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天山之長老(천산의 올드보이......)
집법당은 생각처럼 무시무시한 무림인들의 집단이었다. 뽀다구 나는 검정옷으로 쫙 빼 입고 침묵을 즐기면서 하나 같이 태양혈이 우뚝 솟아있는 살기 넘치는 진정한 무림인들의 집단!
집법당주는 아버지 어머니 다음의 서열이라지만 아버지도 어머니도 어려워하는 정기 넘치고 타협을 모르는 곧은 인물로 한때는 아버지 대신 어머니의 짝으로 내정되었다는 풍문이 있던 인물이다. 그의 이름은 비정도(非情刀) 냉면(冷面)
집법당의 위치는 내가 머무는 자선당 청수당에서 10여분 거리로 북쪽에 위치해있다. 때는 오전과 오후의 중간 이었고 점심을 일찍 먹었으며 어마어마한 의자들이 진열되고 천산의 어마어마한 인물들이 죽 모인 가운데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회의라고는 해도 집법당의 재판이 가장 큰 이슈였다.
"조조종부기 자자자장로님......"
집법당주 냉면이 심한 말더듬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아무도 그의 면전에서 '당주님 말 좀 고치시죠, 못 알아 먹겠거든요?' 라고 말해줄 용기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 에 냉면은 말투를 전혀 고칠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들은 이야기는 그랬는데 확증 은 없는 상태이다.
이름 냉면, 나이는 31세, 키는 중키지만 다부진 몸매, 그리고 커다란 짱구머리에 정수리가 반쯤 벗겨진 대머리가 이 사람의 특징이었다. 멋진 천산의 고수 냉면!
"말씀해보시게, 냉당주 쿨럭......"
종부기 장로는 장로로서 태사의 중 하나를 차지하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뒤쪽에 앉아 있었는 데 한쪽 팔에는 부목을 대고 얼굴에는 아직도 시퍼런 멍이 남아 있었다.
사자 갈기와 같은 수염은 가을 미풍에도 펄럭거리며 나부끼고 있었는데 어쩐지 그가 입은 상처와 걸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쪽 눈이 퍼렇게 멍든 늙은 사자......
"그그그그그러니까 비비비비빙궁의 말에 의하면......"
냉면의 말 속도는 다른 사람들이 같은 문장을 발음하는 것보다 정확히 다섯 배가 걸렸다.
젊은 사람들은 그럭저럭 참을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모양 이었다.
"거 참 답답하네,"
오청애 장로가 나직한 목소리로 불만을 토로하자 냉면은 불쾌한 듯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다시 말을 계속했다.
"그그그그그그그 르러 하하하하하하니니닌......"
얼마 지나지 않아 오청애 장로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뭔 말을 지껄이는 거야? 더듬을 거면 말이라도 알아듣게 하던지,"
"조조조조조종부부부부기 자자자자자장로......."
냉면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바꾸고 있었지만 오청애 장로는 한 계에 이르고 있었다.
"정말 답답해서 못 듣겠네, 이봐요. 종장로, 당신이 저런 말주변머리 없는 친구를 후임으로 앉히고 은퇴해 버린 바람에 천산의 재판 시간이 얼마나 길어졌는지 알아요?"
오청애의 말에 종부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흠, 냉당주는 자신의 일을 잘 이행하고 있소. 오청애 장로, 공연한 말로 어려운 일하는 사람 괴롭히지 마시오."
"근데 쟤는 왜 지금까지 말을 더듬어?"
다른 장로가 뒷전에서 참견하고 들었다. 종부기가 다소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그 말을 받았다.
"거야 아씨에게......이제 대부인인가? 청혼했다가 대머리에 짱구 말더듬이는 질색이야! 하고 딱지 맞고 더 심해진 거 아뇨? 다 지난 일이고 개인적인 일이외다. 왜 그런 걸 갖고 시비를 거는 거요 황장로?"
"내가 무슨 시비를 걸었다고 그래요? 사실을 말한 거지, 아이고 늙은이들이 큰 일을 막고 있었네, 내내내내냉다다다다당주 일을 계속하시오."
장로들은 일제히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는데 현역들은 웃을 수 없었기 때문에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무지하게 썰렁해졌다.
"장로님들 진정하시죠. 냉당주 어서 진행하시오. 단 빠르게 좀 해봐요."
어머니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끼어들었지만 몇몇 장로나 당주들이 어머니의 뒷말에 다시 한 번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렸고 냉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따따따따라서, 이이이제는 부당부당주가 지지지진행을 하하하하겠습니다."
"부름을 받은 집법부당주 호창원(浩昌元)이올시다."
냉면의 옆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냉면보다 키가 조금 더 작고 어깨가 조금 더 벌어진 오 직 수염만은 멋들어진 남자가 속사포 같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른 당의 당주급에 해당 한다는 집법당의 부당주로 20대 중반의 젊은 인물이었지만 그 무공은 냉면에 버금간다는 숨은 인재였다. 내가 듣기로 그는 매사에 분명한 성격과 결코 책을 잡히지 않는......
"저 녀석 그 오줌싸개 아니야?"
누군가 분명 뒤쪽 좌석에서 수군거리며 속삭여왔고 몇몇 사람들이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물론 장로들이었다.
"그 호뭐시기라는 친구야. 지금은 그래도 사람되었다더군,"
"뭘요? 저 녀석 10살 때까지 오줌을 싸대서 내가 몇 번씩이나 버릇 고치려고 애썼지만 실패했잖아요?"
"이봐요. 젊은이들이 일하는데 우리 늙은이들이 초를 치면 되겠소?"
- 호호호호호, 껄껄껄껄껄, 키득 키득 키득 키득............. -
그렇다. 장로들이 모이면 문파의 날고 기는 고수들도 한 순간에 웃음거리가 된다. 장로들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이것인 것이다. 장로들이 누구이던가? 전대, 멀리는 전전대, 전전전대의 고수들이자 임원이었던 인물들이 아닌가? 그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우리 아버지가 과일 을 훔쳐먹다가 들켜서 벌거벗은 채 천산을 한 바퀴 구보했다는 것부터, 사춘기 시절의 엄마 가 낙양부주의 아들놈과 편지를 주고받다가 걸려서 회초리를 맞아 멍이 들어 며칠 운신도 못했다는 것까지, 그리고 그들은 내가 처음 태어나서 오줌을 누고 세상에 인사했다는 것도 기억할 것이다.
죽기 전까지, 그리고 말할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기억을 되짚어 지껄여댈 것이다.
"자 자 진지한 자리올시다. 장로님들 후배들을 보고 반가워서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데 잠시 미뤄두고 지금은 모두 조용히들 합시다. 냉당주, 호부당주!"
할아버지가 중재를 위해 나섰다. 그나마 가장 장로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 할아버지였다. 실력이 출중하고 명성이 드높은 전임 천산연맹주라서?
아니다. 그것보다는 할아버지가 태상장로로서 장로회의의 사은금(謝恩金 - 이게 또 천산만의 독특한 제도이다. 장로 들은 매달 사은금이라는 명칭의 연금을 상당량 받는데, 개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장로들 의 숫자를 감안해 태상장로에게 한 번에 주는 것이다.
태상장로는 이를 모아놓고 장로들의 요청을 받아 필요할 때 마다 사용하곤 한다.)을 관리하기 때문이었다. 사은금이 없다면 천하의 장로들도 새 옷을 사기가 힘들고 새로운 병장기를 구매하기가 어렵다.
역시 돈줄이 최고다.
"어 그냥 이야기나 합시다. 듣기로는 이미 이 문제는 끝냈다고 했지 않았소이까?"
뒷줄의 이름 모를 돈이 별로 궁하지 않은 듯한 장로였다.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었지만 상당 히 일그러진 미소였다.
"송장로, 그래도 절차와 격식이 있는 법이외다."
다른 장로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같이 은퇴한 처지에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맙시다."
"저러다가 사은금 놓고 장난치면 어떻게 하라고 그러시는 거요?"
다른 장로의 목소리였다.
"아니, 마음이 하해와 같은 태상장로께서 그런 장난을 치실 리가 없지 않소이까? 흐흐흐,"
그렇다! 돈도 장로들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할아버지는 똥 씹은 얼굴을 하고 장로들을 제압할 만한 얼굴을 찾아 두리번거렸지만 누가 있겠는가? 남은 사람이라고는 현임 천산연맹주 하나뿐이었다.
"흠, 맹주님께서 무언가 하실 말씀이 있지 않겠소?"
"네, 태상장로, 그러면 본인이 말을 하겠습니다."
아버지도 딱히 장로들의 입을 막을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맹주는 맹주였고 맹주는 천산의 최고 지도자였다. 아버지가 장문태사의 팔걸이에 두 팔을 올리고 근엄한 표정으로 입을 열자 사람들이 조용해지면서 시선이 일제히 집중되었다.
아버지 본인의 시선은 도열해있는 천산의 현역 제자들을 향해 있었는데 전적으로 장로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장로님들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미 방침은 정해졌지만 제자들은 태반 경과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호창원 부당주 가능한 신속하게 진행해 주시오."
아버지의 말이 끝나자 오줌싸개 호창원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네, 맹주님,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종부기 장로님과 요호 장로님은 틀림없이 강무태라는 사람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남해빙궁에서는 이 일이 오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강무태가 대공자님을 구출하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것은 사실이지만 두 분 장로님의 부상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당연하지, 강무태라는 놈을 잡아와서 껍질을 벗기기 전에는 이 울분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야."
종이 깨지는 소리, 종부기 장로의 쩌렁쩌렁한 음성이었다. 호창원은 다시 땀을 닦았고 말을 계속했다.
"그래서 내려진 결정은 일단 강무태라는 사람을 수배하는 겁니다. 범법자로서가 아니라 천산의 손님으로 초대하여 그와 여러 장로님들, 당시의 목격자들과 대질신문을 할 예정입니다."
"엿 같은 소리! 천산의 위세가 그깟 어린 변태 놈 하나 때문에 망가지는 거냐! 장로들을 해친 놈을 손님으로 초청해?"
이름 모를 장로가 노해서 소리를 쳤다. 사람들이 웅성거렸고 아버지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호창원을 노려보았다. 호창원은 다시 땀을 닦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빙궁에서도 엄청난 양보를 해주었습니다. 따라서 대공자를 구출한 공로도 있고 하니 우리 천산도......"
"그러니까 늙다리 장로 몇 명의 부상은 안중에도 없다는 거야!"
오청애 장로였다. 나로서는 더 이상 이 늙은이들의 전횡을 참을 수가 없었다.
"구만들 두시오! 장로님들이라해서 집법을 관장하는 당주 부당주가 어린아이로만 보이눈 모양이오!" 라 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아버지 어머니도 하지 않는 일을 할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내 혀짤박이 소리(물론 내공을 운기 하면 한결 나아지지만......)가 그들에게 치명적인 공격 루트로 작용할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집법당의 일을 보고 있소이다! 누가 감히 집법당의 일에 끼어든단 말이오!"
내가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는 동안 아버지가 무지하게 근엄한 목소리를 쥐어짜서 입을 열 었다. 고함을 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목소리에 내공을 담고 있었다. 순간 사방이 적막해졌고 아버지는 용기를 얻어 말을 계속했다.
"여러 장로들, 종부기와 요호 두 분 장로의 부상으로 격앙되어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소이다. 하지만 그 오만한 빙궁이 양보를 했소. 천산의 양보는 정녕 있을 수가 없는 일이오? 정 말로 빙궁 제자들의 모가지를 천산에 모아놓고, 천산의 차기 연맹주를 구출 해준 사람을 죄인처럼 붙들어서 이 자리에 꿇려놔야 직성이 풀리시겠소?"
정말로, 정말로 아버지답지 않은 멋진 연설이었다. "연맹주 저 친구 왜 그래?" "뭐 잘못 먹 은 거야?" 하는 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몇몇 장로가 그런 말을 하고 싶은 듯 불만 어 린 표정을 지었지만 다른 장로들이 조심시키고 있었다.
그렇다! 역시 현역 연맹주의 위세는 이런 공식석상에서는 가장 막강한 법이었다. 설령 그 상대들이 현역 연맹주의 똥기저귀를 갈아주었던 까마득한 선배라 할지라도......
아버지는 용기백배했고 아버지의 용기를 조금 나눠가진 집법부당주가 쾌속하게 회의 아닌 회의를 진행했고 재판 아닌 재판을 진행했다.
"에, 강무태 건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부당주 이하 여러분들께 나눠드린 문서대로 연맹주 님의 명령대로 우선은 장로들에게 상해를 입혔지만 대공자님을 구출한 공로를 세운 조선인 강무태를 천산으로 불러들여 사정청취를 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통문을 돌리는 방안을 강구중이며 그의 초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하실 말씀들 있으십니까."
"이 늙은이가 한마디 하겠소이다. 일단 그 놈을 살살 꼬드겨 불러서 그 놈이 나를 부상 입 히고 요호도사를 부상 입혔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그 자리에서 때려죽여도 상관 없겠소이까?"
종부기 장로였다. 잠시 눌러두고 있던 내 성질이 급기야 폭발했다.
"나두 한마디 하겠또."
벌떡 일어나서 (태사의를 발로 밟고 옆에 시녀처럼 서 있던 은혜미의 손을 잡고 균형을 유지하는 척 하면서......)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고함을 쳤기 때문에 한 순간 모든 사람들의 당황한 눈빛이 내게 쏠려왔다.
"똥부기 장로는 천산대공자를 구출한 영웅을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때려죽여야 즉성이 풀리 겠다눈 것이오? 그 영웅은 혼자 몸으로 천산의 모든 제자들을 상대하고 장로 세 명과 붙어 서 두 명을 부상 입혔다고 들었또이다. 적쑤공권으로 말이오. 천산이 그런 사람을 꼬드겨 불러서 쳐죽일 정도로 의리 없고 협기 없는 곳이외까? "
누가 끼어들 틈도 주지 않고 빨리 쏘아붙였기 때문에 발음이 특별히 많이 샜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내 말을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할 말 있으면 하라는 시간에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비 난을 받을 상황도 아니었다.
집법부당주는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내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장로들도 조용히 있었다.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오. 흐, 대공자의 총명이 날이 갈수록 더해져서 노부를 든든하게 만들어 주는 구료. 종장로, 대공자의 말씀에 틀린 구석이 없지 않소이까?"
"하오나 제가 부상을 입은 것은 별게 아니지만 요호도사가......"
"뭘 그리 신경을 쓰시오.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고 천산이 망신을 당했던 건데 그래도 장로 들이 나서주었기 때문에 그 정도로 그쳤던 거요. 덕분에 천산의 방어약점을 알게 되어 보완에 들어가고 있지 않소? 그 친구를 불러다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풀어봅시다. 그런 친구를 불러들여 때려죽인다면 우리가 사마외도와 무슨 차이가 있겠소이까?"
"구구절절이 맞는 말씀입니다. 크아! 폐관 수련을 해서 오늘 대공자의 풍모를 처음 보았는데 명불허전입니다. 늙은 우리들도 당하지 못할 저 식견, 천산의 앞날이 오늘처럼 밝은 적은 없었습니다."
뒷줄에서 이름 모를 여자 장로가 목청을 드높였다. 다른 장로들도 "그렇긴 하지......" "왜 그런 꼬마에게 깨진거야......" "종부기도 늙었어......" "요호는 대체 뭐를 한 거야......"
하는 소리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물론
"대공자는 이제 오줌은 가리나......" "꼬맹이 주제 에 여자면 환장한다며......" "꼬맹이가 뭐를 알겠어? 똑똑하니까 그냥 그렇게 농담하는 거 지......" 하는 소수 의견도 들려오고는 있었다.
집법부당주 호창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의견이 없으시면 빙궁 문제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빙궁은 사망자의 유가족에게 합의 된 보상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천산도 충성을 바친 제자들에게 상금을 지불할 예정입니다. 빙궁 쪽이 태반을 내고 우리가 조금 후원하는 형태입니다. 침입해서 살인을 일삼은 과월이라는 자의 목은 집법당에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빙궁소궁주의 문제는 복잡합니다. 소궁 주 은혜미는 본래 우리 대공자와 정혼한 사이로 비록 자객문 소군주의 문제가 결부되어 있기는 하나 우선 천산으로 받아들여 일종의 인성교육과 도덕함양교육을 실시하면서 장차 천산의 배필로 어울리는 그릇으로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여러 제자 여러분 감정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공자의 일신을 보호하지 못한 것은 우리 모든 제자들의 잘못이 큽니다. 게다가 살인은 과월이라는 놈이 저질렀으며 은혜미 소저는 납치의 책임이 있지만 그 문제는 원만히 해결되었고 당사자이신 대공자께서 은혜미 소저의 처벌을 원치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놓고 빙궁에서는 은혜미 소저를 빙궁의 법도대로 처단해서 그 목을 드릴 수도 있다고 말해왔지만 연맹주께서는 천산과 빙궁의 오랜 우정을 깨지 않기로 결정하셨습니다. 따라서 은혜미 소저는 당분간 자선당에 있으면서 대공자를 보필하고 대부인께서 직접 훈육을 하실 계획입니다......"
별다른 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다음 몇 가지 사소한 문제들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호창원은 상당한 달변가로 소문난 사람이기도 했기 때문에 장로들이 끼어들지 않자 훌륭히 맡은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나는 태사의에 다시 앉았고 빙화령이 건네주는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낙양성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미 계획은 세워두었다.
'남궁혁필, 각오해라! 남의 여자를 탐내는 비열하고 야비하며 후안무치한 색마넘은 결코 무림에서 용서 받을 수 없는 법이다.'
내 시선은 보이지 않는 낙양을 넘어 청수진당과 정기당의 제자들을 향했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삼촌 유삼식과 묵씨 삼형제들이 시야에 잡혔다.
그들은 내가 비호해준 덕분에 처벌을 면 하고 있었는데 지금으로서는 내가 하느님으로 보일 터였다. 그렇지만 그 하느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알 리가 없었다.
'조것들도 가만히 둬서는 안 될 거야. 아랫것들은 사정없이 밟아둬야 해 크크크크크'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