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타우랑가에서 아침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텀 2 부터 헤이스팅스에 있는 남자 기숙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하는 정민규 학생을 만나러 헤이스팅스를 가는 날입니다. 일찍이 학교 담당자인 리사 선생님이랑 약속을 했었지만 서로의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한두차례 방문 일정을 조정한 후에 드디어 학교를 방문하러 갈 수 있게 됐어요.
타우랑가에서 헤이스팅스를 가려면 차로는 4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야 갈 수 있는 제법 거리가 있는 곳입니다. 이 날은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했는데요. 직항이 없기 때문에 40분을 날아 오클랜드 공항에 가서 1시간 정도 대기한 후 다시 1시간 정도를 날아서 가야 도착할 수 있는 쉽지 않은 곳입니다.
작년 11월에 한국에 치료차 방문했다가 올해 타우랑가가 아닌 기숙학교에서 학업을 해보기로 한 것은 저의 제안이기도 했지만 민규가 앞으로의 유학생활 가운데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규칙과 제도가 보다 명확한 명문 기숙학교에서 생활해보고 싶다는 평소 민규의 바램도 있었지요.
린디스판 컬리지는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기숙학교로 사립이 아닌 준사립 학교입니다. 스코트랜드 장로교 기반의 학교로 남학교이며 기숙사를 운영하는 학교이구요. 제작년 전국 고교랭킹 11위 그리고 지난해 랭킹은 16위를 기록했습니다. NCEA 를 채택하고 있으며 헤이스팅스가 있는 혹스베이 지역은 물론이거니와 전국적으로 봐도 가장 손 꼽히는 남자 기숙학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혹스베이에는 유명 학교들이 몇개 모여있는데요. 여자 기숙학교인Woodford House 와 더불어 Napier Girls High School 또한 뉴질랜드 명문학교로서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드디어 두대의 비행기를 타고 오후 12시 50분에 네이피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 동안 유학가족와 유학생들과 함께 여러차례 이 도시를 방문하고 여행을 했었지만 공항을 이용하게 된 것은 처음인데요. 인구는 타우랑가가 훨씬 큰데 공항은 네이피어 공항이 훨~~씬 시설이 좋아서 조금 속상하긴 했네요. 타우랑가 공항 언제 업그레이드 합니까~
공항에 들어섰더니 멀쑥한 교복 차림의 키가 훤칠한 학생이 저를 반깁니다. 타우랑가 교복과는 사뭇 다른 화려한 색깔에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텀2에 학교 입학하고도 좌충우돌 적응기를 겪고 있는 민규인데요. 작년 보다는 훨씬 성숙해진 태도를 보여주고 있어 그래도 한살 또 한살 먹으면서 성장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무 연고도 없고 가본적도 없는 도시에 기숙사 생활을 하는게 많이 낯설었을거예요. 친화력이 있어도 외국 친구들과 어울려 가는 것은 크게 어렵진 않았지만 학교에 한국 학생이 없어서 가끔은 외롭다고 하더라구요.
학교 다니는 동안 한국말 쓸 일이 없으니 영어는 더 금방 늘어난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다만, 작년 말과 올해 초반까지 한국에서 머무느라 올해 11학년 NCEA 준비가 미흡했습니다. 당장 인터널 시험들을 봐야 하는데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해서 일단 비전 아카데미의 선생님들과 온라인 보충수업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린디스판 컬리지는 7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학교로 뉴질랜드에서 아주 많이 알려져 있느 명문학교입니다. 일단 사립이 아닌 학교 중에서 기숙사를 갖춘 학교가 많지도 않고 게다가 남학생들만 있는 학교란 점도 특이하지요.
대부분의 기숙사를 갖추고 있는 사립학교들도 영국 성공회 기반의 종교학교의 형태를 띄는데 반해 이 학교는 남섬의 세인트 앤드류 컬리지와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장로교 기반의 컬리지입니다. 참고로 사립학교 중에서 장로교 기반의 학교는 오클랜드의 세인트 켄티건 학교가 대표적입니다.
스코트랜드 전통을 갖고 있고 스코트랜드 장로교 기반의 학교다 보니 학교 조회시간 등 주요 행사에서 스코트랜드 파이프 음악도 울려퍼집니다. 이 날도 금요일 수업 마치기 전에 조회가 있었는데 파이프를 연주하는 학생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헐..민규야.. 기숙사를 들어갔더니 작년에 그렇게 말렸던 콜라 병들과 정리 안된 방 안이 보이네요. 또 다시 저의 잔소리가 따따따따. 뭐 본인 말로는 주말에 기숙사를 나가야 해서 짐 정리를 한다고 이렇게 어지러 놨다고는 하는데 앞으로 기숙사 정리도 잘 하도록 영상통화나 사진을 받아서라도 관리를 좀 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작년에 타우랑가에서 제 잔소리를 하도 들어서 이렇게 기숙학교를 가면 좀 그 제도 안에서 잘 지내고 성장하고 배워갈게 많이 있을거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제 잔소리는 줄고 대신 사감 선생님 등 선생님들의 할 일들이 더 늘어나겠지만요.
린디스판 컬리지는 제가 가본 학교들 중에서도 참 좋은 인상을 전달해주는 곳이었습니다. 이 날 바쁜 와중에 저의 학교 안내를 도와주신 유학부 리사 선생님은 자녀들과 타우랑가에서 잠시 살았던 몇년을 빼고는 줄 곧 여기 헤이스팅스에서 거주하시고 이 학교에서도 오래 근무를 하고 계신다고 하시네요. 자녀들은 보이스컬리지와 걸스컬리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대학에도 진학을 했었다고 합니다.
70여년 전 이 땅을 소유하던 한 일가로 부터 큰 뜻으로 땅을 양도 받아서 지금의 학교가 세워졌는데요. 사립학교로 시작했었고 지금은 베들레헴 컬리지와 같은 준사립 학교로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학교의 여기저기를 돌아보면 얼마나 학교가 잘 운영되고 관리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70년의 역사를 둔 학교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학교가 깔끔하고 현대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었구요. 학교 건물은 오랜 전통을 유지한채 지속적으로 리노베이션을 통해서 캠퍼스 관리를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기독교 학교라는 선입견을 갖고 가서 그런지 아니면 이 날 유난히 날씨가 좋았던 탓인지 학교가 너무 깔끔하고 정감이 넘쳐 보였어요. 그래서 투어 중에도 리사 선생님한테 농담처럼 누가 보면 여학교인줄 알겠다고 제가 그런 말까지 했습니다.
이 학교는 7~13학년까지 학생들이 재학중이고 전체 550여명의 재학생 중에 절반의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혹스베이 지역이 와이너리 등 농장이 발달한 곳이라 인구밀도가 떨어지니 조금 먼 지역에서도 학생들이 기숙사를 갖춘 좋은 여건의 학교로 지원하게 되는 것이죠.
NCEA 를 제공하지만 필요한 경우 학교 캠퍼스 안에서 SAT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하며 미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의 비율도 꽤 된다고 하네요. 지역 특성상 여유있는 가정의 자녀들이 많이 입학을 하는 편이고 기독교 기반의 가정들의 자녀라서 일반 남학교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는 70년의 역사 동안 각 나라를 대표했던 학생들의 모습을 전시한 곳인데요. 대표적으로 스포츠와 음악 부분에서 뛰어난 학생들이 많이 배출되었습니다. 전현직 올블랙스 대표팀 출신들도 있고 훌륭한 악기 연주자들도 나왔다고 하는데요. 학교에서 이 분야들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보였습니다.
사진을 둘러보니 아시안계 학생들의 모습이 아직 없는 곳으로 보아 그 동안 한국 학생등 아시안계 학생들이 많이 없었거나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한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민규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 여기에 한번 사진 걸어보자고 했습니다.
조회 시간을 잠시 들여다 보았습니다. 밝은 재킷이 이 지역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 지역의 다른 학교들도 이런 비슷한 밝은 색깔의 교복을 채택하고 있더라구요. 일부 피지나 섬나라의 스포츠 장학생들 빼고는 또 일부 아시아권 유학생들을 빼고는 백인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학교에 현재 국제 유학생은 16명으로 대부분 아시아에서 온 학생들입니다.
하루 자고 올껄 그랬나 싶습니다. 학교 투어를 하고 리사 선생님과 민규에 대해서 약 1시간 이상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하며 민규의 현재 초반 학교적응과 향후 학업방향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텀1 학업을 못했기 때문에 민규가 느끼는 학업부담이 상당한데 수학과 물리 등에 대해서는 안정권인데 특히 영어랑 화학에서 제 성적을 내주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본인이 자신감이 없어 하지만 영어 평가를 해보면 정작 영어실력은 전혀 문제가 안될정도로 실력이 좋다는 평가도 주셨습니다. 일단 올해 레벨 1을 100% 완료하지 못하더라도 꾸준한 모습을 통해서 각 과목별로 성취 목표를 달리 잡고 만일 부족한 과목이 나오면 내년에 이어 갈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구요. 민규한테도 이로 인해 불필요하게 학업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NCEA 의 장점이 바로 이것이죠. 학년과 상관없이 학습레벨을 자유롭게 정하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이제 새 학교에 와서 어리둥절한 상황이겠지만 점차 적응하고 잘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학교 어디 한군데 허술한 곳이 없습니다. 분명 학교 설립자나 현재 교장 선생님 그리고 학교 운영을 담당하시는 모든 분들이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이루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솔직히 기숙사는 남학생들의 생활공간이다 보니 그렇게 까지 깔끔하지는 않았습니다만 ㅎㅎ 학교 환경은 정말 최고수준을 좋았던 모습입니다.
학교 식당입니다. 전교생이 이 곳에서 점심을 먹기에 집에서 등하교를 하는 Day 학생들도 도시락을 싸올필요가 없습니다. 너무 좋겠죠^^ 앱을 통해서 메뉴를 보여주시는데 메뉴 구성이 상당히 좋아보입니다.
민규를 이리 멀리 학교를 보낸 것은 공립학교 수준의 기숙사 그리고 고만고만한 학교가 아니라 민규에게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 학습능력이 제법 괜찮은 학교를 찾다 보니 부득이하게 헤이스팅스 까지 왔지만 사실 리사 선생님이나 저나 작년 말에 연락이 되면서 민규가 정말 딱 한 자리 남은 기숙사 자리를 차지하면서 운이 좋은 케이스란 것을 동감했었거든요.
다른 기숙사 학생들이 있는 오클랜드에 가는거 보다 더 발걸음하기 어려운 위치라 제가 올해 몇번이나 더 올 수 있을까 싶습니다만 일단 저는 리사 선생님과 오늘 많이 친해졌으니 도움을 많이 구해야 할 것 같네요.
3교대를 하는 간호가가 늘 캠퍼스에 상주하고 주중, 주말에도 반드시 한 명은 항상 있구요. 주중에는 오전에 의사가 상주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또 역시 교내에 카운셀러 선생님이 있어 심리적으로 스트레스 등으로 어려워 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언제든 도움을 구할 수 있다는 것도 멀리 민규를 이 곳 학교까지 허락해주신 부모님도 안심하실 수 있는 좋은 환경입니다.
비행기가 많이 없어서 12시 50분에 도착해서 정말 점심과 저녁도 거르고 학교 선생님들 또 시설도 둘러보고 민규가 기숙사를 나와야 하는 때 들어가는 홈스테이 가정도 만나보고 왔습니다.
6시 10분 비행기로 오클랜드를 갔다가 타우랑가로 와야 해서 정말 짧은 시간을 머물고 왔네요.
타우랑가에 도착하니 저녁 8시 50분이네요. 한국 다녀오는 장거리 노선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거 같았는데 이제 나이들어서 그런지 이렇게 다녀오는 하루 일정도 상당히 노곤하네요^^ 정작 비행기 안에서 시간은 1시간 남짓인데 계속 졸았던 기억이 있어요. 짧은 국내선이라 기내식은 없고 커피나 물 정도에 쿠키타임 하나 준다고 깨우는데 그 또한 얼마나 감사하고 달콤한지요.
글에는 다 적지는 못하지만 민규를 위해 앞으로 제가 학교 선생님들과 챙기고 확인해가야 할 것들이 좀 있습니다. 멀리 학생 보내놓으면 이런 일들을 전화나 이메일등으로만 처리해야 하니 좀 답답하긴 합니다. 직접 찾아가서 이 날 잠시 몇시간 만나 나눈 이야기의 성과가 지난 한두달 이메일로 수 차례 나눈 대화의 결과보다 썩 좋은걸 보면 말이죠.
멀리 조카를 두고 오는 것 같은 썩 기분좋은 이별은 아니었습니다만 고심하고 선택한 학교인 만큼 좋은 학교의 전통과 제도를 믿고 학생을 맡겨봅니다. 이 곳에서의 환경이 민규의 학업과 인생에 좋은 기초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뉴질랜드 학교 선택, 기숙사, 사립/준사립/공립학교 선택 우리 학생들의 목표와 방향에 맞추어 선택하셔야겠죠. 언제든 상담이 필요하신 분들은 비전유학원으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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