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문에서 을지로, 한양도성길을 걷다
1. 일자: 2022. 10. 29 (토)
2. 한양도성길
3. 행로와 시간
[혜화문(08:10) ~ 낙산공원(08:38) ~ 동대문(09:05) ~ (DDP/광희문/국립극장) ~ 성곽전망대/정자(10:25~/11:25) ~ 남산(11:37) ~ 충무로 ~ 을지로(13:03) / 11.22km]
10개월 만에 혜화문 옆 별다방에 다시 모였다.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창용 선배가 합류하여 멤버가 8명 되었다. 꽉 찬 느낌이다. 혜화문이 보이는 언덕에 올라선다. 성곽이 시작된다. 곧 낙산이다. 북악산과 북한산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은 아직 문턱에 있나 보다. 나무들은 여전히 푸르름이 대세다.
동대문을 향해 가는 길, 이제는 눈에 익은 길가 카페들이 친숙하게 느껴진다. 억새 군락이 바람에 흔들린다. 2층 시티투어 버스도 보고 DDP도 지나 광희문 앞에 선다. 성곽길이 이어진다. 신라호텔과 반야트리호텔을 돌아 국립극장으로 향한다. 남산은 초입부터 인파로 가득하다. 성곽을 따라 이어지는 계단 끝 전망대에서 선다. 전망이 시원하다. 복잡한 마천루 뒤 어디를 보아도 서을 스카이라인의 끝에는 산이 있다. 이 도시를 특징지운다.
정자에 앉는다. 긴 식사 시간이 이어진다. 흥겹다.
남산 정상에 선다. 지난 겨울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 인파에 놀란다. 오랜 만에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싫지 않다. 코로나로 단절되었던 관계들이 복원되고 있다. 이내 번잡함을 불평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남산을 내려와 충무로 지나 을지로까지 걸었다. 낯선 거리에 공간 밀도가 높은 길을 걸으니 눈이 분주해진다. 을지로 어느 LA갈비집 2층에 앉는다. 격 없는, 실 없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모처럼 많이 웃었다.
< 에필로그 >
한양도성은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을 잇는 총 길이 18.6km로 평지는 토성, 산지는 석성으로 축조되었고, 전란을 대비해 쌓은 성곽이 아니라 수도 한양의 권위와 품위를 위해 두른 울타리라는 걸 새로 알았다.
낙산에서 남산 구간을 오늘 다시 걸었다. 토성은 도로로 변했지만, 석성은 개축을 거쳐 그 존재를 여전히 드러낸다. 굽은 솔이 고향을 지키는 이치와 같다.
남산의 단풍이 절정이라 예상했는데 1주일 정도 먼저 온 것 같다. 그래도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남산의 인파는 그 자체가 볼거리였다. 남산에서 을지로까지의 여정은 아주 오래 전 기억을 되살리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첫댓글 하루종일 시시껄렁, 우격 다짐 토크 산행도 김억한님을 거치면 꽤 근사한 역사 순례행사를 한 것 같은 착각이 ㅋㅋㅋ
'우격 다짐 토크'가 싫지 않은 건 그만큼 알아온 세월이 길고, 서로를 잘 안다는 뜻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