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셔란 전통적인 유대교의 율법에 따라 식재료를 선택하고 조리한 음식을 일컫는 말로, 사전적으로는 '적당한, 합당한'이란 뜻입니다.
유대인의 주식인 베이글을 코셔 방식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코셔가 아니고 한국의 고추장도 코셔 방식으로 만들면 코셔로 인정됩니다.
한국의 어느 업체에서는 고추장, 된장, 간장에 대해 코셔 인증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돼지고기를 금하는 등 이슬람의 할랄 음식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같은 유대교라도 종파마다 해석이 달라 다른 유권 해석을 내리거나 서로 논쟁을 벌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식품을 코셔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랍비청에서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코셔 규정은 11페이지 168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부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도축 시 랍비가 입회해야 함
2. 병에 걸리지 않은 동물을 고통 없이 죽이고 소금으로 문질러 피를 제거
3. 되새김질을 하지 않거나 발굽이 갈라지지 않는 동물은 식용금지
4. 비늘이나 지느러미가 있는 해산물만 허용
5. 육류와 유제품 동시 섭취 금지
식품업체가 랍비청에 매년 지급해야 하는 인증 수수료가 3,000~5,000달러나 되기 때문에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십일조를 바치지 않는 업체는 인증이 취소됩니다.
KFC의 경우 코셔 방식으로 닭을 튀기면 우리가 아는 그 맛을 낼 수 없어서 유대인 지역은 과감히 포기하고 베들레헴 같은 아랍인 구역에서 KFC의 레시피 대로 만든다고 합니다.
코셔나 할랄이나 식물은 모두 먹어도 되지만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유대인은 코셔, 무슬림은 할랄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문제의 핵심은 고기를 먹는 방법에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채식을 한다면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으나 고기를 먹고 싶으면 문제가 복잡해 집니다.
창세기 9장 4절에는 피를 먹지 말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의 감독하에 피를 완전히 뺀 고기만 허용됩니다.
도살 후에도 최대한 피를 빼내야 하기 때문에 고기를 30분 물에 삶은 뒤 도마에 건져내어 1시간 소금물에 삼투압 작용을 거쳐 피를 빼냅니다.
당연히 코셔 인증 받은 소금을 사용해야 합니다.
초정통파 유대인은 코셔 인증을 받았더라도 생고기 상태에서 바로 굽는 스테이크를 먹지 않습니다.
고기를 구웠을 때 나오는 빨간 육즙도 피로 해석합니다.
그런데 이 붉은 육즙은 피가 아니라 단백질인 미오신 성분입니다.
애초에 생고기에서 피를 100% 제거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신명기 14장 6~7절, 레위기 11장 3~4절에서 발굽이 갈라지고 되새김질하는 동물만 식품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소, 양, 염소 등은 먹어도 되지만 돼지, 토끼, 낙타, 바위너구리(사반)는 먹을 수 없습니다.
유대교에서는 갈라진 발굽은 영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을 구별하라는 의미로, 되새김질한다는 것은 배운 율법을 늘 음미하라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성경에 기록된 금지된 4가지 동물에 대해 실제로 동물학자가 전 세계 모든 동물을 조사했는데 정말 딱 4종류의 짐승 외에는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동물이 없었습니다.
바위너구리는 너구리와는 완전히 다른 동물입니다.
이름대로 바위에 사는 것도 있지만 나무에서 사는 종류도 있습니다.
마못이나 우는토끼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실제로는 되새김질을 하지 않습니다.
바위너구리는 입을 오물거리는 습성이 있는데 마치 되새김질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슬람에서는 토끼, 낙타고기를 식품으로 허용합니다.
해외에 나간 유대인 입장에서는 코셔 인증을 받은 고기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신 할랄 인증을 받은 고기를 먹기도 합니다.
유대교나 이슬람교나 공통점이 있는데 남들이 안보면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무슬림도 남이 안보면 술을 즐깁니다.
해외 여행가는 유대인은 현지 음식도 즐기는데 우리나라에 와서 삼겹살 먹고 SNS에 자랑삼아 올렸다가 욕을 먹고 내리기도 하는 등 나만 하는 것은 아닌 나쁜짓 정도로 취급됩니다.
어느 종교든지 나이롱 신자는 존재합니다.
창세기 32장 32절에 따르면 야곱이 얍복강에서 누군가와 씨름하다가 환도뼈가 어긋나서 환도뼈 큰 힘줄을 먹지 않는다고 기록되어 있어서 폴란드 일대에 거주하던 아쉬케나짐 유대인은 지금도 지키고 있는데 스페인에서 거주하던 세파라딤 유대인은 환도뼈 큰 힘줄을 먹습니다.
소, 양, 염소 등 발굽이 있고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의 경우 코셔 인증을 받았더라도 상반신만 코셔로 인증하고 하반신은 무슬림 등 이방인에게 판매합니다.
하반신 부분을 먹으려면 힘줄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게 귀찮다 보니 아예 상반신 고기만 먹습니다.
닭, 오리 등 가금류는 해당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 다리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레위기 11장 9절에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어류만 허용됩니다.
잉어, 붕어, 숭어, 가물치, 도미 등은 허용되지만 미꾸라지, 장어, 상어, 복어, 고등어, 갈치, 메기는 금지입니다.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어류는 회로 먹는 것이 허용됩니다.
게, 새우, 랍스터 등의 갑각류, 낙지, 문어, 오징어 등의 연체류, 바지락, 굴 등의 패류, 해삼, 해파리 등은 금지입니다.
레위기 11장 13~19절에는 맹금류, 물고기를 먹는 새는 식용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알도 마찬가지 입니다.
식용으로 허용되는 조류의 알만 코셔로 인정됩니다.
유정란은 부화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금지됩니다.
가끔 계란을 까 보면 핏방울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계란 자체가 코셔라 하더라도 피를 먹지 말라는 율법에 위배되므로 코셔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계란 속의 핏방울 때문에 초정통파(하레디), 세파르딤, 아쉬케나짐 세 파벌이 서로 다르게 해석하여 격렬한 논쟁을 벌였는데 현대에서는 대량 사육하는 무정란 위주로 생산하는 양계업의 특성상 코셔 인증을 받은 건강한 닭이 낳은 무정란은 대체로 코셔로 인정해 줍니다.
유제품은 유대인이 키운 건강한 가축에서 얻은 우유만 코셔로 인정됩니다.
다만, 이스라엘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코셔 유제품을 구할 수 없으므로 온건한 랍비들은 유제품은 모두 코셔로 인정하자고 주장합니다.
염소 새끼를 그 어미의 젖으로 삶지 말라는 규정은 출애굽기 23장 19절, 출애굽기 34장 26절, 신명기 14장 21절 등 세 번이나 나오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고기와 유제품을 절대로 함께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맥도날드에서는 우유로 만든 치즈가 들어간 치즈버거가 아예 없습니다.
햄버거 속의 고기가 염소 새끼의 고기이고 치즈가 염소 새끼의 어머염소의 젓에서 만들었을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 입니다.
육고기, 새고기를 유제품과 동시에 먹지 않는데 육고기와 새고기는 육안으로 구별이 어려워 같은 고기로 간주합니다.
물고기는 육안으로 식별이 되므로 유제품과 같이 먹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육류 식사를 한 후에는 밀크커피를 마시지 않고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또는 식물성 크림을 탄 것을 대신 마십니다.
버터도 유제품이기 때문에 버터가 들어간 빵은 고기와 함께 먹을 수 없습니다.
현대에는 마가린 등 식물성 유지로 만든 빵이 있기 때문에 유대인 입장에서는 과거보다 선택지가 다양해졌습니다.
육류를 먹었든 유제품을 먹었든 이게 다 소화될 때까지는 어느 한 쪽을 먹어서는 안됩니다.
그 소화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지에 대해도 종파마다 대립하고 있습니다.
아쉬케나짐 유대인은 3시간 뒤, 세파르딤 유대인은 6시간 뒤라고 주장합니다.
이러다 보니 이스라엘에서는 치즈가 필수로 들어가는 피자의 경우 파파로니나 미트볼, 소시지 같은 육류 토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치즈 피자만 먹을 수 있습니다.
코셔는 식기에도 적용됩니다.
중산층 유대인 가정의 부엌은 오븐, 스토브, 식기세척기, 싱크대, 각종 식기, 찬장, 프라이팬, 도마, 집게, 국자 등의 모든 요리기구가 2세트 있습니다.
한 세트는 육류, 다른 세트는 유제품을 요리하거나 설거치, 상차림을 할 때 사용합니다.
모두 고기와 우유를 함께 요리해서 먹을 수 없다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식당도 마찬가지 입니다.
조리기구를 두 세트 준비해야 합니다.
이러다 보니 식당 창업비용도 상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만큼 국민들에게 코셔를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돼지고기 금지는 지키려고 노력하나 우유와 소고기를 함께 못먹는 규정은 하레디 같은 골수 유대인이나 지킬까 말까 할 정도입니다.
세속파 유대인은 돼지고기를 아무렇지 않게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위기 11장 20~23절에 따르면 대부분의 곤충은 먹을 수 없지만 귀뚜라미, 여치, 메뚜기 종류는 먹어도 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꿀벌은 잡아먹으면 안됩니다.
코셔 규정에는 코셔 동물에게서 나온 것만 코셔로 인정받게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젖소는 코셔이기 때문에 젖소의 젖은 코셔로 인정받지만 말젖은 코셔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달걀은 닭이 코셔이므로 인정받지만, 타조알의 경우 타조는 코셔가 아니므로 코셔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새끼도 마찬가지입니다.
코셔가 아닌 동물에게서 난 새끼는 먹지 못합니다.
이 원칙대로 한다면 꿀벌은 코셔가 아니므로 벌꿀도 코셔가 아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석청을 먹은 세례 요한은 결론을 말한다면 코셔 위반이 아닙니다.
석청은 산속의 나무나 돌 사이에 벌이 모아 놓은 야생꿀인데 그 당시도 그랬지만 지금도 고급 식품입니다.
사실, 유대교 랍비들은 벌꿀이 코셔인지 아닌지를 두고 오랬동안 서로 다투었습니다.
일부 랍비는 꿀벌이 코셔가 아니므로 벌꿀은 코셔로 인정하면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에 반대하는 랍비들은 벌꿀이 꿀벌에서 나온 건 맞지만 꿀은 원래 꽃에서 나왔으므로 코셔로 인정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코셔 규정에 따르면 모든 식물은 코셔입니다.
꽃은 식물에 속하니 코셔이고, 그 부산물인 꿀도 코셔이며, 꿀벌은 단지 그 꿀을 가져다가 나른 용기에 불과하니 꿀벌이 비록 코셔가 아니더라도 벌꿀은 코셔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벌꿀과 같이 원래 동물에서 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코셔로 인정받은 식품이 여럿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루왁커피입니다.
루왁커피는 커피콩을 삼킨 사향고양이의 대변에서 커피콩을 골라내 만든 고급커피입니다.
사향고양이가 코셔가 아니므로 루왁커피도 코셔가 아닐 것 같지만 벌꿀에 적용된 원칙에 따라 코셔로 분류됩니다.
커피콩은 사향고양이가 만든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코끼리 대변에서 골라낸 커피콩으로 만든 블랙 아이보리 커피도 코셔로 분류됩니다.
이슬람에서는 술을 금지하고 있으나 유대교는 허용하고 있습니다.
초정통파 유대인은 유대인이 생산하지 않는 포도주는 금지하는데 '그럼 유대인은 이스라엘 밖에서는 아예 포도주를 마시지 말라는 거냐'고 항의하자 코셔가 아닌 포도주는 데워서 이방인의 흔적을 없앤 뱅쇼, 저온살균법으로 생산한 포도주는 코셔로 인정합니다.
술을 끊으면 그만인데 기어코 마시겠다고 명분을 찾느라 고생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