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군산댁 코니입니다.
함께 꿈꾸고, 꿈꾸던 것들을 하나씩 행동으로 실천해나가는 해뜸이들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
영화 '밀양 아리랑' 공동체 상영도 에너지 문제에 대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해뜸이들의 마음이 담긴 것임을 알기에, 또 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영화라 고민없이 거침없는 상경을 하게 되었습니다.ㅎㅎ
영화 시작 전에 마을에서 인디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외모도 마음도 아름다운 은수 청년이 김광석 씨의 노래와 송전탑 반대를 위해 싸우는 이들을 응원하는 내용이 담긴 자작곡 'Shine on you'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따뜻한 조명 아래에 기타 소리와 함께 울려퍼지던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노래가 영화 시작 전부터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마을에 이런 공간이, 이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노래하는 청년들이, 또 함께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영화.
'밀양을 살다' 책으로, 또 지난 여름 밀양 농활에서 직접 만났던 밀양 주민들의 얼굴과 밀양 곳곳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니 참 반가웠습니다. 반가운만큼 그분들의 아픔이 오롯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영화의 힘이었습니다. 밀양에서 일어난 일들을 정리된 기사로 접할 때와는 또다른 주민들의 열정과 아픔, 눈물과 고통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짜여진 시나리오가 아님에도 주민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내 자신의 이기적인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들어있었습니다. 그 힘은 평생을 거쳐 진실되고 성실하게 살아온, 자신의 터전과 그 땅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실된 삶의 힘 vs. 거짓 변명
"이대로 송전탑과 발전소를 지어대다가는 후손들에게 물려줄 땅이 없다"고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하시던 할머니, 이렇게 무리하게 공사를 밀어부치는 것이 전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돈때문임을 꿰뚫어 보고 있는 밀양 주민들 앞에서 한전과 경찰들이 하는 변명들은 진실되지 않기에 횡설수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6.11 행정대집행으로 농성장이 모두 철거되고, 송전탑이 다 건설되었으므로 한전이 이겼고, 밀양 주민들의 싸움이 실패했다고 단순한 결론을 낼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진실함과 생명, 평화의 소망으로 무장한 주민들이라는 주연들 앞에서 거짓으로 가득찬 한전과 경찰들은 아무리 힘과 공권력으로 무장했다고 해도 비열하고 추악한 악당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밀양 주민들은 연대자들과 함꼐 할머니들의 정성과 손맛이 가득 담긴 '밥심'으로 새로운 투쟁을 해나가고 있는 반면, 정작 귀한 생명들을 앗아가면서까지 송전탑 공사를 완공시킨 신고리 3호기는 불량부품 사용이 발견되어 운영허가가 계속 미루어지고 있습니다.
일상의 소중함과 웃음의 힘
밀양에 농활갔을 때 농성장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주민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유쾌함과 웃음이 밀양 주민들의 큰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들이 경상도 사투리로 해주시는 이야기에 광대뼈가 아플 정도로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감독님도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으셨더라고요. 김영자 어머님의 미소는 유희열의 잇몸 미소보다 더 환하게 빛나더랬습니다.
또한 투쟁의 현장과 대비되는 주민들의 소중한 일상도 담겨져 있습니다. 감을 따서 곳감을 만들고, 밭을 갈고, 감자를 심고, 고추를 따고... 몸은 고되지만 자식같은 작물들이 자라고, 수확하는 기쁨이 참 크실 텐데 (어떤 분들에게는 생계의 수단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욱 농사가 부업이 되고 투쟁이 주업이 되어 버린 주민들의 귀한 선택과 희생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공사장에 가시는 어르신들 말리러 갔다가도 생각과는 달리 더 올라가게 되고,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말에서 열정과 간절함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마지막에 들려오는 노래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더라고요. 담담한 듯 하면서도 애절하고, 결연한 의지와 힘이 느껴지는 노래였는데 알고보니 키우는 고추들과도 반갑다 인사를 하시는 감성을 지니셨으면서도 정작 젊었을 땐 여군이 되고 싶으셨다던(그 이유도 봉사를 할 수 있는 일이어서라고 하시네요.) 김영자 어머님의 목소리였습니다. 게다가 가사들 겨우 기억해내 검색해보니 나훈아 씨의 '사내'라는 노래더라구요. 아마 '불후의 명곡'에 나가시면 당연히 우승하시리라 싶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영화에서 확인하시길!ㅎㅎ
"긴가민가 하면서 조마조마 하면서
설마설마 하면서 부대끼며 살아온
이 세상을 믿었다 나는 나를 믿었다
추억 묻은 친구야 물론 너도 믿었다
미련 같은 건 없다 후회 역시도 없다"
처음에는 자신의 일상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다가 이제는 탈핵과 이 땅의 고통의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까지 품고 연대하기까지 이른 밀양 주민들의 마음이 이 영화를 통해 많이 전해지기를 소망합니다. 곧 일반 상영관에서도 개봉될 예정이고 또 영화 상영으로 인한 수익금은 밀양송전탑반대운동으로 인해 부과된 벌금폭탄에 쓰인다고 하니 많이 소문내 주시고, 가능한 단체들은 공동체 상영도 많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독님과 밀양 주민들이 이런 관객과의 대화에 초대되어 다니시느라 농성장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쁘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바쁨은 감독님이나 밀양 주민들 모두 대환영이실 것 같아요! )
아이때문에 마음은 있어도 참석하기 어려운 엄마들을 배려해 아이들을 따로 봐주던 바람진과 저녁 식사를 하지 못하신 분들을 배려해 떡과 음료까지 준비한 해뜸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수고 또한 감동이었습니다.
영화와 해뜸이들의 마음에서 얻은 힘과 감동으로 충만해져서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