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훗..왜 정말 싸우는 것도 아니고.... 티격태격하는 거 보니까... 나는 좋은데...
저만큼.. 편하고.. 친해졌구나 싶어서.......^ ^
그나저나....... 정말 많이 내린다. "
호영이 다가와 계상의 옆에 선다.
열린 창문....
하늘이 뚫린 것처럼 쉴새없이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주홍색 가로등 빛이 눈에 박혀온다.
빗소리에 묻혀 드문 드문..... 아직도 할 말이 많은 아래층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리고.... 비 내음 사이로...
살풋하니 풍겨오는 계상의 CKB.....
호영은 고개를 돌려 가만 계상을 본다.
베란다 난간에 팔을 올리고 어딘가를 바라보는 무심한 얼굴.....
...... 이상한 사람.
" 왜? "
고개를 돌리다 눈이 마주친 계상이 묻는다.
마주친 얼굴이 어찌보면 차가운 인상인 듯 하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까만 눈썹밑으로 정말 아이같은 천진한 눈망울이 자리잡은...
아마도... 속 내.... 참 따뜻하고 여릴..... 그런 사람.............
그러면서..... 아닌 척... 그렇게 뚱하게 쳐다보는....... 후훗...
" 그냥. 좋아서... 참.... 좋아서... "
헤실이놈 웃는다.
살며시 웃으며 말하는 눈이....입술이....얼굴이....
이렇게 앞에 서있는 그가.......
나도.....
나도.......좋다.
참........좋다..
" 뭐가 그렇게 좋아? 정말 좋아하는 게..... 뭐야..? "
애써 웃음을 참으며 묻는다.
" 글쎄.... 너무 많은데.. 나 좋아하는거라..... > < 음....
예쁜 집.... 아이스크림.... 과일.. 피아노소리... 달리는 거... 또 뭐있지? "
글쎄? 형... 난..... 말야...?
아마도... 지금은 무엇보다도....좋은..............
참 좋은....사람.... 제일 좋은.......사람....
" 형은 뭐가 좋아? "
" 어..어?... 나..? 글쎄.... 뭐..가 있나...? 좋은 거 별로 없어. 책.... 녹차...
뭐... 또 있을까.... "
" 형 나무한테 물주는 거 좋아하잖아. "
" 그런 것도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해줘도 되는거야? 근데... 물주는거 좋아하는 건 어떻게... "
" 훗.. 그냥... 표정보면 느껴져. 정말...좋구나. 행복하구나. "
조근 조근.....
두 사람이 이야기한다.
좋은 것을... 좋은 사람에게....
비 내리는 밤...
쏴아- 하고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살며시 두 목소리가 스며들어가
따뜻하게 마음 적셔오는 밤...
////////////
읽어주셔서.....
그들과 함께해 주셔서....
그리고.... 지금 이자리...
야야호이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지요...
[소설] 이.층.집 52
52.
달그락 달그락....
팔을 움직일 때마다 접시가 소리를 낸다.
" 얌마... 접시를 다 깨라. 아주... "
아무리 조심을 해봐도 달그락 달그락...
허리마저 아파온다. 접시를 얼마 닦지도 않았는데...
몸을 뒤로 젖혀본다. 뻐근해 오는 허리와 어깨...
힘드네.... 우씨...
태우는 가만 어깨를 움직여 안경을 밀어 올린다.
흘낏 옆을 보니 데니는 제법 빠른 속도로도 깨끗하게 그릇을 닦아내고 있다.
쳐다보는 눈길을 느꼈는지 휙하고 돌아본다.
" 힘들어?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까지 있는데... 그깟 설거지라며...? 풋... "
태우가 넋을 놓고 보고 있자 피식 웃으며 이내 그릇을 빼앗아 든다.
" 야...야... 설거지 하루 종일 하냐? 내놔. 내놔. 시키는 내가 바보지... 비켜봐 임마.
너 호영이도 맨날 시켜먹고... 이래가지고 요즘같은 때 장가를 어떻게 가냐?
하여간... 곰팅... 너 운동부족이야. 이거 설겆이 좀 한다고 허리아파하고...
허구헌날 밤샌다고 간식이나 싸달라고 하고... "
이마를 살짝 찡긋 거리며 투덜투덜....
그릇을 뽀도독 소리가 나도록 깨끗하게 닦아내는 똑부러지는 움직임의 손끝을 바라본다.
물줄기가 부딪혀 부서지는.....
그 느낌이 약간은 신경질적이어 보이는..... 그의 손
마른 손목을 따라 내려가.... 조금은 도드라지는 마디 마디...
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린다.
쳇... 뼈다귀만 남아가지구.....
혹..... 만들어서 남 먹이느라 빠지는 건가... ? 식모병...이라던가....
툭- 하고 어깨에 손이 닿는다.
" 자... 끝. 안나가냐? "
데니가 부엌을 나서며 뒤돌아본다.
저 잔뜩 퉁명스런 목소리라니.... 시켜놓고서는 다 해준 주제에.. 하여간 형은....
웃기는 사람이야..... 웃겨. 진짜루.........
무테안경밑으로.... 눈이 잔뜩 웃고 있는데 말이지.
남자인 주제에.... 저런 눈웃음을.... - -.
웃겨. 진짜루...
근데.. 왜 갑자기 목이 마르지?....
태우는 얼른 냉장고 구석에서 콜라를 꺼내 컵에 따른다.
그 모양을 가만 바라보던 데니가 부엌을 나서며 한소리 한다.
" 우리집 냉장고를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어요...
맥주 때문에 구석에 콜라 넣어둔 건 어떻게 알아가지구... "
아.... 진짜....
" 야. 나두 끼워줘. "
하면서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정말이지..... 형이란 사람은......
싫어.... - -
. . . . . . . . .
창밖을 가만 쳐다보며 음악을 듣던 태우가 입을 열었다.
" 비가 계속 오네...
형... 어제 저녁에 뭐 먹다 남은 거 없어? "
데니가 힐끗 쳐다본다.
" 네가 다 먹었잖아. 없어. 야.. 넌 회사도 안가냐? "
" 또 나만 갖구 그래. 호영이 형두 안갔잖아.
비와서 공사 중단이야. 비가 계속 온다니까 아마... 며칠은 백수지. "
태우가 소파에 몸을 깊숙히 파묻자 데니는 작게 한숨을 쉰다.
또야. 또 한숨... 고양이도 아닌데.....
왜 그렇게 가르릉 대는 것만 같은지.... - -
" 형. 나 선물사왔어."
호영이 뭔가 상자하나를 들고 계단을 내려온다.
아침내 위층에서 뭔가 부시럭 부시럭 하고 있더라니.. 짐정리를 한 모양이다.
" 또? 야.... 고맙긴한데.... 너무 부담스러워.. 미안하단 말야. "
상자를 받아드는 데니의 표정이 참 미안스러워 보인다.
" 고마워서... ^ ^ 얼른 뜯어봐. "
" 우와!!!! 너 나 이거 갖고 싶어 했던건 또 어떻게 알았어? 우와~ 우와~~ "
아... 저거.....
두손에 받쳐져 빛나는 은색의 자동차를 내려다 보는 눈이 반짝반짝 하다.
" 야~! 윤계상~! 일어나봐~~!!! 나 이거 받았다?!!! "
자동차를 꼬옥 부여안고 계상의 방문을 열고 소리치는 얼굴이
정말 꼬마같아 피식 웃음이 난다.
" 누가.... 부탁을 하더라구.... 아.. 배고프다.
우리 뭣좀 만들어 먹을까? 형. 부엌좀 쓸게. "
호영이 웃으며 부엌으로 간다.
언젠가... 빌려주었던 카달로그를 보는 눈이 유난히 빛나길래.....
그냥...그렇구나 하고 있었는데....
인터넷에서 그 모델이 있는 숍을 알고 전화부터 했었더랬다.
쳇.... 괜한 짓 했어.
고개를 수그려 바닥을 보는데 나타나는 다리.
진짜로 비쩍 마른 다리...
" 너냐? "
피식- 하고 웃는소리.
" 뭘 물어보냐?.... 그냥 호영이 형이 선물 사온거지. "
톡하니 머리를 치고 지나가는 손.....
그... 약간은 신경질적인 손.
그리고....
웃음섞인 목소리로............
" 고마워. "
갑자기 궁금해진다.....
눈도.... 웃고 있을까?
//////////////////
감사하다지요...
[소설] 이.층.집 53
53.
며칠째 비가 온다.
창문을 열어놓으면......토닥토닥... 비가 오는 소리...
그리고 정원의 나무향이며 풀향 섞인 비 냄새.......
계상은 창문을 열며 가득 공기를 들여마셔 본다.
저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좋은 느낌..........
" 형. "
그리고... 며칠째 아침부터 밤에 잠들때까지 함께하는 녀석.
"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나 지금 저녁거리사러 데니형이랑 마켓가는데...
아.. 형도 같이 갈래? "
고개를 흔들자 웃으며 알았다 한다.
방문을 나가고 한참 있자 저 닮은 노란 우산 하나 받쳐들고...
좋아하는 빨간색 우산 받쳐든 데니와 함께 문을 나서는 호영이 보인다.
나가다 멈춰서서는 뒤로돌아 창문으로 손을 흔든다.
풋....녀석하고는.....
두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계상은 의자를 빼 책상 앞에 앉았다.
주홍 포스트잍이 몇 개 붙어있는 책을 펴는데.....
왠지... 기분이 자꾸 좋아져......
책장 가득한 글자들 사이로....자꾸....... 웃음이 나....
책을.... 읽을 수 없을 것만 같다.
빗소리가... 토닥토닥... 등을 두드린다.
토닥토닥... 즐겁다.
. . . . . . . .
" 뭐야? 이게... "
태우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그옆에 가만 서있는 계상이 쳐다보자 그 하얀 것이 꼬물대며
호영의 품속으로 얼굴을 파묻는다.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는 호영의 얼굴이 계상의 말에
금새 어두워진다.
" 나... 개 싫어하는데. "
혹시 저 녀석... - -
데니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계상을 흘낏 쳐다보며 쇼핑해온 봉투들을 내려놓았다.
" 말했잖아. 슈퍼로 가는데 비를 피하고 있었다고. 우리집 앞에서.
잔뜩 젖어있는데. 어떻게 그냥 두냐? 호영아. 그 녀석 따뜻한 물로 목욕부터 시켜. "
" 응. "
계상은 가만 호영의 품안에 있는 것을 본다.
호영의 티셔츠에다 얼굴을 부비고 있는.....하얀..... 강아지....
여기저기 실례나 하는 시끄러운 강아지 따위..... 싫다..
싫지만....
" 목에 줄있는 걸로 봐선 주인 있는 개같은데? "
계상이 또 한마디 하자 호영이 멈칫한다.
역시......
" 그래도... 주인이 지금 옆에 없잖아. 그동안만... 뭐...기르거나 그러자는 건 아니니까. "
기르자는 건 아니라고....
글쎄...?
계상은 가만 강아지를 바라본다.
아니다. 욕실 앞에서 머뭇거리는 호영을 본다.
그러자 데니가 혀를 끌끌차는 것 같더니 다가와 강아지를 받아든다.
" 그래. 못기르지.. 근데... 이 놈 참 귀엽게는 생겼다. "
정말......솔직하게 말하자면.... 여지껏 본 놈들 중에 제일 이쁘게 생겼다.
" 이거 잡종이야. 마르티스랑 변견이랑 잡종같은데.
개도 원래 튀기가 이쁜가 ??
뭐 어쨌건... 올 때 파출소에다 연락처 남기고 왔으니 주인이 찾으면 찾아주는 거고.
단지 지금 중요한 건... 이 놈을 따뜻하게 해줘야 한다는 거야.
누구마냥 감기 걸리지 않게말이지. "
계상의 미간이 살짝 좁아든다.
하지만... 정작 젠장이란 말은 다른 곳에서 나온다.
" 젠장. "
태우녀석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 그래... 비오는 날 강아지 한 마리 처량하게 앉아있으면 데려오지...그렇지...
나라도 인정상 그래야겠지... 하지만...
엣취~
나.........심하진 않지만 알레르기가 있다구. ㅠ ㅠ
호영이 형 몰랐나? "
호영의 얼굴이 금새라도 울듯한 표정이다.
바라보던 계상의 얼굴에 웃음기가 돈다.
역시.... 생각이 따로 있었던 거였다...
기르고 싶었던거다. 왠만하면.........
아니 '왠만하면'이 아니라 꼭.....
저 하얀 강아지놈.
신기하게도 줏어온 사람을 닮은 듯.....
까만 눈으로 상대방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물 안에서 가만 씻겨주기를 기다리는 참 조용한 저 녀석을...
" 으휴..... 태우. 너 이층에 올라가 있어. 방문 꼭 닫고.
내일 아침에 밖에다 써붙야겠네. 강아지 찾아가세요. - - 쳇.....
계상아. 한 장 뽑아놔라. "
" 뭐 이층으로 올라갈 필요까지는...에... 엣취~... 자꾸 재채기만 나는 거지.
강아지... 싫어하는 건 아닌데말야. 엣취~ "
태우가 힘빠진 표정으로 말한다.
그리고 그 옆을 지나.... 헤실이 놈 데니를 쫒아 화장실로 들어간다.
터덜터덜...
금새 집잃은 강아지 같이 되어버린... 저... 귀여운 녀석.
화악... 곰을 쫒아 버려?
저도 모르게 든 바보같은 생각에 이제 윤계상 진짜 다됬다 중얼거리며
계상이 픽 웃는다.
큰일이야....... 정말....
//////////////
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
미리 써놓기를.... 참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어젯밤... 못말리게 기운차고 행복한 기분으로..
쓴 이층집이라..
참 다행이라고....
어느 님...멜보내주신 글에...
저만의 이층집이 아니라 하신 말....
예...
기억하겠습니다..
저만의 이층집이 아닌.... 우리 함께 하는 그 곳...
정말... 감사합니다..
[소설] 이.층.집 54
54.
할짝 -
따뜻하고... 간지러운.......
" 뭐야... 졸려죽겠단말이야... 으음... 간지러.... 간지럽다니까 "
눈을 뜨자..
하얗고 복실복실한 그놈이 뺨을 부비부비하고 있다.
핥... 핥지마~~!!!
" 너.... 감히 나를 깨우다니...
밤에 잠도 못자게 하더니 말이야. "
계상은 강아지의 머리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톡 치고는
강아지를 들어 침대밑으로 내려 놓았다.
조금 낑낑대다가 두 시쯤에 베개까지 베고 잠이 드나 싶더니...
밤새 잘 잔 모양이다.
엊저녁...
그냥 호영이가 데려가게 두려했는데
데니녀석.... 기어코 호영에게서 강아지를 빼앗아 품에 안겨주었다.
절대 안된다나....
괜한 태우 알레르기 들먹거려가면서....
" 벌써 일어났냐? "
데니가 문을 열고 빼꼼 들여다보더니 방으로 들어온다.
하여간.... 귀신같은 놈이다.
제 생각하는 건 또 어떻게 알았을까?
" 이 놈 때문에... 지금 방금 깼다. 이런............. 아직 9시밖에 안됐냐?
나 더 잔다. 어제 밤에 낑낑 거리는 소리 들렸지? 순한 줄 알았더니
그래도 제 주인 보고 싶다고 난리더라구. "
계상은 시계를 들여다보다가 한숨을 푹 쉬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 전화 왔었어. 파출소에서... "
뒤집어 쓴 이불 사이로 데니의 담담한 목소리.
" 뭐.. 강아지주인? "
" 응. 파출소에서 전화번호 알았대.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 주인 맞어.
저 아래 슈퍼근처 사는 사람들이래. 아마 옆집 애들이 데리고 길에서 놀다가
비오니까 뛰어들어가느라 개를 잊어버린 모양이야. 이 놈이 쭐래쭐래 사람들
쫒아서 여기까지 왔나봐. "
이불을 걷자 데니가 강아지를 가만 품에 안고있다.
" 어쨌든.. 잘됐네... 금방찾아서... "
" 뭐.. 그렇지. 그런데 이 놈... 제법 귀엽지 않냐?
사람도 진짜 잘 따르고.. 똑똑해. "
데니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 말에 계상도 옆으로 돌아누워 강아지를 쳐다보았다.
그래... 귀엽기는 하다만.........
" 그래서? "
" 아니.. 뭐....... 그렇다는거지.
솔직하게.... 호영이가 개 한 마리 기르면 좋겠다 싶었는데....
태우자식 알레르기라잖아... 어제 저녁 내내 콜록거리면서 기침해대고...
몸이 근질거리는 것 같다고 그러는데.. 거기다 대고 개 기르자는 말 못하지... "
" 호영이는 왜...? 어제 호영이한테서 그 놈 뺏어온 주제에.. "
계상이 되묻자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는 데니 표정이 묘하다.
" 호영이가....... 좀 그렇잖아. 폭 빠지면 정신 못차릴거 같고....
사실 우리가 어제 강아지를 나갈 때 본 거거든....
집에 일단 놓고 가자니까.. 싫대. 내내 꼭 껴안고 안놓더라고...
계속 안고 말시키고 부비면서 다니는데...
그 녀석.. 뭐 개 자체를 좋아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좀 유난스럽다 싶어서...
그래서 어제 너한테 강아지 데리고 자라고 한거야. 혹시라도... 정들까싶어서. "
한참을 이야기하며 고맙다 인사하던 사람들이 나가고 돌아서자마자
벽에 가만 기대 서있는 호영이 눈에 들어온다.
" 뭐하냐? 거기서서... 인사도 제대로 안하고... 너무 아쉬워하지마. 임마.
제 엄마 찾아간 걸. 뭐.... "
약간 굳은 얼굴로 서있던 호영을 본 데니가 한마디하자
그저 빙긋 웃어보인다.
에휴... 답답한 놈..... 웃기는......
"오늘 아침은 내가 할께. 올라가서 태우나 깨워라.
에이구..... 오늘은 또 뭘 해야 되나..."
데니는 피식 웃으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호영은 가만... 입을 오물거린다.
들릴락 말락한 작은 목소리..... 가득 물기어린 목소리.....
" 또... 또 혼자가 될지 몰라요.... 저 녀석도.... ""
엄마도... 엄마란 사람도.....
아이를 혼자 둘 수 있거든요. 그런 사람이거든요...
엄마는.......
눈물이 톡하니 녀석의 턱을 타고 떨어져...
계상은 고개를 돌렸다.
녀석.............
////////////////////
읽어주셔서 감사하다지요....
[소설] 이.층.집 55
55.
" 어디가는거야? 태우 밥도 안해놨어. "
운전을 하고 있는 계상에게 묻자 계상이 피식 웃는다.
벌써 몇번째나 같은 말.........
" 태우밥은 데니가 알아서 할거라니까. 그리고... 우리 놀러가는거랬잖아. "
쳐다보지도 않고 웃으며 대답한다.
" 놀러라니.... 이렇게 비도 오는데..... "
차창으로 부딪혀오는 빗방울이 부옇게 앞을 메웠다가는 흘러내린다.
그 빗소리를 묻는 누군가의 노래....
호영은 가만 창밖을 보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들어본 적 있는데.... 이 노래.....
언젠가... 중학교 1학년 때였나....? 열쇠를 잃어버려서.....
집 앞에 서있을 때.... 집앞 골목에 있던 레코드 점에서 나왔던 노래..............
제목이 뭐더라....
차가 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멈춘다.
꽤나 신경 쓴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직업병인가.....
" 여기가 어디야? ""
" 일단은.. 밥.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잖아. "
형이... 저렇게 웃는 사람이었나.........
파란 우산아래서 눈이 사라지도록... 씨익 웃는 계상의 얼굴에
호영은 자꾸 눈이 부시다.
" 음식 맛이 깔끔하네... 단골집이야? "
식사가 끝나고 후식으로 나온 커피를 마시며 호영이 물었다.
계상이 웃음 띤 얼굴로 고개를 갸웃한다.
" 글쎄... 처음이지. 나도... "
" 그래? 나는 또 굉장히 익숙하게 이 골목으로 오길래.. 아는집인가부다 했어. "
" 여기 원래 까페였거든... 꽤나 사연많은... "
호영은 가만 계상을 쳐다봤다.
계상의 웃음이 조금 더.. 쓸쓸해 진 듯하다.
차에 타고 나서 계상은 가만 식당건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어머니랑 아버지가 이어가시면서 하시던 가게자리야.
이번에 건물 산 사람이 식당한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너무 많이 바뀌어서... 어떻게 생긴 건물이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혼자 지낼땐... 정말 근처에도 오기 싫었었는데....
괜히......... 아깝네............ 많이... 와볼껄. "
어딘가 모르게 비어있는 듯한 웃음짓는....
하지만.... 왠지....... 점점 편한 얼굴 되어 보이는 사람...............
식당을 출발한 차가 한참을 움직이다 빨간 신호등 앞에서 멈췄다.
" 잘난 척.. 강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혼자라고...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하고...
아마.. 많이 겁냈었나봐.. 난... 이렇게 쉬운 길을... "
계상이 피식 피식 웃는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호영을 본다.
" 혼자가 아니어서 그런가... 눈감고도 운전하겠는데? ^ ^ "
" 그렇다고 눈감으면 안되지. 어... 파란불이다. 형. "
가득 웃는 계상을 보며 호영도 웃는다.
차를 세워두고 계상이 자주가는 서점으로 가는 길...
파란 우산을 나눠 쓴 호영이 가만 계상의 팔을 잡아본다.
계상이 웃으며 쳐다본다. 마주보는데 자꾸만 입이 웃는다.
계상이 주문해 놓은 책을 찾고서 마트에 들러 쇼핑을 하고 집으로 오는 길.....
벌써부터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다.
계상은 집 앞에 차를 세우고 가만..... 호영을 돌아본다.
그리고 작게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 어...... 너.... 말야. 지금........... 네 곁에 누가 있는지...돌아봐줬으면 좋겠어.
항상 곁에 있어준 지금도 있어주는 듬직한 태우는 물론이고.....
네 걱정 많이 하는 데니... 그리고... 나.... 조금은 많이 부족한 사람들이겠지만..
지금... 옆에 있잖아. 이제 앞으로도 그럴거라고... 약속해.
혼자가 아니라는 거.. 기억했으면 좋겠어.......
지금 나처럼... 혼자가 아니어 행복한 기분... 너도 알고.. 계속 느꼈으면 좋겠어.
그 말하려고....... 나오자고 했었는데... 결국은 집 앞에서야 하게되네... "
아프지 말라고..... 말해주려고...
너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그 말해주려고......
어리지만... 더 잘 감싸주는 태우도 있고...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널 참 아끼는 데니도 있고...
여기...
나도 있다고...
함께 웃고 울어줄 수 있는... 기댈 수 있는 어깨 가진... 나도 있다고....
손내밀면... 잡아줄......... 널 잡아줄..........
이제... 너...... 정말로 소중한 나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한참 말이 없던 녀석.... 웃으며 차문을 열고 내린다.
봉투를 잔뜩 들고 파란 우산 같이 나누어 쓰고 집에 들어서는데...
녀석 자꾸 고개를 숙이고 흔들흔들 웃는다.
" 너 왜 자꾸 웃어? 남은 심각하게 얘기했구만.... "
" 글쎄.... 자꾸 웃음이 나네............... "
고개를 들고... 나를 보는 웃는 녀석.....
흔들흔들 눈이 젖은 채로 웃는 녀석................
내... 참으로 좋아하는 녀석...................
소중한.................
함께하는 소중한 사람.............................
" 야... 우리왔어 !!! "
벨을 누르자 대문이 열리고 벌써부터 두 녀석이 우당탕거리며 현관에 선다.
" 왜 이제와...진짜루 목빠지게 기다렸잖아. 혹시 사고라도 났을까봐 얼마나 걱정했는데..
전화도 안해주구.... 둘이 쏙 나가더니말이야. 진짜.. 배신이야... "
" 호영아. 계상이랑 다니는거 되게 재미없지 않냐? 어떻게 쟤랑 하루종일 있었냐? "
" 뭐야? 너? "
" 바보야.. 뭐가 뭐야? 얼른 들어오기나 해. 아까 태우랑 김치부침개 해놨어. ""
잔뜩 웃고 떠드는 사람들....... 함께하는 사람들..............
" 아이구.. 사기도 많이 샀어.. 보나마나 호영이가 이렇게 다 집어든게지.."
데니와 태우가 봉투를 받아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호영은 가만 계상의 손을 잡자 계상이 돌아본다.
빤히 쳐다보는..... 이제는 많이.... 부드러운 눈......
내가 손 내밀면... 이렇게 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
" 왜? "
" 나... 혼자가 아니어서 그런가..... 자꾸 웃음이 나... "
웃음이 난다면서........ 그렁그렁............. 눈이 젖은 녀석.
아....... 어쩌나..............
이렇게....... 이렇게 가슴이 뛰어오니....................
너의 말 한마디에..... 이렇게 가슴이 벅차오니...............
///////////////
안녕하세요.. 야야호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게 되네요...ㅠ.ㅠ
면목이 없다는....;;
상황이.. 참... 집중할 수 없는 시점입니다..
조금만 이해해주시고.. 감히 기다려 달라는 말씀을 드리는..
야야호이입니다..
너무 죄송하구요....
덧붙여... 길지 못한 이층집이라..죄송합니다..ㅠ.ㅠ
다시 성실한 야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13일안에......
아주 오랜만에.. 선물 아닌 선물이 있을 듯 합니다..^^;
음... 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참..오랜만의..^^
(이번엔 반드시 지킬수 있는 약속..;;;;;)
그럼..
항상 건강하시구요......무엇보다도...... 건강하세요
언제나 감사만땅 야야호이.....
늘... 이렇게 부족한 글 읽어주시는.. 여기 함께 해주시는 당신께..
감사와 사랑을 드립니다.
[소설] 이.층.집 56
56.
한가롭다 못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에어컨이 점령한 거실에서의 일요일 오후......
데니는 소파 위에서 길게 기지개를 켰다.
" 아우.... 지겨워. "
마감주간동안 교묘하게 연락을 끊어버리는 기자들의 무심함도....
벌써 일주일 내내 삑삑거리며 날아온 편집장의 다양한 협박 메세지도....
스피커에서 나른하게 울려대는 어느 흑인 보컬의 목소리도.....
이층에서 몇번이고 쿵- 하고 둔탁하게 들려오는 호영이 넘어지는 소리도....
그 옆에서 또 뭐라뭐라 하는 듯한 계상이 잔소리도...
지루하고.... 지겹다.
지독하게 권태로운 오후....................
" 아...진짜~... 발 좀 뻗지 말라니까? "
그리고 앞에서 걸리적거리고 있는 이 곰팅 자식.....
" 야. 그럼 비키면 되잖아? 왜 하필이면 거기 누워서 그래?
왜 이 넓은 집 다른 곳 다 놔두고 하필 소파 앞에서 드러누워서 그러는 건데?
도대체가 걸리적... 걸리적.... 누가 큰 몸 아니랄까봐... "
" 아~ 진짜... 이 자리는 내 자리라고 못박았잖아. 여기가 얼마나 편한데...
그러는 형은... 내가 여기 있는 거 뻔히 알면서 발을 쭉쭉 피는 이유가 뭔데? "
저 뻔뻔스런 곰인간 같으니라구.......
정말~!!! 지겹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성격좋은 내가 참는거지........말해봐야 입아프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좀체로 이해가 가지않는다.
도대체 작업대 놔두고 도면이며 스케치 작업을 왜 거실에 엎어져 하느냔 말이다.
" 으앗~ "
또르르 귤하나 굴러떨어지듯 계단을 달려내려오던 호영이가
어김없이 마지막 계단을 헛디뎠다.
쿵 -
도대체 나아질 기미가 안보인다. 저 넘어지는 버릇은....
" 조심하라니까.. 또~! "
계상이 뒤따라 내려와 무릎을 감싸는 호영의 이마에 콩하고 꿀밤을 준다.
휴.....
어라??
갑자기 한숨이 왜 나오는걸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흐뭇하게 쳐다보곤 했는데..
이상하네.....
데니는 고개를 갸웃 갸웃 하며 부엌으로 들어간다.
이내 손에 쥐어지는....... 감자.
" 형 또 뭐 만들게? 그만좀 만들어~ 요새 맨날 태우 간식만 만들고 있는거 같네. "
부엌으로 쫄랑쫄랑 뒤따라온 호영이가 웃으며 말한다.
" 어?? 내가 무슨??? 지금 나 배고파서 그래. 그리고.. 내가 곰인간이 뭐가 좋다고
간식을 만들어주냐? 만들어주길.. "
" 근데 왜 감자를 들고 있어. 해시 포테이토 만들려는 거 아냐? "
데니는 물끄러미 손에 들린 감자를 바라본다.
울퉁불퉁.... 제법 큼지막한 감자 놈...
내가... 지금 뭘...... 만들려고 했지??
" 감자............ 감자....... 찌려고... 찐 감자 싫어해? "
씨익 웃으며 묻는 데니의 얼굴을 가만 보던 계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뼈다귀놈.. 또 뭐가 난처한거야? 저 썩은 오이같은 웃음이라니........
" 너야말로 찐 감자 싫어하잖아. 왠일이냐? "
계상이 냉장고 문을 열어 물을 꺼내며 말한다.
데니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진다.
저.. 일생에 도움 안되는 놈같으니라구....
" 에이.. 귀찮다. 우리 피자 시켜먹자. 피자어때? "
데니는 감자를 싱크대의 볼안으로 던져넣으며 거실로 나갔다.
" 저 놈... 이상하지? 확실히... "
" 잘은 모르겠는데... 그냥.. 요새 계속 바빴잖아. 지친 거.. 아닐까? "
거실로 나가는 데니를 보던 계상은 조금 안타까운 눈이 되었다.
배달 온 피자를 먹던 태우의 손이 멈칫 한다.
아까부터 데니는 피자 한조각을 손에 들고 고사라도 지내는 모양새다.
" 안먹어? 형이 시켜놓고 손도 안대냐? "
" 어? 어.. 먹고있어. "
멍하게 있다가 대답한 데니는 식어버린 피자조각을 가져가 한 입 물었다.
하지만....어째 영 맛이 나질 않는다.
태우는 우걱우걱 종잇장씹듯 피자를 씹고 있는 데니를 물끄러미 보다가
곧 피자로 시선을 돌렸다
축 늘어진 고양이라..........
데니는 한참을 방안에서 오락가락 하다가 얇은 남방하나를 걸쳐 입었다.
" 야. 나 좀 나갔다온다. "
엊저녁 녹화해둔 토론프로를 모니터하는 일에 집중하던 계상은 데니를
한번 힐끗 쳐다보고 다시 시계를 봤다.
저녁 7시를 향해가고 있다.
" 지금? 저녁도 안먹고? "
" 응.. 나가서 먹던지... 뭐 별로 생각도 없고....
요새 너무 여유가 없어서 그랬는지.. 좀 답답해서.
바람이나 좀 쐴까하고... "
현관에 앉아 신발을 신으며 대답하는데 뒤에서 계단을 내려오는
익숙한 발소리가 들린다.
" 형. 어디가? "
곰인간... 궁금한 것도 많지...
알면 뭐 어쩔건데?
" 왜... 식돌이 어디가나 궁금해서? 놀러간다. 짜샤...
오늘은 호영이랑 밥 해먹어. 자.. 그럼 나는 간다~. "
곰인간이 뭐라 하는 것 같았지만 현관물을 살풋이 닫아주었다.
후끈한 여름바람이 밀려들자 길게 한숨이 나온다.
이상하다.
정말..........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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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하다지요...
[소설] 이.층.집 57
57.
여름의 거리는 눅눅하고 춥춥했다.
습한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몸을 휘감는다.
덥다....
차 끌고 드라이브나 갈 것을... 왠일로 걷자 싶어서.....쳇.
편의점에서 사들고 나온 음료수 한 캔을 입안으로 털어넣으며
자꾸 괜한 쓴웃음이 나는 건 왜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