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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후 생활은 럭셔리 실버타운? 아니면 탑골공원?
연령대별·소득별 은퇴 설계 완벽 가이드
이코노미 조선 47호 2008년 09월 01일
평균수명 100세 시대,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 오륙도·사오정·삼팔선. 여기에 쌓여가는 주택담보 대출, 치솟는 사교육비와 생활비….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오래 사는 것이 더 이상 축복이 아닌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노후대비는 더 이상 넋 놓고 앉아 지켜보기만 할 수 없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래도 은퇴준비는 막막하다. 국민연금이나 퇴직금만으로는 어림없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하지만 막상 얼마가 필요한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명쾌한 답은 없다. 전문가들은 은퇴준비를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급선무라고 조언한다. 은퇴준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 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은퇴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노후생활은 극명하게 달라진다. 노후에 아무런 경제력 없이 죽을 날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타운하우스에서 풍족한 노후를 보낼 것인가. 이제 남은 생애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고민해 보자.
럭셔리 실버타운 노블카운티에
살고 있는 노현명씨(가명·68)
최씨는 연거푸 두 판을 지자 또 두자며 성화다. 그 바람에 2시간만 두자던 바둑은 서너 시간이 걸렸다. 이길 듯하며 한 판을 져주자 그제야 최씨는 바둑알에서 손을 놓았다. ‘자네는 내 적수가 안 되네’ 하는 눈웃음을 보내며 바둑실을 나왔다. 지난주 골프에서 패한 것을 톡톡히 설욕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국내 최대 실버타운인 노블카운티다. 잘 가꿔진 잔디와 연못 사이로 20층짜리 고층 빌딩 2개에 모두 360여 가구, 450명이 살고 있다. 고급 호텔과 맞먹는 규모와 서비스를 자랑한다. 경기도 수원 영통신도시 근처 아파트 단지에 쌓여 있어 도심생활과 전혀 다르지 않다. 62살에 입주해 벌써 6년째다.
최씨는 사회에서 사귄 친구들보다 이곳 친구들과 훨씬 친하게 지낸다. 그는 2년 전 여기서 부인을 먼저 보내고 홀로 사는 게 편하다며 같이 살자는 자식들의 호의도 뿌리쳤다. 워낙 붙임성이 좋아 입주자 중 절반이 넘는 독신 할머니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CEO를 지낸 경력 덕분에 인근 대학으로 일주일에 한 번 특강도 나간다. 강의료를 받는 건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가르치는 데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매사 열정적인 그는 요즘 도서관에서 자서전을 집필중이다.
방으로 올라오자 마침 아내가 문화강좌를 끝마치고 한지로 만든 예쁜 보석함을 들고 왔다. 내일모레 찾아 올 아들 내외에게 선물할 거라며 며칠 동안 부산을 떨더니 그래도 제법 정성을 들인 티가 난다.
“어때요? 여보.”
보석함을 내밀며 찬사를 주문하는 눈치다.
“제법, 공 들였군요. 솜씨가 갈수록 나아지고 있어요.”
“공만 들이긴요,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고요. 며느리가 좋아하겠죠.”
가사노동서 해방, 하루 7시간 여유 생겨
실버타운인 노블카운티에 입주하자 가장 좋아한 것은 아내였다. 가사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됐기 때문이다. 매일 세끼 식사를 준비할 필요도 없고, 청소와 무거운 침구류 세탁도 가사 서비스에 맡기면 된다. 아내는 집에서 가사노동을 할 때보다 7시간이나 여유가 생겼다고 좋아했다. 하긴 그런 시간을 가진 적이 없었지. 아내는 은퇴 후 삶이 자신의 삶이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한창 집안일에 묶여 있을 시간에 이제는 노래나 그림, 공예를 배우러 다닌다. 얼마 전에는 미국에 사는 며느리에게 한글 파일에 디지털사진까지 붙인 메일을 보내 며느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내가 여기 들어오길 잘했다고 할 때마다 난 큰소리를 친다.
“이렇게 편안하게 살게 된 건 내 덕분인줄 알라구….”
은퇴준비를 결심한 것은 25년 전인 43살 때였다. 미국 출장길에 우연히 들른 실버타운을 보고 나서부터다. 은퇴한 노부부들이 활기차게 사는 모습을 보고는 노후준비에 나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노후생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현재를 사는 게 팍팍한데 미래를 설계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대학 졸업 후 제약회사 영업부에 입사하면서 일만 할 줄 알았지 가정이나 아내에 대해, 특히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은퇴준비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도 아내가 집안 살림을 잘 꾸리고, 나도 흥청망청 살지는 않아 웬만한 재산을 모았던 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철저한 준비 없이는 은퇴 이후 행복한 노후생활을 보내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더 일찍 준비했어야 했다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늦었지만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욕심 없이 차근차근 처음부터 다시 준비를 했다.
60세에 실버타운 입주를 목표로 했다.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보니 은퇴 시점에 약 10억원 정도의 자산을 모아야 했다. 자주 가는 은행의 전문가를 통해 치밀한 은퇴 플랜을 세웠다. 처음에는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폈고, 종자돈이 마련되자 안정적인 위험 관리와 꾸준한 수익을 추구했다. 50대 중반을 넘어서선 조심스럽게 고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금융 상품에 투자했다.
2000년 임원으로 퇴직할 즈음에는 강남에 집 한 채와 금융자산, 3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합쳐 13억원 가까운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여보,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세요?”
“그냥 옛날 일이 생각나서….”
은퇴 후 몇 달은 멍하니 보낸 시간이 많았다. 동창회에 나가보면 친구들 중 몇 명은 이미 세상을 떴고, 한두 명은 그야말로 부자가 됐다. 대부분은 자식들에게 용돈 받으며 소일하는 것이 일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딸애는 출가했고, 아들은 다음해 결혼하자마자 해외지사에 발령이 나 미국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할 일은 없고, 두 부부가 살기에 38평 아파트는 너무 넓었다.
여생을 보낼 만한 곳을 찾아야 했다. 전원생활을 꿈꾸던 나였지만 막상 시골에서 두 부부만 살기에는 왠지 적적할 것 같았다. 막상 아프기라도 하는 날에는 병원까지 나갈 일이 막막하기도 했다. 몇몇 실버타운이 들어선다는 얘기가 들렸지만 노인네들끼리 모여 산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게 이곳 노블카운티였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생활문화센터와 스포츠센터 등 편의시설, 의료시설 등이 종합적으로 구비돼 있었다. 특히 중풍이나 치매 환자를 위한 요양시설인 너싱홈이 24시간 입주민의 건강을 챙기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었던 것은 지역주민들과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스포츠센터와 문화공간이 지역주민들에게 개방돼 있어 노인들끼리만 어울려 살다보면 잃기 쉬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지역주민 자녀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집도 운영하고 있었다.
다만 보증금과 생활비가 많은 게 입주 결정을 머뭇거리게 했다. 36평형에 부부가 입주할 경우 보증금이 4억~5억원, 월 생활비는 240여만원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을 정리하고, 그동안 마련해뒀던 은퇴자금을 합하면 무리는 없었다. 보증금은 여길 나갈 때면 돌려받는 것이었고, 우리 부부가 죽었을 땐 자식들에게 유산으로 상속될 터였다.
몇 차례 더 방문하고, 게스트하우스에 묵어 보기도 하면서 입주를 결정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자식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실버타운으로 들어가겠다고 하니 “자신들을 불효자식으로 만들 거냐”며 절대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아들놈은 실버타운을 양로원으로 여기고 있었다. 아들딸과 함께 노블카운티에서 입주 상담을 했다. 상담을 하고, 시설을 둘러본 후 안심한 듯했다. 그렇지만 한두 달 살다 나올 거라는 것이 아들의 생각이었다.
“석 달만 살아보고,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세요.”
하지만 아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요즘 아내가 천정부지로 오른 부동산 가격을 보고는 지금까지 아파트를 보유했으면 7억~8억원은 더 벌었을 거라고 아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 그때마다 돈을 잃는 대신 돈보다 훨씬 중요한 건강을 유지하고,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는 게 좋지 않느냐고 핀잔을 준다.
한참 생각에 잠긴 나를 아내가 산책 가자며 흔든다. 보통 하루 일과는 산책으로 시작해 산책으로 끝난다. 지난여름은 얼마나 더웠던지 오후 산책은 포기하기 일쑤였다. 대신 스포츠센터에서 수영과 골프연습으로 시간을 보냈다.
“형님, 산책 가는 길이세요? 같이 가시죠.”
엘리베이터에서 마침 산책 가는 정 선생 부부가 인사를 건넨다. 정씨는 교장으로 은퇴해 올 초 입주했다. 예순셋의 정 선생은 여기서는 막내뻘이다. 정씨는 이곳에 살던 처형의 권유로 입주했다. 그러고 보니 입주 추세도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기업체 CEO, 전문직 종사자 등이 많았던 반면 요즘은 연금생활자가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부터 교직원, 군인, 공무원 출신이 전체 입주자 중 3분의 1이 넘었다.
“참, 형님. 다음 주 여행 준비는 잘 돼 가세요. 형님은 그래도 크루즈여행을 한 번 가보셨다면서요. 어때요?”
9월 마지막 주에 이곳의 네 가족과 지중해를 일주하는 크루즈여행을 가기로 했다. 한 해에 한두 번은 해외여행을 가는데 이번에는 크루즈여행을 택했다. 3년 전 동남아 크루즈여행을 다녀왔던 내가 제안해 이뤄진 것이다.
“크루즈만큼 편안하고 멋진 여행은 없지.”
9월의 시원한 바람이 불자 산책로는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산책로를 걸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부부들, 단지 내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배추와 무를 손질하는 사람들이 늦은 오후 풍경이다.
실버타운에서 같이 살고 싶다는 며느리
매년 추석과 설날이면 미국 사는 아들네가 게스트하우스에 며칠씩 머물다 간다. 한 달에 서너 번 찾아오는 서울 사는 딸애도 이번에는 같이 머물렀다.
“근데, 아버진 어떻게 준비를 하셨어요? 현준 아빠 연봉이 거의 1억이잖아요. 특별히 사치하는 것도 아닌데 돈이 없어요.”
요즘 하도 은퇴, 은퇴하기에 준비하려고 해봐도 도대체 계산이 안 나온다는 것이 딸애 말이다. 집 마련하면서 받은 은행 대출금 갚아야지, 이제 초등학교 4학년 손자 현준이 녀석 이런 저런 과외 시키다 보면 매달 마이너스라는 얘기였다.
“노후준비의 최대의 적은 미루는 거라던데, 지금이라도 준비하려고 하니 다행이구나. 하기야, 요즘 애들 사교육비에 쓰는 돈이 얼마냐. 아마 애들 가르치는 데 올인했다간 이런 노후생활은 꿈도 꾸지 못할 거다. 현준이가 너희하고 살 거 같냐.”
옆에서 놀고 있던 현준이가 “할아버지, 전 나중에 아빠, 엄마랑 살 거예요”라고 말하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아버지, 다른 집 애들 다 학원가서 이것 배운다, 저것 배운다 하는데 현준이만 안 보낼 수 있어요?”
딸애가 자녀교육은 포기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그거야 너희가 알아서 하는 거지. 하지만 너희 노후준비를 미루고 현준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과연 현준이를 위하는 일일까 생각해봐야 할 거야. 노후준비와 현준이 교육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거야.”
은퇴 얘기 나오자 아들 내외도 동참했다. 내년에 한국으로 돌아올 아들 내외는 서울에 집을 마련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 모든 게 보상되지 않을까요?”
“집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한다. 네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일본처럼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어떻게 되겠냐?”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에 투자 비중이 치우쳐 있다면,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으로 목돈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장인어른, 그럼 어떤 수단을 활용해야 하나요? 예금 금리로는 5%도 얻기 힘들고, 주식은 위험하고….”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주식 같은 변동성 있는 투자 대안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난 뭐래도 어디라도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하네. 성공적인 투자에서는 일관성과 인내심이 중요하지. 엉성한 단기적인 투자 계획을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을 거야.”
“어머니, 저희가 여기서 어머님, 아버님 모시고 살면 안돼요.”
며느리가 아내에게 살며시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40대에 들어선 아들 내외도 여기가 부러운가 보다. ‘너희들과 여기서 살 일은 없을 거다’며 나는 속으로 웃었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김원성씨(가명·72)
실버타운에서 한 달 평균 생활비만 300만원을 쓰며 노후를 즐기는 이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 편에서는 연탄 값 1200원이 부담스러운 독거노인 13만여 명이 있다. 실버타운 한 달 생활비가 독거노인들의 몇 달치 생활비와 맞먹는다. 김원성씨는 불편한 몸이지만 거의 매일같이 이곳을 찾는다.
날씨가 선선해지자 탑골공원에는 노인들로 붐볐다. ‘마땅한 여가를 보낼 공간이 없어’, ‘집에 혼자 있는 것이 싫어서’ 매일같이 공원을 지키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지팡이가 없으면 거동이 불편하다.
TV 속 사람들의 웃음, 눈물, 서러움을 보며 옅게나마 사람 냄새를 맡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삭힌다. 그러다 왁자지껄한 사람 소리가 못 견디게 그리울 때면 종로 탑골공원을 찾는다. 공원 벤치에 앉아 또래 노인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는 걸 보면 혼자라는 생각이 잦아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의 위로를 받다가도 한편으로는 답답한 마음 감출 길이 없다.
“저기 앉아 있는 노인네들 보이지? 말 들어보니까 저 사람들은 연금 받는다더라고. 족히 300만원은 된다지 아마?”
김씨는 한 쪽에 모여 있는 노인들을 쳐다보며 부러운 듯 말했다.
공무원이나 교사 출신 연금생활자들은 탑골공원에서 그래도 ‘행복한 노인’들 축에 속한다. 하지만 대부분 돈도 없고, 할 일도 없는 노인들이다. 공원에서는 끼리끼리 모인다. 돈이 좀 있는 사람은 있는 사람끼리,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끼리. 공원도 사회와 마찬가지로 부익부 빈익빈이다. 속이 더 타들어 간다. 지금 그를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수중에 돈이 없다는 것이다. 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 넣었다. 1000원짜리 몇 장과 동전이 전부다.
“인생에서 요즘처럼 후회해본 적이 없지. 사람이나 짐승이나 적절한 시기가 있는데 말이야.”
김씨가 고개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그는 학창시절 판·검사를 꿈꿀 만큼 공부를 잘 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후회와 미련이 남는 것일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잠깐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월급쟁이 생활은 성에 차지 않았다. 친구 몇 명과 의류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을 차렸다. 한창 잘 나갈 때는 사장님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사치도 즐겨보고 떵떵거리며 살던 그 시절을 회상했다.
“갑부까지는 아니었어도 크게 부족한 건 모르고 살았지. 근데 그 시절에 재테크다 뭐다 그런 게 어디 있었나. 그저 저축하는 게 다였지. 젊어서 그랬는지 노후준비고 뭐고 생각도 안했어. 기껏해야 나이 마흔도 안됐으니 누가 그때 그런 준비할 생각을 해? 혹시 누가 귀띔 해 줬어도 아마 그냥 흘려들었을 거야.”
충분한 경제력은 뒷받침이 됐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노후관리를 왜 해야 하는지조차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쪽방에서 근근이 생활
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축구장만한 땅에 540여 세대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폭 1미터 남짓한 좁은 골목에는 바람 한 점이 없다. 슬레이트 지붕이 뿜어내는 열기로 방안에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혀온다. 10년 넘게 여름에는 선풍기 한 대, 겨울에는 연탄 한 장에 의지해 살아온 곳이다.
겨우 한 사람 누울 만한 공간에 창문 하나 없이 그야말로 찜통 속에서 여름을 났다. 슬슬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걱정이 날로 더해간다.
“그래도 한 달에 16만원만 내면 살 수 있으니 다행이지, 이곳마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아갈꼬.”
이곳은 이제 더없이 소중한 그의 삶의 공간이자 희망의 터전이다.
‘사장님’ 소리 듣고 살던 그의 인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바뀌었다. 한창 잘 나가던 사업이 기울기 시작할 때도 그는 은퇴 이후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돌린 어음을 막지 못할 땐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막았다. 기울어 가는 사업에 가세는 점점 기울었다. 단독주택은 전세로 바뀌었고 돈은 말라가기 시작했다. 결국 부도로 회사 문을 닫았을 때 50대 중반인 그는 빈털터리나 다름없었다.
“그때부터 막노동도 해보고, 청소부에 폐지 줍기까지 안 해본 게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고생해도 한 달에 50만원 벌기가 힘들어. 노후대책? 돈 없는 사람이 그런 거 생각할 겨를이 있었겠어? 그저 하루 잘 먹고 잘 자면 그게 다행인줄 알고 살았는데….”
5년여 전 아내와 사별하면서 혼자가 됐다. 아내도 마찬가지로 ‘사모님’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하지만 말년은 행복하지 않았다. 치매에 걸려 5년을 투병한 아내는 결국 남아있는 재산 다 까먹고, 그에게 빚까지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아직도 빚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그때 흔한 보험 하나 들어두지 않은 게 그렇게 후회될 수 없었지. 돈을 많이 벌 땐 보험에 넣는 돈은 꼭 버리는 돈 같이 느껴졌지. 그런데 막상 아내가 쓰러지자 병원비며, 약값이며 감당이 되질 않는 거야. 그렇다고 죽어가는 사람 내버려둘 수 있나.”
하루 세끼 챙기기도 힘들어
아내가 죽고 난 후 그는 말수가 더 줄었다. 친구도, 그의 피붙이들도 다 떠났다. 눈물이 글썽인다.
“내 몸도 계속 늙고 병들어 가는데…. 정말 눈앞이 캄캄했지. 그제야 알겠더라. 더 늙고 움직일 기력도 없어지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누가 나를 보살펴 주냐는 거야.”
자식들 얘기는 입에서 꺼내기도 싫다. 그래도 두 딸이 있음을 빛바랜 사진 한 장이 알려준다. 현재 두 딸과는 왕래가 거의 없다. 애써 자식들이 보고 싶지 않다고 마음을 다잡지만, 이제 마흔을 훌쩍 넘겼을 딸들이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자식교육은 누구보다 잘 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어릴 땐 이런 저런 과외 다 시키고, 외국 유학도 보냈으니까. 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느라 늘 남는 게 없었지. 그 많던 돈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린 거야. 그래도 늙으면 손자들하고 오순도순 살 줄 알았지.”
반평생을 자식들 뒷바라지만 하며 살았지만 ‘자식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말을 이토록 실감할 줄 몰랐다.
김씨가 자신의 노후를 위해 무언가 계획하고 준비했다면 지금 모습은 또 달라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젠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요즘은 하루 세끼 식사를 챙겨 먹는 일조차 힘들다. 또 관절염은 점점 심해져 걷는 것조차 쉽지 않다. 눈 수술 이후 후유증으로 이젠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이동하는 게 힘들어 병원에 자주 못 가기도 하지만 비싼 치료비 때문에 이를 악물고 참은 날만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고.
“얼마나 후회되는지 몰라. 어쩜 그렇게도 무지하게 살았는지…. 이제는 아무 욕심도 없네. 그저 입에 풀칠이라도 하면, 그거면 좋겠어.”
연령별 은퇴준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최선책 …
“늦었다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낮에는 밤의 꿈자리가 평안하도록 행동하라. 그리고 청춘시대에는 노년에 평안하도록 행동하라’는 인도 격언이 있다.
노후준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당장 살아가기도 빠듯한데 무슨 여유가 있어 노후준비를 하느냐”며
현실을 핑계 삼는다. 은퇴준비에 왕도란 없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장 효과적인 은퇴준비는 첫째는 ‘빨리 준비하라’는 것이고,
둘째는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만큼 은퇴준비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장시형 기자 zang@chosun.com·도움말 고득성 제일은행 강남PB센터 팀장, 김일수 국민은행 GOLD&WISE 여의도 PB센터 부동산 팀장, 삼성생명 FP센터
여유가 없어 노후준비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착각이다.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충분한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돈을 벌 때도 여유가 없는데 은퇴 후 돈을 벌지 않는 상황이 되면 어떨까. 그래서 돈을 벌고 있을 때 조금씩 쪼개 돈을 벌 수 없을 때를 대비하자는 것이다. 고득성 SC제일은행 PB팀장은 “은퇴 이후 노후생활을 위한 재무 목표를 전문가의 도움을 맡아 최대한 빨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참 모자라는 은퇴준비
우리나라 가계의 은퇴준비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통계청의 2007년 사회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6명꼴인 61.8%만 노후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은퇴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자 중 절반 정도는 국민연금 등 불확실한 공적연금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고 있다고 답해 실질적인 노후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은 30%선에 불과했다.
특히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은퇴 후 연간 가계소득은 은퇴 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이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은퇴설계지원센터와 공동으로 조사해 지난 7월1일 발표한 ‘피델리티 은퇴준비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가계의 은퇴 후 연간 소득(은퇴소득 대체율)은 은퇴 직전 소득의 41%에 그쳤다. 이는 미국(58%)과 영국(51%), 일본(47%), 홍콩(43%)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반면 은퇴 후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 생활비(목표소득 대체율)는 은퇴 직전 연간소득의 62%였다. 은퇴 후 목표소득과 실제소득의 격차가 21%에 이르는 셈이다. 은퇴 직전 소득이 10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은퇴 후 부족한 소득이 210만원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준비했다간 노후준비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열심히 경제생활을 하다가 은퇴한 사람들 가운데는 노후대비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준비 없이 은퇴한 상태에서 퇴직금을 은행에 넣어둔 채, 이자 수입으로 생활하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경우도 있다. 더러는 퇴직금을 투자했다가 실패하기도 한다.
소득 확보 유형은 적절히 안배해야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은퇴를 준비해야 할까. 은퇴를 위한 준비 방법 중에 수익성 부동산, 연금, 월이자 지급식 금융 상품의 비중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안정적인 은퇴 소득 확보라는 대명제하에서 움직이면 된다. 즉, 관리가 필요한 수익성 부동산에서 들어오는 수입과, 관리가 필요 없고 종신토록 보장되는 연금보험, 그리고 원금이 보장되고 유동성이 있는 월이자 지급식 상품을 적절히 안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수익성 부동산에 공실이 생겨 임대소득이 끊기면 나머지 연금소득 및 월 이자로 생활하면 되고, 물가가 급상승해 연금이나 월 이자소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임대소득으로 만회하면 된다. 부동산의 비중이 높고, 상속이 부담스러우면 부동산 매각 후 금융자산화해 연금 등에 가입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금융자산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금융소득종합과세가 걱정이면 비과세 연금과 함께 수익성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금융자산 전문가 FP의 은퇴준비
은퇴대비를 조언하는 금융자산 전문가인 FP들의 은퇴준비는 어떨까. <이코노미플러스>와 한국FP협회의 공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FP의 86.7%가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7명 중 6명꼴이다. 노후대비를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재테크 방법은 연금, 펀드, 부동산 순이었다.
은퇴준비를 하지 못한 주요인으로 ‘주택과 교육비 마련으로 인한 여유자금 부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은퇴준비 시기가 이르다’, ‘은퇴준비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서’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 필요한 생활비는 어느 정도일까. 조사에 참여한 FP 중 절반 정도가 월 250만원 이상 필요하다고 답했다. 은퇴준비의 장애물로는 여유자금 부족이 가장 먼저 꼽혔으며, 은퇴에 대한 인식과 전문가 부족이 은퇴준비의 걸림돌이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사례로 살펴본 연령별 은퇴준비
은퇴준비에는 왕도가 없지만 치밀한 사전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퇴직 후 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추산해야 한다. 퇴직 후 전체적인 월 생활비 규모를 예측할 필요가 있다. 어떤 지출 항목을 줄일 수 있는지, 또 어떤 항목이 늘어날 것인지 계산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세금, 연금 등과 교통비, 통신비 등은 줄어들 것이나, 의료·진료비 등은 더 늘어날 것이다.
또 은퇴 자금은 더 길어질 수 있는 기대여명에 따라 여유 있게 수립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 이러한 리스크에 따른 대안도 만들어야 한다.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듣는 것이 가장 좋다. 행복한 노후는 많은 것들을 고려한 체계적인 준비에서 비롯된다. 조금이라도 일찍 체계적인 준비를 한다면 안정적인 노후를 맞을 수 있다.
젊을 때일수록 부담 줄어
노후대비를 빨리 시작하는 것은 노후대비 실천 방법에 있어서 최상위 수칙이다. 노후대비 부담은 빨리 시작할수록 현격히 줄어든다.
노후자금으로 5억원(현재 물가기준)을 설정하고 55세에 은퇴를 가정한다면 각 연령별로 매달 얼마를 저축해야 할까(매년 물가상승율 3%, 투자수익률 10%로 가정).
25세인 사람은 12억1363만원을 목표로 저축해야 한다. 25세부터 30년 동안 물가가 2.43배 상승하기 때문이다. 45세인 사람은 6억7196만원(1.34배)을 저축해야 현재 물가로 5억원의 가치를 준비할 수 있다. 어쨌든 현재의 물가를 기준으로 5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55세까지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금 25세인 사람은 월 59만원을 투자하면 되지만, 지금 나이가 30세인 사람은 월 84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준비기간은 5년이 줄어들지만 저축해야 할 금액은 1.5배로 늘어난다. 이처럼 노후대비를 뒤로 미룰수록 부담은 눈 덩이처럼 불어난다.
20代
소득보다 지출이 더 많은 20대
카드 잘라버리고 소득 절반은 저축
이수연씨(25)는 새내기 직장인이다. 4남매 중 막내인 이씨는 미혼이며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 후 독립해 재정을 스스로 관리를 하고 있다. 현재 보유자산은 월세보증금 2000만원이 전부이고, 부채로는 월세보증금을 늘리기 위해 받은 신용대출 500만원이 있다.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디딘 20대는 많지 않은 급여인데도 급여 대부분을 저축보다는 지출에 소요하는 시기다. 20대는 돈은 쓰기에 따라 무서운 덫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칫 잘못 하면 20대부터 마이너스 인생의 나락으로 빠져들 수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투자를 위한 목돈 마련을 위해 한 해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재테크의 왕도라며 이때부터 재테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으로 20대는 노후준비를 포함한 재무 설계에 있어서 기회가 아주 많은 세대이기도 하다. 아주 작은 씨앗으로 큰 머니트리를 키울 수 있는 시기다. 비록 20대에 수입이 변변치 않더라도 노후준비에 대한 올바른 목표 의식으로 대비한다면 엄청나게 큰 머니트리를 기대할 수 있다. 20대에는 중장기적인 인생의 재무 계획 아래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종자돈 마련에 주력할 필요가 있지만 감안해야 할 부분도 많다.
돈 무서운 줄 알 것!
과소비 성향을 제어하는 것이 20대의 선결 과제다.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부채 등 소비자 부채비율은 일반적으로 본인의 세금 공제 후 순소득의 20% 이내일 때가 적당하다. 이점에서 세후 소득의 20% 이상을 신용카드대금으로 지출하고 있는 이씨는 과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본인의 월급이 세후 200만원 이내라면 월 신용카드 사용액과 신용대출 상환액은 40만원을 넘지 않게 재무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20대에는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저축(또는 투자)하는 게 좋다.
20대의 재무 관심사 중 하나가 결혼비용과 전세자금(또는 주택자금) 마련 등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순차적으로 발생하기보다는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저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 시점에 한 가지만을 목적으로 저축해서는 안 된다. 이때 시작해야 할 저축은 결혼비용만이 아니라 당장의 문제가 아닌 생명보험과 질병보험 가입, 노후대비용 저축을 미리 시작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길게 내다보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그에 맞는 금융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 이수연씨는 보장을 위한 아무런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 보험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보장자산이므로 본인 수입의 5~8% 정도를 의료비와 상해, 암보험에 투자해 질병이나 상해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면 얼마 정도를 노후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어느 정도의 기준을 정해둔다면 훨씬 수월하게 노후대비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평균적으로 볼 때 수입의 15%를 꾸준히 노후대비에 투자한다면 40~50년 이후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우선 필요한 자금의 규모를 생각한 뒤 이에 맞는 금융 상품을 선택해야 하며, 긴 안목으로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작해야 한다. 즉, 고수익 상품과 안전 상품을 제대로 혼합해 금융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되 수익률 관점에서 금융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20대는 보통 샐러리맨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으며 샐러리맨 생활을 50대까지 계속하는 확률도 상당히 크다.
그렇다면 20대에는 평생 세금을 돌려받으면서 확정 수익을 보장하는 저축 또는 연금 상품과 사망, 질병 등의 위험 보장을 위한 필수적인 보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주식형 펀드 등에 고루고루 나눠 분산투자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대비해야
현실적으로 20대부터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투자 관점을 떠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대 직장인이라면 향후 주택 마련의 기반을 마련해야하는 시기이기에 청약저축과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을 기본적으로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청약저축과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은 모두 적립식이라는 점, 적립액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 연말소득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청약저축액은 굳이 많이 할 필요 없이 매월 10만원이나 15만원 수준이 적절하며,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은 최소 월평균 20만~30만원 수준은 지켜야 한다. 특히 올 8월부터 신혼부부 보금자리주택이 본격적으로 공급되고 있고, 무주택자 부모님을 부양하는 경우에는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청약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월세임차 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 전세자금대출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전세자금대출은 비교적 저금리 대출 상품을 선택할 수 있으며, 매월 일정 월세 부담보다는 전세자금대출을 원리금상환식으로 전환시켜 최대한 소비를 줄이고, 대출 상환에 집중하는 것도 바람직한 투자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TIP 20대 은퇴준비
1. 재무 설계는 인생 설계에서 시작
먼저 인생을 설계해보자. 결혼은 언제 할 것이며, 가족계획은 어떻게 할 것인지, 집은 언제,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이런 고민 속에서 본인의 수입과 지출은 어떻게 관리돼야 하고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가 결정된다. 소비지출 예산, 매달 소비할 항목과 조금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예산을 수립해 이에 따라 집행하라. 미혼의 경우 소비지출이 소득의 50%를 넘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신용카드는 잘라버리는 게 좋다.
2.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노후를 대비하는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젊은 나이에는 한 번의 소비를 줄임으로써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 부모 곁을 떠나 자신의 자산을 독립적으로 설계해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3. 결혼 준비와 내 집 마련 계획은 철저하게
현재의 재무 상황에 맞는 결혼 계획과 주택 마련(내 집 마련 포함) 계획을 세우자. 결혼할 두 사람이 서로의 재무 상황에 대해서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것에 맞게 결혼비용 예산을 수립해 불필요한 지출은 줄여야 한다. 비용을 마련하는 데 대출을 활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4. 자신에게 투자하라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켜서 지속적인 수입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돈뿐만 아니라 건강 등 돈 외의 많은 중요한 부분에서 자신에 대한 투자는 커다란 역할을 한다.
30代
주택 마련 후 생활 빠듯한 30대
대출로 위협받는 가계 재정 구조조정
간호사인 부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둘을 두고 맞벌이를 하는 김형수씨(38) 부부는 결혼 10년차이며, 이들의 가처분월수입은 700만원이 넘는다. 김씨는 LCD부품회사에서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자녀들이 성장하여 2년 전에 좀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가계 재정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전세금과 집 마련을 위해 모아놓은 자금과 2억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마련하다보니 최근 금리 상승과 예기치 않은 집값 하락으로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을 구입할 당시만 해도 집값이 오르는 걸 당연시 하며 부부 합산 소득을 믿고 부담되는 집을 산 게 화근이 된 것이다.
집 마련 이후 빠듯하게 살림하고 있지만 대출 원리금을 갚다보면 재정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매월 가계수지가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적자를 보기 일쑤다. 이러한 적자를 야금야금 마이너스대출통장을 활용해 보충하다가 최근에는 예금과 보험담보대출의 이자율이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고 금융상품 담보대출을 활용하고 있다.
아직도 초등학생인 자녀의 교육비 마련도 걱정인데다 최근 LCD 경기가 하락 기미를 보이자 직장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도 생겼다. 노후자금 마련에도 신경을 써야하는데 자신의 재정 상태는 너무 안일하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지금처럼 살면 미래에 재정적인 위험을 겪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디서부터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김씨는 겉으로 보기에 상위 10%의 고소득층이다. 그런데 내부 사정은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 현금은 잘 들어오지만 진짜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오히려 빚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부부 합쳐서 세후 720만원의 수입 중 대출금 원리금을 상환하면 달랑 460만원인데, 빚이 있는 상태에서 저축을 하며 빚을 갚는 등 이해가 안 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허리띠를 졸라 매고 사는 건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수입의 절반가량을 빚 갚는 데로 쏟아 부으면서 중년을 맞고 있다. 위태로움에 매일매일 숨이 턱까지 차오를 게 뻔하다. 만일 이 상태로 대출금을 10년 동안 갚는다고 해도, 매년 3500만원(빚총액 3억5000만원÷10년)을 추가로 원금 상환해야 한다면 월 원금 상환액은 292만원이나 된다. 그렇다면 10년 동안 원리금 상환액은 이자 202만원(=빚총액 3억5000만원×6.92%÷12)과 원금상환액 292만원을 합한 매월 494만원(원금 상환에 따라 이자는 줄어들 것임)이다. 만약 외환위기와 같은 금융위기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0% 이상으로 현저히 오르거나 LCD 업황 부진으로 인한 실직 등 외부의 경제 금융 변수가 불리하게 작동하다면 빼도 박도 못하는 재정적인 파탄에 처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노후자금과 자녀교육비 마련은 넘볼 여유도 없을 게 분명하다.
우선순위 정해 계획 수립해야
30대는 회사생활이 바빠지고 가정은 결혼으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시기다. 직장생활을 한 지 10년 정도 지나면서 안정감을 찾게 되고 자녀도 1~2명 정도 생기면서 내 집 마련이 본격화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자산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균형 있는 자산 관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김씨는 현시점에서 부동산 투자에 따른 과도한 대출 상태에서 벗어나 은퇴자산을 포함한 금융 포트폴리오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개발 지분에 공동 투자하는 등 투기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산 만들기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명심해야 할 것은 대출을 활용한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보다는 소득을 활용한 꾸준한 자산 만들기가 필요하다는 사실. 자칫 무리한 대출은 얻는 것보다 오히려 잃는 것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씨와의 상담 결과 재개발 지분 투자 이후 약간 오른 가격대에서 현재 거래가 되고 있지만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하므로 대출금을 갚기 위해 먼저 재개발 지분 처분을 권한다. 지분 투자액이 회수되면 그것으로 예금담보 및 마이너스대출을 적극적으로 상환한다. 이것만이 이자 부담액을 최대한 줄이는 최적의 방법이다. 먼저 여기저기 걸려 있는 이자율 높은 대출과 예금담보대출을 줄여 나가면 숨통이 트일 것이다. 그러면 의외로 여윳돈이 생긴다. 재개발 지분 처분으로 신용대출과 예금담보대출을 상환하고 나면 1)노후자금 마련, 2)주택담보대출 상환 3)자녀교육자금 마련 등의 우선순위를 두고 재정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숨통이 트인다고 자만해선 안 된다. 여전히 주택담보대출 2억2000만원과 2000만원의 신용대출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가계 예산을 수립해서 흑자 전환된 가계 재정을 빚 상환과 더불어 목적자금 마련에 힘써야 한다. 노후자금으로 27년 이후 65세 시점 현가로 200만원을 수령한다고 가정한다면 지금부터 최소한 월 100만원은 은퇴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자녀들의 미래 교육자금 부분도 어느 정도 대출금을 정리한 후 여유자금으로 준비해야 한다.
부동산 세금 문제 정확히 파악해야
30대 부동산 투자는 생애주기 중 가장 과감하게 이뤄질 수 있는 시기다. 고용의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낮고, 특히 맞벌이인 경우에는 가계 수입이 매년 꾸준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적지 않은 대출 실행을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록 높은 자본가치를 실현한다고 하더라도 세금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경우에는 시간과 노력 대비 낮은 가치가 실현될 수도 있다.
일단 현행 세법에 있어 1가구2주택자는 양도 차익의 50%를 양도소득세로 지불해야 한다. 단 서울, 수도권 및 광역시는 공시지가 1억원 이하, 기타 지역은 공시지가 3억원까지는 일반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현재 보유 중인 재개발주택의 시세가 1억1000만원이라면 공시지가는 1억원을 초과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보유 기간이 2년(1년 이내: 50%, 2년 이내: 40%)을 넘는 시점에서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 30대 부동산투자의 핵심은 안정적인 수입에 따른 적절한 레버리지(최대 40%수준) 활용, 과감한 투자 판단, 적극적인 시장조사 및 절세 방안 등이라고 볼 수 있다.
TIP 30대 은퇴준비
1. 지출은 합리적으로 통제
주택 구입, 자녀교육 등 돈 쓸 일이 널린 30대에는 지출을 합리적으로 통제하는 일이 모든 재무 전략의 첫걸음이다. 20대에 비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씀씀이가 더욱 커지면서, 효과적인 재테크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2. 자산 형성은 적극적으로
대부분 소득보다는 지출이 많아지는 시기다. 10년 안에 필요한 자녀의 대학 등록금, 그리고 주택자금 등의 준비를 모두 끝내야 한다. 수익률이 좋은 상품을 선택해서 꾸준하게 투자하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3. 자녀교육 예산은 현실적으로
자녀들의 이름으로 10만원이라도 교육자금 마련을 위한 투자를 시작하자.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대학을 갈 때, 얼마가 필요한지 미리 계산해보고 서둘러 투자를 시작하자.
4. 주택 마련은 목적을 분명히
주택 마련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목적이 분명해야 그에 맞는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투자인지 안정적인 주거가 목적인지에 따라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앞으로 부동산 투자는 과거와 같은 고수익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다. 현금 유동성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는 화를 불러올 수 있다.
5. 자동차 구입은 까다롭게
자동차는 현대인의 필수품이다. 하지만 차량을 구입할 때는 매달 할부금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비용 등도 감안해야 한다. 자동차를 선택할 때 차종이 자신의 경제 수준에 맞는지를 잘 살펴봐야 하고, 연비나 팔 때의 중고차 시세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40代
자녀교육비 마련에 목매단 40대
교육비의 10% 노후준비에 투자
부산에서 거주하며 기간제 중학교 교사인 남진희씨(47)의 월수입은 공기업에 다니는 남편 수입과 합쳐 700만원 정도. 작년에 수원의 대학에 진학한 장남 때문에 수원에 아파트 전세를 얻었고 주말에 온 가족이 모이는 40대 주말부부가 됐다. 작년에 아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남편이 수원으로 발령이 나서 온 가족이 수원으로 이사를 갈까도 했지만 현재 부산의 공립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어 당분간 주말부부를 하기로 했다.
남씨의 재정 상태를 살펴보면 집 한 채가 있고 별다른 금융자산은 찾아보기 힘들다. 열심히 맞벌이해서 부산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하고 나니 40대 중반이 훌쩍 넘어갔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마련하니 자녀 사교육비가 계속해서 들어가고, 자녀 사교육비를 대다보니 정작 본인의 재정 상태는 돌보기 어려웠다. 이들은 상담을 의뢰하면서 열심히 남부럽지 않게 돈을 버는 것 같은데 매달 마이너스대출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자신의 가계지출을 놓고 의논할 때면 종종 큰 소리가 나기 일쑤다.
이들 부부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1남1녀의 자녀에게 제대로 된 관심을 가져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아주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런데 작년에 대학에 합격한 아들이 뒤늦게 철이 들어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며 대학 등록금과 휴학계를 동시에 내고 재수학원에 들어가면서 재정지출은 더욱 커졌다. 아들의 학원비는 생각보다 많이 들었고, 게다가 고3인 딸아이의 사교육비도 만만찮게 들어갔다. 아이들 교육비로 들어가는 돈만 매달 200만원이 넘었다. 학원비 영수증을 보면서 남씨 남편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다.
교육비가 재정 적자 주요 요인
남진희 부부가 고민하는 재정수지 적자 문제는 40대가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이들의 수입과 지출을 분석해보니 매월 25만원씩 마이너스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냈다. 40대 경제적 수입은 정점을 이루지만 만만치 않게 자녀교육비를 포함한 지출 또한 많기 때문이다. 또 그들의 재정 상태를 보면 부동산 중심이며 금융자산은 고작 1000만원에 불과하다. 가계 재정 상태가 고정자산에 치우친 느낌이 든다.
40대 가계자산은 예금 및 펀드 등 투자자산, 퇴직금(직장인의 경우), 집 및 토지 등 부동산, 차량, 개인연금 및 국민연금불입액 등 은퇴자산이 있고, 반면 부채로는 집에 대한 모기지론, 차량 할부금, 신용대출 및 신용카드 미지급금 등이 있다. 30대까지는 자산 규모보다 실질적인 순자산 늘리기에 중점을 두었다면 40대에는 수입을 늘리고 비용을 줄여야 한다.
남씨 부부가 15년 후에 노후를 맞이한다고 하면, 62세부터 월 200만원씩 82세까지 20년간 소비한다고 가정할 때 62세 시점에 6억2000만원의 노후자금을 모아야 한다. 15년 후 6억2000만원을 모으려면 지금부터 매월 150만원(연 10% 복리상품 투자 시)을 노후를 위해 투자해야 하지만 정작 40대 후반인 본인은 자녀교육에 매월 200만원씩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도 시원치 않을 판에 역주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현 40대 중후반은 위로는 부모님을 모시고 아래로는 자녀교육을 책임져야하는 샌드위치 세대로서 남진희 씨는 위아래로 특히 자녀교육으로 상당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40대의 유한한 수입구조에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주제가 바로 자녀교육비와 노후대비의 우선순위 문제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은 거의 종교적 믿음 수준에 가까울 정도다. 부모들은 돈은 물론이고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까지 자녀에게 최고의 교육을 시켜주고자 한다. 문제는 이처럼 높은 교육열과 경쟁심리는 사교육비를 보통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끌어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평균 자녀교육 기간이 거의 20년에 달하는데 그 20년 동안 다른 투자를 하는 것은 거의 꿈도 못 꿀 지경이 된 것이 현실이다.
과연 자신의 노후대비를 희생하면서까지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 정말 자녀를 위하는 것일까? 자녀교육비와 노후대비 저축을 한꺼번에 감당하기 힘든 경우라면 이 두 가지 중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해야만 한다. 지금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바친 후 자녀에게 부양의무를 지울 것인지, 아니면 지금 자녀교육의 일부를 희생하는 대신 은퇴 후 자녀에게 짐을 지우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 말이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면 우리의 노후는 어떻게 될까? 자식에 기대 노후를 준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재 세대마저도 노후를 맞이한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지 못할 판에 점점 각박해지는 미래에 우리를 자녀에게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노후대비는 부부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소중한 자녀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자녀교육이라는 것이다. 만일 남진희씨 자녀가 부모를 부양한다면 25~30년의 취업기간 중 25년 동안 부양의무를 안게 된다. 그토록 사랑하는 자녀, 성공하기를 원하는 자녀가 과연 그러한 부양의무를 다하면서 경제적으로 편해질 수 있을까?
자신의 노후대비를 희생하면서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은 결코 자녀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 노후대비는 부부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자녀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것. 그래서 40대의 노후대비는 자녀교육보다도 더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그렇다고 자녀교육비 마련을 포기하란 얘기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진희씨는 지금 당장이라도 자녀교육비에서 10%만이라도 줄여서 노후자금으로 옮겨야 한다.
향후 10년간 부동산 투자 방안 세워야
40대 일반인들은 대체로 적지 않은 교육비 부담으로 인해 노후를 위한 부동산 투자 대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40대의 부동산 투자는 은퇴 이후의 삶을 결정할 만큼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한 점에서 우선적으로 주거의 안정성을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무리한 대출은 오히려 재무적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은퇴시기를 대비해 향후 10년간 부동산 투자 방안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무주택자라면 내 집 마련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택청약 실행, 최종 거주 지역 확정, 장기전세주택청약 전략 수립 등이 필요하다.
1주택자라면 미래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 오피스텔, 원룸, 상가 등에 투자하는 식의 노후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 향후 자녀 주택 마련을 위한 재개발·재건축 등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자금이 대체로 부담스럽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나 향후 10년간의 투자 계획조차 없다면 은퇴설계 또한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TIP 40대 은퇴준비
- 가장 큰 위협은 자녀교육비 지출
40대는 지출 구조가 고정돼 다른 투자 여력을 갖기 힘든 시기다. 대부분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일정 부분 대출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지위에 있다 보니 각종 경조사비나 품위 유지를 위한 부대비용 지출이 많은 편이다. 노후준비에 가장 큰 위협은 자녀교육비 지출이다. 이미 자녀교육을 통해서 노후를 준비하는 시기가 지났다면 노후에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 지속적인 현금 흐름 준비해야
당장 지출해야 할 교육비나 고정지출이 많아 노후를 대비하는 데 소홀하기가 쉽다. 게다가 부족한 교육비 부분과 노후준비를 보유 중인 부동산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노후에 연금처럼 매달 일정한 금액이 공급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보험사의 연금 상품이 가장 좋다고 조언한다.
- 불필요한 보험은 구조조정
40대 돌연사, 40대 사망률 세계 1위 등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무서운 이야기들은 보험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해준다. 그렇지만 40대는 보험 구조조정이란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우선 자신이 가입한 상품들을 꼼꼼하게 분석해보고, 불필요한 지출이 있다면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50代
노후대비를 꼼꼼히 준비할 50대
은퇴 이후 노후자금 90% 이상 마련해 놓아야
50대는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는 시기로 소득보다 지출이 더 많아진다. 따라서 40대보다 소비지출을 더욱 절제할 필요가 있고, 노후자금에 대한 본격적인 점검이 요구된다.
10년 전만 해도 50대의 주요 재무 이벤트는 자녀 결혼과 은퇴 맞이었지만 요즘은 결혼 연령이 높아져 50대에도 여전히 자녀교육과 자녀 결혼비용 마련에 대한 부담이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위험·안정 수익 창출에 투자
50대는 스스로 본인의 노후를 책임지고 준비해야 할 시기다. 자녀들 교육 문제와 결혼 등의 뒷바라지로 많은 재무적인 지출이 있겠지만 자신의 노후가 그것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이 시기에는 은퇴 이후 노후자금의 90% 이상을 마련해 놓아야만 한다.
20~30대는 위험이 큰 자산에 투자해 손실을 보더라도 이를 만회할 기회가 충분히 있지만 50대에는 그렇지 못하다. 50대에는 원금 손실이 크게 발생한다든지 자금의 유동성에 제약을 받게 되면 가계수지와 노후대비에 큰 부담을 갖게 된다. 따라서 50대 이후에는 고위험·고수익 보다는 저위험·안정 수익 창출을 위한 쪽으로 투자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자산 구성 중 위험이 많은 자산은 규모를 점차 축소해 나가면서 안정성과 유동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또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의 집중을 피하고 반드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50대의 자산 구조상의 특징 중 하나는 부동산에 대한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50대의 노후설계 중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바로 부동산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당연시됐기 때문에 투자 대상으로서 주택 및 기타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특히 주택은 투자 대상으로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는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를 고려한다면 장기적인 부동산 시장 전망은 과거와 같이 아주 희망적이지는 않을 듯하다.
50대에는 거주 주택 규모를 줄여나가는 것과 교외로의 이동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주 주택에 대한 상속 의지가 상당히 강하지만, 자신의 아름다운 노후를 위해 거주 주택을 처분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한 것이다.
평균수명의 증가를 고려할 때 60세에 은퇴를 하더라도 30년 이상을 노후 기간으로 인정해야 한다. 은퇴란 본인이 하던 일로부터의 은퇴이지 삶에서의 은퇴가 아니다. 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은퇴자들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따라서 은퇴 이후에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금전적인 이유이든 보람을 위한 것이든 자신이 할 일이 있고 갈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노후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50대는 앞으로 벌어질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중요한 시기다.
자산운용은 ‘지키기’ 중심으로
50대는 노후를 준비하는 마지막 시기다. 따라서 안정성을 중심으로 한 자산운용이 기본이며, 적극적인 ‘불리기’ 시도보다는 ‘지키기’ 개념이 적용돼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자금을 안전자산(예금, 국채 등)으로만 운용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기대수익을 낮추라는 의미이며, 다양한 종류의 펀드를 활용해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50대 이후 투자 시에는 투자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은퇴하기 전에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모든 대출을 상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지급 수준을 확인하고 ‘최저생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종신형 연금보험에 가입함으로써 최저생계를 위한 수입이 확정적으로 발생하도록 구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TIP 50대 은퇴준비
- 부동산보다 다양한 금융자산에 눈 돌려야
50대가 가장 유망한 투자자산이라고 여기는 부동산 위주의 자산운용은 위험하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주택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부동산 경기는 침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 중심으로 짜여 있다면, 자산의 50% 정도는 안정적인 금융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매달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이 은퇴 후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 배우자 혼자 사는 기간 고려해야
평균수명으로 계산해보면 남편 사별 후 부인 홀로 생존하는 기간은 부부의 ‘나이 차이+7년’이다. 2년 차이가 나는 부부라면 9년을 부인 홀로 생활하게 된다는 얘기다. 남편이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면 부부 생존 시를 준비하는 것과는 별도로 부인 홀로 생존하는 시간을 대비해야 한다. 다른 자산이 없다면 주거용 부동산을 담보로 역모기지론을 활용해 최소한의 대비를 할 수 있다.
- 상속 계획 반드시 수립해야
상속은 부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상속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미리 준비를 해두고 유언을 작성해 두면 가족들 간의 분쟁을 막고 남아 있는 배우자도 충분히 배려할 수 있다.
연금으로 은퇴대비 가장 바람직
길어진 생애를 보다 여유롭게 보내기 위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자산운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를 이미 극복한 선진국처럼 연금보험을 중심으로 노후에 대비해야 하는 게 바람직하고 강조하고 있다.
1인당 연금자산 일본의 6분의 1
2005년 말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및 퇴직, 개인연금의 총 준비금이 319조원으로 경제활동인구를 기준으로 1인당 연금자산이 918만원에 불과하다. 미국의 1억790만원, 일본의 5810만원에 비하면 각각 12분의 1, 6분의 1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주택과 자녀교육비 등으로 실제 연금 준비는 우선순위에서 뒤쳐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금은 은퇴 이후 삶을 위한 필수 자산으로 국가와 기업 및 개인이 3층 구조로 함께 준비해야 한다. 국가는 기초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국민연금을, 기업은 퇴직연금, 국민들은 개인연금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국민연금의 공적 기능이 축소되는 추세다. 퇴직연금은 아직 초기 단계로 충분히 정착되지 못하고 있어 개인연금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개인연금 가입률은 23
장시형 기자 · 김보람 인턴기자 / 사진 : 홍승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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