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랑 직업을 여러 개 정한 뒤 어떻게든 개연성을 꿰어내는 식으로 써봤는데, 마음에 들지 않네요. 시험장가서 이렇게 쓰면 큰일난다는걸 알았습니다.뒷부분의 마술 트릭을 밝히는 대화가 실은 굉장히 짧게 나올 예정이었는데, 글의 전반을 차지하게 되면서 어중간한 글이 된 것 같습니다. 아쉽습니다~!
“뉴스 속보입니다. 세계 최정상 스키 선수인 요하네스 브라텐이 알프스 산맥에서 스키를 타다 사고를 당해 현재 병원으로 이송된 상태입니다. 요하네스 브라텐은 크레바스 사이로 낙하하면서 왼쪽 다리가 외회전하며 완전골절을 당했고, 현재는 왼쪽 대퇴골을 절단하는 대수술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현재 선수의 상태는..”
8년 전, 대학병원에 있던 당시 나는 내가 좋아하던 선수의 소식을 듣고 굉장히 놀랬던 기억이 난다. 언제나 놀라운 스키 실력으로 전세계 스키 팬들을 놀라게 해주던 선수였다. 그러나 이보다 더 회자되는 것은 이후 익명의 마술사가 그의 다리를 살리겠다며 생중계를 하던 사건이었다.
“제 마술인생 평생에 딱 한번 쓸 수 있는 마술입니다. 이 마술이 실패한다면, 은퇴하겠습니다.”
늑대 가면을 쓴 마술사는 한쪽 다리가 있어야할 빈 자리에 대고 쓰다듬는 듯한 손짓을 했다. 몇번의 왕복 운동 이후, 그는 무릎에 양 손을 포갠 뒤 왼쪽 손을 점점 오른손으로부터 벌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납작했던 담요가 점점 부풀어올랐다. 그는 정말로 다리를 만들고 있었다. 이후 담요를 걷어내자, 완전한 다리가 보였고, 그가 침대에서 내려와 천천히 일어서는 순간이 생중계 됐다. 세기의 대마술이었다.
그는 그 뒤로 마술사에서 마법사로 불리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당시의 마술쇼를 기억하며 트릭을 궁금해했지만, 그는 절대 말해주지 않았다.
잊고 있던 그의 소식을 듣게 된건 작년 이맘때즘, 나를 찾아온 요하네스 브라텐 선수의 진료를 볼 때였다. 의사로서 진료만을 봐야했지만, 그의 오랜 팬이었던 나는 팬심을 숨기지 못했다.
“독감이네요.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이 있습니까? 실례지만, 몇년 전에 대퇴골이 완전골절된 걸로 알고 있는데, 현재는 치료가 끝났나요?”
“네, 알고 계시는군요. 완전히 마술이 성공했죠.” 브라텐은 털털하게 웃었다. 나는 마술을 좋아했지만 마술이 진정으로 자연의 법칙을 깨는 초자연적 현상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참지 못하고 그에게 몸을 완전히 돌린 채 그에게 그날 일을 묻기로 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당신은 그 다음해에 열린 올림픽에 당당히 출전해서 메달까지 따지 않았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약이나 치료를 받지 않을 수가 없는 상태였는데요. 정말로, 마술이..?“ 나는 도무지 그 마술사가 완전히 절단한 환자의 다리를 살린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이건 말씀드리면 안됩니다만, 제게 처방을 해주실것 같지가 않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그 마술사는 제 형이었습니다.” 나는 갑작스런 그의 말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 누구도 마술사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형은 가면을 쓰고 활동하는 마술사였는데, 제가 사고를 당하자 저를 설득했어요. 자신이 다리를 살려줄테니, 한번만 쇼에 동참해달라구요. 실패하면 은퇴하겠다고 울면서 윽박지르더군요. 아마 저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을거에요.”
“그렇다면 다리를 살릴 수 있었던 트릭은..?”
평생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직전의 순간이었다. 나는 침을 삼켰다.
“형이 제 다리에 들어갈 대퇴골을 3D 프린터로 출력해 왔어요. 그것도 평생 망가지지 않을 티타늄으로요. 그걸 구하기 위해 전세계의 병원을 돌았다고 하더군요. 마술쇼는 이식 수술 직후 진행됐어요. 물론 하반신 위에는 제 다리가 없어 보이게끔 하는 특수 담요를 덮은 채였죠.”
나는 머리를 탁 쳤다. 인공대퇴골 삽입술. 당시에는 3D프린팅 기술도 널리 보급되지 못했을 뿐더러 의학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수술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위험성을 감수하고서도 동생이 이룩했던 것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가 했던 마술은 사실상 동생의 수술을 설득하는 것인 셈이었다. 그렇다면 마술쇼 당시 동생의 정말 놀란듯한 표정도 이제야 이해가 갔다. 모든 것을 잃었던 남자가 마법같이 희망을 찾은 순간이었다.
“정말 대단한 마술이었네요. 모든 사람들이 정말 당신이 그 자리에서 다리가 생겼다고 생각했어요.사고직후 모든 뉴스가 당신이 다리를 절단했다고 보도했으니까요.” 나는 그의 다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이식 수술 이후 엄청난 재활훈련을 감당해야했어요. 형은 눈이오나 비가오나 2년 넘게 함께 훈련에 참가했어요. 거기까지가 그의 대마술이었어요. 참 대담하고, 한편으로는 바보같은 형이에요. 마술의 트릭을 절대 들키지 않으려고 수술도 비밀리에 진행한데다 매일 변장을 한채로 훈련에 임했으니까요.”
“그럴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마술의 트릭은 역시 상상 이상이네요.” 나는 혀를 내둘렀다.
“관객석에서 보이는 마술은 굉장히 깔끔하지만 그 이면은 엄청나게 지저분하고 난장판이죠. 마법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나는 노력을 해야하거든요.”
나는 그에게 적당한 처방을 내린 뒤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야 그를 보낼 수 있었다. 그의 마술은 다만 동생만을 살린 것은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대마술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편으로는 마술쇼 이후의 동생의 경기를 보며 사람들은 내심 그 트릭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그날의 쇼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한 모양이라고, 평생을 걸고 임해온 선수생활을 지켜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것임을 눈치껏 알게 되었을 것이다. 대마술쇼는 그의 복귀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 무너진 그를 일으키기 위한 둘만의 마술쇼였던 셈이다. 그가 여전히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기적으로 남아있었다.
첫댓글 주목도 있는 글입니다. 분량이 길지만 막힘없이 읽었습니다. 단순한 마술쇼가 아닌 동생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형이 부린 마법이었다는 메시지도 잘 받아들여졌습니다.
개연성과 핍진성을 조금 더 다듬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 글은 설정이 많아 우연이 반복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직업이 의사였음에도 다리 복원 마술을 곧이곧대로 믿었다는 것이 조금 어색합니다. 인공대퇴골 삽입술을 한 번쯤 의심해 봤을 법도 한데, 전혀 몰랐다는 듯이 놀라는 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선수가 그렇게 형과 고생하며 지켜온 비밀을 처음 만난 의사에게 다 털어놓는 지점 또한 그렇습니다. 개연성을 살리기 위해 주인공의 직업을 의사가 아닌 다른 직업으로 바꾸거나, 선수의 비밀을 깨닫는 게 진료 상담이 아닌 다른 사건이 계기였으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은채님 작문 잘 읽었습니다.분량이 길지만 잘 읽히는 글이었습니다!
관객석에서 보이는 마술은 굉장히 깔끔하지만 그 이면은 엄청나게 지저분하고 난장판이다라는 메세지가 와닿았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마법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노력이 있다는 메세지가 좋은 글 같아서, 이 부분을 디벨롭 해보시는 것이 어떠신지 의견 드립니다. 마술쇼를 진행하는 대신에 선수로서의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형의 피나는 노력으로 다시 재기에 성공했다는 식의 이야기 흐름도 마술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