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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3일 일요일 날씨 청명(淸明)하고 화사(華奢)함 ***연중 28주일
김윤석 루카 신부님 영명 축일
영화 조커보고 저녁 늦게 돌아왔다. 영화 조커는 주인공이 왜 조커가 되었는지 보여주는 스토리였다. 그동안 베트맨 영화에선 조커를 악의 축으로 그려졌는데, 이번 영화에선 조커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고독한 한 인간의 아픔을 그린 감독의 시선이 좋았다. 영화는 조커가 되기 전 주인공을 따라간다. 작은 기획사에 속한 코미디언이 꿈인 주인공은 개업 집에서 피에로 분장을 간판을 들고 춤을 추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이 들고 춤추던 간판을 청소년 세 명이 장난으로 빼었어간다. 큰 신발로 쫓아가지만 간판은 부서지고 청소년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고 만다. 그 일로 기획사 일도 줄어든다.
그리고 병든 어머니와 낡은 아파트에서 주인공은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그러던 중 시장으로 출마하는 사람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어머니의 편지로 알게 된다. 아버지를 찾아 가지만 문전 박대 당한다. 그로 인해 주인공은 가진 자들의 대한 반감이 커져만 가고, 자기를 받아주지 않은 세상을 저주하며 살아간다. 밤무대 마치고 늦은 시간에 지하철로 귀가 하던 중 사건이 발생한다. 젊은 여자에게 술 취한 은행원 세 명이 추근 된다. 그 모습에 웃는 주인공(원래 주인공은 괜히 웃는 병이 있었다.)에게 술 취한 은행원 세 명이 덤빈다. 가지고 있던 총으로 은행원 세 명을 쏴 죽인다. 그 일로 인해 형사들이 찾아와서 어머니가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한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자기를 학대한 걸 알고 병상에 누워 있는 어머니를 죽여 버린다. 마지막엔 생방송 토크쇼에 조커 분장으로 나가 자기를 조커라고 소개하고 진행자를 그 자리에서 쏴 죽인다. 그 일로 인해 거리엔 조커 가면을 쓴 많은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켜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들고, 시간이 흐르고 정신병원에서 생활하는 주인공 모습으로 끝난다.
주인공을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약간의 우울증과 웃는 병이 있는 주인공이 그래도 코미디언 꿈을 안고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광기어린 살인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얼굴 표정, 몸짓 하나 하나를 세심한 감정으로 정말 잘 표현했다. 하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울한 기분이었다. 그런지만 영화의 주제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와 잘 맞았다.
총기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미국 사회의 슬픈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내가 미국 사회를 잘 알지 못하지만, 상류사회의 사교 모임은 많아도 다양한 계층 사람들 모임은 잘 보질 못했다. 미국은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하는 문화가 없는 것 같다. 개인주의, 흑백 갈등, 남은 어찌 되든 자기만 잘 살면 된다는 사고가 많은 총기 사고를 일으키는 게 아닐까? 우리나라도 요즘 끔찍한 살인 사건이 자주 일어났다. 사람들이 예전보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그런 것 같다. 오늘 영화에서도 주인공에게 따스한 마음을 주는 이웃들이 많았으면 광기어린 살인자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의미로 성당에서 시간은 영화의 시간과 반대 되는 시간이여서 더욱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신부님 축일을 축하하는 점심 잔치와 축일을 축복하는 행사, 그리고 미사 시간은 성당 식구들이 다 같이 따스한 정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점심밥으로 먹은 비빔밥은 국 대접에 하 가득 색색의 재료를 담겨 있어 풍성한 맛이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돼지고기 수육은 입 안 가득 부드럽게 퍼지는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수육과 곁들여 먹은 김치도 제대로 맛이 들어서 맛있었다. 상큼한 감귤과 줄깃한 절편도 있었는데 수육을 양 것 먹는 바람에 배가 너무 불러서 못 먹었다. 끝으로 몸에 좋은 보이차도 나왔다. 성당 잔치 있을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정성 것 해주시는 신자들에게 감사한다.
미사 마치고 짧은 신부님 축일 행사도 좋았다. 성당 신자들 모두가 축하하는 모습은 처음으로 느끼는 감동이었다. 가수 안치환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실제를 보는 것 같았다. 어린 아이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우리들의 영혼을 전능하신 하느님께 인도하는 신부님 축일을 진정으로 축복하는 시간은 아름다웠다. 꽃으로 이루어진 지상의 화원이 아닌 우리 성당 신자들의 맑은 영혼들로 잘 꾸며진 천상의 아름다운 화원 속에 와 있는 듯 했다.
좀 전 강론 시간 김재이 져프리 신부님이 감사함 대해 말씀하셨다. 그리고 요즘 배우시는 중국어로 사랑한다고 하시면서 커다란 하트를 루카 신부님에게 보내셨다. 감사의 마음들이 모이면 이렇게 따스하고 포근한 공간을 창조할 수 있고나하고 생각했다. 주일 학교 어린 아이들이 노래하면서 하트 모양을 만들어 신부님 가슴에 붙여주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오후에 본 영화 조커는 인간과 인간의 단절로 인해 고독으로 점점 광기어린 폭력 살인광으로 변해가는 한 인간을 보았다. 하지만 성당에서의 오전과 점심시간은 사람과 사람 간의 은혜로운 교감이 흐르는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우리 성당 모든 신자들을 하느님 안에서 서로 서로 보듬고 사랑하도록 해주신 김윤석 루카 신부님의 영명 축일을 축복들이며 영, 육 늘 건강하시길 하느님께 기원한다.
날은 오늘 본 영화 조커처럼 어둡고 음습하지 않고 우리 성당 신자들 마음처럼 화사(華奢)하고 청명(淸明)했다.
성당 가는 회장님 차에서 회장님이 로사리오 성월이라고 핸드폰으로 오늘 날씨처럼 청아한 아베 마리아를 선곡해 주셨다. 대중가수 헬렌 피셔와 성악가 조수미가 부른 아베 마리아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헬렌 피셔가 부른 아베 마리아가 더 좋았다. 병원에 입원한 친구도 혼자 고독하지 말고, 하느님 안에서 참 평화를 누리길 기도해 본다.
2019년 10월 27일 일요일 날씨는 왠수도 용서하고 사랑할 있을 만큼 맑고 깨끗함
***본당의 날 신리 성지 순례
오전 11시에 신리 성지 미사를 시작하는 종소리가 울렸다. 맑고 깨끗한 대기와 참 잘 어울리는 은은하게 퍼지는 아름다운 종소리에 성당으로 가면서 오늘 아침 시간들을 돌아봤다.
오늘 아침 차가 9시에 온다고 해서 바빠다. 일어나서 씻고 아침밥 먹고 옷 입고 준비하니까 벌써 9시가 다됐다. 밖에서 차가 왔단 소릴 듣고 마지막으로 바람막이를 걸치고 마당에 나갔다. 마당엔 반가운 우리성당 봉고차가 와 있었다. 봉고차 앞자리에 앉았다.
성당 자매님이 수산나에게 가을 바바리를 주셔서 방에 잦다 놓고 올 때까지 기다렸다. 차안엔 사도요한 회장님과 클라라님, 베드로님이 계셨고 그리고 요안 보스코님이 운전해서 간단다. 요안 보스코님은 지난번에 만났을 때 이번 성지순례는 바쁜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하셨다. 그런데 성지순례를 같이 가게 돼서 참으로 좋고 기쁘고 반갑다. 수산나가 오고 오늘 성지순례를 잘 마칠 수 있도록 주모경 기도하고 출발했다.
차를 타고 가면서 회장님이 일반적인 성지에 대한 설명을 해 주시고, 야고보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했는데 목감기 때문에 한곡만 불렀다. 투명한 물빛 같은 햇살들이 빛나게 내려앉은 군대 군대 단풍 옷을 입은 산들을 보며 달리는 너무나 싱그러운 드라이브였다. 1시간 살짝 넘게 드라이브해서 신리 성지에 도착했다. 신리 성지에 성당 버스로 먼저 도착해서 우릴 기다리고 있던 라파엘님과 요안나님이 웃는 얼굴로 맞이해 주었다.
신리 성지는 드 너른 대지 위에 펼쳐져 있었다. 산들이 별로 없는 내포지구라 시야는 멀리까지 확 트였다. 성모님 마음처럼 너른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깔끔하게 정돈된 길이 있었다. 너른 잔디 위에는 성모님이 가슴 아파하시며 끝까지 따라 갔을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도하는 십자가의 길 14처가 있었다. 적당하게 둥근 바위위에 나무로 조각된 14처의 예수님 수난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기며 기도했다.
잔디밭 한켠엔 가을 색으로 물든 갈대들과 작은 호수도 있었다. 파란 바람에 실려 청아하게 울리는 미사 시작 종소리를 듣고 성당으로 들어갔다. 성당 안은 우리 성당에서만 온 게 아니라 다른 성당에서도 와서 신자들로 가득 찼다. 그래서 신리 성당 맨 뒤에 자리했다. 신부님 모습은 마이크로 나오는 목소리만 들렸다. 강론 시간과 점심 먹고 들은 신부님 강의 내용은 신리 성지에 관한 것이었다.
1860년대 신리 성지 근처에 약 400여명이 모여 있었다고 한다. 그 중 90%가 천주교 신자였다고 그래서 여긴 순교 성지가 아니고 공동체 성지라고 하셨다. 여기가 그 시대의 천주교 신자가 많았던 건 중국과 교역이 쉬워 천주교 전파가 활발했다는 점을 첫 번째로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 근처에 산이 없어 관원들이 천주교인을 잡으러 오는 걸 미리 알 수 있어 신앙공동체를 있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조선교구 제5대 교구장 다블뤼 주교님도 순교 하실 때까지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다블뤼 주교님과 함께 선교 활동을 하신 오매뜨르신부, 위엥신부님도 이곳에서 복음을 마지막까지 전하시다가 순교하셨다고...
다블뤼 주교님이 이곳에서 하신 일은 그 때 조선에서 일어나는 순교사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 일을 도와준 젊은이가 손자선 성인이다. 손자선 성인은 다블뤼 주교님과 신부님들과 같이 순교 하셨다.
신리성지 특징으로 본다면 손자선성인의 생가로 성인이 28세의 나이로 순교하기까지 살던곳이며, 다블뤼주교가 10여년을 은거하며 선교활동을 하던 주교관이다 또한 한국의 두 번째 사제 최양업신부를 비롯한 션교사들의 근거지이며, 교리서 번역 및 편찬, 조선천주교회 사료들을 수집 전손하던곳이며 103위 성인, 124위 복자 탄생의이론적 근거을 마련 했고, 다섯분의 성인(다블뤼 주교, 오매뜨르신부, 위엥신부, 손자선 성인)과 많은 교우들이 순교를 위해 잡힌곳이며, 목없는 무명순교자, 손씨가족 순교자를 비롯한 무명순교자의 묘가 있는곳, 그러므로 조선 천주교회 초기부터 박해시대 교우촌이자 수많은 순교자들의 출신지이다.
위에 글은 블로그에서 복사해온 글입니다.
성지에서 먹는 점심은 언제나 맛이 좋다. 오늘은 이곳 간척지에서 난 햅쌀로 밥을 해서 그런지 더욱 맛이 있었다. 그래서 요안 보스코님과 같이 배추김치와 함께 밥을 조금 더 먹겠다고 했다. 요안 보스코님이 두 접시에 밥을 담아 오셨다. 배식하는 신자에게 먹던 접시 가져오지 않았다고 욕을 먹었다고 하셨다. 요안 보스코님이 밥도 더 먹고 욕도 먹어서 그런지 배가 부르다고 하면서 드셨다. 나도 욕먹으면서 타온 배추김치에 맛있는 밥을 양껏 먹었다. 아주 맛있었다. 성지에서 먹는 밥은 성인들의 기운이 있어 더욱 밥맛이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점심 먹고 신부님 강의까지 시간이 남아서 다블뤼 주교님이 주교관으로 쓰시던 초가집에 가 보았다. 초가집 주교관은 사극에서 보았던 초가집과 똑 같았다. 초가집 주교관 뒤편에 장독대가 있고 주교관은 가운데 마루로 연결된 두 개의 방으로 된 초가집이었다. 이런 집에서 10년 동안 은거하면서 하느님 일을 다블뤼 주교님과 그 시대 조선 땅에서 박해 받고 숨져 간 모든 성인들을 위해여 기도했다.
그때 주교님 고문과 순교 과정의 대한 강의 듣고 지하 전시관에 갔다. 신부님 강의에서 내용들과 함께 원로 한국화가인 이종상 요셉 화백이 신리 교우촌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성직자와 순교자들의 행적을 그린 순교 기록화 13점과 신리 성지 출신 순교성인 5위의 영정을 우리나라의 전통 채색 기법과 초상화 기법으로 제작한 초상이 전시돼 있었다. 다블뤼 주교님과 같은 외국 사제들이 신분을 감추기 위해 몸 전제를 가리는 상복을 입은 모습의 그림도 있었다. 그림들을 보고 있으니까 그 시절 순교 성인들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지하 전시관에서 올라와 1층에서 요안 보스코님 아내하고 마주쳤다. 요안 보스코님이 아내를 정양해 엔오파님이라고 소개해 주었다. 기도 중에 기억해야겠다. 순교자들의 부활을 주제로 대형 부조상 앞에서 사진 찍고 잔디밭에서 오늘 온 우리 성당 전 신자들이 사진 찍는 걸로 신리 성지 순례는 마무리 되었다.
요양원에 돌아오는 차에서 김영희 베드로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몇 년 전에 정년퇴임하고 사랑하는 부인과도 사별해서 사회생활 하기가 조심스럽고 힘들다고 하셨다. 하느님 안에서 베드로님이 항상 평안하시길 기원해 본다. 요양원에 도착해서 남은 간식 주시고 가셨다. 오늘 날씨만큼이나 우리들에게 참 좋은 성지 순례였다. 오늘도 운전하시고 나에게 신리 성지 구석구석 구경 시켜주시고, 미사 때와 성당 행사 때마다 나를 늘 밀어주시는 요한 보스코님에게 감사하다.
2019년 11월 10일 일요일 날씨 지난밤에 비 오고 약간 쌀쌀함 ***연중 32주일
평화
우리 모두에게 참 평화가
있기를...
향기를 머금은 고은 보라색 삶
하느님의 은총으로 이루어진 따뜻한 참 평화.
나에게 주어진 길에서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가 함께 누리는
고고하고 은혜어린 주님의
포근하고 아름다운 평화
2주의 한 번씩 하느님 안에서
같은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평화를 빕니다.”라고 빌어 주는
우리들의 행복
2019년 11월 24일 일요일 날씨 봄날처럼 따스하고 포근함 ***연중 34주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성서 주간)
지난 10일 주일에 성당에서 미사 드릴 때 고광일 야고보가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미사 끝나고 분식집에서 맛있게 점심 먹고 요양원에 돌아와서도 다리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병원에도 가고 한의원에도 갔는데 그냥 종아리 근육이 약간 뭉친 것 갔다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야고보는 병원과 한의원의 진단을 민지 않고 병을 과장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번 과장해서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감정의 기복이 심해졌다. 밥도 안 먹고 잠도 안자고 요양원을 뛰쳐나가고 해서 15일에 서천에 있는 정신 요양원으로 갔다. 한 한달 동안 있다가 동곡 요양원으로 돌아온다고 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기분이 좋았다가 갑자기 나빠지는 야고보 마음의 평정을 찾아 돌아오길 하느님께 기도해 본다.
오늘은 날씨가 초겨울답지 않게 따스하고 포근하다. 날씨가 따스해서 정자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김택중 라파엘님이 오셨다. 성당에 가면서 라파엘님에게 야고보 얘길 했다. 라파엘님도 걱정해 주셨다. 성당 안은 다른 때와 다른 느낌이다. 뭔가 차분하고 정돈된 듯 하다. 오늘이 전례력으로 마지막 주일이고,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김윤석 루카 신부님 강론도 “이번 주간은 지난 1년 예수 그리스도를 나에게 왕으로 잘 모셨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시작되는 1년도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잘 모시는 걸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말씀 하셨다. 나도 지난 1년 간 하느님을 내 삶의 중심인 왕으로 모셨는지를 찬찬히 돌아보고 앞으로 시작되는 1년도 하느님 내 삶의 중심의 왕으로 모실 것을 다짐하는 기도를 해 본다. 그리고 오늘이 추수 감사 미사인데 대봉감 한 가지론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내년엔 더 많은 열매들을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하시고 미사를 끝내셨다.
점심은 맛있는 오리 수육을 배불리 먹고 돌아왔다. 육질이 쫄깃한 오리 수육 점심 먹는 걸 도와주시고 오늘 미사에 동행해 주신 라파엘님에게 감사한다.
2019년 12월 8일 일요일 날씨 아침엔 쌀쌀하고 낮엔 봄처럼 따스함
***대림 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고광일 야고보가 지난 6일 금요일에 서천에 있는 요양원에서 돌아왔다. 좋아져서 온 게 아니고 그 곳 요양원에서도 몇 번 도망쳐서 못 데리고 있겠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온 것이다. 야고보가 30년 넘게 여기 요양원에서 자유롭게 있다가 거기 요양원에 갇혀 생활하기가 힘들었는지 많이 야위어 보였다. 그리고 불안해 보였다.
오늘 미사 가서 하느님 안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김영도(필립보)는 아침에 갑자기 이미용 가게 돼서 빠지고 회장님 차에 올랐다. 회장님 차는 RV 7인승이라 필립보가 빠져서 자리가 남아서 클라라님을 태우고 성당에 가기로 했다. 회장님은 클라라님을 핸드폰에 대통령이라고 저장해 놓으셨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운전대가 높이 달린 아주 고급스럽고 럭셔리한 오토바이 탄 슬림한 사람이 우리 안에 나타났다. 그것도 헬멧에 가죽잠바, 가죽바지, 선발까지 검정색으로 깔 맞춤한 옷을 입고 우리차를 에스코트 하는 듯 했다. 그래서 차안에 우린 “아무렴 대통령님을 모시러 가는대 이 정도는 에스코트를 받아야지...” 하는데 오토바이가 우릴 에스코트 하지 않고 다른 길로 가 버렸다. 그래서 우린 괜히 오토바이 타고 간 사람을 성토하는 분위기로 “대통령님을 모시러 가는대 자기 볼일 보러 가는 저 사람 잘라야한다” 고 농담을 하면서 회장님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야고보를 보고 반가움을 표시하고 차에 탄 클라라 대통령님에도 오면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한바탕 웃었다.
성당 제단 앞에 대림절이라 꽃으로 장식한 초 네 개가 세워져 있었다. 오늘은 대림 2주일이라 어린 복사들이 촛불 2개만 켜고 미사가 시작 되었다. 미사는 루카 신부님과 져프리 신부님의 집전으로 진행했다. 루카 신부님 강론은 죄의 관한 것이었다. 강론 말미에 신학교 때 동창 신학생 중에 심한 야맹증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신부로 사목을 하고 있지만 야간엔 시야가 좁아져 운전면허가 없는 그 친구가 군대 가서 야간 사격을 했단다. 그런대 다른 사람들은 과녁이 깨끗하고 그 친구 과녁에만 세발이 맞았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성당 루카 신부님이 그 친구에게 ‘다른 사람이 잘못 쏴서 니 과녁에 맞은 것이겠지’라고 회상하시면서 죄의 어원 중 하나도 잘못 쏴서 다른 사람 과녁에 맞추는 것이라고 하셨다. 우리 신자들도 하느님이란 과녁에 집중해서 맞혀야지 하느님이 아닌 다른 과녁을 맞히면 안 된다고 하시면서 강론을 끝내셨다. 13일 금요일 오전에 대흥동 성당에서 우리 성당 권학순 요셉 신학생 부제 서품식이 있으니까 영적 예물 많이 부탁한다고 하시고 미사를 마치셨다.
미사 마치고 성물 방에서 성탄 선물을 골랐다. 유성 성당에서 알고 지내던 자매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수산나는 기적의 패, 시몬은 손목 묵주, 야고보는 은색 줄 십자가 목걸이, 나는 아주 작은 아기 예수를 안고 계신 성모상을 고르니까 회장님과 클라라님이 크고 불도 들어오는 아기 예수를 안고 계신 성모상을 골라 주셨다. 성물 방 자매님이 내가 고른 작은 아기 예수를 안고 계신 성모상은 수산나하고 나에게 덤으로 준다고 하셨다. 고맙다. 오늘 이미용 가느라고 오지 않은 필립보에겐 성탄 선물 안 준다고 놀려주자고 회장님과 짜면서 삼겹살 점심 먹으러 갔다.
삼겹살 점심을 걸지게 먹고 돌아오는 차에서 회장님이 이불을 준다고 해서 달라고 했다. 어떤 이불일지 기대 된다. 오늘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한 야고보가 어떨지 걱정했었는데, 점심시간에 기침은 많이 했어도 미사 잘 드리고 점심 잘 먹고 돌아와서 안심이다. 앞으로도 계속 오늘처럼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2019년 12월 25일 수요일 날씨 눈 대신 미세먼지로 가득한 잿빛으로 물든 대기 ***성탄절
†메리 크리스마스
모처럼만에 동곡 오남매가 다 같이 성당에 왔다. 날씨는 춥지 않았지만 대기는 미세먼지로 가득하다. 크리스마스라 성당 1층 로비에서 고운 한복을 차려 입으신 사목회장님과 13일에 대흥동 성당에서 부제 서품식을 받으신 권학순 요셉 부제님인 줄 알고 ‘부제서품 축하합니다.’라고 했더니 ‘부제님은 2층 성전에서 미사 준비하고 있다고?’하셨다. 나는 얼굴이 비스해서 학사님하고 부제님하고 착각 했던 거였다.
사목회장님과 학사님과 인사 하느라고 옆에서 어려운 성당 신자들에게 전해줄 쌀하고 라면 성탄 선물을 정리하던 요안 보스코님 나에게 성탄인사를 했지만 받아 주질 못했다. 요안 보스코님이 웃는 얼굴에 약간 뿌루퉁한 목소리로“내 인사도 안 받아주고 너무했다.”라고 핀잔을 주셨다. 나는 “미안하다”고 나하고 친하고 허물없으니까 핀잔도 주고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성탄 축하한다.”고 말하고 웃는 얼굴로 성탄 기쁨을 요안 보스코님과 같이 나눴다.
성탄이라 그런지 2층 성전 안은 안온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제대 앞에 성모 마리아와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이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평화스럽다. 성탄 미사가 시작되고 장대로 된 십자가를 모신 9명의 복사단과 함께 루카 신부님과 요셉 부제님이 입장하셨다. 아무리 봐도 우리 성당 학사님하고 부제님은 이미지가 너무 비슷하다.
성탄절이라 아름다운 성가가 울리고 사랑으로 이어지는 미사 시간이 되었다. 루카 신부님 강론은 요즘 우리가 밝은 별을 볼 수 없는 건 우리 주변에 밝은 빛이 많아서라고 하셨다. 우리 신앙도 밝은 빛이신 예수님을 더욱 밝게 보기 위해서는 우리 주위에 있는 세상의 빛을 멀리해야 된다고 하셨다. 아침엔 늦잠 때문에 기도를 못 드리고, 저녁에는 핸드폰과 TV에 정신 팔려 기도를 못 드리는 건 예수님이라는 밝은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진정 필요한 건 우리를 홀리는 세상의 빛이 아닌 영롱한 별과 같이 빛나는 예수님의 빛이라고 하시고 강론을 마무리 했다.
장대로 된 십자가를 모신 복사단과 신부님, 부제님이 퇴장하시고 미사가 끝났다. 어제 요양원 성탄 행사 때 썼던 산타 모자와 사슴 뿔 머리띠를 쓰고 빈체시오 회원님들과 다같이 예쁜 구유 앞에서 사진 찍었다. 그리고 점심 먹으러 1층으로 내려갔다.
점심으로 떡국 잔치가 준비 되어 있었다. 어제도 요양원의 성탄 행사 끝나고 점심에 떡국을 먹었었다. 떡국은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다. 떡국은 먹기가 편해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떡국 먹기 전에 지난번 성물 방에서 고른 성탄 선물을 나눠 주셨다. 회장님과 공모한 대로 필립보에겐 며칠간은 지난 번 미사에 오지 않아서 성탄 선물은 없다고 놀려 주었다. 그러다가 지지난주 토요일 날 뭐 갖고 싶으냐고 물어 봤더니 시몬하고 같은 손목묵주를 사달라고 했다. 필립보를 비롯해 모두들 성탄 선물 받고 좋아한다. 물론 나도 좋았다. 대접에 조금 담긴 떡국 두 그릇 먹고 영화[캣츠]보러 가기 위해 대전 장애인 콜택시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대전 장애인 콜택시에 서버 이전 작업으로 인해 웹상으로 차 예약 안 되서 콜 접수원이 한 참 만에 전화를 받았다. 지금은 예약 접수 많아서 1시간 반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접수원의 얘기에 난 절망했다. 나를 절망에서 구원해 주신 건 회장님이셨다. 나를 먼저 롯데 백화점에 데려다 주고 성탄 선물들을 전해주겠다는 회장님에게 정말 고마웠다. 며칠 전에 전해 주신 성모 마음처럼 드넓은 이불은 따스하게 아주 잘 덮고 있다. 내가 잠버릇이 험해서 전에 덮던 이불은 자다가보면 이불 밖으로 발이 나오고 배가 나오곤 했었는데, 회장님이 보내 주신 이불은 넓어서 그런 일 없이 아침까지 푹 잘 수 있어 좋다. 오늘도 어려운 상황에 쳐한 나를 구원해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회장님 †메리 크리스마스
롯데 백화점 가면서 중간에 베드로님 내려주고 가면서 회장님이 자기 얘길 하셨다. 젊었을 때 하루에 16시간씩 일을 해서 요즘은 몸 여기저기가 아파서 통증 조절하는 약을 드시고 있단다. 그리고 20대 때 공장에서 일하다가 날카로운 것에 발뒤꿈치를 배어서 병원에 갔다고 한다. 그냥 살짝 뜨끔해서 병원 가서 꿰매면 되는 줄 알았단다. 그런데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는 진단이 나왔단다. 그 때는 정말 청천벽력(靑天霹靂) 같고 평생 못 걷는 줄 알았다고 회상 하셨다. 그 뒤로 걸을 수는 있어도 쪼그리고 앉지는 못해서 장애 등급 받은 장애인이라고......
이렇게 몸도 온전치 않은 우리와 같은 어려운 이웃들도 돌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러는 사이에 롯데 백화점에 도착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았다.
영화 [캣츠]는 10여 년 전에 뮤지컬로 본 작품이다. 타의적으로 정적인 삶을 사는 나에겐 배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폭발적인 노래들로 구성된 뮤지컬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내적으론 활기차고 동적인 걸 동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여 년 전에 본 [캣츠]는 멋도 모르고 오리지널 팀이 하는 걸 봤다. 자막이 무대 앞에서 나오는 게 아니고 무대 양 옆에 있어서 무대 보고 자막 보느라고 극의 내용을 잘 이해 못했었다. 다만 기억에 남는 건 외국 배우들이 전신에 고양이 분장을 하고 고양이 동작을 하면서 내 코앞에서 왔다 갔다 했던 것과 메인 테마 곡인 메모리(추억)만 가슴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오늘 영화로 본 [캣츠]는 성탄절과 꼭 맞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24(어제)일에 개봉한 것 같다. 영화는 뚱뚱한 아줌마가 고양이를 길거리에 버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버려진 깜찍한 고양양이 빅토리아가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허락을 받는 단 한명의 고양이가 선택이 되는 '켈리클'이라는 축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켈리클' 축제의 주관자인 나이 많은 고양이인 듀터러노미 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을 벌린다. 축제 중에 욕심 많고 사악한 고양이인 맥캐버티와 봄발루리나는 자기들이 선택 받겠다고 다른 고양이들을 잡아 가두고 난리를 친다.
이 이야기의 백미(白眉)는 젊었을 때 어여뻐서 화려하게 잘 나갔지만, 그 화려함 때문에 교만해져서 친구들이 떠나고 외롭게 늙은 그리자벨라가 지난 시절을 회상하면서 메모리(추억)를 부르는 장면이다. 동료 고양이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은 그리자벨라가 어두운 골목에서와 축제 마지막에 노래 메모리를 열창하는 모습은 정말 압권(壓卷)이었다. 처음 어두운 골목에서 부르는 노래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지금의 처지를 한탄하는 처절한 모습이었다면, 축제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는 진심으로 과거 잘못을 뉘우치면서 부르는 환희 송가였다. 같은 노래라도 어떤 감정으로 부르느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결국 지난 일들을 회개한 그리자벨라 풍선에 매단 바구니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욕심 많고 사악한 맥캐버티는 바구니 달린 줄을 잡고 올라가다 놓쳐 땅에 떨어지고 끝난다.
배우들의 동작과 춤은 뮤지컬보다 역동적이지 않았지만 이야기의 내용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아무리 잘못을 많이 해도 진정한 회개만 하면 우리 잘못 다 용서해 주시는 예수님이 탄생한 날 이 영화를 본 건 행복이다. 게다가 저녁에 대전 장애인 콜택시가 부르니까 바로 와서 기다리지 않고 쉽게 요양원에 돌아왔다.
지난 1년 저희를 언제나 밝은 얼굴로 맞아주신 김윤석 루카 신부님과 김재이 져프리 신부님, 어려운 여건 중에도 저희들과 미사에 동행해 주시고 맛난 점심 식사 챙겨주신 고마운 빈체시오 회원님들 황규철 사도요한 회장님과 정명희 클라라님, 김영희 베드로님, 김택중 라파엘님, 권효섬 (명랑) 요안나 자매님, 안창수 요안 보스코님, 정양해 엔오파님 김남표 요셉님, 윤주용 안젤로님, 마음과 정성으로 도움을 주신 박순옥 헬레나자매님과 김지은 마리아자매님 박경래 세례자 요한형제님, 그리고 항상 저희를 멋지게 찍어주시는 최홍석 안토니오님, 우리 성당 사무장 일에 카페 지기까지 하시는 오정영 다미아노님, 몇 번 인사한 사목회장님과 우리 성당 모든 신자님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경자년 새해에도 하느님의 사랑으로 우리 성당 식구 모두에게 홍복(洪福)이 깃들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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