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8. SIS AND BRO.
복도에 정적이 흘렀다. 등장부터가 이상하더니 가면 갈수록 더 가관이었다. 재하는 기가 막혀 실소를 뱉었고, 주한 역시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You mean ‘living together’?[지금 ‘동거’라고?]”
“Wow. your English is really good. Where are you from?
[와우. 영어 되게 잘하네? 어디서 왔어요?]”
“We are not talking about that![지금 그 말이 아니잖아!]”
“Oh. you too.[오. 당신도 잘하네요.]
그런데 나도 한국어 완전 잘하는데?”
혹시라도 동거의 의미를 모를까봐 확인 차 물었지만, 역시나 그럴 리가 없다. 약간 어눌하긴 해도 오래 외국 생활로 인한 어눌함일 뿐, 그의 한국어는 본토 수준이었다. 적어도 한국계 혼혈이라는 거다. 재하는 온갖 짜증과 분노를 꾹꾹 참아, 다시 한 번 물었다.
“잘 알아 들었으면 똑바로 대답해. 그 번호, 어떻게 알고 있어.”
“5월 31일. 0531. 그거 내 생일인데?”
“하.”
“Shit.”
점입가경이었다. 무슨 말을 하든, 더 한 것들이 계속 튀어 나왔다. 재하와 주한은 서로를 보았다. 반응을 보아하니, 둘 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하라의 집 번호를 알고 있다? 심지어 그 번호가 생일이고?
둘의 머릿속에 정말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그렇게 잘난 척 하더니, 강사장님 생일이 아니네요.”
“그러는 총지배인님 생일이 저 날인가봅니다.”
“적어도 약혼자가 아닌 다른 남자 생일인 건 확실해 졌군요.”
“아! 강사장!”
그저 재밌는 구경거리 보는 듯 두 사람의 팽팽한 기싸움을 구경하던 어린 남자는 갑자기 대뜸 소리를 질렀다. 한 박자 늦게, ‘강사장’에 반응하는 그에게 두 사람의 시선은 자연히 갔다.
이번엔 또 뭔가 싶었다.
“형이 강재하에요?”
이제는 다짜고짜 ‘형’이다. 재하는 너 같은 동생을 둔적 없단 소리가 목 끝까지 올라왔다가 겨우 내려왔다. 최대한 인내를 가지고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형이 내 매......”
“여기서 뭐해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하와 주한은 바로 뒤로 시선을 돌렸다. 언제 도착했는지, 예상치 못한 두 사람을 보고 잔뜩 인상을 찡그린 그녀가 서 있었다.
같이 있으면 제일 피곤한 두 사람이 그녀의 집 앞에 있으니 하라는 보자마자 머리부터 지끈 거렸다. 기껏 퇴근하고 나왔는데, 왠지 더 큰 업무가 산재되어 있는 그런 기분이다.
“도대체 남의 집 앞에서 둘이 뭘......”
“Hey, sweety!”
키 큰 두 사람에게 가려 보이지 않았던 그 정체불명의 남자는 하라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두 사람을 제치고 달려 나와 다짜고짜 하라를 안았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재하와 주한의 얼굴이 험악하게 굳어졌다.
“Terry?”
재하와 주한이 어쩌기도 전에 하라의 입에서 먼저 그 정체 모를 남자의 이름이 나왔다. 하라의 얼떨떨한 놀란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테리는 씩 웃으며 그녀의 볼에 쪽 짧은 키스를 했다.
“완전 보고 싶었어! 으왓!”
결국 재하는 강제로 두 사람을 떼어 놨다. 바로 하라를 뒤에 숨기며, 그는 정색하는 얼굴로 말했다.
“뭐야, 이 새끼.”
“아, 그게......”
“Who the hell are you?”
주한까지 하라 앞에 서서 정색했다. 하라는 한 숨을 내쉬었다.
오히려 그러한 두 사람의 태도에 재밌어 하는 테리의 얼굴이 훤히 보였다.
“도대체 누구 길래 네 비밀번호까지 아는......”
“남동생.”
“뭐?”
“What?”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쳤다. 둘 다 놀라 바로 하라를 돌아보았지만, 하라는 한 숨을 내쉴 뿐이었다. 의기양양해진 테리는 그런 두 남자를 아주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보았다.
“네가 남동생이 어딨어? 너랑 나랑 몇 살 때부터 봤는데, 남동생 타령이야.”
“그럼 없는 남동생을 있다고 할까?
Terry Yun. 우리 엄마 아들이야.”
거의 폭탄선언 같은 그녀의 말과 함께 찰칵하고 사진기 소리가 났다. 아까부터 옆으로 메고 있던 커다란 카메라로 테리는 세 사람을 사진기에 담았다.
한껏 짜증나고 귀찮다는 표정의 하라와 예상치도 못한 전개에 멍한 두 남자까지.
“내가 멋대로 사진 찍지 말라고 했지.”
“하지만 그림이 너무 좋은 걸. 이런 비쥬얼이 쉽게 나오는 게 아니라고.”
하라는 두 남자를 제치고 테리의 카메라를 치웠다. 그리고 세 남자를 한 번 쓱 돌아보나 싶더니 한껏 한심한 표정으로 보다 그냥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역시나 들어오라는 말은 없었다.
“일단 들어오시죠, 형님들.”
대신 테리가 그 대사를 말했다. 그것도 집주인이 선심 쓰듯이 아주 의기양양하게.
뭔가 굉장히 얄미운 그 태도에 재하와 주한은 인상 한 번을 쓰고 드디어 하라의 집에 들어갔다.
~FIANCE~
“이야. 어쩜 이렇게 조금도 변한 게 없지?”
“도대체 왜 왔어, 너?”
“보고 싶어서!”
테리는 다시 냉큼 그녀의 목으로 뒤에서 꼭 안았다. 딱 강아지가 주인을 반기듯 아양을 떠는, 한 애교 가득한 모습이었다. 물론 그래봤자 하라는 아주 귀찮다는 얼굴로 짜증을 냈지만.
덩달아 주한과 재한도 짜증이 밀려왔다.
“둘은 왜 온 거야? 올 거면 전화라도 미리 하던가.”
“전화를 받아야 하지.”
재하의 퉁명스런 대답에 주한이 그녀의 핸드폰을 들어 올려 흔들었다. 하라는 한 숨을 내 쉬었다. 휴대폰이 없는 줄 이제 알았다. 보나마나 그의 차에 흘리고 온 게 분명했다.
“Thanks.”
“Your Welcome.”
주한이 건네는 핸드폰을 하라가 건네받았다. 짧고 간결한 그 대화에 재하는 슬쩍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았다. 참 말이라는 게 무섭다. 고작 존대에서 반말로 바뀌었다고, 두 사람의 관계가 훨씬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그러니 저절로 얼굴이 굳어질 수밖에.
“흐음. 저 사람은 누구에요?”
어느새 재하 옆에 온 태리는 재하와 함께 벽에 기대며 주한과 하라를 바라보았다. 하라야 언제나처럼 차갑게 대답하고 있었지만, 주한의 눈에는 애정이 넘쳐흘렀다. 쉽게 말을 놓지 않는 하라인걸 잘 알아, 태리 역시 주한이 궁금했다.
하라가 아무리 틱틱 되어도 분명 두 사람 사이에는 친밀감이 가득했다.
“진성그룹 강재하 사장님이라면 이쪽이 우리 누나 약혼자라는 건데…….
그럼 저쪽은 우리 누나 애인?”
“아니.”
재하가 대놓고 얼굴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 눈에도 두 사람의 관계가 심상치 않아 보인단 사실이었다.
“지금 표정을 보아하니, 미래 매형은 우리 누나 꽤 좋아하시는 거 같은데 그렇게 가만히 참기만 하면, 뺏길지도 몰라요?”
“Shut up.”
“그렇지. 그렇게 나와야지.”
또 언제 카메라를 들었는지, 태리는 금세 재하의 옆모습을 찍었다. 재하가 바로 눈썹을 꿈틀거려도 태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역시 기가 막히게 잘생겼다.
지금 이 표정도 너무 좋고.
“아주머니 아들이라는 거, 사실이야?”
“오. 우리 여왕님 알아요?”
어떻게 모를까 하라와의 세월이 몇 년인데.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분이 언급되자 재하는 아차 싶었다. 생각해보면, 하라와 약혼을 하고 결혼은 한다면 하라의 친모를 챙겨야 하는 건 당연했다. 아무리 하라가 어머니와 연락을 안 하고 산다 해도, 아니 연락할 길이 없다고 해도 물어는 봐야했고, 원한다면 찾아도 봐야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등장한 남동생으로 놀라기 전에 말이다.
“뭐, 엄밀히 말하자면 양자에요. 우리 여왕님을 알고 있다면 예상했을 거 같지만.”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 성정에 또 다른 아들을 낳으실 거라고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사연이 있을 거라 그저 내리 짐작했다. 어쨌거나 하라의 관한 일이니 좀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 눈앞의 저 민주한부터 얼른 이 집에서 내보내고 싶었다.
“정말 내 처남이라면 이야기는 나중에 제대로 합시다. 아주머니에 대해 물어볼 것도 많고.”
“그 분이야 뭐. 늘 그렇듯 이 세상 혼자 아주 잘 사시고 계십니다.”
“그러시겠지.”
그러시려고 하라를 그렇게 버리고 떠나셨는데.
충분히 두 사람이 핸드폰을 주고받을 시간을 준 재하는 더 이상 보고 있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보란 듯이 바로 하라의 팔을 살짝 당겨 그의 품에 안았다.
“이제 진짜 볼일 끝났으면, 그만 가시죠.”
“재, 재하야.”
“억지로 쫓아내기 전에.”
민망한지 살짝 몸을 비트는 하라를 재하는 더 꽉 안았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하라 빼고는 죄다 내 �i아 버리고 싶었다. 이 몇 십분 사이 그는 충분히 참을 만큼 참았다.
“총지배인. 그만 나가라고.”
그 한계치가 눈에 보였던 걸까. 주한은 속으로 욕을 삼켰다. 지금은 그만 물러서는 게 맞았다.
그가 아닌 그녀를 위해서.
“......라라. 오늘은 이만 갈게. 내일 보자.”
주한은 일부러 ‘내일’을 콕 집어 말했다. 매일같이 출근하고 매일같이 본다는, 그 사소하지만 무서운 사실을 일부러 보란 듯이 드러냈다.
도발에는 도발로. 선점은 또 다른 선점으로. 정확히 전공수법이다.
재하는 자신을 보며 짓는 주한의 형식적 미소에 욕을 삼켰다. 일일이 반응하면 안 되는데, 사람 마음이 참 맘 같지 않았다.
“아. 그리고 영전 축하드립니다. 부회장님.”
영전이 아니라 본사로 멀어진 걸 축하하겠지.
속이 뻔히 보이는 그 축하 인사가 재하는 전혀 달갑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부디 총지배인도 꼭 영전하셔서 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랍니다.”
서로 미소는 짓고 좋은 덕담을 해도 두 눈에 불꽃이 튀었고, 그 사이에 낀 하라만 괜히 불편하고 민망스러웠다. 저 말 많은 테리가 분명 양념까지 잔뜩 쳐서 그 사람한테 전할 텐데 벌써부터 머리가 딱딱 아팠다.
하라는 기어코 재하의 품에서 나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그냥 다 나가요. 총지배인도 나가고, 테리 너도 나가고.”
“내가 갈 데가 어디 있어!”
“총지배인님, 호텔로 돌아가시죠? 그럼 얘 좀 같이 데리고 가세요. 아무 방이나 남는 방으로 예약해 주세요.”
“Wait! I always sleep here with you![잠깐! 난 언제나 여기서 너랑 잤잖아!]”
“뭐?”
“What?”
또다시 두 남자의 목소리가 겹쳤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잔소리.
“연하라, 너 진짜 생각이라는 게 있는 거야 없는 거야.”
“Lala. you should be more careful.[라라. 넌 진짜 조심성 좀 길러야해.]”
아. 뭐 이리 말들이 많을까.
‘잔다’는 자극적인 미끼에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은 덥석 물었다. 뻔히 알면서도 테리의 미끼에 넘어가는 두 사람이 하라는 그저 한심해 보였다. 이래서 남자들이란.
“나 절대 안 가. 스위트룸 해주면 모를까.”
“너 진짜 말 안 들을......”
“스위트룸으로 데려 가세요. 제가 냅니다.”
화를 내려는 하라를 말리고 재하가 말했다. 그까짓 스위트룸이 대수랴.
지금 하라 집에 다른 남자가 자겠다는데.
“오올. 역시 클라스가 달라, 1등 재벌은.”
재하는 귀찮다는 듯이 대충 손사래를 치고 테리를 떠밀었다. 얼른 치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주한은 한 숨을 내쉬었다. 마음 같아선 주한도 계속 남고 싶었지만, 지금은 일단 테리를 데리고 나가는 게 우선이었다.
“그럼, 가시죠. 우리 누나 애인 포스 풍기는 총지배인님?”
“테리!”
결국 하라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덕분에 주한은 웃었지만. 기껏 스위트룸까지 쏜 재하만 찡그릴 뿐이었다.
“Then see you tomorrow, my sis.[그럼, 내일 봅시다. 누님.]”
폭풍을 몰고 온 테리는 상큼하게 윙크까지 해 가며 겨우 그녀의 집에서 나섰다. 주한 역시 그런 테리를 따라 그만 현관을 나서려는데, 잠시 멈춰서 현관까지 나온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한의 눈은 ‘내일 보자’는 뜻이었고, 그녀는 바로 알아들은 거다.
그녀가 자각하지 못 하는 이런 사소한 것들이 주한을 기쁘게 한다. 여전히, 5년 전과 다를 게 없다 말해주는 것 같아서.
재하는 바로 그런 점이 싫었다.
“하아. 드디어 다 갔네.”
테리 한 사람으로 이래저래 시끄러웠던 하라의 집이 드디어 조용해 졌다. 그녀는 지친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현관문을 닫고 들어왔다. 벽에 기대 그녀를 묵묵히 바라보는 재하는 말이 없었다. 그저 그녀가 그 앞에 다가가자 품에 꼭 안을 뿐이었다.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화났어?”
“아니.”
“화난거야?”
“내가 화나 보여?”
“응.”
재하는 피식 웃었다. 나름 티 안내려 했는데 금세 들통 나 버렸다. 재하는 좀 더 힘을 주어 그녀를 안았다.
“화 안 내고 있는데.”
“......아닌데.”
하라 역시 그런 재하의 허리를 안았다. 따듯한 체온이 느껴지고 그녀의 체취로 코가 가득 찼다. 그녀의 고른 숨소리와 함께 심박수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재하는 저절로 긴장이 풀렸다.
이러려고 여기에 온 거였는데, 쓸데없는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
“좋다.”
재하는 몸에서 힘을 뺐다. 지친 피로가 이제야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큰 등을 토닥였다.
“피곤해 보여.”
“피곤해.”
“그런데 괜히 여길 와서 기운만 뺐네.”
“그러게. 이렇게 너랑 둘이 있고 싶어서 온 건데.”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묻고 중얼거렸다. 아이 같은 행동에 하라는 작게 미소 지었다.
재하답지 않은 어리광이었다.
“뭐 마실래? 아니, 저녁은 먹었어?”
“먹었지. 차 있으면 아무거나 줘. 술이면 더 좋겠지만.”
“그건 안 돼. 내일 출근하니까.”
단호한 그녀의 대답에 그는 작게 투덜거렸다. 그의 품을 벗어나 그녀는 그제야 자켓을 수 있었다. 그가 그녀의 안경을 직접 벗겨주자 그녀는 그를 올려보며 예쁘게 웃었다.
재하는 이 얼굴이 좋다. 안경을 맛 벗었을 때의 이 수줍어하는 얼굴.
이 모습이 보여주기 싫어서 이제는 그녀가 안경을 벗고 다니면 좀 싫을 거 같았다.
“예쁘네.”
재하의 진심이 가득한 말에도 하라는 살짝 웃어버리더니, 그대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재하는 식탁 의자에 앉아 소매를 걷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때, 본사는? 부회장님이 되니, 뭔가 달라졌어?”
“첫 날이라 그냥 정신없었지. 뭐 비슷해. 그저 서류가 열 배로 늘어났을 뿐.”
“다 보려면 고생하겠네.”
타이트한 정작 치마와 블라우스가 그녀의 몸매를 여실히 드러냈다. 몸을 조금만 숙여도 스커트는 금새 허벅지 위로 올라갔고, 검은색 스타킹은 얇기만 했다. 머리까지 틀어 올려 가는 목선까지 고스란히 보이니, 불순한 눈으로 바라보면 충분히 야릇했다.
재하는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차림으로 늘 주한을 만난다는 거였다.
“너 옷이 좀 작은 거 아냐?”
“작다고? 하지만, 이 보다 더 큰 사이즈는 너무 큰데....... 이거 딱 맞는 거야.”
“아냐, 작아. 특히 바스트랑 힙. 몸매가 다 드러나잖아.”
“안 그러는 정장이 어딨어.”
“지나치게 섹시하단 말이야.”
“너만 그렇게 생각해. 너만.”
재하는 입술을 조금 삐쭉거렸다.
절대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굳이 또 다시 주한을 언급하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물었다.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뒤에서 꼭 안았다.
“진짠데.”
“가서 앉기나 해.”
가는 허리에 가는 목선. 가는 팔뚝에 가는 손목. 뭐 하나 굵은 게 없이 죄다 빼빼 말랐다. 평소의 차가운 고자세와는 전혀 다른 이 여리 여리 한 모습은 남자로 하여금 괜한 보호본능을 자극했다. 이 자체로도 남자에게 위험하단 소리다.
재하는 그녀의 어깨에 턱을 기대며 말했다.
“너 살 좀 쪄. 너무 말랐어.”
“체질이라니까 그러네.”
“체질을 개선해. 나 마른 여자는 진짜 별로야.”
“자기는 안 마른 줄 아나.”
“난 근육이지 멍청아.
만져보고도 몰라?”
짓궂은 그의 말에 하라는 살짝 고개를 그를 흘겼다. 재하는 하라의 몸을 돌려 그를 제대로 보게 만들었다. 바에 양 손을 잡아 그녀를 가두자, 그녀는 언제나처럼 애써 몸을 뒤로 뺐다.
“나와.”
“싫어.”
하라가 한 숨을 쉬었다. 이렇게 버티기 시작하면 계속 버틸 재하인 걸 그녀는 안다.
그와 연인이 되어 느낀 점은 그는 의외로 어리광쟁이에 고집쟁이라는 거다.
“계속 이러고 있자고?”
“심심하면 다른 걸 하면 되지. 예를 들어, 키스라던가.”
아주 뻔뻔스럽게 말하더니, 그는 당당하게 다가와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
성급하지 않고 느릿하게. 그러면서도 부드럽고, 달콤하게.
“으응.”
버릇처럼 그녀의 아랫입술을 살짝 물자 그녀는 작게 입을 열었다. 그는 살며시 그녀의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뜨거운 혀가 뜨거운 혀를 만나고, 타액이 섞여 물소리가 울렸다. 그는 그녀의 가는 목을 한손으로 바치며, 좀 더 그녀를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입천장을 하나하나 더듬는 그 감촉에 하라는 온 몸에 전기가 오르듯 짜릿했다.
여태껏 해왔던, 그런 키스와는 사뭇 달랐다.
“하아. 응...!”
잠시 숨 쉴 틈을 주는 가 싶더니 그는 다시 입을 맞춰왔다. 갈구하듯 끈질기게 밀어붙이는 그에게 하라는 속수무책으로 원하는 것을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틀어가며 그녀는 애써 그에게 응했다. 그는 아주 야한 방식으로 그녀에게 어리광을 피우고 있었다.
“재하야, 잠깐.......”
“싫어.”
“응!”
목덜미를 잡던 손이 척추를 타고 내려왔다. 뼈를 하나하나 짚으며 내려오는 그 감각이 낯설어 그녀는 몸을 비틀었다. 허리 부근을 지분거리면서 그는 능숙하게 블라우스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차가운 손이 그녀의 뜨거워진 맨살에 닿자 하라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녀가 귀여워 그는 살짝 그녀의 입술에 짧은 키스를 했다.
“뭐 그렇게 긴장하실까.”
“여, 여기선 안 돼.”
“뭐가 안 되는데.”
“......못 됐어.”
“알아.
하지만, 더 못 된 건 너야. 바보야.”
지금 안달 나게 한 게 누군데. 민주한과 반말을 하고 눈빛을 주고받고. 생전 처음 보는 다 큰 남자에게 안기질 않나, 재웠다고 하질 않나.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이다. 마음 같아서는 앉혀 두고 남자가 어떤 생물인지, 네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져서 가르치고 싶었다.
“읏.......!”
블라우스 안으로 들어온 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아래서부터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능숙하게 브래지어를 헤치고 그녀의 오똑 솟은 정점을 손가락으로 튕기자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는 다시 입을 맞추었다.
“읏!”
무릎으로 그녀의 다리를 가르고 그녀의 따뜻한 중심에 닿았다. 그러자 새된 소리가 뜨거운 숨결과 함께 흘러나왔다. 반사적으로 그의 목을 안는 그녀의 허리를 좀 더 바짝 당기며 그는 그녀의 타이트한 치마를 걷어 올렸다.
“정말 여기서는 안 돼?”
“바. 바보야......!”
“응? 하라야.”
역시나 그는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절대 거절 할 수 없는 눈과 목소리로 그는 그녀에게 물었다. 지금 이 뜨거운 열기를 정말로 이렇게 끝낼 거냐고.
그의 가슴을 밀던 하라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하얀 와이셔츠 뒤에 있는 가슴은 근육으로 단단했고, 하라의 손으로 조금씩 빨라지는 그의 심장 소리가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를 원한다는 이 눈.
어차피 선택지 따위는 하나 밖에 없다.
하라는 그의 넥타이를 살짝 당겼다.
“......오늘만이야.”
그녀의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에 그가 환히 미소 지었다. 그리고 거침없이 그녀의 입술을 파고들며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빠르게 풀었다. 하라 역시 그의 와이셔츠 단추를 더듬거리며 그의 맨 가슴을 찾았다. 재하는 그녀의 허리를 안고 단 번에 그녀를 바(bar) 위에 앉혔다. 그리고 거침없이 그녀의 치마와 스타킹을 벗기며 속삭였다.
“기대해도 좋아, 공주님.”
“그렇게 부르지....... 아읏!”
그녀의 허리를 다시 당겨 그는 그녀를 뒤돌아 세우고 그 등 뒤로 몸을 겹쳤다. 뜨거운 체온이 완전히 밀착되고 뜨거운 부분이 서로 맞닿았다. 그녀의 배 위를 감싸던 손이 아래로 내려와 하나 남은 얇은 천 속으로 들어와 열기를 내뿜는 입구를 두드렸다. 그의 손이 꾹 누르며 잔 진동을 하자 그녀는 바로 몸을 틀었다.
“으응.”
하지만 그는 조금도 그녀가 빠져나가게 두지 않았다. 이미 문은 두드렸고, 물은 차올랐다. 무게를 실어 그녀를 누르며 그는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속옷을 땅바닥으로 떨어트렸다. 그리고 하라가 채 부끄러워하기도 전에 그는 바(bar)를 세게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손 위로 손을 겹치며 단번에 그녀 안으로 들어갔다.
“아!”
뒤에서부터 들어오는 느낌은 확연히 달렸다. 가슴을 움켜쥐는 그의 손에도 정신이 없는데, 몸을 가르는 그 익숙해지지 않는 자극에 하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 읏. 하응!”
침실이 아닌 부엌이라 좀 더 소리가 울리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가는 목소리와 그의 거칠어진 숨소리는 물론 두 사람의 움직일 때마다 흔들려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마저 부끄러울 정도로 전부 귀에 선명히 들렸다. 그녀의 고개를 돌려 키스하는 그를 받아들이며, 그녀는 처음 맛보는 쾌감에 전신이 짜릿했다. 보다 깊숙한 곳에서 그가 그녀를 두드렸다. 그 누구도 침입하지 못했던 곳에서 처음 느끼는 그 뜨거운 낯선 감각에 그녀는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하아. 하라야.”
“응! 으응......!”
그저 정신없이 서로에게 취해갈 뿐이다.
~FIANCE~
“그 자식은 진짜 남동생이야?”
“응. 그 사람이 입양한 사람 맞아.”
침대에 나란히 누워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제는 이렇게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그녀의 침대에 함께 있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재하는 하라에게 팔베게를 해 주며 이제야 테리에 대해 제대로 물어 보았다.
“우연히 만난 애가 너무 천재인데, 불법 체류자여서 추방당할 거 같으니까 대뜸 입양했나봐.
너무 그 사람다워서 그냥 그러려니 했어.”
분명 충동이었을 거다. 원채 그날 기분에 따라 사는 사람이니까. 다행히 그 충동에 책임을 질 줄 알아 테리는 그렇게 계속 아들로 남을 수 있었다.
“테리는 예술에 타고난 감각이 있어. 그래서 그림도 잘하고 음악도 잘하고 사진도 잘 해. 아주 운 좋게 돈 많은 후원자, 아니 양 어머니를 만나서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다가 지금은 엄마 옆에서 화가도 하면서 사진작가도 하고 있지. 음. 아마 아주머니, 아니. 어머니는 알고 계실걸? 유명한 신인이라.”
“언제 만났는데? 아주머니가 데리고 와서 소개 시켰을 거 같진 않은데.”
“그럴 리가.”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 친절을 그 사람한테 기대하진 않는다.
“자취를 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학교 끝나고 오니까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라. 그것도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가방도 다 내려놓고 웅크려 앉아서. 날 보고 대뜸 ‘누나!’라고 하는 거야. 진짜 어이가 없었지.”
“그렇다고 바로 집으로 들였어?”
“생전 처음 보는 남자애를 어떻게 들여. 당연히 무시했지.
그랬더니 그 다음날부터 계속 찾아와서 자기 말을 믿어 달라고 하는 거야. 경찰에 한 번 신고까지 했었다니까?”
“그런데?”
“굴하지 않고 계속 찾아 오더라. 그래도 신고한 다음에는 많이 조심했어. 내가 자기를 무서워하는 줄 알고, 날 보면 피하고 그랬지. 대신, 서울 여행하면서 직접 찍은 사진이나, 직접 그린 그림엽서를 현관에 끼워두고 갔어.”
보는 순간 솔직히 많이 놀랐다. 하나같이 너무 아름다워서.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다.
하라는 그 엽서와 사진을 보면서, 자기 입으로 자기가 천재여서 엄마가 입양했다고 말하던 테리의 말이 납득이 갔다. 그건 정말 천재의 감각이었다.
“너는 전혀 안 믿었던 거야?”
“아니. 처음부터 믿었어.”
믿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두지 않았겠지. 첫 날 바로 비서에게 전화를 해서 진작 치워 버렸을 거다. 그녀에게 얼씬도 못하도록.
하라는 바르게 누워 천장을 보았다. 아주 오래 전 일을 다시 말하려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 때의 테리는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그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입양도 충분히 가능한 사람이니까. 또 무슨 사고를 쳤구나 그랬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테리는 묘하게 그 사람의 분위기를 닮았거든.”
어디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자유의 향기.
두 사람은 바람을 닮았다. 그녀와 달리.
“그런데 왜 그렇게 모른 척 한 거야?”
“그냥 내 인생에 들어오는 게 싫었거든. 특히, 엄마와 관련되었다면 더더욱.”
재하는 그저 천장만을 바라보는 하라의 옆모습을 보았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그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막연히, 아 이 여자가 그 순간 외로웠겠구나 싶었다.
나를 버리고 간 어머니의 양자라니.
달가울 리가 없다. 그게 아무리 연하라일지라도.
“서운했구나.”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 사람한테는 아무런 기대가 없으니까 서운한 건 없어.
다만 조금 부러울 뿐.”
그렇게 자유롭게 산다는 사실이. 그럴 수 있다는 용기가.
재하는 하라를 살짝 당겨 다시 그를 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뺨을 그의 큰 손으로 덮었다.
“부러워 할 거 없어.”
“알아. 나도.”
하라 역시 그런 재하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덮었다. 따뜻한 서로의 온기가 전해지고 섞였다. 하라는 이 느낌을 좋아한다. 그녀 옆에 다른 사람이 있는 바로 안도감.
그녀가 이제껏 몰랐던, ‘함께한다는 평온’이다.
“테리를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은 테리 같은 자식을 원했던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
엄마와 함께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그런 자식.
「하라야. 엄마랑 같이 갈래?」
그 때의 그녀 나이는 14살. 그녀의 어머니는 과연 어떤 대답을 그녀에게 바랐던 거였을까.
태어나 보니 진성그룹 장녀였던 그녀에게 어떤 대답을 기대했던 걸까.
“난 죽었다가 깨어나도 하지 못하는 바로 그런 자유로운 사람.”
새삼 하라는 웃음이 나왔다. 전부 부질없는 가정이고, 부질없는 미련이었다.
엄마의 존재가 없어서 외롭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외로움에 빠져 살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기엔, 그녀는 외로움에 너무 익숙했다.
외로움을 느끼기에 그녀의 삶은 너무 투쟁적이었고, 그녀에게는 그 외로움마저 사치였다.
“외로웠네, 우리 하라.”
그래서 외로운 상황인 걸 인식했을 뿐, 스스로 외롭다 느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왜 재하의 말에 울고 싶어졌을까.
“그건 아니야.”
“미안해, 몰라줘서.”
“아니래도 그러네.”
재하는 그녀가 아니라하건 상관없이 그저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 언제나처럼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는 그 손길이 따뜻했다. 그녀도 모르는 그녀의 오래된 상처를 보듬어 주는 기분.
이래서, 그녀에게 그는 언제나 봄이고 햇살인가 보다.
“그런데 그 이후에 어떻게 친해진 거야?”
“음. 그 때 우리 집 위층에 술 취하면 개가 되는 어느 회장 아들이 있었는데, 한 번은 술이 만취가 되어서 다짜고짜 내 손목을 잡고 끌더라고.”
“뭐? 어떤 미친 새끼야, 그거? 당장 말해. 어느 회장 아들인데 겁도 없이 태화 그룹 딸을 건드려.”
“십년도 더 된 일이야. 그리고 뭐 어쩌기도 전에 테리가 다짜고짜 달려들었다니까? 그게 누구 아들인지도 모르고.”
“뭘 어쩌는데? 연하라. 너 진짜 조심성 없을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밤늦게 혼자 다니고. 너 그거 습관이야.”
“그럼 일이 있는데 야근을 안 하니? 말도 안 되는 트집......”
“아까 보니 서로 껴안고 그러던데. 어디 다 큰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안겨, 안기길.
너 한 번만 더 그래 봐.”
“남자가 아니라 동생.”
“동생이면 껴안아도 된다고 누가 그래.”
“안 된다고 누가 그래?”
“네 남편 될 사람이.”
재하는 좀 더 꼭 하라를 안았다. 아까 테리가 그녀를 품에 안았을 때 진심 울컥해서 한 대 칠 뻔했다. 번호키를 알고 있는 것도 폭발할 뻔 했는데, 품에 안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집 번호키도 당장 바꿔. 상식적으로 다른 남자 생일로 한다는 게 말이 돼?”
“걔가 멋대로 바꾼 거야. 기존 번호가 너무 쉽다고.”
“그럼 내 생일로 바꾸면 되겠네.”
“마음대로 해, 마음대로.”
하라는 한 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된 게 갈수록 유치해지는 것 같았다.
“건성으로 듣지 마. 너 진짜 얼마나 조심성이 없......”
“그만. 엄청 핀트가 나갔잖아.”
하라는 손가락을 그의 입에 갖다 대며 조용히 시켰다. 아직 할 말이 훨씬 더 남은 재하는 불만이 가득하단 표정이었지만, 하라가 먼저 선수를 쳤다. 하라는 그의 허리를 바짝 안으며 그의 가슴에 턱을 대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계속 잔소리하면 그만 말한다.”
“......너 점점 더 약아지고 있어.”
“너한테 배웠나 보지.”
이 앙큼한 여우 같으니라고. 재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아무리 화가 나고 짜증이 나도, 이 애교에는 안 넘어갈 재간이 없다.
“어쨌거나 재벌집 아들이랑 대판 싸웠으니 당연히 경찰서까지 갔지. 나를 당당히 누나라 부르는 애가 나 때문에 서에 갔는데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시끄러워 지는 것도 싫어서 내가 나서서 빼왔어. 그리고 우리 집에 데려갔지.
테리가 나한테 공들인지 딱 열흘째 되던 날이야.”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녀도 참 너무 하다 싶었다. 뻔히 엄마의 양자인 걸 어림짐작 하고 있었으면서 철저히 남인 척을 하고 무시했으니, 다른 사람이었으면 진작 나가 떨어졌을 거다. 다행히 근성 가득한 바보 테리였기에 그녀를 그렇게 맹목적으로 좋아할 수 있었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고아로 지내면서 생긴 애정결핍 중 하나라는 걸 그녀는 뒤늦게 깨달았다.
「당신이 좋아. 당신이 내 누나가 되어 좋으면 좋겠어. 그럼 나는 세상에서 제일 착한 동생이 되어 줄게.」
하라는 옛 기억에 피식 웃었다.
“정신 차려 보니 난 누나가 되어있더라. 테리는 남동생이 되어있고.”
“그랬구나. 몰랐네, 이런 사연이 있었는 줄.”
지금까지 말 해주지 않은 것. 솔직히 재하는 많이 서운했다. 소원해 져도 가장 가깝다는 생각해 왔는데, 이런 일까지 몰랐다니.
정말 주한의 말대로 시간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는 말로만 그녀를 위했지, 생각보다도 훨씬 더 그녀에게 무심했는지 모른다.
“다음부턴 이런 건 말해 줘, 하라야.
너에 대해서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솔직히 속상하고 창피해.”
그 남동생한테도. 민주한한테도.
하라에 대해 세상에서 제일 잘 안다고 자부했는데, 그러지 않은 것 같아서 재하는 불안했다.
그가 모르는 그녀의 시간. 그녀의 사람들.
그는 그 자체가 괜히 서운했다.
“나에 대해서 네가 제일 많이 알아. 심지어 내 부모보다도 더.”
그런 재하의 마음을 알았을까. 하라는 좀 더 바짝 그를 안으며 속삭였다. 살짝 발그레한 볼과 조금 쉰 목소리. 흔들림 없는 눈동자와 너무 예쁜 미소까지. 오로지 재하만이 볼 수 있는 하라의 모습. 재하 역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꼭 안았다.
“앞으로 더 알아갈게. 너에 대해 모르는 게 없도록.”
“내가 아무리 피 안 섞인 형제가 많은 팔자여도 설마 또 생길까.”
“그리고 동생이어도 껴안지는 마. 그건 금지야.”
자기는 재하 언니랑 포옹하면서.
하라는 반박하려다가 그냥 말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질투마저도 그녀만이 독점하는 거라면 기꺼이 감수 할 수 있으니까.
“그럼 그 때 그 남자 셔츠도 그 자식 거였겠네?”
“응. 몇 년 전에 꽤 오래 있었으니까.”
“꽤 오래?! 너 한 번만 더 외간 남자 집에서 재워봐. 호텔 사장이 뭐가 아쉬워서 네 집에 다른 남자를 재.......”
“한 마디만 더 해 어디. 너부터 쫓아낼 거야.”
물론 받아주는 한계는 명확하지만 말이다.
재하와 하라의 투닥거림은 그렇게 밤새 계속 되었다. 언제나처럼.
~FIANCE~
“기어코 최고 스위트룸에 주무셨네.”
하라는 거대한 침대에 널브러져 자고 있는 테리를 내려다 보며 중얼거렸다. 밤새 뭘 그렇게 먹었는지 냉장고 미니바는 물론 룸서비스까지 아주 야무지게 챙겨 드셨다. 하라는 그의 맨 등짝을 짝 소리 나게 때렸다.
“Wake up![일어나!]”
“Ouch![아!]”
테리는 한 껏 인상을 쓰며 겨우 겨우 눈을 떴다. 희미하게 정장을 쫙 빼입은 하라가 한심하게 쳐다보는 것이 눈에 들어오자 그는 바로 베시시 웃었다.
“Good morning, sister.”
“빨리 일어나. 벌써 9시 넘었어.”
“아, 뭐야. 아직 9시 밖에 안 됐잖아. 나 조금만 더 잘....... 아! 아파!”
결국 하라에게 한 대 더 맞고서야 테리는 몸을 일으켰다. 하라는 눈에 보이는 셔츠는 대충 그에게 던져주었다.
“얼른 정신 차리고 나와. 거실에 있을 테니까.”
“응. 나 다 정신 차렸어.”
테리는 금세 셔츠를 입고 쫄래쫄래 하라를 따라 나왔다. 하라는 널브러져 있는 소파 위의 잡다한 것을 대충 옆으로 밀고 자리에 앉았다. 테리야 대뜸 그런 하라 옆에 앉았지만.
“도대체 왜 온 거야?”
“보고 싶어서 왔다니까? 그럼 안 돼?”
“안 돼.”
“너무해. 진짠데.”
금세 상처 받은 강아지 눈이 된 그의 허벅지를 그녀는 찰싹 때렸다.
이게 어디서 약을 팔아?
“제대로 말 안 해? 너 혼난다.”
“진짜야! 누나가 시집간다는 소리를 듣고 배 아파서 바로 날라 온 거라고.
물론, 엄마 전시회 계약이라는 아주 사소한 비지니스가 있긴 하지만.”
이제야 진짜 이유가 나왔다. 예상 범위 내의 이유여서 하라는 그냥 끄덕였다.
혹시라도, 그 사람이 아픈가 싶었는데 역시나 그건 기우였다.
“진짜 누나가 보고 싶어서 온 거 맞아. 진짜라니까?”
“그래. 알았어. 누가 뭐래?”
그녀는 귀찮다는 듯이 대충 끄덕이고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짧은 걱정도 걱정이라고, 걱정거리가 사라지자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하라는 능숙하게 커피포트를 바로 찾아 물을 올렸다. 출근하자마자 여기부터 온 거라 커피도 아직 마시지 못했다.
“엄마는 건강해.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누가 걱정한데.”
“혹시나 걱정할 까봐.”
걱정하고 있으면서 내숭은. 아무튼 귀여운 구석이 잔뜩이다. 이 어려운 누님은.
테리는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손으로 넘기며, 하라 곁으로 다가갔다. 커피를 내리는 그녀 옆에 서서 그는 계속 재잘 재잘 떠들었다.
“전시회는 1월 말이야. 계약은 이미 진행되었는데 뭐 그림 배치나 그런 거 확인하러 왔어. 이번에 새로 바뀐 큐레이터가 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거 같아서.”
“그래.”
“엄마는 올지 안 올지 나도 몰라. 원체 속을 알 수 없어서. 말도 잘 안 해주고.”
테리는 일부러 수현의 소식을 먼저 말했다. 하라 성격에 궁금해도 묻지 않을 게 뻔 하니까.
테리의 배려를 하라도 잘 알아 그저 픽 웃었다. 그 대답이 너무 그녀의 어머니다워서 조금 웃겼다.
“여전하구나, 그 사람은.”
“바뀔 사람이 아니죠. 그게 매력이지만.”
“다행이네, 매력이라 생각해서.”
미소 짓는 테리를 따라 하라도 미소 지었다. 테리를 보고 있으면 테리가 얼마나 순수하게 어머니를 좋아하는지 눈에 보였다. 이해타산이 개입되지 않는 말 그대로의 순수한 감정. 하라는 그 마음이 부러운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어머니란 존재는 테리만큼 순수하게 좋아할 수는 없는 사람이니까.
“혹시라도 오게 되면 내가 몰래 연락할게.”
“그럴 거 없어.”
“보면 좋잖아! 엄마는 누나 보고싶단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데!”
“거짓말.”
그런 신빙성 없는 거짓말을. 하라는 짧은 실소를 뱉었다.
만에 하나 진짜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어머니는 절대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 남보다 못하게 살아도, 적어도 그 정도는 안다. 그녀도.
“너는 얼마나 있다가 들어가?”
“내일 새벽 비행기. 실은 지금 전시 막바지라 되게 바쁘거든.”
“지금은 어디에 있는데?”
“오스트리아.”
“거기서 여기까지 고작 이틀 있으려고 온 거야? 뭐 하러 그래. 시간 아깝게.”
“누나 보러 왔다니까 그러네.”
테리는 찰싹 그녀의 팔에 붙어 애교를 부렸다. 하라는 한 숨을 내쉬었다. 정말 남들에 비해 심히 다이나믹한 가족사가 아닐 수 없다. 부모님의 이혼에, 재혼에, 이복동생에, 입양 동생까지.
하라는 체념한 채 빈 속에 커피부터 홀짝이는 테리로부터 커피 잔을 뺏었다.
“너 아침은? 곧 있으면 조식도 마감해.”
“헐! 그럴 순 없지. 조식 먹으러 호텔에 왔는데! 누나도 같이 가자!”
“난 근무 중이야.”
“사장인데 뭐 어때? 가자, 나랑. 그렇지 않아도 배고파.”
보나마나 아침이라곤 우유 한 잔으로 때웠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테리는 칼 같이 거절하는 하라는 무시하고 일단 대충 머리부터 쓸었다. 어디 가서 굴하지 않는 혼혈 외모는 이렇게 갓 일어나도 보란 듯이 잘생겼다. 그는 뿌듯한 미소를 지은 채 얼른 가버리려는 하라의 팔을 잡았다.
“일하러 가야된다니까.”
“나 혼자 먹기 싫단 말이야. 누나도 있는데 내가 타지에서 외롭고 쓸쓸히 아침을 시작해야겠어?”
“너 전혀 안 그렇다고 얼굴에 쓰여 있거든?”
“꾹 참고 있는 거지.
갑시다. 조식 먹으러. GO!”
몇 층인지도 모르면서 테리는 무작정 나섰다. 하라는 또 한 번 깊은 한 숨을 내 쉬고, 테리 대신 11층을 눌렀다.
“오오. 전망이 내려다 보이는 11층?”
정말 간만에 태화 호텔 조식을 맛보게 생겼다.
안녕하세요, 프레이야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온 대신에 한 편 통으로 들고왔습니다!
드디어 의문의 남자 정체가 밝혀 졌네요XD
공지로 따로 말씀을 드릴테지만, 이걸로 이번 《피앙세》 연재는 마무리가 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공지를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도도한 유혹》 때 완결 연재를 못하고 출간할 때 독자님들께 죄송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정말 일이 제 맘대로 되지가 않네요. 상황에 밀려 또 이렇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독자님.
대신에 그래도 완결을 무료로 보실수 있도록 네이버에 정식 연재될테니 거기서 뵈어요TT 자세한 것은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리는 독자님.
오랜 기간 《피앙세》 연재를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렸습니다.
공지에서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죄송하고, 또 감사드려요.
첫댓글 하라가 외로울때 그래도 옆에 재하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하라랑 반대인 테리도 계속 보고 싶은데 ㅠㅠ 이렇게 마무리가 되니까 너무 아쉬워여... ㅠㅠ 그래도 네이버에서 완결까지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에여~!! 앞으로도 계속 응원할게여~~ ㅎㅎ
아쉽네요ㅜㅜ 그래도 수고하셨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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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축하를 드려야 하는게 당연한건데 이런 소식이 들려올때마다 한편으로는 너무 서운하네요ㅠㅠ 저보다 작가님이 훨씬 더 마음이 많이 쓰이시겠지만서도, 처음부터 지켜봐온 인물들이라서 그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라는 그 시간들이 무시하지 못할만큼 정이 들었는지 아쉽네요ㅠㅠ 작가님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가득한 공간에서 바라보는 글과 혼자만 느끼고 생각하는 이북에서 바라보는 글은 심히 다르더라구요. 여기서 읽어서 마치 제가 이들을 직접 만든 것 같은 애정이 생겨난 것 같아요. 물론 이런 감정들은 다 작가님이 저를 비롯한 독자분들 한 분 한 분씩 답글들을 달아주시면서 공감해주셔서 그런거지만요! 뭔가 글이 마무리
짓게되어서 만나게되는 시원섭섭한 감정이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작가님이 결코! 미안해하고 죄송하다고 느끼시지 않아도 됩니다ㅠㅠ 혹시라도 그렇게 느끼셨다면 제가 글로써 속마음을 전달하는 표현이 미숙하기 때문일겁니다. 이렇게 마치 정든 자식 떠나보내는 것 같은 작가님이 느끼실만한 감정들을 느끼는 독자님들이 저 말고 또 있다면 오로지 작가님 덕분일겁니다. 그렇게 느끼게끔 해주셨어요 매번. 그냥 공감하고 싶은 부분, 느꼈던 것들을 주절주절 적어둔 공간에 피드백을 해주시는게 참 좋아서 더 그렇게 느꼈나봅니다. 어떨때는 작가님이 보시고 해주실 말이 더 기대되서 아무말 대잔치처럼 생각나는대로 적어내려갈 때도 많았던
것 같아요. 하라랑 재하가 이제 뭔가 서로에 대해 더 애틋해지고 좀 더 신경쓰이고 또 앞으로 더 이 사람없으면 안될 것 같은 마음을 더욱이 느끼게 될 모습들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어서 질투났는지도 몰라요ㅋㅋㅋㅋ 아무튼 저는 오늘도 궁금한게 참 많은 독자입니다. 예린이가 앞으로 얼마나 더 못되게 변할지, 본인의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 사랑이라면 그 감정이 배신당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얼마나 망가질 수 있을지 엄청 궁금합니다. 저는 언제나 고난과 역경은 바라지 않는 평화주의적인 독자이지만 이전부터 쓰러질 듯 꺾일 듯 사라지지 않는 예린이가 얼마나 비참해질지, 얼마나 추악해질지 궁금하네요. 여지껏 작가
님 글 중에 못된 남자는 있었지 대놓고 나쁜 여자는 없었던 것 같은데... 라는 생각도 들면서 예린이라는 인물은 쉽게 정이 안가는 것 같아요. 주한과의 관계도 어떻게 마무리가 될 지 잘 모르겠어요. 여태까지처럼 하라를 혼자서 계속 좋아하는 인물로 남게될 것 같기는 한데 예린이로 인해서 찾아오는 위기와 혼란의 순간에 결정적인 한 방을 먹여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재하랑 으르렁거릴 때 마다 하라의 마음을 조금 알 것도 같아요. 막 새로운 인물이 나왔는데 다음부터 이곳에서 볼 수 없다니!! 테리는 느낌이 왠지 작고 귀여운 느낌에... 나이는 너무 어릴 것만 같은, 그렇지만 눈빛은 살아있는 겉으로는 믿음직한가? 싶은데 믿음
직한 온전한 하라편인 것 같아요. 하라편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제가 더 괜히 더 신나는 것 같아요! 하라편 하면 재하가 빠질 수 없죠. 그 누구보다 하라를 잘 안다고 자부했는데 요 근래 주한이랑 테리로 인해 결국은 자신 또한 하라 주변에 있는 보통 사람에 불과했다고 느꼈을 것 같아요. 저 둘은 모르는 하라의 시간을 알고 있다고 하지만서도 결국 주한이도 테리도 나머지 두 남자가 모르는 하라의 시간을 알고있는 셈이니까요. 그런데도 본인도 알거에요. 이런 느낌을 느끼는 본인이 한편으로는 되게 바보같다는거요. 그러면서도 직접적으로 하라가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것도요. 이런면에서 하라는 완전 재하 조련사가 아닐까 싶네요. 져주
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하라가 이기는 것 같거든요. 재하가 져 주는 건가?ㅋㅋㅋ 어쩌면 이 둘은 지금이 더 행복한걸지도 몰라요.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처럼 재하 입장에서는 오로지 하라만 바라보기에는 강회장님이 너무 신경쓰이고 또 하라를 해하려는 사람들로부터 하라도 지켜야하는 일이 더 피부에 와 닿을 테니까요. 본사로 가게되면서 하라와의 가시적 거리가 늘어났다고 불안해하는 재하라면 충분히 지금처럼 좋은 하라편이 되어주겠지만 우리 해피바이러스 강재하가 분노하는 일이 부디 적길 바랍니다. 요즘 자주 질투하고 화내는 모습 아주 보기 좋지만서도 하라가 힘든 건 또 싫으네요. 왜 매번 작가님 글을 읽으면 남자주인공보다 여
자주인공들에게 더 마음이 가고 더 좋은지 모르겠어요! 재하가 좀 힘들지 몰라도 결혼을 통해서 하라에게는 처음으로 정상적인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생길 예정이라서 바보같이... 외로운것도 못 느끼는 하라가 좀 더 많은 것을 가지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재하가 위로해줄때 살짝 울컥 할 뻔 했어요ㅠㅠ 하라와 재하 앞에 너무 많은 장애물들이 있지만 결국에는 얘들 행복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도 글은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눈에 들어오는 법이라 그런지 겁쟁이는 기우가 끊이지 않네요. 좋은 소식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말도 안되는 말들도 막 하고 갑니다! 축하드려요 작가님!!
굉장히 매력적인 동생이 나타났네요~ 카페에서는 못보지만 네이버에서는 자유로운 영혼인 하라엄마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잘 읽었어요^^ 남동생이었구나 ㅎㅎ 곧 엄마도 만나게 될 듯...
잘 읽고 갑니다 수고 하셨어요~ 네이버에서 뵐게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4.03 14:59
잘읽고갑니다. 네이버에서 뵈요~
잘보고갑니당! 네이버에서 봅시다잉~~~~~~~~~~~~~~~~~
동생일꺼라 생각은 했는데.. 입양동생은 진심 반전..ㅎ 테리가 뭔가 한 건 할 것 같은데..ㅎㅎ
그냥 나온건 아니겠지요????
헙ㅜㅜ 넘 아쉬워요
아쉽지만 언제나 응원할께요!! 남은 연재 건필하시고 출간소식도 꼭 1등으로 알려주셔야해요!
잘읽었습니다~ 아쉽긴하지만 네이버에서 봐야겠어요 ~
안그래도 네이버 생각하고잇엇어욤!ㅋ네이버에서 뵈어욤
ㅎㅎ과연 진짜 테리가 온 목적이 뭘까요~~??
엄마랑 화해??시키기위한????ㅎㅎ
굿
오랜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