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교" 이름이 그런가? 이것은 무슨 종교단체 이름처럼 들릴지 모른다. '장애청소년문화교육진흥센타'를 줄인 말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장애인청소년 비영리사단법인이다. 이 단체는 변호사가 직업인 친구가 대표로 있다. 그녀는 주로 '이혼전문'변호사로 불리기도 하지만 그녀가 진짜 잘하는 일은 '여성 인권' 변호다. 특히 약자편에 강하다. 가정폭력 성폭력등의 변호를 주로 맡고 있고 사회단체 활동이나 후원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내게 문득 전화를 했다. '장문교'란 단체명이 좀 거시기하다고 좀 좋은 이름이 없느냐고. 그 때 나는 제법 고민을 하는 척 했고 무슨 이름인가를 문자로 보내준것도 같았지만 장문교는 장문교로 남았다.
장문교에서 올해도 장애청소년과 비장애청소년이 함께하는 국토대장정을 한다. "세상의 외면과 바꾼 장애청소년의 꿈" 이란 타이틀을 걸었다. 기간은 2012년 7월19일부터 8월10일까지 23박 24일 일정이다. 코스는 경남 창원에서 출발하여 전남 고흥 나로도까지 400킬로미터를 걷는다. 여름이라 주로 이른아침부터 걷고 오후늦은 시간 걷는다. 해가 뜨거운 한낮은 그래서 쉬어야 한다. 거기에 주말은 걷지 않는다. 주말에는 이동하는 차량도 많고 복잡하기 때문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인원은 총22명이다. 장애청소년 10명, 자원봉사자 12명 참가비는 장애청소년이 50만원 자원봉사자 15만원. 휴가를 맞아 나도 올해는 대장정에 일주일을 참석할 예정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한 여름의 내리쬐는 태양볕을 걸으며 위험천만한 아스팔트의 차도에서 아슬아슬하게 길을 걷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글거리는 태양열로 발에는 물집도 모자라 빨간 피멍이 들어 있습니다. 발이 너무 아파도 아프다고 표현을 하기도 힘듭니다. 함께하는 형과 누나들을 생각해서 참아야만 했습니다. "친구야 너는 꿈이 뭐야?"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발달장애 청소년의 꿈을 함께하는 대학생 봉사자가 물었습니다. 느릿느릿 알 수 없는 이야기로 "꿈?!" 그 흔한 꿈이라는 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청소년. 가방을 메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걷고 있는 한여름의 아스팔트에서 그냥갈 줄 알았는데...서서 기다려준 장애청소년의 배려에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는 대학생 지도자의 모습에 모두가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먼 산을 바라봅니다. "얘들아!!우리가 너희들의 꿈을 이야기 나누고 지켜주는 친구가 되어줄게..."
-<장문교>카페에서 옮긴 글
친구는 흔히 말하는 '사회친구' 다. 여성인권단체인 '여성의 전화'에서 만났다. 나도 회원이었고 그녀도 회원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가까이 알게된 건 그녀가 그곳에서 '성폭력'관련 강의를 했을 때다. 나는 자분자분 조용한 그녀의 강의가 마음에 들었고 그녀는 그때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나는 내가 단체장을 맡고 있던 단체에 그녀를 강사로 초빙했다. 그 인연으로 나중에 우리단체의 자문역할을 맡기도 했다.
장애청소년문화교육진흥센터는 아직 지원이 변변치 않다. 기업에서도 후원을 받기도 하고 일일기금도 모으고 후원금도 모금하지만 부족하다. 지금 그 단체에 필요한 것 두 가지는 장애아동이 이용할 봉고차량과 그곳에서 배출된 장애청소년들의 진로다. 그래서 그녀는 그 아이들을 위해 작은 국수집도 오픈하려고 하고 있다. 장애청소년들이 직접 요리해서 팔고 자립자금을 모을 예정이다.
오늘 국토대장정에 참석키 위해 상의도 할 겸 점심을 같이 했다. 시장 주변에서 밥집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김밥집에서 땡초김밥과 참치김밥 그리고 떢볶이로 간단히 해결했다. 그리고 시장에만 가면 흥분하는 나를 위해 그녀는 흰고무신과 뻥튀기 과자를 한봉지 사줬다. 신발은 친구가 사줘야한다던가 어쩐다던가 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점심값 1만원을 내가 냈기 때문에 일부러 그랬을 수도 있다. 그녀는 그만큼 소탈하고 배려가 깊다. 그녀가 7월말까지 재판일정으로 시간이 비지 않아 8월초에 대장정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나도 그때쯤 일정을 맞추기로 했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과의 동행은 참으로 기분좋은 만남이 될 것이다. <신사의자격>이란 프로에서 장동건이란 배우는 서이수 역을 맡고 있는 상대배우 김하늘에게 이렇게 말했지."그녀는 내 가치관 그자체"라고. 내게 그 친구가 그렇다. 그녀는 내 가치관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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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래시장만 가면 흥분하는 나를 위해 그녀가 사 준 흰고무신과 뻥튀기 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