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1.] 첫 담임을 시작하던 2002년 3월 1일 마니산을 올랐다. 그 후 두세 번 강화도를 더 다녀간 것 같은데, 그 기억마저 가물가물한 게 꽤 오랫동안 강화도를 멀리한 듯하다.
첫 방문지는 전등사였다. 공식적인 봄의 첫날 매서운 겨울바람이 경내를 세차게 휘감았고, 찬바람이 부처님에 닿을량 경내 모든 문이 닫혔다. 멀리서 사찰건물이 모두 들어올 수 있게 사진을 찍었는데, 고즈넉하고 너무 멋진 절이란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석모도의 보문사에 들렀다. 전등사는 무료관람인데, 보문사는 문화재 관람료를 받았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니, 관람료를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대략 500계단 정도를 힘겹게 오르니, 마애불이 맞아주었다. 바위가 자연스럽게 갓을 만들어주었고, 그 아래 마애불이 있었으며, 많은 사람이 복을 빌고 있었다. 석굴암 비슷한 곳도 있고, 500명의 아라한을 모셔놓은 곳도 있었으며, 멋진 금용의 모습도 있었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와불이었다. 인자한 모습으로 누워 내려다보시는 부처님의 얼굴에서 진한 여운을 느꼈다.
전등사와 보문사에서 발견한 공통점은 나무였다. 전등사에는 700년 남짓한 은행나무를 포함하여 200년 이상 된 나무들이 많았다. 보문사에도 아주 오래된 향나무를 비롯하여 여러 나무가 있었다. 가장 인상인 것은 아주 오래된 소나무들이 머리 위에 드리워졌다는 점이다. 강화도를 방문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예전에 갔던 곳이 전등사인지, 마니산 입구인지 헛갈렸지만, 저 소나무들은 나의 우왕좌왕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의 삶은 자연에 비해 참 가볍다고 느꼈다. 새 학기에도 나는 아이들에게 저 소나무들만큼 아주 오래된 느티나무가 되어 편안함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여행 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