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고광수의 시 세계 ‘세월’과 용해하는 생명성 탐구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시분과회장) 1. 성찰로 동행하는 시간성 현대시의 생성은 그 시인의 체험에서 재생된 시간과 공간의 중심에서 획득한 인간의 진실을 중시하는 것은 보편적인 시법의 개념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시인의 체험 중에는 시간성에 따라서 창조되는 시적 발상이나 주제의 취택이 그 시인의 정서와 불가분의 관계에 정립하게 된다. 일찍이 영국의 열렬한 낭만파 시인 셸리(P.B. Shelley)는 시는 최상의 마음의 가장 훌륭하고 행복한 순간의 기록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순간이라는 시간성을 시창작의 원류에 설정하고 사유(思惟)의 중심축으로 형성하는 시법을 이해하게 된다. 이는 시가 영원한 진리로 표현되는 인생의 의미라고 정의함으로써 시정신이나 시인이 탐색하려는 주제가 존재의 문제와 심도(深度) 있게 용해하고 있음을 작품을 통해서 음미하거나 메시지의 동화(同化)에서 새로운 가치관을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 남강 고광수(南江 高光洙) 시인의 제2시집『기다림의 미학(美學)』을 일별하면서 그가 천착(穿鑿)하는 시혼의 중심에는 ‘세월’이라는 시간성에서 만유(萬有) 섭리를 통해서 시적 진실을 탐색하는 사유의 향방을 유추할 수 있게 된다. 고광수 시인은 이러한 시간성(세월)에 내재된 시적 원류에는 그의 철학이 침잠(沈潛)되어 있어서 그가 현실적으로 고뇌하면서 정립하려는 새로운 인생관을 기원하기 위한 하나의 시법인지도 모른다. 그는 시간 속에서 숙성된 존재의 문제를 차원 높게 추적함으로써 그가 염원하는 존재의 인식과 성찰의 문제까지 심도 있게 현현(顯現)하고 있다. 그것이 그에게는 시젇 구도의 설정에서부터 주제의 투영(또는 이미지의 투영)으로 완성된 가치관을 창출하려는 시정신으로 이해하게 된다. 물(水)을 물로 보지 말기를 부여가 없는 상실이 있는가 물은 세월(世月)과 동의어다 강한 것 중에 으뜸이 물이라 흐르는 모든 것을 흔적 없이 지우고 지워가는 일견 물을 무르게(물로) 보았던 단견으로 존재를 상실해 버린 무수한 사례들 --- 세월마저 녹아드는 물의 존재 존재 없이 주체가 있을 수 없고 부여 많이 세월이란 이름으로 탄생 아닌가 ? 물 . 불을 가려 영원을 지향하라 언제나 순리에 순응하며 패자를 자처 지극히 낮음을 지향하고 결과엔 저들대로 하나가 되어. 최후에 승자가 되고 마는 영혼이 긷든 영원한 생명(生命) 빛과의 모든 것 물 물 물 --- --「물의 생(生)」전문 익숙한 환청에 유년의 세월을 지워가며 서둘러 영혼의 문을 열고 실타래처럼 허물을 내렸습니다 기억의 넝쿨이 세월의 등 뒤에 하현달로 내려와 후회라는 입술에 맴도는 목마름으로 남몰래 흐느낌 이었습니다 --「재활」중에서 우선 고광수 시인은 이 작품에서 적시(摘示)하는 바와 같이 ‘물’과 ‘세월’의 상관성을 통해서 존재를 현현하고 있다. ‘언제나 순리에 순응하’는 만유의 진리를 분사(噴射)하면서 ‘영원한 생명의 빛’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결국 ‘후회’라는 심리적인 변환으로 보아서 존재에 대한 성찰의 의식이 강렬하게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감성(感性-sensibility)의 심취(深醉)는 인식, 즉 감성적 인식이 세월과 동행하여 우리 인간의 절대적이며 능동적인 시적 정감으로 정리되어 시적 진실을 유로(流露)하는 매체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러한 그의 정서는 다시 ‘공허’라는 새로운 존재의 미학을 구상하고 있다. ‘황량한 야적에 쌓여가며 욕망에 울어주던 바람만이 / 공허의 압착의 구석들을 애증의 미소로 어루만진다(「폐차」중에서)’라든지 ‘흔적을 지우는 일 / 무상(無常)(「세월」중에서)’, 또는 ‘배려라는 단어를 한 점 행동으로 실천하며 / 경박하지 않게 비워갈 나이(「깊음에 대하여」중에서)’등의 어조(語調)는 이 공허의식을 통한 지우는 일과 비우는 일에 대한 성찰된 자아의 긍정적인 언술이다. 그는 이러한 의식의 집착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현시되고 있어서 주목하게 한다. 그가 동행하는 시간성은 자아 성찰로 귀결시키고 있어서 더울 세월에 대한 시적 감응이 응축되고 있다. --우리곁 비운자 있었기에 꽉 채울수 있었던 / 한세월 우리들 몸과 마음 풍요롭기 그지없 지 않는가 / 잎새들 손짓하는 5월의 완성된 산야에서---(「비웠던 세월 있기에」중에 서) --만날수 없는 짝사랑 안타까움 / 천년의 세월에도 그 애잔함 꽃무릇에 비할까 / 일생을 두 고 후회라는 마디마다 미뤄진 / 그리움의 낱말들이 서글픈 귓가로 흘러내린다(「애잔함 이여 」중에서) --세월과 함께 열어가는 경외의 세계 / 소중한 생명의 원천에서 한없는 고독을 / 가슴으로 담아낼 일이다(「겨울 산하」중에서) --지난 일들을 잃었다는 아쉬움이 / 본래엔 없었던 인연이라면 / 전부를 잃은 것처럼 절망 에 그리움도 / 채울 수 있는 빈 마음 하나는 / 잃지는 말아야지 ---(「그리움은 여운처 럼」중에서) 2. ‘생명성’과 삶의 합주곡 고광수 시인은 다시 ‘생명성’에 대해서 다양한 사유의 진폭을 느낄 수가 있는데 그것은 그가 삶이라는 보편적인 현실에서 그가 여망하는 이상(理想)과의 괴리(乖離)에서 여과(濾過)시킨 지향적 사유들이 그의 진지한 철학과 동시에 투사(投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어제까지는 생의 전부였고 오늘은 삶의 최선이라며 성실을 다하며 살아온 선이 굵은 생 정좌로 돌아서서 함께 밝히지 못하는 어둠의 뒤란은 막막일 수밖에 없구나 선으로 나아가려는 삶과 선을 넘으려는 삶들이 정답게 다가가서 등을 두고 식어가는 위치로 서럽게 떠나는 눈물이 아니랴 선(線)에서 만나 선(善)과 악(惡)이 되는 빈손 최선의 마지막이 되어 버린 선이 짧은 삶 뜨겁게 남겨진 사랑의 비대칭 여기 방황하는 찬비마저 천상의 세월에서 어느 생명으로 발길을 내려야 하는지 서러운 망설임이 아니랴--- -- 「선(線)의 위치」전문 철저히 비워 놓지 않는 삶 깨끗하게 남겨 놓지 않는 생(生) 흔적마저 지워놓고 떠나가는 인생의 여행길 홀연한 바람의 정처 --- -- 「이유 있는 바램」중에서 그는 먼저 ‘삶의 최선’이 무엇인지를 구명(究明)하고 이것이 포괄적으로 생(生)이라는 범주(範疇)에서 생명성에 관한 해법을 탐색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시법들이 그가 정립하는 ‘선으로 나아가려는 삶’이며 또한 ‘선을 넘으려는 / 삶’이다. 이처럼 그가 ‘선(線)에서 만나 선(善)과 악(惡)이 되는 빈손 / 최선의 마지막이 되어 버린 선이 짧은 삶’이라는 단정적인 어조에서 이해할 수 있듯이 이러한 인식도 ‘세월’과 ‘생명’ 그리고 ‘사랑’이 동시에 ‘비대칭’을 이루어서 그의 내면에서는 ‘어둠의 뒤란’에서 흘리는 ‘서럽게 떠나는 눈물이’며 ‘서러운 망설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그는 ‘비워 놓지 않는 삶’과 ‘남겨 놓지 않는 생(生)’에 관한 철학적인 사유에 심도 이게 접근하고 있다. 이는 ‘한 점 없이 사라지는 그런 일생’에 대한 존재의 인식이 자연 섭리를 긍정하는 그의 인생관으로 승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어조가 바로 고광수 시학의 정점이 되는 것은 ‘흔적마저 지워놓고 떠나가는 / 인생의 여행길’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이 그의 사유의 중심축에 확고하게 정립함으로써 그가 형상화하고자 하는 삶과 생명성이 더욱 우리의 공감을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다시 ‘어제를 키웠던 슬픔이 내일은 흔들리지 않을 / 꿋꿋한 삶인 줄 알 수 있다면 / 뒤척이는 이유 있는 밤 / 오늘의 뜻깊은 삶이라면 보람이 되리라.(「흔들리는 삶」중에서)’거나 ‘넘을 수 없는 상실한 차선의 삶 / 읊고 가는 뒤안길에 모습마다 배낭을 메어 / 존재의 가치로 무었을 남기려 / 하는가.(「집착을 비우는 삶」중에서)’, ‘삶의 길에서 힘겨운 누군가에 따뜻한 / 감동의 눈물이 되어 / 영혼의 바다로에 기억을 더듬는 사랑의 발길마다 / 돌고 도는 내력 사연을 줍는 / 아 ! 걸림이 없이 떠도는 바람 / 너는 / 그 무엇으로 살아가는가(「물레방아 줍는 내력」중에서)’는 등의 어조는 그가 평소에 간직해온 인생론이 적나라(赤裸裸)하게 적시됨으로써 그가 생명성과 삶의 조화 곧 융합을 탐구하는 합주곡으로 빛나고 있다. 고광수 시인은 이러한 조화에는 그가 차원 높게 유추하는 ‘영혼’의 문제도 다변적인 사유의 진폭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허공에 거짓 같은 공허한 삶들’과 ‘욕망과 자유를 초월한 목마른 삶’에서 획득한 진지한 존재의 진실은 ‘영혼’과의 교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미련에 못태운 고독한 영혼의 부호가 된 / 그림자 마다 / 압축의 언어로 미소를 보내고 / 흔들리는 심연에 뿌리 하나 / 돌아설 수 없는 적막이 내린 죄인 양 / 흐르는 눈물(「야생화 2」중에서)’과 ‘어둠의 흔적을 집요하게 지워가며 / 슬픈디 눈물되어 떨어진 꽃잎처럼 뒤척이다 / 파랗게 타고만 있을 떠도는 영혼의 / 불시착 한 줌 ---(「무언(無言)」중에서)’이라는 어조는 바로 인간의 생명성이 영혼과의 진정한 합주곡의 연주를 통한 시적 진실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3. ‘기다림’과 ‘그리움’의 화해 고광수 시인에게서 다시 ‘기다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일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시집의 표제시가 되기도 하는 작품「기다림(美學)」에서 다음과 같이 ‘기다림’에 관한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고 있다. 저들은 길을 묻지 않습니다 다만 기다릴 줄 아는 것뿐입니다 끝나지 않을 그 연속의 기다림을 성자의 기도를 지금막 끝내고 한 생애를 일으켜 경건을 맞이하려는 중입니다 침묵의 연속선 꿈과 생을 모아 인연을 이으려는 찰라 눈을 틔우는 어둠속의 저-놀라운 완성을 --- 녹색의 향연에 세월은 단지 사치에 불과 아니다 치열을 치부로 반목하지 않는 조화라는 극치는 영혼이 빚어낸 예술을 초월한 다름 아니런가 그렇다. 고광수 시인의 심저(心底)에서 분출하려는 내재된 사유의 향방은 ‘기다림’의 절실성이 그의 또다른 감성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기다릴 줄 아는 것뿐입니다’라는 어조는 ‘세월’과 ‘생’에서 생성한 ‘인연’과의 연결을 탐색하는 인내를 위한 절대적인 심리적 결단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작품「기다림은 꿈처럼」에서도 ‘가치 있는 이별 앞에 아쉬움이 아니라 / 살아가는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기 / 위함이리라’거나 ‘아름다운 모습들에 잊혀지고 / 그 기다림은 / 꿈처럼 행복한 산란을 시작하기 / 때문이리라’는 어조로 ‘기다림’을 정의하거나 그 ‘기다림’에 대한 정서적 연유를 적시하고 있다. 한편, 그는 ‘삶이기에 더욱 외로워하고 살아있기에 / 괴로워하며 극복해야할 고독과 시련을 / 닮은 내 겨울 바다여-중략-기다림은 또 하나 영원한 고독이라고 / 그대여 / 겨울 바다여(「겨울바다」중에서)’라거나 ‘비열한 슬픔의 거리에 헤매지 않을 / 고독에 외로워진 사람들과 세월을 나누며 / 간극을 좁히려는 / 또 하나의 기다림으로.(「또 하나의 기다림」중에서)’는 등의 어조는 고광수 시인의 시미학을 탐구하는 단서가 되고 있다. 그는 이러한 결단을 ‘그리움’이라는 정서를 유로하고 있는데 그가 궁극적으로 현현하고자 하는 정서의 핵심은 다변적인 형태로 이 ‘그리움’을 적시하고 있다. 그는 ‘이 가을 그대 곁으로 기다림 없는 두근거림으로 / 다가서고픈 마음입니다 / 그리움의 문을 활짝 열고 포근히 안기고픈 / 설래임입니다(「가을의 고독」중에서)’와 같이 명징(明澄)하게 ‘기다림’과 ‘그리움’의 상관관계를 형상화하고 있다. 고광수 시인이 이처럼 상호 이해를 통한 시적 흐름과 심리적 조화를 화해하는 언술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自然)이 그대와 더불어 / 한줌 / 바람 되고픈 밤이여 / 그리움으로 지새는 온- 밤이 여.(「당신」중에서) --내 사유의 불길은 그칠 줄 모르고 / 너무도 멀리있는 그대여 / 다가설 수 없는 내 사유의 수채화여 / 한 조각 그리움 추억 속에 묻어나면(「짝사랑」중에서) --비워도 비워도 넘쳐나는 그리움 이라면 / 나는 싫소 / 채워도 채워도 못다채울 그리움도 나는 싫소 / 나 혼자서 그렇게 간직하지 못할 / 넘치는 그리움도 못채울 아련함도 나는 싫소(「한 통화의 전설」중에서) --그리움이 그대 가슴에 물안개 / 피어오르는 날 / 아직 사랑인 것을 그대는 아시리 --- (「그대는 아시리」중에서) --세월(世月) 앞에 // 깊게 맞담은 미련지사는 // 영원한 홀씨 ! // 그리움의 씨앗(「그리움 」중에서) --오늘도 / 시인詩人의 가슴속에 피울수 없는 그리움으로 / 떠나야만 합니까 / 그립다 그리 워 하면서도 --- (「그립다 합니다」중에서) 고광수 시인은 이 ‘기다림’의 미학을 실현하기 위해서 시적 화자 ‘당신’이나 ‘그대’가 등장하는데 이는 그에게 특정한 상대일 수도 있겠으나 우리가 현실적인 삶에서 파생되는 만유의 대상일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그처럼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당신의 모습’으로 분화하거나 ‘그대 / 그리운 때마다 비워놓고 / 그대 생각이 날 때마다 채울 수도 있도록’ 간절하게 기원하는 의식으로 이해하면 그의 ‘그리움’은 ‘기다림’과 일치하는 심리적인 현상이다. 이름 모를 한 송이 향기 되어 외로움 덧쌓이는 그대를 그리워 할 수 없는 행복이라는 마음의 여백에서 빈자리 그리움이 되어버린 그리운 이여 여기 작품「우리들의 노래」중에서 이해할 수 이듯이 그는 ‘그리운 이=그대’라는 등식을 성립하고 있어서 우리는 화자의 상황과 어조를 통해서 시적 진실을 여과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이러한 진실들은 결국 사랑이라는 새로운 전환의 형상이 도출되고 있는데 위의 예문 요약「그대는 아시리」에서 살필 수 있듯이 그는 ‘사랑 한다고 왜 우리는 / 그리워한다고 / 이 계절 사랑을 노래 부르려하는가 / 그리우면 그만인 것을 좋아 하면 다인 것을 / 사랑 하면 전부인 것을’이라고 호소력 넘치는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고광수 시인이 적시하는 ‘기다림’의 미학은 바로 그리움과 함수관계를 유지하면서 지고지순(至高至純)의 사랑학의 적절한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4. 기원 의식의 지향적 조화 고광수 시인은 이러한 심정적 조화를 통해서 현실 속에서 일탈(逸脫)하려는 이상이 지향적인 사유를 유로하고 있다. 우리 인간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이상적인 사유는 대체로 기원의 의지로 현현되는 형상을 접하게 하는데 이는 언술에서 ‘좋겠다’ 혹은 ‘싶다’ 그리고 ‘하소서’ 등의 유형으로 염원을 갈구(渴求)하는 형태를 엿볼 수 있다. 언제나 꾸었던 꿈들이 나래위에 어둠을 뚫고 내일의 창공을 수 놓았음 좋겠네 살아있는 꿈 하나를 간직하여 부푼 가슴 내일의 환희로 희망의 키 높여 갔음 좋겠네 한줄기 태양으로 폭풍을 물리친 희망 영혼이 잠들지 않는 나래짓 꿈의 향기 나누었음 좋겠네 오래도록 깨이지 않을 꿈처럼 자급하는 에너지 유영하는 한 마리 자유였음 좋겠네 --「꿈이여」전문 그대 기억 속에 한 사람 으로 머나먼 추억에 머무는 나그네 이고 싶습니다 물들어 가는 고운 단풍잎처럼 그대 생각 속에 늘 푸르게 내려 물들이는 마음이고 싶습니다 --「기억 속의 한 사람」중에서 오늘을 기다림이 내일은 찬란히 살아가는 삶이게 하소서 어제를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내일을 위한 용서와 화해의 기도가 되게 하소서 --「기도 2」중에서 이와 같이 ‘좋겠다’는 기원은 ‘내일의 창공’과 ‘희망의 키’, ‘꿈의 향기’ 그리고 ‘유영하는 자유’ 등과 교감하면서 심화된 삶의 이상을 꿈꾸고 있다. 다음 ‘싶습니다’의 갈망은 ‘머나먼 추억에 머무는 나그네’와 ‘푸르게 내려 / 물들이는 마음’을 ‘기억’하고 싶어 하고 있으며 ‘하소서’의 기도는 ‘살아가는 삶’과 ‘용서와 화해’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일찍이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칸트(I. Kant)가 말하기를 기도는 어떤 객관적인 효과를 가지는 것이 아니고 오직 직관적인 반응을, 즉 심정의 안정과 위안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고광수 시인의 기원도 이처럼 삶에서 추출한 현실적 고뇌가 시적 진실과 용해하여 ‘꿈의 향기’와 ‘물들이는 마음’이 승화하고 있어서 심정의 안정을 매체로 해서 화해의 해법을 열망하고 있다. 그는 다시 ‘고요 속에 잠자는 초원에 푸른 길을 때론 / 누군가 일깨웠으면 좋겠다(「서 있는 꽃」중에서)’, ‘상징의 꽃 국화향 넘치는 온 우주에 / 詩人의 향기되어 한 송이 피워내고 싶습니다 / 빨갛게 물들어 가는 단풍처럼 한 점 후회 없이 / 곱게 떨어진 한줌 토양이고 싶습니다(「이 가을엔」중에서)’라는 기원이 그의 심중에서 숙성된 정서로 현시하고 있다. 한편 그는 ‘그런 한 사람 / 한 아름 비워도 가득한 참 편한 배려 / 밝고 맑은 영혼 오래된 순수 하나 묻어두고 / 감성을 살리라(「한 사람」중에서)’거나 ‘잠시 함께 쉬었다 영원히 잠에 드는 / 세월의 주름진 생명을 다독이며 / 그대는 말없는 진실 사랑처럼 / 푸르름만 같아라.(「푸르름이 되어라」중에서)’는 등과 같이 기원의 어조가 ‘살리라’ 혹은 ‘같아라’처럼 구체적으로 의식을 표징하고 있는 특징을 읽을 수 이게 한다. 고광수 시집 『기다림의 미학』이 우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그의 순박한 시심과 함께 순정적인 언어의 표출에서 안온한 정감으로 공감하게 한다. 이는 그가 다양하게 취택하는 시적 소재에서 이해할 수 있듯이 자연과 인간의 상관성에 대해서 깊게 그리고 고차원으로 탐구함으로써 주제가 교시적(敎示的)으로 분사하여 현대시의 위의(威儀)를 정립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현대시는 미국의 시인 카알 샌드버거(Carl Sandburg)의 언지(言旨)대로 시가 무지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사라지는가를 가르쳐 주는 환상의 대본이기 때문에 고광수 시인이 구상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진실들이 ‘세월’을 통해서 인생을 성찰하거나 삶과 생명성의 진지한 탐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러한 구도를 통해서 그가 이상형으로 기원하는 지향적인 문제들이 실재(實在)의 현실과 복합적인 유기체를 형성하게 될 때 일반적으로 동반하게 되는그의 상당한 고뇌와 갈등을 조화롭게 화해하기 위해서 ‘기다림’이라는 미학을 원류로 하여 고광수 시학을 확고하게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내일은 초원의 길에 서서 창공에 부르리라(「서 있는 꽃」중에서)’ 와 같이 시속에 있는 주제의 진실은 과일 속에 숨겨져 있는 영양가로 숙성되기 위해서 우리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영혼의 안식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