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증자 26조 몰려 강남 3구 주택 거래량 2년 5개월만에 최고
최근 전국 미분양 급증 섣부른 투자 조심해야
금융위기 여파로 주로 안전한 은행에 몰려있던 시중 자금이 단기 차익을 노리며 이리저리 떠도는 '핫머니' 성격을 띠면서 아파트·채권 등의 청약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
15일 하이닉스반도체의 일반 공모 유상증자에 26조원에 달하는 시중 자금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 주관사인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하이닉스의 유상증자 공모청약을 진행한 결과 6816만주 모집에 24억9572만주가 몰려 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에 몰린 돈은 25조8307억원에 달해 기업공모 사상 최대 규모였다. 전체 청약자 중 기관 투자자가 38.38%로 가장 많았고, 개인도 36.28%나 됐다. 외국인은 25.34%를 차지했다.
이번 공모주 청약 열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3%대에 불과한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시중 부동자금이 고수익을 좇아 한꺼번에 몰린 것"으로 분석한다. 오는 29일 상장될 하이닉스 유상증자 주식의 주당 발행가액은 1만350원으로 15일 종가인 1만3300원보다 28.5%나 낮다. 또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반도체 업종의 전망이 밝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초 금호타이어의 8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는 4조3304억원의 청약자금이 몰려 5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BW는 처음에 정한 가격으로 그 회사의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를 주는 채권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거래량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주택 거래량은 2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천 송도·청라지역의 신규 아파트 청약 시장은 과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이날 공개한 '4월 신고분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거래 건수는 4만803건에 달했다. 작년 6월(4만2971건) 이후 최고 수준이다. 수도권 역시 1만6694건의 거래가 신고돼 작년 6월(1만9643건) 이후 가장 많았다. 서울에서는 5503건이 신고됐으며 이 중 강남 3구가 2200건을 차지했다. 강남 3구의 거래건수도 2006년 11월(2743건) 이후 가장 많았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상무는 "아직 증시가 불안하고 실물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증시나 부동산에 섣부른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핫머니 (hot money)
주식·채권 등 단기적인 투자처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본. 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일시에 대량으로 움직이는 유동자금을 지칭하는데 최근 국내에서도 시중에 유동성(流動性·자금)이 많이 풀리면서 핫머니 성격의 뭉칫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