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 김사인
나 죽으면 부조돈 오마넌은 내야돼 형, 요새 삼마넌짜리도 많던데 그래두 나한테는 형은 오마넌은 내야돼 알었지 하고 노가다 이아무개(47세)가 수화기 너머에서 홍시냄새로 출렁거리는 봄밤이다.
어이, 이거 풀빵이여 풀빵 따끈할 때 먹어야 되는디, 시인 박아무개(47세)가 화통 삶는 소리를 지르며 점잖은 식장 복판까지 처들어와 비닐봉다리를 쥐어주고는 우리 뽀뽀나 하자고, 뽀뽀를 한번 하자고 꺼멓게 술에 탄 얼굴을 들이대는 봄밤이다.
좌간 우리는 시작과 끝을 분명히 해야 혀 자슥들아 하며 용봉탕집 장사장(51세)이 일단 애국가부터 불러제끼자, 하이고 우리집서 이렇게 훌륭한 노래 들어보기는 츰이네유 해쌓며 푼수 주모(50세)가 빈 자리 남는 술까지 들고 와 연신 부어대는 봄밤이다.
십이마넌인데 십마넌만 내세유, 해서 그래두 되까유 하며 지갑들 뒤지다 결국 오마넌은 외상을 달아놓고, 그래도 딱 한 잔만 더, 하고 검지를 세워 흔들며 포장마차로 소매를 서로 끄는 봄밤이다.
죽음마저 발갛게 열꽃이 피어
강아무개 김아무개 오아무개는 먼저 떠났고
차라리 저 남쪽 갯가 어디로 흘러가
칠칠치 못한 목련같이 나도 시부적시부적 떨어나졌으면 싶은
이래저래 한 오마넌은
더 있어야 쓰겠는 밤이다.
『가만히 좋아하는 』(김사인. 2006. 창비)
첫댓글 약주 좋아하시는 분들이
서로 대화하는 내용을 담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하였던것을 잘 표현한것 같습니다..
한 오만원 적선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죠? ^^
우리네. 남정네들이
주모가 있는 집에서
거하게 한잔씩 걸치고
끈끈한 정 나누는 글
정감이 갑니다
눈은 읽고
머리로는 상상을 해봅니다 ㅎㅎ
여자들은 싫어할 분위기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