이' 우째 낯선 할머니를 따라갈 수 있었단 말이예요??? 따뜻하고 순박하신 분이셨기에 망정이지...^^; 다음엔 우리들의 개인사를 좀 더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ㅋㅋㅋ 그때 제가 그 할머님 짐을 날라드렸더니만...글게용..그땐 정말 세상물정 몰랐지만...지금도 잘 모르지만..ㅎㅎㅎ 안다고 생각할때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그래서 그냥 받아들인답니당..ㅋㅋ 넹 언제든지 좋아여 ~~~담소..^^
아직까지 혼자서 여행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요즘 세상이 워낙 흉흉한지라 마음은 있는데 실천하기가 어렵더라구요^^ 글 읽으면서 허 쇼퍼님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매니저님처럼 예쁘고 젊었다면 당연히 혼자 못 나갔겠죠^^; 이 매니저님은 '그 분'과 늘 ~~~ 함께 다니세요^^
지나간 이야기니 웃으며 재미있지만, 땀나고 긴장하셨겠습니다. 대단하신 경험이예요.
네. 정말 지나간 이야기라 웃으며 할 수 있지, 당시엔 정말 얼마나 황당하고 가슴 뛰었는지 모릅니다^^;
'화려한 외출' 드라마 같은 .... 잘 읽고 갑니다.
정말 드라마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쇼퍼님도 앞으로 많은 도전 해보시길 바랍니다.^^
ㅎㅎ... 마스터2기 수료한 후배입니다/대표님이 강의 하실 때 들려주셨던 사례가 여기 있었네요^^저 같으면 많이 당황했을 것 같은데, 역시 연륜이 있으셔서 그런지.... 좋은 경험담과 강의 사례로 남겨주셨습니다^^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