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출 꽃을 노래한 시 2(들꽃처럼 살고 파라 외 5편)
https://youtu.be/FG1Dw5KwX18?si=4T1uHTtgO4-tgrYw
1. 들꽃처럼 살고파라
詩 / 김판출
쓸쓸한 언덕배기에 외로이 피어난 꽃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지만 바람과 구름을 벗 삼아
파아란 미소를 보여주는 꿋꿋함이 있어 좋네
아름다운 향내 풍기며 인기를 누리는 장미보다
은은한 향기 간직한 채 한갓 들녘의 잡풀이라지만
시련 속에 홀로 견디는 강인함이 있네
거친 들녘 곱게 피우려 끝없이 견디는 그 푸르름
가는 길 지치고 힘이 들어도 다소곳이 참고 또 참는
소박한 들꽃처럼 살고 싶어라
2. 자목련이 필 때면
詩 / 김판출
비에 젖은 가지마다 어린 꽃망울이 송알송알 박혀있네요
보랏빛 사랑이 피어날 그날을 기다립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봄기운이 오수를 재촉하면
난 그대에게 자목련을 선사하렵니다
가지마다 자목련이 만발하면
그 님이 눈치채고서 단숨에 달려 오시겠지요
봄의 향기 가슴에 가득 안고 웃으면서 내게로 오시겠지요
3. 소녀 꽃
詩 / 김판출
햇살 한 아름 졸고 있는 봄볕 고소한 양지쪽
풀잎 보풀에 얌전히 앉아 움트는 그리움
꽃피는 해 맑음 곱다랗게 수놓는 꽃봉오리
노오란 꽃댕기 펄럭이며 스스럼없이 나비에게
예쁜 짓 귀여움 다 보여주는 꽃
볼그스름한 입술 오물거려 꽃잎 향기롭게 펴
보조개 내밀어 햇님들어 소꿉놀이하자 하네
마냥 수줍어 얼굴 붉히는 꽃
4. 찔레꽃 필 때면
詩 / 김판출
해 뜨는 마을 산자락에 엄마 분 냄새 젖 냄새
하아얀 빛깔로 핀 한 무더기 찔레나무가 있습니다
쓱 스치는 바람결에 짙은 향기 발하며
환한 미소 짓는 찔레꽃 향기가 나를 따라
산자락을 지나 산소까지 따라옵니다
적막한 숲속에서 뻐꾸기 한 마리가
목청 다듬으며 울어 댑니다
하아얀 찔레꽃에서 내 어머니
무명 저고리에 배인 젖 냄새 땀 냄새가 납니다
찔레꽃 필 때면 엄마의 넋을 따라가며
뻐꾸기도 덩달아 울어댑니다
5. 별꽃
詩 / 김판출
길섶에 태어나도 생명을 노래하는 마음이 아기처럼 예쁘고 고와라
가물어도 비바람에도 화사하게 꽃 피우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밝은 모습이 아름다워라
참깨 같은 웃음 지으며 다가올 것 같아서
너의 이름을 불러 본다
6. 제비꽃
詩 / 김판출
앙증맞은 꽃봉오리 가지 끝마다
매달린 봄의 전령들이 우쭐댄다
터져 나오는 웃음 애써 참은 뽈
마냥 수줍음 가득 담다가 하아얀 속내 드러낸다
곱게 쪼그리고 앉아 어설픈 해님 부끄러운 듯
제 그늘에 꽃 얼굴 숨기고 옹기종이 모인
보랏빛 제비꽃들 살랑이는 바람 타고
주섬주섬 품 안에다 이른 봄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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