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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ㅇㅓ떤 소설볼ㄹㅐ//。? (<a href="http://cafe.daum.net/Hey7" target=nlink>http://cafe.daum.net/Hey7</a>) 팬까페 : 레아요리콤♡＇s　FanCafe (<a href="http://cafe.daum.net/ReaYoriCom" target=nlink>http://cafe.daum.net/ReaYoriCom</a>) 가느다란 너의 목에 나의 이빨을 박고.. 하얀 피부위를 흐르는 선혈을 탐하고.. 이미 말라버린 눈물 위에 키스를 하고.. 붉은 입술 위에 나의 입술을 겹치어.. 공허히 비어버린 네 눈동자 가득히 나를 담아내게 하고.. 나의 일부를 너에게 각인시키고.. 상처 받을 대로 받아버린 네 가슴 속에 나를 기억시키고.. 새하얀.. 맑고 순수한 날개를 나의 두손으로 꺾어버리고..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 31 류에게로 달려가는 길. 분명 류는 힘꽤나 있는 뱀파이어였다. 자존심강한 그녀가 소리를 지르다니..분명 큰일이 있는게 틀림없었다. 류에게로 달려가는 길.. 소윤은 애써 달아오른 얼굴의 열을 식히려 애썼다.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은 소윤. 그녀는 그렇게 행동해 버린 자신을 바보라며 머리를 콩콩- 쥐어박았다. '아후아후~!! 성소윤 바보 멍청이 해삼 말미잘~!!!!' 스스로 자신을 책망하며 달리는 소윤. 그녀의 눈 앞에 서서히 류와 윤호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멀리서 실루엣만 보이는 두 사람. 그러나 두 사람 곁에는 어떠한 물체들이 함께 있었다. 분명 텅 비어버린 놀이공원. 류,윤호,소윤,카인 외에 사람이 있을리가 없었다. 혹여나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었지만. 소윤의 눈에 그들은 분명 인간의 형상이였지만 인간은 아니였다. '제길..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라니.. 이런 곳에 까지와서 나타나다니..' 소윤은 정말 지겹게 느끼고 있었다. 물론 자신의 사명이자 직업(?)이였지만,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 그들의 출현이 방가울리가 없었다. 서서히 윤호와 류의 모습이 소윤의 눈에 가까워졌다. 윤호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누군가가 류의 목을 잡아 허공에 띄워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소윤은 달려가며 총을 꺼내었다. 그리고 크게 도약하여 정확히 류의 목을 조르고 있는 사내의 손을 맞췄다. 크하아악- 짐승의 표호. "웨어 울프...." 낙법으로 가볍게 착지한 소윤. 가까이서 정체를 확인한 그녀는 믿을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웨어 울프. 라이칸스로프의 일종. 라이칸스로프는 짐승인간, 즉 짐승이 된 인간을 가리킨다. 평상시에는 보통 인간이지만 어느 특정 상황이 되면 동물로 변해 버리는 괴물이다. 웨어 울프는 사람들 사이에서 '늑대인간'이라고 잘 알려진 생물이다. 라이칸스로프는 거의 멸종 위기라고 할수 있을 만큼 수가 적었다. 특히 한국에는 원래 별로 종족이 적었던 탓에 잘 눈에 띄지 않는 웨어 울프.. 그것들이 지금 소윤의 눈앞에 세 마리씩이나 있었다. 3:1의 상황. 류로써는 어쩔수 없이 당할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였다. 소윤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천천히 뒷걸음질치며 상대편의 눈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때가 아니였다. 류까지 잡혀 있는 상황에서 셋에게 혼자 달려드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일단은 카인이 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소윤은 원망스럽다는 듯이 하늘에 떠있는 보름달을 처다보았다. 평소에는 인간과 똑같은 생활을 하는 라이칸스로프. 그러나 보름달이 뜨게되면 본능에 눈을 뜨게 되고, 인간이였을 때의 이성을 모두 잃고 본능에 충실하게 된다. 아마도 윤호의 기에 끌려 따라온 것이 틀림 없었다. 기회를 엿보다가 소윤을 덮치는 한 마리. 소윤은 아차- 하고 옆으로 몸을 날렸다. 다행이 큰 상처는 나지 않았지만, 팔뚝을 긁혀버렸다. 라이칸스로프의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져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류의 목을 조르고 있던 라이칸은 류를 멀리 내동댕이 쳐놓고는 윤호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라이칸 두마리를 상대하는 소윤. 라이칸스로프의 목숨을 끊으려면 은탄을 정확히 심장에 박아야만 했다. 안그러면 라이칸들의 숨통을 끊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라이칸들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심장을 제대로 맞출수 없는 상황이였다. "제길..!!" 소윤은 윤호에게 접근하는 라이칸을 눈여겨보며 두 라이칸의 공격을 피했다. 탕탕- "크흣..." 윤호에게 접근하는 라이칸의 무릎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소윤. 그러나 신경이 너무 윤호쪽 라이칸에게 쏠리느라 신경쓰지 못한 두 라이칸 중 하나의 손톱이 소윤의 팔뚝에 깊이 박혔다. 뒤로 몸을 빼며 자신의 팔 쪽으로 총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기는 소윤. 마디를 잇는 곳에 총알이 박히자 괴로워하며 소윤에게서 라이칸 한마리가 떨어져 나간다. 그 바람에 깊이 박혔던 손톱이 살을 가로질러 긁고 떨어져 나간다. 윤호가 위험한 상태에 노출되어 있어 소윤은 몸을 숨기지도... 피하짇 못하고 있는 상황이였다. "하아- 하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소윤. 언제 다친 것인지 이마에서 흐르는 피가 시야를 흐릿하게 만든다. 긴장을 늦출수 없는 상태라 피를 닦지도 못하는 소윤은 그저 카인이 빨리오기를 바랄 뿐.. 시야를 가리는 피 때문에 눈을 감았다 다시 뜨는 소윤. "헉..." 소윤은 갑작스레 자신의 코앞까지 와있는 라이칸의 존재에 놀란다. 이제 끝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소윤은 손을 놓고 눈을 질끈 감았다. 퍽- 둔탁한 소리가 나고... 소윤은 느껴져야할 통증이 느껴지지 않자 살며시 감은 눈을 떳다. 눈앞에는 소윤을 덮치려던 라이칸의 머리를 한손으로 쥐어잡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는 카인이 보였다. "아..." 소윤은 살았다는 안도감과 이젠 쉴수 있다는 편안함에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천천히 감기는 눈커풀.. 소윤은 그대로 정신의 끊을 놓았고, 소윤의 몸은 힘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소윤이 쓰러진 뒤, 히어로처럼 등장한 카인과 나중에 합세한 류의 활약으로 라이칸들을 쓸어낼수 있었다. . . . 느긋히 길을 걷던 카인은 점점 불안해져 왔다. 소윤은 어디까지 간것인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소윤을 찾는 카인.. "제길.. 도대체 어디까지 간거길래 안보이는 거야?" 투덜거리며 소윤을 찾던 카인은 문득 바람에 살려온 피냄새를 맡을수 있었다. 미약하기는 하나 달콤한 피 향기.... 카인은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익숙한 피향기.. 그것을 카인이 못알아챌리가 없었다. 분명 소윤이다. 소윤의 신변에 위험이 생긴것이 틀림없었다. 가까스로 소윤을 찾은 카인. 그는 타이밍 좋게 소윤을 위험에서 구해낼수 있었다. 카인을 보자마자 소윤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 진동하는 피냄새.. 카인은 소윤이 많이 다쳤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는 소윤을 다치게 한 것들을 노려보았다. 왜 이곳에 라이칸스로프가 세 마리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크게 카인의 심기를 건들이는 사태를 벌이고 말았다. 그렇게 카인은 이성을 잃고 날뛰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그들은 이미 카인의 발밑에서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린 후였다. 늦은 밤이라 약국따윈 열려있지 않은 탓에 카인은 자신의 옷을 찢어 그대로 상처에 감았다. 벤치에 앉아 소윤의 머리를 무릎에 베게한 후, 한숨을 푸욱- 내쉬는 카인. 소윤은 잠에 든 다음 간간히 팔뚝을 간지럽히는 무언가에 웃음을 짓다가도.. 팔뚝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그리고 천천히 되돌아오는 의식.. "으음.." 가느다랗게 신음을 내뱉고는 천천히 눈을 뜨는 소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열리고 보석같이 아름다운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카인의 얼굴. 카인은 아까부터 자꾸만 흐르는 피를 햘짝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흘러내리는 피가 아까웠던 모양이다. 벌떡- 일어난 소윤은 급히 주위를 살펴보았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살아있는 라이칸은 커녕 시체조차도 없었고... 배경은 아까 소윤과 카인이 앉아있었던 벤치였다. "라이칸은? 류랑 윤호는?" "아아.. 라이칸은 고기 조각이 되서 앤드류가 처리했고.. 꼬맹이 둘은 먼저 집에 갔어.. 집에 들려서 물건챙겨서 온다더군.." 카인은 아까의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 조각조각 나서는 죽어버린 라이칸스로프를 쓰레기 봉투에 넣고는 들고 이내 사라져버리는가.. 하더니 다시 나타나 가벼히 윤호를 들처메고 손을 흔들며 가버리던 류. [카인. 이건 도와준 보답이야.. 좋은 시간 보내라구~] 마지막 류의 망을 떠올리며 카인은 회상을 마쳤다. 멍하니 아까의 일을 떠올리던 카인은 정신을 차리고 소윤을 바라보았다. 소윤은 이리저리 팔을 움직여보고는 괜찮은가를 살펴보고 있었다. "상처는 어때?" "괜찮은것 같아... 후우... 피곤해.. 이만가자.." 자리에서 일어난 소윤이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말했다. "이대로 가기엔 아쉽잖아? 마지막으로 우리 저거 타고가자." "응?" 카인이 싱긋- 웃으며 어떠한 놀이기구를 가르켰다. 소윤의 시선이 카인의 손끝에 위치하고 있는 놀이기구에 닿았다. 엄청난 크기의 놀이기구였는데 풍차같이 생겨 끝에는 사람이 타는 것이 달려있고, 빙글빙글- 돌아가기는 기구 였다. 소윤은 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인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연신 미소를 지으며 소윤의 팔을 이끌었다. 가느다란 너의 목에 나의 이빨을 박고.. 하얀 피부위를 흐르는 선혈을 탐하고.. 이미 말라버린 눈물 위에 키스를 하고.. 붉은 입술 위에 나의 입술을 겹치어.. 공허히 비어버린 네 눈동자 가득히 나를 담아내게 하고.. 나의 일부를 너에게 각인시키고.. 상처 받을 대로 받아버린 네 가슴 속에 나를 기억시키고.. 새하얀.. 맑고 순수한 날개를 나의 두손으로 꺾어버리고..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 32 그 기구 앞으로 간 두 사람. 소윤과 카인은 '우주관람차'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입구로 들어섰다. 마침 기구가 움직이지 않고 잇던 탓에 그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기구에 타자 소윤과 카인은 서로를 마주보고 앉았다. 이어 기구가 윙- 하는 소리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점 지상의 것들과 멀어지는 배경.. 거의 꼭대기까지 올라갔을 때에는 마치 장난감과도 같은 크기가 되었다.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는 소윤. 도대체 왜 카인이 이 놀이기구를 타자고 권하고 또 저렇게 싱글벙글인지를 그녀를 알지 못했다. 지루하기만 하고 재미없는 이 놀이기구를 왜 타자고 한 것인지.. 느릿한 속도로 돌아가는 놀이기구. 몇바퀴 도는가 싶더니 이내 드르륵- 하고 떨리면서 속도가 느려지더니 이내 멈춰버린다. "뭐...뭐야?" "아아.. 괜찮아 한동안 이렇게 멈춰져 있다가 다시 움직일테니까.." 갑자기 놀이기구가 멈춰 고장이라도 난건가? 하고 당황하는 소윤. 카인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생전처음 놀이기구를 타보는 지라 그런 것도 몰랐던 소윤은 괜시리 뒷통수를 긁적거렸다. 물론 카인 또한 놀이공원에 오는 것은 처음이였다. 그러나 TV에서 자주 보아왔고 또 아까 류가 쨍알쨍알 대던 내용을 주워들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반면 TV 프로그램이라곤 뉴스밖에 시청하지 않은 소윤. 류가 하는 말이라면 타다닥- 쏘아붙이는 류의 말빨때문에 소윤은 거의 귀를 막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정도로 무시해버렸기에 소윤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카인의 말에 안심하고 다시 움직일 때 동안 창밖을 구경하는 소윤. 가장 높은 위치에서 멈췃기 때문에 주변의 경치가 훤히 보였다. 불빛에 반사되어 너무나도 아름다운 호수나.. 비록 늦은시간이기는 하지만 아직 불빛이 살아있는 도시의 풍경이 눈에 확 들어왔다. 열심히(?) 창밖을 구경하는 소윤. 그런 그녀를 빤히- 처다보는 카인. 카인의 시선을 모를리가 없는 소윤이 조금 부담스러운지 계속해서 모른척 하다가는 이내 더이상 참을수 없다는 듯이 결국에는 입을 연다. "뭐,뭐야. 뭘그리 빤히 처다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직 움직이려면 대략 1분 30초라는 시간이 남았어.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서로 즐겁게 보내보지 않겠어?"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소윤이 반문했다. 카인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소윤에게로 다가간다. 무언가 안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예상에 소윤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뒤로 빼었지만 그녀가 도망갈 곳은 없었다. "라이칸들을 상대하느라 힘들었다구... '상'을 줘야겠다는 생각은 안들어??" "절대! 네버! 안들거든?? 그런 생각이 들리가 없잖아! 이 호색한...인..." 소윤의 뒷말은 그대로 덮쳐오는 카인에 의해 가로 막혀 삼켜지게 되었다.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머금은 카인은 마치 달콤한 사탕을 먹듯 그녀의 입술을 음미했다. 어깨를 때리며 발버둥치던 소윤도 시간이 흐르자 적극적으로 그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카인의 목에 팔을 휘감고는 조르듯이 그의 입술을 탐미하는 소윤. '이... 이건 저녀석이 너무 능숙한 탓이야!! 절대로 기분 좋아서가 아니라구!!!! (어이어이-;;) 아니지~ 그..그래! 이건 상이야!!! 그래 상!! 카인 말대로 난 지금 상을 주는 거라구....그러니까........조금만 더 줘도 상관은....으음...' 속으로 지금의 상황을 자기합리화 시키는 소윤.. 그렇게 그들은 지상에 내려갈때 동안 뜨~ 거운 키스를 끝내지 않았다. . . . 신체검사... 소윤이 양호선생이 된 이례 가장 나쁜 날이 아닐까? 물론 모든 것을 소윤이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래저래 바쁜건 마찬가지였다. 하루종일 일에 시달린 탓에 피곤한 소윤. 겨우 데이터를 다 정리하고 쉬는가 싶었는데.. 그런 자유시간도 잠깐.. 손님이 찾아왔다. 드르륵- "성소윤!" 학교에서 소윤의 풀네임을 막 무르는 인간은 카인과 류뿐이였다. 카인은 둘째치고 류는 항상 소윤에게 선생이라고 존칭을 사용하지 않고 '성소윤'이라고 불렀다. 물론 나이상으로는 죽지 않은 뱀파이어. 류에 비해 소윤이 터무니없이 어렸지만, 사회적 위치상 소윤은 선생이였고 류는 학생이였다. 선생의 이름을 학생이 막 부르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엿다. 거침없이 소윤의 이름을 부르는 류. 때문에 소윤은 여러번 류에게 경고를 주었지만 류는 쉽게 고치지 않았다. 아니...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는 고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막 지루하고 귀찮은 일을 끝내서 쉬는가... 싶었더니 갑작스러운 류의등장이 전혀 반갑지 않은 소윤이였다. "제발! 학교에서만큼은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시겠습니까? 김.사.혁군" "하하~ 우리사이에 무슨 존칭이야? 안그래 성소윤?" 호탕하게 웃는 류. 그의 움직임에 따라 금발이 흔들린다. 소윤은 정말 못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학습능력이 없는 것인지 존칭을 사용하기 싫은 것인지.. 누가 말리겠는가...앤드류를.. 지금 류의 머리카락은 허리까지오는 장발이였다. 놀이공원에 갈때 소윤이 보다못해 척! 하니 붙여버린 머리카락.. 류는 그것이 꽤나 마음이 들었는지 자르지 않고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덕분에 다음날 학교는 발칵 뒤집어졌다. 가뜩이나 여자처럼 생긴 류..(실제로는 여자임이 사실이지만) 그런 류가 머리까지 붙였으니... 그외모에 오죽하겠는가? 전체적으로 선이 가늘고 빈약(?)한 몸에 남자치고 작은 키.. 머리를 붙인 류의 모습은 영락없는 여.자였다. 그녀의 모습에 역시 호모라며 소근대는 인간들과 진짜 여자로 착각한 인간들... 두 분류로 나뉘엇는데ㅐ.. 후자쪽 입장이 대부분이였다. 학교측에서도 류를 어떻게처분할 것인가에 대해 상당히 고민하는 듯 보였었다. 대부분의 선생들이 인정할수 없다는 분위기라 류의 머리를 원상태로 돌려놓을 뻔했었다. 어떻게 남자인데 저럴수 있냐는 둥.. 학생의신분에 저런 머리는 허락할수 없다는 둥.. 주변아이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는 둥, 아무리 외국이라지만 금발인 것으로도 모자라 머리까지 붙이다니 용납할수 없다는 둥.. 이래저래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교직원 회의때 카인의 말에 모두들 입을 다물어버렸다. [뭐 어떻습니까? 호모라는 소문도 제가 보기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이상하더군요. 외국... 서양은 친근감의 표시중 하나가 스킨쉽입니다. 비록 윤호군이 남자이기는 하나 스킨쉽은 사혁군이 금나큼 윤호군과 친하다는 의미에서 하는 행위일 뿐인데 말입니다. 예를 들어 뽀뽀나 키스는 외국에서는 인사차원의 하나인 작은 스킨쉽입니다. 문화적 차이라고는 하나 타인이기 때문에 더욱더 외국인을 존중해 주어야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 아닙니까? 이번에 사혁군의 머리스타일도 그렇습니다. 외국에서 남자가 머리를 기르는 것은 흔한일입니다. 여기서는 금발이 흔하지 않은 표준에 어긋나는 머리색일지 모르나 미국에 가면 검은머리는 표준 밖의 색이 되는 것이죠. 제가 듣기로는 사혁군의 어머니와 사혁군이 매우 닮았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사혁군이 어렸을 적 병으로 죽엇다고 들었습니다. 생모가 생전에 좋아하던 머리를 계속 길러왔던 사혁군은 이번 우리학교에 편입하기 위해 머리를 잘랐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어머니께 죄를 짓는 것만 같아 괴로웠고, 그로인해 다시 머리를 기를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기르기 전까지 그나마 흉내라도 내보고자 머리를 붙였다고 말했구요. 그런 그에게 어더한 사유를 붙여 안된다고 말한들 먹히겠습니까?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외국인에게 문화적 차이를 보일만큼 문화적 후.진.국 이였나요? 저는 사혁군의 담임으로써 사혁군의 두발상태에 대해서 터치할 생각이 전혀없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라는 얼토당토하고 어이없는 말에 다들 입을 다물어버린 것이다. 그로 인해 학교측에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류를 그대로 방치하게 된 것이다. 그날 소윤은 카인에게 '어떠한 사항'을 물으려다가 입을 다물어버렸다. 도대체... 그 일들이 몇 백년전 일들인데.. 지금 들먹이는 것인가..? 아니...지금 그 이야기는 사실이 맞는 것인가? 어디서 그 이야기를 들은 것인가...하고 수많은 의문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그러한 일들을 알리가 없는 류는 소윤이 아무말도 없이 자신을 처다보자 의야한듯 소윤을 처다본다. 류를 처다보던 소윤은 하아- 하고 한숨을 푸욱 내쉰다. '못말려요..아주..' 가느다란 너의 목에 나의 이빨을 박고.. 하얀 피부위를 흐르는 선혈을 탐하고.. 이미 말라버린 눈물 위에 키스를 하고.. 붉은 입술 위에 나의 입술을 겹치어.. 공허히 비어버린 네 눈동자 가득히 나를 담아내게 하고.. 나의 일부를 너에게 각인시키고.. 상처 받을 대로 받아버린 네 가슴 속에 나를 기억시키고.. 새하얀.. 맑고 순수한 날개를 나의 두손으로 꺾어버리고..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 33 "도대체 무슨 일로 온거야?" "아아.. 깜빡했다. 이녀석... 기절해 버렸어.." 류는 들처매고 있던 것을 양호실 침대에 눞히며 말했다. "윤호? 왜 기절한 건데?" 보아하니 윤호인듯 하였다. 류는 그저 같은 반 친구를 들처메고 양호실까지 올 정도로 친절한 인간이 아니였다. 또한 윤호외에는 친하게 지내는 인간이 없었으니 소윤이 윤호라 생각함은 당연한 것이였다. "피를 보고.." "뭐..?" "피를 보고 기절해 버렸어. 오늘 피 뽑았잖아. 근데 의사가 실수로 피가 든 유리관을 몽땅 땅에 떨어트리는 바람에 다 깨지고 말았지 뭐야. 그래서 다시 뽑긴 했지만...아까워 죽겠다니까.. 바닥에 흥권하게 고여있는 피를 보고 기절해버렸어.. 괜히 다른 것들이 얕보는거 아닌지 몰라.. 진짜.. 누구 남편을.." "......" 설마 피를 보고 기절한 것은 아닐거다 이 머저리야. 라고 생각하며 앞의 바보를 철저히 무시해버리는 소윤이였다. 재잘거리는 류를 가까스로 겨우 양호실 밖으로 패대기친 소윤. 그녀는 더이상 자신의 휴식시간을 방해받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결국엔 강경책으로 아예 양호실 문을 잠궈버리는 소윤. 급한 환자가 있으면 알.아.서 기어서라도! 병원에 가겠지..하고 무책임한 생각을 하는 소윤이였다. 평온해진 양호실.. 간간히 문을 두드리는 이가 있었으나 철저히 무시해버리는 소윤. 그녀는 여유를 만끽하며 전에 사두었던 케익을 먹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을 것 같은 초코 케익.. 소윤은 일한뒤에 찾아오는 휴식에 상당히 흡족해하는 눈치였다. 케익을 다 먹고 난 후 대충 정리에 나서는 소윤. 그녀는 일일히 모자를 것같은 약품도 정리하여 적어 놓고.. 또 양호실도 청소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대충 양호실을 정리한 소윤은 허공에 떠있는 미세한 먼지를 날려보내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날씨가 더운만큼 후덥지근한 바람이 안으로 불어온다. 창틀에 팔을 기대어 밖을 바라보는 소윤.. "아.. 요즘 그녀석이 안보이네..." 문득 생각났는지 준혁을 떠올리는 소윤.. 그 찰거머리같은 녀석이 알짱대지 않으니.... 포기한 것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 준혁이 포기해준다면야 소윤이야 팔벌려 환영할 일이지만.. 하지만 주변 사람이 갑작스레 없어진다는 것은 당사자로써는 꽤나 신경쓰이게 하는 일이였다. 비록 준혁이 혼자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는 것이라지만.. 소윤으로써는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친구'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태였다. 문득 지난번에 일때문에 끌려(?)간 준혁을 생각해낸 소윤은 피식- 하고 웃으며 창문을 닫았다. "뭐... 바쁜가보지.." 하루종일 피로가 쌓인 탓에 졸음을 느끼며 연신 하품을 하는 소윤. 요즘 늘어난 뱀파이어의 숫자에 소윤은 눈코 뜰새없이 바빴다. 그래서 일까..? 그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양호실 침대에 엎어졌다. 그리고 이내 새근새근- 숨을 쉬며 잠을 자기 시작했다. . . . "....생님....일어나세요.....선생님.....일어나보세요.." "으음-" 소윤은 인상을 쓰며 몸을 뒤척였다. 달콤한 수면을 방해받았기에... 그녀는 짜증이 치솟았다. 끈질기게 자신을 깨우는 존재. 천천히 감은 눈을 뜨는 소윤. 감히 수면을 방해한 인물에 대해서 처절한 응징을 할 것이라며 다짐하던 소윤은 1분도 채 되지 않아 그 다짐을 깨버렸다. 소윤을 깨운 당사자가 바로 윤호였기 때문이다. 한순간 인상을 쓰고 있던 소윤의 표정이 봄 햇살에 겨울 눈이 녹아내리듯이 가라앉았다. "깨워서 정말 죄송해요..선생님이 일어나실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창밖을 바라보니 이미 날은 어두워져 있었다. 모두들 하교한 뒤였고, 학교의 불은 이미 모두 꺼져 있는 상태였다. 소윤은 손을 들어 윤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우물쭈물하던 윤호는 움찔- 하는가 싶더니 편안히 소윤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고맙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소윤.. 류와 카인은 벌써 먼저 하교한 후였다. "아 맞다.. 윤호야 몸은 괜찮아?" 소윤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윤호가 베시시- 웃으며 뒷통수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갑자기 빈혈이 일어나서요.. 요즘 부쪽 머리가 핑핑- 도는 경우가 많거든요.." "역시... 피를 보고 기절한게 아니였어.. 헛다리 짚어댄거지....그 인간이.." "그...그게.. 예전에.. 한번.. 그런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그렇게 생각했나봐요...." 역시 류가 헛다리 짚었다고 중얼거리던 소윤은 어이없다는 듯이 윤호를 바라보았다. 그 바람에 윤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요즘 피를 보고 기절하는 애도 있었구나..." "그게... 처음에 사혁이가 목덜미를 물었을 때.. 어찌나 맛있게 빨아먹던지...;;; 근데 그때... 피가 멈추질 않는거예요... 갑자기 덜컹.. 무서워지더라구요.. 이렇게 죽는건 아닌가...하구요.." "....용케 반려가 될 생각을 했구나...?" 소윤이 중얼거리며 가운을 벗었다. 침대에 앉아 두손을 깍지 끼고 베시시- 웃는 윤호. "처음에는 '반려'라는게 그렇게 큰 의미인줄은 몰랐어요. 처음에는.. 뱀파이어라는 것도....저에겐 그저 상상속의... 영화속의... 소설속의.. 허구속의 존재였거든요. 처음엔 왜 평범에 극치를 달리는 제가 ㅡ런 일에 휩쓸리게 됬는지...어이가 없기도 했죠. 이상한 괴물이 덮쳐올 때에는 정말 너무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진짜 죽일 듯이 달려드는데..하하.. 무섭더라구요. 하지만.. 반려라는 것은 지금의 결혼과는 다른거잖아요. 결혼하고... 사랑하고......애정이 식으면 이혼하는...현대의 결혼과는 전혀 다른 거잖아요. 뱀파이어의 반려라는 것은.. 죽을 때까지 서로를 사랑하는 거잖아요. 사혁이는 저없이 살수 없어요. 물론 저도 그렇구요. 우린 죽는 순간까지 함께겠죠.. 제가 죽으면.. 사혁이의 불사도 끝이 나는거니까요.. 가볍게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니니 결정하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일단 한번 선택을 하니까.. 가볍게 생각할수 없게되니까.. 깊어지더라구요....사랑이... 그녀가 저를 선택해준 것이 너무 고마웠어요. 제가 선택받았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어요. 이제 저에게는 사혁이 밖에 없거든요."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텐데..." "하하... 그렇죠... 누가 받아들이려고 하겠어요...솔직히...;; 근데요... 저 사실 고아거든요. 헤헤..참..... 기구한 인생을 살아왔어요. 남보다 불행하면 불행했지.....덜 불행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죠. 길거리에서 노숙을 해보기도 하고... 앵벌이 단에 붙잡혀서 한동안 고생하다가 도망치기도 했죠. 일주일동안 물만먹고 산적도 있어요. 참... 다른 사람이 겪기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겪어봤죠. 그런 제 삶에 소중한 것이 생겨버렸죠. 처음 갖는 것이니 만큼... 절대로 손을 놓칠 생각은 없어요. 그녀는 제것이고....저는 그녀의 것이니까요. 아픈 과거를 말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남에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낸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나 윤호는 담담한 얼굴로 자신이 고아임을 밝혔다. "처음엔.. 많이 힘들었을텐데... 피를 무서워한다면..." "처음에는.....뭐.. 많이 힘들었죠... 그래도 나중에는 익숙해지니까.. 괜찮아요...이제는.....^^ 근데.. 아직도 살을 뚫는 아픔은 조금..그래요.....아프달까요...;;" "그래.. 그건 아프지..그건 나도 알아...후후.. 너무 늦은게 아닌가 몰라..이만 가자....걱정하겠다." "아...예..선생님...얼른 가요." 활짝 웃으며 대답하는 윤호의 태도에 소윤 또한 덩달아 웃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소윤과 윤호는 양호실을 빠져나와 어두운 복도를 걸었다. "넌...강하구나..." 바람에 속삭이듯 낮게 중얼거리는 소윤의 독백을 윤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것같은 어두운 복도가 조금 무서운듯 소윤의 곁에 바짝- 붙기만 할 뿐.. 마치 한마리의 강아지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런 윤호의 태도에 소윤은 엷게 미소를 띄었다. 가느다란 너의 목에 나의 이빨을 박고.. 하얀 피부위를 흐르는 선혈을 탐하고.. 이미 말라버린 눈물 위에 키스를 하고.. 붉은 입술 위에 나의 입술을 겹치어.. 공허히 비어버린 네 눈동자 가득히 나를 담아내게 하고.. 나의 일부를 너에게 각인시키고.. 상처 받을 대로 받아버린 네 가슴 속에 나를 기억시키고.. 새하얀.. 맑고 순수한 날개를 나의 두손으로 꺾어버리고..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 34 이리저리 난장판이 되어버린 집안. 한 소녀가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손에 잡히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던진다. 집어던진 물건들이 이리저리 부딛쳐 바닥으로 떨어진다. 물건들이 바닥으로 떨어질때마다.. 바닥에 고인 피웅덩이로 인하여 질퍽이는 소리가 들린다. 쓰러져있는 두 남녀... 그러나 이미 심장은 멈춰버렸다. 숨이 끊겨버린지 오래...........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남자.. 서서히 덮치는 공포.. 눈물을 흘리며 소녀는 뒷걸음질 치지만.. 애석하게도 벽에 가로막혀 더이상 피할 곳이 없었다. 등뒤로 차가운 벽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천천히 다가온 남자는.. 소녀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민다. 씨익- 울려퍼지는 비명소리.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지르고는 그 남자를 밀쳐낸다. 그러나 성인 남자와 여자아이의 힘차이는 너무도 컸다. 그는 소녀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소녀를 들어올린다. 마주보는 두사람.. 차가우리만큼 시린 은빛의 눈동자.. 소녀는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린다. 남자는 소윤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가느다란 목덜미에.. 날카로운 이빨이 피부를 찢는다. 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소윤은 얼굴을 찡그렸다. 쉴새없이 눈물이 얼굴선을 타고 흐른다. 투명한 피부 위로 붉은 선혈이 번져가듯 흐른다. 천천히.. 어린 소녀로써는 감당할수 없는....아픔....... 반항할 힘도 없는지 소녀는 그저 손놓고 눈물만 흘린다. 이따금씩 아픔을 참기 힘든지 붉은 입술에서 신음이 터져나온다. 새하얀 피부위에 피부를 햟던 그는 소녀의 입술에 입맞춤하고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공허이 비어버린 탁한 눈동자.. 그리고...진하게..퍼지는...살기.. [죽일꺼야.........죽..일꺼야....널.....죽일꺼야..... 이 세상....어디라도.....쫓아가서...........널.....죽.여.버.릴.꺼.야..... . ...... ...] . . . "허억-!!!"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컥컥거리는 소윤. 몸이 딱딱히 굳어 움직일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선명한 꿈.. 그때 그 일을 재현하듯한...... '하필 그 꿈을 꾸다니.... 다시는 꿈을 꾸지 않을 줄만 알았는데.. 지긋해.. 과거의 나는 너무나도 한심스러워..' 눈물을 흘릴줄 밖에 모르는 여자아이.. 죽인다고...죽인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 밖.에 할수 없는 나약한 자신.. 악몽에서 깨어난 소윤은 거칠게 머리를 뒤로 쓸어올렸다. 더이상 잠을 이룰수 없는 상태였다. 침대 옆 디지털 시계는 현재 시각이 새벽 4시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냥을 나가지 않은 오늘 같은 날.. 조금 일찍 잠들었던 소윤은 4시간 밖에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뭐.. 평소에도 그정도 자기는 하지만..... 처음에 기분 좋게 잠들었던 것과 달리 찝찝한 마음으로 일어난 소윤.... 그녀는 일어나 씻고 간단히 운동을 하였다. 그리고는 아침을 차리기 시작했다. 시간은 5시 30분.. 어둠이 물러가고 서서히 날이 밝아오는 시간... 소윤이 운동을 하는 사이 이미 카인과 류는 해가 뜨기전에 학교에 가버렸기에 집안에는 윤호와 소윤 대충 아침을 먹고 학교로 향하는 두 사람. 교문을 통과하려는 소윤을 누군가가 알아보고는 그녀에게로 뛰어간다. 그리고 그녀를 뒤에서 덥썩- 안아버리는 인물. 후계자 수업으로 몇일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했던 진이였다. "누나!!" "어..진이구나...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으응...잘지냈어? 혹시 찝적거리는 인간은 없고?" "하하.. 찝적은 무슨... 할아버지는 어떻게 지내시니?" "응... 뭐.. 그럭저럭이지... 요즘 기침도 많이하시고 혈색도 안좋으신게.. 건강이 많이 나빠지셨나봐.." "그래? 흐음.. 그럼 언제 본가에 한번 들려야겠네.." "누나가 와준다면야 나야 좋지..!!" "그래.. 얼른 들어가봐^^" 어느새 3 - 8빈 교실 앞에 도착한 진과 윤호는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소윤은 양호실로 향했다. 양호실 문을 여는 소윤.. 양호실에는 이미 누군가가 들어와 있었다. "누구지?" 처음보는 학생. 어디가 아파서 왔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걸려있는 하얀 가운을 집어드는 소윤.. "어디가 아파서 왔지?" 가운을 걸치고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만지는 소윤. 일단 경치,경제부분 기사를 켜놓고 그것을 읽으며 들어와있는 학생을 건성으로 상대하는 소윤이였다. "저...저기..." 머뭇머뭇하는 태도에 소윤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치켜 뜨고 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에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주체하지 못하는 남학생. 남학생에 태도에 어디가 심하게 아픈가? 하고 하던일을 멈추는 그녀가 상냥한 어조로 물었다. "어디가 아파서 왔니?" 처음보다 상냥하고 부드럽게 변한 말투.. 그녀의 목소리에 무언가를 굳게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짓던 남학생이 입을 열었다. "저...저기 선생님!! 좋아합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하고 있었어요. 부디 제 마음을 받아주세요!!" 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말하고는 분홍색 편지를 소윤의 손에 덥썩- 쥐어주는 남학생. 얼떨떨한 마음에 편지를 받아든 소윤은 편지 봉투를 열어 편지 내용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편지의 내용은 대략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다는 둥의 내용이였다. 새빨개진 얼굴로 소윤의 답변을 기다리는 남학생.. 소윤은 한숨을 내쉬고는 안경을 쓰며 말했다. "음....... 우선적으로 네가 날 좋아해준다는 것에 대해서 고맙다. 하지만 난 네 이름 석자도 모르고 또 널 좋아하지 않아. 그리고 선생과 학생의 사이에 연애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그건 너도 알고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내말이 틀렸니?" "....네.." "그렇다면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대답을 알고 있을 꺼라고 생각한다. 이만 교실로 돌아가렴." "그...그치만 선생님!! 한번만 깊이 생각해주실수는 없는거에요?" ".......난 한번 내뱉은 말은 꼭지켜.." 무언가를 반박하려는 학생... 소윤은 골치가 아파져왔다.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해준다는 것은 틀림없이 기쁜 일이다. 하지만 새파랗게 어린 연하였고, 또 학생이였으며 잘 알지 못하는 남자아이이다. 누구나 학창시절 젊은 여선생에게 호감을 갖을수 있다. 그러나 그 가벼운 마음에 동조해주거나 맞장구쳐줄 마음은 추호도 없는 소윤이였다. 되도록이면 상처가지 않을 말들을 골라 딱 잘라 거절했는데도 상대편이 알아듣지 못하는 것만큼 골치 아픈 일은 없을 것이다. 이마에 손을 올리고는 인상을 쓰던 소윤은 더이상 못들어주겠다는 듯이 외쳤다. "그만-!! 알았으니까 그만좀 떽떽대!!! 진짜 시끄러 죽겠네. 내가 니가 누군줄 알고 니 장단에 맞춰준다는거야??? 그렇게 할일이 없어? 얼른 나가지 못해??" "선생님!!!!!" 드르륵-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치는 남자아이. 그 순간 양호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여어-" "카인? 무슨 일이야?" "뭐.. 내가 못올때 왔나? 심심해서 와봤지." 카인은 남학생을 힐끗- 처다보았다. 남학생은 움찔-하는 기색만 보일 뿐 비킬 생각은 없는듯 했다. "아참-! 오늘 아침에 혼자 출근해서 미안하다. 내일부터는 같.이 출근하자 ^^" 새삼스럽게 사과를 해오는 카인. 원래 카인과 류는 해가 뜨기전에 움직였다. 여태까지 그래왔기에 소윤이 사과받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또한 혼자 먼저 가버린다하여도 깊이 생각하여 삐질 소윤도 아니였다. '너 뭐 잘못먹었냐?'라는 시선으로 카인을 바라보는 소윤. 소윤의 그런 시선에도 카인은 그저 싱글벙글 웃기만 할 뿐이다. "서...설마 두분... 같이...사시는 건가요...?" "아아...뭐... 일단은 같이 살기는....." "말도 안돼!!!!!!!!!!" 소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처절한 비명소리같은 목소리로 '말도 안돼'라며 양호실을 뛰쳐나가는 남학생. 소윤은 황당하다는 듯이 양호실 문을 바라보았다. "요즘 애들 머릿속은 이해할수가 없어...쯧.." 애 늙은이 같은 발언에 웃음을 터트리는 카인. "풉.... 푸하하하... 그게 20대인 네가 할말이냐?? 큭큭- 그나저나.....인기 좋으신대요. 양호선생님?" "....엿듣는 취미는 일찍 버리는게 좋아.." "뭐.. 듣고 싶어서 들은건 아니라구...." 사실 카인은 문 밖에서 대화내용을 듣고 있었던 것이다. 당황해하는 소윤의 모습에 일부로 등장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본 것.. 그리고 여리디 여린(?) 남학생의 가슴에 일!부!로! 크나큰 좌절의 상처를 준 것이다. "그나저나 진짜 무슨 일이야?" "아..... 오늘 쇼핑이나 같이 가자구! 물론 저녁에~" "쇼핑...?" 사실 갑작스레 잔식구가 늘어난 탓에 이것저것 부족한 것이 많았다. 또 마침 반찬거리가 떨어졌기에 소윤도 한번 쇼핑을 가야할 상황이였다. 어차피 가려고 했는데 짐꾼(?)하나 달고 가서 안좋을 것 없다고 생각한 소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훗- 그러면 데이트 결정이다!" "뭐,뭐??" "하하하- 그럼 나중에 보자구!" 유쾌하게 웃으며 문을 쾅- 하고 닫고 도망치듯 나가는 카인이였다. 카인이 나가고 한동안 황당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던 소윤은 실소를 터트렸다. "하... 못말려 진짜..." 가느다란 너의 목에 나의 이빨을 박고.. 하얀 피부위를 흐르는 선혈을 탐하고.. 이미 말라버린 눈물 위에 키스를 하고.. 붉은 입술 위에 나의 입술을 겹치어.. 공허히 비어버린 네 눈동자 가득히 나를 담아내게 하고.. 나의 일부를 너에게 각인시키고.. 상처 받을 대로 받아버린 네 가슴 속에 나를 기억시키고.. 새하얀.. 맑고 순수한 날개를 나의 두손으로 꺾어버리고..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 35 "음.. 이것도 사고.. 이것두..." "그거랑 이거랑 저거랑 또 이건 필요 없잖아!!!! 아무거나 막 집어넣지마!!" 아무거나 카트에 넣는 카인을 나무라며 필요없는 물건을 도로 자제리에 가져다 놓는 소윤. "쳇.. 모처럼 먹을 거사는데 쪼잔하게 굴긴...!" ".....피 한방울 얻어먹기 싫으신가봐...? 빌어먹을 뱀파이어씨..!" "쳇...그건 지금 굶기겠다는 학대선언(?)이지?? 너무한거 아냐?!!" 투덜거리던 카인이 토라져 고개를 휙- 돌려버린다. 그 바람에 더욱더 화가난 소윤은 은근슬쩍 품안에 총을 만지작 거리며 이를 간다. "...지금 여기서 나랑 한판 해보겠다는 거야..?" "하하하!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이제 집에 가자." "............싫어....다른대 놀러갔다 오자!" ".....해보자는거?" "그럴리가...여왕님 말씀대로~!" 소윤이 총을 움켜쥐는 것을 보며 어색하게 웃어보인 카인은 항복의 의사를 전해왔다. 요즘 다 떨어진 반찬거리며, 생활용품과 주류 간식으로 과일과 과자를 사고는 주차장을 향하는 두 사람.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다. 땡-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어두운 주차장에 도착한 두 사람. 소윤의 차 트렁크에 짐을 실는 카인. 카인을 도와 짐을 실던 소윤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는 주차장안을 둘러본다. 컴컴한 실내.. 금방이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주차장.. 소윤은 소리를 낮춰 카인을 불렀다. "카인.. 이상하지 않아? 어디선가..피냄새가 나.." "뭐..? 피 냄새?" 짐을 실던 카인은 눈을 감고 후각에 신경을 모은다. 공지중에 스며들어 있는 미세한 피냄새를 찾는 카인. 그리고 이내 공기중에 피냄새를 찾아낸 카인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눈을 뜬다. "미세하기는 한대.. 분명 피냄새가 맞네...조금 굳어....향기가 덜한 것 같아." "위치를 알아낼수 있어?" "글쎄.. 너무 냄새가 퍼져 있어서...그건 힘들것 같은데..그래도 저쪽 피냄새가 더 진해." 역시 뱀파이어답게 피에 민감한 카인. 카인은 조명등도 없어 굉장히 어두운 곳을 가리켰다. 소윤은 품안에서 총을 꺼내들었다.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소음기를 장착한 소윤은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 "흩어져서 찾아보자." 소윤의 말에 카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굉장히 어두운 주차장... 어디서 무언가가 덮쳐올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소윤은 긴장의 끈을 팽팽히 잡고 주변을 살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수상한 것이 있나 없나를 살피며 차 사이나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곧 그녀의 시야에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자가 포착된다. 바닥에 한쪽 무릎을 대고 앉은 소윤은 여자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는 눈을 부릅뜨고 죽어 있었다. 목을 짚어보았지만 이미 숨은 끊어진 상태. 목 한쪽 부근에 처참히 찢겨져 나가있는 상처가 죽음의 원인인듯 했다. 그리고 그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바닥을 적시고 있어다. 이미 굳어버린 몸은 시체가 죽은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눈조차 감지 못하고 죽어버린 여인.. 소윤은 가만히 시체를 처다보다가는 조용히 시체의 눈을 감겨주었다. 탁- 그 순간 누군가가 소윤의 어깨에 손을 얹어놓았다. 소윤은 너무나도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차! 하며 재빨리 뒤돌아 정체모를 인간에게 총구를 겨누는 소윤. "나야 바보야." "...간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쿡쿡. 어지간히 긴장했나보군. 하지만 아무한테나 총을 들이대는 건 안좋아. 너는 엄연히 인간이고 인간은 법의 제약을 받아. 조심좀 하라구... 그런데.. 그 여자... 이미 죽었군." "목을 문것을 보면 뱀파이어의 짓이 확실해.. 근데 이상하군 뱀파이어의 짓이라고 보기에는 상처가 너무 커." "뭐.. 뱀파이어들 중에서도 취미 고약한 녀석들이 있지." "남말할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하하...내가 뭘.. 그나저나 이거 신고해야하는 건가?" "당연히.. 신고는 해줘야지.. 희생자를 이렇게 바닥에 방치시키는 것은 죽은 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먼지를 털며 일어난 소윤은 총을 거두고 대신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112'를 누르고 상황설명을 하는 소윤. 이윽고 할인 매장 주차장 가득히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 . . [오늘 서울 대치동 oo 할인 마트 주차장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서울에 사는 27살의 조모양으로 쇼핑을 끝내고 차에 타려는 중 피해를 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범인에 대해서 경찰측에서 아직 조사 중입니다. 요즘 부쩍 늘어간 살인 사건에 주민들 모두가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는 살인사건들.. 사건의 공통점은 잔혹한 살인 방법이라는 것과 범인의 윤곽이 전혀 잡히고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들 모두가 피가 대량으로 빠져나간 상태이며 무언가에 목을 물어 뜯긴 자국이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요즘 일어나는 사건들을 '뱀파이어 살인 사건'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경찰측에서는 범인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며 시민들이 밤 늦게 돌아다지 말 것을 신신 당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상 9시 뉴스 윤태호 기자였습니다.] TV에서 시선을 떼고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준혁.. 몇일 사이에 연일 터지는 살인 사건에 그는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도대체 단서가 잡혀야 범인을 잡든가 말든가 하지 않겠는가? 경찰청장으로써 위에 눈치보랴 부하들 관리하랴 이래저래 바쁜 준혁이였다. '뱀파이어 살인 사건'이라고 불리는 사건의 총책임을 맡은 준혁. 오늘도 어김없이 터진 살인사건에 골머리를 앓으며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준혁이였다. [네. 서울 경찰청 형사 1반 김형사입니다.] "나야. 지금 당장 자료가지고 올라와." [네. 알겠습니다. 청장님.] 전화를 끊고 쇼파에 앉아 몸을 기대는 준혁.. 그는 천천히 지금까지 있었던 사건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나갔다. 우선 처음에 터진 사건은 은평구 공사장에서 발생되었다. 피해자는 노숙자. 목에 두개의 구멍 피가 대량으로 빠져나간 상태에서 발견. 두번째 사건은 장안동에서 발생. 피해자는 30대 여성... 앞의 살인사건과 비슷함. 세번째 사건과 네번째 사건은 각각 중랑구와 신림동에서 발생했고, 피해자는 각각 20대 초반과 여고생이였다. 두 사건 모두 앞의 사건들과 같은 패턴이였다. 그리고 다섯번째 사건.. 앞의 사건들과는 다르게 목에 상처가 심함. 마치 맹수가 물어뜯은 것처럼.. 그리고 오늘 일어난 대치동 oo할인 마트 살인사건도 다섯번째 사건과 비슷했다. 현장엔 지문하나.. 머리카락 한 올 떨어져 있지 않았고, 목격하나 하나 없었다. 3번째 사건에는 피해자가 한 외국인 남자과 걸어가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지만 아무리 탐문 수사를 해도 걸리는 것 하나 없었다. 사건은 모두 밤에 이루어졌고, 목에 상처가 있었으며 피가 대량으로 빠져나간 것이 특징이였다. 공통점은 다소 여러방면에서 비슷해보이나 그것으로 범인의 윤곽을 잡아낼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야... 인간의 짓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어.... 특히 5번째 사건과 6번째 사건은... 사건들 모두가 3~4일 간격으로 이루어졌다. 처음 노숙자 남성만 빼고 나머지 피해자들은 모두 여성이고 대부분 젊은 층에 속해. 도대체 범인이 노리고 있는 것이 뭐지..? 피해자들에게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수가 없었어. 그렇다면 무차별 살인이라는 것인가? 의문투성이야...' 똑똑-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준혁을 멈추게하는 노크 소리. "들어와." 준혁의 말에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 남자는 30대 중반을 지나서고 있는 김형사였다. 오랜기간동안 면도를 하지 않아 덥수룩히 자란 수염에 얼굴에 자잘한 상처자국.. 그를 모르는 이가 본다면 분명 그를 형사라 생각하지 않고 조폭이라 생각해도 무리감 없는 얼굴이였다. "감식반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망시각은 대략 저녁 7시 30분 정도로 추정되구요. 사망원인은 피부족으로 인한 것으로 목 부근에 심하게 찢겨진 상태가 원인인 것으로 일단 결론 짓기는 했으나.. 상처의 크기 이상의 대량의 피가 유출되었다고 합니다. 주변조사는 좀더 해봐야 할 것 같지만 일단 피해자의 대인관계는 깨끗합니다. 원한을 갖을 만한 자는 없다고 하더군요." "이번에도 마찬가지 인가...? 제보자는?" "저...기..그게.... 제보자가 조사를 꺼려하더군요. 많이 피곤해보이고 또 다음에 조사 받기를 원해서 일단 연락처를 확인하고 돌려보냈습니다. 그 여자... 배운게 많아서 그런가? 어떤지는 몰라도.. 일반 사람은 시체를 보면 당황해서 안절부절 못하는게 정상인데.. 너무나도 태연하더군요. 상황설명을 하는 것도 비교적 정확하고 세세하게 알려주고요. 거물이더라구요.. 그 여자.... 대환그룹 손녀딸이더라구요." "성...소윤?" "아시는 분입니까?" "뭐.. 조금...." 제보자가 소윤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 놀라워하는 준혁. 요즘 일에 파묻혀 그녀를 보지 못한지 꽤 오랜 기간이 흐른 뒤였다. 수사자료를 대충 읽으며 한장씩 넘기던 김형사는 불현 생각난듯 말을 꺼냈다. "아참- 아까 이형사가 그러더라구요. 여태껏 제보자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던 살인사건들.. 뭐 작년 이태원 살인사건이나.. 그런 것들 말입니다. 그 사건들의 제보자 목소리와 아주 흡사한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하하- 사람이 살인범을 쫒아다니는게 아닌이상 그런 일은 없겠지만.. 제가 녹음해놨던 테이프를 비교해봤는데... 정말 유사하더군요." "살인사건...?"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준혁. 준혁이 처음 소윤을 만났을 때.. 그녀는 테러리스트였고, 몇명의 사람을 쏘았다. 그때 당시 분명 준혁은 총에 맞고 쓰러지는 사람을 보았지만 KJ회사측에서는 총에 맞은 이는 없다며 부정한 적이 있었다. 왠지 모르게 소윤이 이번 사견에 깊게 연루되어 있는 것만 같은 느낌... "김형사 내일 제보자 조사에 들어가나?" "예?? 아.. 일단은 내일 연락하고 가보도록 해야죠." "그럼 내가 가도록 하지..." "예...그러...예??? 청장님이 직접요? 진심이십니까?" "어." 간단명료하게 대답하고 당황하는 김형사를 무시하는 준혁. 쇼파에 편히 몸을 기댄 준혁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가느다란 너의 목에 나의 이빨을 박고.. 하얀 피부위를 흐르는 선혈을 탐하고.. 이미 말라버린 눈물 위에 키스를 하고.. 붉은 입술 위에 나의 입술을 겹치어.. 공허히 비어버린 네 눈동자 가득히 나를 담아내게 하고.. 나의 일부를 너에게 각인시키고.. 상처 받을 대로 받아버린 네 가슴 속에 나를 기억시키고.. 새하얀.. 맑고 순수한 날개를 나의 두손으로 꺾어버리고..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 36 모처럼의 휴일.... 학교를 쉬는 일요일이나 일찍 끝나는 토요일마다 류에게 끌려다니느라 정신없었던 소윤.. 한가로이 정원에서 물을 뿌리던 소윤은 이 평온함이 깨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따로 정원사가 필요없었을만큼 정원을 챙기는 소윤.. 허공으로 흐트러지는 물방울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방해할 류는 햇빛으로 인해 집안에 처박혀 있었으니... (카인과 류때문에 집안의 커텐을 어두운 색으로 모두 갈아야만 했던 소윤이였다.) 더이상 누구도 그녀를 방해할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너를 가질수가 없다면 아픔 조차알수 없겠지] "여보세요?" [장소윤양 되십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무슨 용무이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 경찰청 소속 김범수입니다. 대치동 oo할인마트의 제보자가 맞으십니까?] "아예. 그렇습니다만...무슨 일로..." 상대편이 경찰임을 알자 소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안좋은 예감. [다름이 아니오라 오늘 4시경에 가정방문이 있을 예정입니다. 협조해주시겠습니까?] 형사의 말은 대치동 oo할인마트 살인사건으로 인하여 조사를 하겠으니 시간을 비워달라는 뜻이였다. 소윤이라면 시간이 없다며 다음으로 미룰수 있었지만 형사라는 직업이 힘들고 서럽고(?) 시간이 모자를만큼 바쁜 직업임을 알기에 거짓말을 하는 것이 양심에 걸렸다. '아아..무슨 가정방문이야..? 요즘은 경찰에서 그런것도 하나..?' 속으로 투덜거리던 그녀는 어쩔수없이 눈물을 머금고 모처럼의 휴일을 반납해야만 했다. [장소윤양?] "아 죄송합니다. 그럼 그때 보도록 하죠.." 정신을 딴대 팔고 있던 소윤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통화를 마쳤다. "에휴휴휴.. 내 주제에 무슨 휴식이냐..흐으윽!!" 울상이 되어버린 소윤은 정원에 물주는 일을 멈추고 저택안으로 들어갔다. 저택으로 들어간 소윤은 새삼 피어오르는 살인충동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사람도 아니니 그냥 일을 친다음 밖에 다가 그냥 두면 알아서 시체처리가 될테니 걸릴것은 없었다. 문득 위험한 생각에 빠져든 소윤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류를 죽일듯이 바라보았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수 있었다면 아마 지금쯤 류는 재가 되어 흩날려가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는 바이다. "앤드류-!!! 너 내손에 정말 죽고픈게냐!!!" 저택안에 찌렁찌렁하게 소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엉망이 되어버린 집안꼴.. 무슨 짓을 하고 다닌건지 집안은 엉망진창이였다. 도대체 어떻게 놀면(?) 이렇게 집안을 처참하게 만들어 놓을수 있는 것인가.. 애써 튀어나오는 화를 눌러담고 집안을 치우는 소윤.. 단 몇십분 정원에 나가있었던 것으로 그녀는 지금 몇배의 고생을 하고 있었다. 새삼 그 몇십분 동안 이렇게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수 있는 류의 능력(?)이 감탄스러울 뿐.. "쳇.. 이정도 가지고 화를 내다니... 마녀같으니라구!!! 밴댕이 소갈딱지!!!" 작게 중얼거리는 류.. 청각이 좋은 소윤이 그 작은 중얼거림을 놓칠리가 없었다. 한순간 엄청난 살기를 내뿜으며 손안의 있던 물건을 움켜쥐는 소윤. 너무 힘이 들어간 탓일까..? 소윤의 손에 들려있던 리모콘이 분해되는 꼴을 류는 너무나도 똑똑히 보고 말았다. "하..하하...저는 부엌을 치우겠습니다. 이쁜 누님." 아부성 발언을 남기고 쏜살같이 부엌으로 들어가는 류... 화낼 타이밍을 놓친 소윤은 먹잇감(?)을 놓쳐 아쉬운듯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딩동딩동- 어느새 거의다 정리된 거실... 소윤이 허리를 펴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풀어줄 동안 누군가의 의해 벨이 울렸다. 인터폰에 비치는 남자.. 꽤나 키가 큰 것인지 카메라에 비치는 것은 얼굴이 아닌 목과 가슴 부근이였다. "누구시죠?" [경찰청에서 나왔습니다.] 듣기좋은 저음... 말에 따라 인터폰에 비치는 입술이 움직인다. 소윤은 꽤나 귀에 익은 목소리라고 생각하며 문을 열어주었다. 곧 누군가가 현관을 열고 들어왔다. "최준혁?" "후훗- 오랜만이지?" 갑작스러운 인물의 습격(?)이였다. 거실에 모여앉은 다섯사람... 원래 준혁의 목적은 소윤이였고, 그외의 불필요한 것들은 사라져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적개심을 드러내고 경계하는 카인은 자신도 현장에 있었다며 끼어들었다. 이런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놓칠리가 없는 류가 끼어들자 자연스레 윤호도 호기심이 물든 얼굴로 자리를 차지하였다. 한참을 이것저것 물어보던 준혁의 얼굴이 굳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네가 시체를 발견한건 9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였고 주변에 수상한 사람은 없었으며 바로 신고 했다. 이거지?" "그래." "특별한 사항은 없었고?" "어." 준혁은 그래도 한가닥의 실마리라도 잡을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소윤에게서 얻어낸것은 없었다. 처음 질문한 것에 대한 똑같은 답변.. "후우" 준혁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소윤을 보기위해 오기는 했지만,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둘수는 없었다. 그는 축 처진 어깨로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사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파일을 들고 일어난 준혁은 현관으로 걸어갔다. 소윤은 준혁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말해준다하여도 그는 분명 믿지 못할 것이다. 현대과학이 발달한 요즘 뱀파이어라니... "대려다주지." "그래주면 고맙고.." 자리에서 일어나 소윤이 준혁의 뒤를 따르자 카인이 발끈하며 일어섰다. "나도 갈꺼야." 소윤은 준혁이 차를 끌고 오지 않았다는 점을 미리 알고 있었다. 설사 차를 끌고 왔다하여도 이 근처에는 없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였다. 소윤의 집 근처에는 차를 댈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끝까지 소윤을 따라오려던 카인은 그대로 집에 남고 준혁이 보조석에 앉았다. 낮이라는 커다란 장애물이 카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잘 보이지도 않는 해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다 화상을 입을 번한 카인을 떠올리는 소윤. 그녀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요즘 좋은 일있어?" "응? 무슨?" 소윤을 빤히 처다보던 준혁이 말을 꺼냈다. 준혁의 물음에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의도를 모르겠다는 듯이 되묻는 소윤. "아니.. 표정이 다양해진것 같아서.." 따라란- 따라란- 준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고지식하게 생긴 것만큼 지루하고 재미없는 벨소리였다. "네. 최준혁입니다. 아.. 김형사....뭐? 또?? 지금 거기 어디야? 강동구에 있는 성당? 일단 사람들 대피시키고 주변도로 봉쇄해. 단서 하나 놓치지 말고, 목격자 증언 토대로 몽타주 작성하고! 그래 인질극이라니.... 고루고루 하는군.... 지금 당장 갈테니 기다려!" 전화 통화를 마친 준혁의 표정은 굉장히 초조해보였다. "무슨 일이야?" "지금 당장 강동구 L성당으로 가줘. 빨리!" "지금?" "그래 살인사건이야! 대치동 살인사건과 똑같은 수법이지... 아마 여태까지 일어났던 사건의 범인은 동일인물일 가능성이 커! 게다가 범인의 얼굴을 본 목격자를 확보해둔 상태야.. 또... 성당안에서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더군...곧 잡히겠지.." 준혁은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범인을 잡을 것이라며 다짐을 하고 있었다. 굳어진 준혁의 표정을 힐끔- 처다본 소윤은 피식- 웃으며 핸들을 돌렸다. . . . 굉장히 웅장한 건물.. 금방 중세시대 건물을 옮겨둔 것같은 착각을 들게하는 커다란 성당이였다. 그러나 고요한 성당의 주변에는 '출입금지'라는 띠가 둘러져 있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경찰들.. 도로는 봉쇄되었고 철저한 검문으로 물 샐틈 없었다. 웅성거리며 무슨일인가..하고 주벼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성당 앞 도로에 은색 BMW 스포츠형 차 한대가 멈춰섰다. 급히 차문을 열고 나오는 여자와 남자.. 임시 지휘를 맡고 있는 김형사가 그를 발견하고 반겼다. "청장님!"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지?" "그게.. 범인은 아직 성당 안에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질을 두명이나 잡고 있습니다. 성당을 다니고 있던 진아영양이 사망한 상태이고 아직까지 그다지 별다른 피해는 없습니다." "인질을 잡고 있는 이유와 요구상태는?" "그게.. 이상하게도 밤까지 꼼짝하지 말고 움직이지 말라더군요. 급히 경찰특공대를 불러 작전을 펼치려고 하는 순간 범인이 귀신같이 알아차려 손쓰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마도 밤이 되면 도주를 할 계획인듯 보입니다." "범인의 신원파악은?" "외국인이라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얼굴을 본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몽타주가 작성되고 있습니다. 곧 신원을 밝혀낼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 도로를 봉쇄하고 외국인의 움직임을 붙잡아 두었구요." "인질들의 상태는?" "아직까지 두명다 무사한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특이사항은 없었나?" "아직까지 특이한 사항은 없으나, 범인이 많이 부상당한 것 같습니다. 처음 목격자의 중언에 따르면 어깨와 옆구리 등에서 출혈이 심했다고 합니다." "흐음-" 준혁은 유심히 성당 건물을 바라보았다. 코팅된 유리에 햇빛이 비춰 잘게 부서져 비치고 있었다. 준혁의 옆에서 김형사가 하는 말을 모두 들은 소윤은 단박에 지금 범인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아마 범인은 어딘가에서 상처를 입고, 이 성당으로 몸을 피했을 것이다. 부족한 힘을 채우기 위해 사람을 해쳤을 것이고, 낮이라 움직일수 없는 상황. 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음이 틀림 없었다. 소윤의 눈이 일순간 날카롭게 빛났다. 가느다란 너의 목에 나의 이빨을 박고.. 하얀 피부위를 흐르는 선혈을 탐하고.. 이미 말라버린 눈물 위에 키스를 하고.. 붉은 입술 위에 나의 입술을 겹치어.. 공허히 비어버린 네 눈동자 가득히 나를 담아내게 하고.. 나의 일부를 너에게 각인시키고.. 상처 받을 대로 받아버린 네 가슴 속에 나를 기억시키고.. 새하얀.. 맑고 순수한 날개를 나의 두손으로 꺾어버리고..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 37 "잠시 총을 빌릴수 있을까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당황해 하는 경찰 특공대 특수부원. 하지만 이미 그의 옆구리에 달려있던 총은 소윤의 손에 들어간 상태였다. "어...어?? 그건 진짜 총입니다! 장난감 총이 아니예요!" 목석같이 서있던 남자는 줄을 이탈해 소윤을 만류했다. 그러나 당황한 남자는 말만으로만 소윤을 말릴뿐 소윤을 잡을 생각은 잊어버린 듯 했다. 바보같은 남자의 모습에 소윤의 입꼬리가 말아올려져 매력적인 미소를 머금는다. 햇살만큼이나 따스하고 아름다운 미소...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날카로움과 냉정함이 배어나오는 미소였다. 한참 김형사와 대화를 나누던 준혁은 소윤이 당당히 성당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당황한 표정으로 소윤에게 다가갔다. 모두들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소윤을 바라보았다. 마차 첩보영화에서나 나오는 듯한 상황. 모두들 그저 이 사건이 흥미롭고 재밌을 뿐이다. "뭐하는거야? 그 총은 어디서 난거야?" 거칠게 소윤의 어깨를 잡아돌려세운 준혁. 그는 당췌 소윤을 이해할수 없었다. "성당안에서 가장 빛이 안들어오고 어두운 곳이 어딜까?" "뭐..? 그..그야 참회실이 아닐까?" 엉뚱한 소윤의 질문에 준혁은 몇번 아버지를 따라 가보았던 성당 내부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독신한 카톨릭이였다. 그래서 준혁은 어릴적 가끔 아버지를 따라 성당에 몇번 가보기는 했었다. 물론 그는 신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기에 카톨릭교는 아니였지만.. "그럼 신께 참회를 드려보도록할까?" 낮게 중얼거린 소윤은 시니컬한 웃음을 지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 누구도 그녀의 행동을 가로 막을수가 없었다.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위압감..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소의 주인공이였지만 언듯 그녀의 등에 검은 날개라도 달린 것 같은 착각을 주게 만들었다. 소윤이 위험해질수 있다는 생각에 준혁은 아무에게서나 총을 빼앗아든 뒤, 그녀의 뒤를 쫒았다. 자신의 생각보다 대단한 여자라 생각하며.. . . . 안으로 들어선 소윤은 천천히 안을 살폈다. 굉장히 큰 성당은 3층까지 있었고, 안이 넓고 시설이 좋았다. 텅빈 대리석 건물.. 소윤은 거침없이 성당안을 활보하고 다녔다. 신이 뱀파이어에게 어둠을 선사해주었다면 인간에게는 빛을 선사해주었다. 그들의 활동시간인 밤이면 모를까... 빛으로 충만한 낮에는 뱀파이어에게 굉장히 불리한 시간이였다. 소윤은 자신이 있었다. 낮에.. 그것도 부상당한 뱀파이어를 죽이는 것은 어린아이 울리기보다 쉽다고 생각하는 소윤이였다. 성당의 문이란 문은 모조리 열어 안을 확인한 소윤.. 그녀는 '참회실'이라는 푯말이 걸린 곳 앞에 섰다. 그리고 천천히 문을 열고 그안으로 들어섰다. 준혁은 도대체 소윤의 돌발행동을 이해할수가 없었다. 그녀는 극악 살인범이 인질극을 벌이는 장소에 태연스럽게 들어와서는 마음대로 성당을 헤집고 다녔다. 다른이들이라면 겁이나 절대로 할수 없는 일... 장소윤이라는 여자는 대단한 여자였다. 소윤을 따라 참회실로 들어선 준혁.. 참회실은 굉장히 어두웠고, 특수제작된 유리창은 철저하게 빛을 차단시켰다. 엄숙한 분위기에 십자가에 걸려있는 예수나 아이를 안고 따스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성모마리아상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와." 아무도 없는 참회실.. 그러나 소윤은 마치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명령어투로 말했다. "나와라.." 조용히 울리는 소윤의 목소리.. 눈씻고 찾아봐도 사람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훗- 나오지 않겠다 이건가? 그렇다면 나오게 만들어주지" 탕탕탕- 세발의 총성이 울렸다. 준혁은 놀라 몸을 움츠렸지만 곧 소윤이 쏜 총소리라는 것을 알고 안심했다. 멀리 깊숙하고 어두운 천장에 총질을 한 소윤..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자였다. 목과 쇄골사이가 참혹하게 뜯겨져 있었고, 여자가 입고 있는 보라색 가디건은 피로 얼룩져있었다. 준혁은 시체가 사로잡혀있었던 인질중 한명이라는 것을 알았다. 시체가 떨어지고 뭉너가 덩치큰 남자가 천장에서 떨어졌다. "크흑.." 신음을 내뱉고 있는 남자는 엄청난 덩치의 외국인이였다. 서양인 답게 크고 건장한 체격에 짧은 스포츠 머리에 조금 지저분한 차림세.. 분명 세번째 살인사건에서 희생자와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던 외국 남자가 틀림없었다. "뱀파이어 헌터..?" "후훗- 여태까지 일어났던 사건들은 다 네놈의 짓이렸다? 게다가 조용히 처리해도 될 시체를 방치시켰다는 것은 주목받고 싶었다는 뜻이겠지? 정말 한없이 모자란 애송이군." "역시... 그렇다면 네 이름이 성소윤이겠군.. 널 만날것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상황이 안좋군...부상을 당해서 말이야. 걱정은 하지말게...거의다 치료된 상태거든...크크크..." 남자는 뱀처럼 번뜩이는 눈빛으로 소윤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어깨와 옆구리에서는 피의 흔적이 있었다. 하지만 피를 섭취한 까닭에 상처는 어느정도 아물은것 같았다. "부상자라.....후훗..봐주지는 말자고..서로가..ok? 그러니 단단히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빌어먹을 뱀파이어 개자식!" 그 말을 끝으로 소윤은 뱀파이어에게 달려들었다. 어느새 나이프를 꺼내든 소윤. 급히 나온 탓에 그녀에게는 아까 경찰에게 빌린(?) 총 한자루와 나이프가 전부였다. 총이 있기는 했으나 은탄이 아니였기에 소윤은 나이프로 그를 살해하기로 일단 마음먹었던 것이다. 남자는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스피드로 소윤을 피했다. 그녀의 빠르고 힘실린 공격을 힘겹게 피해가며 소윤의 헛점을 파고드는 남자. 소윤은 어렵사리 들어오는 공격을 막았다. 남자의 괴력에 막았던 팔이 저릿저릿해져 왔다. 그러나 소윤은 이를 악물고 남자에게 덤벼들었다. 솔직히 이대로 가다간 소윤이 질게 뻔했다. 소윤은 인간이였고, 무엇보다 여자였다. 건장한 남자를... 그것도 인간이 아닌자를 패대기치기엔 상대가 너무 강했다. 그녀는 무기를 들고 나오지 않은 자신을 속으로 욕하며 점점 들어오는 횟수가 많은 공격에 이를 악물었다. 공격을 주고 막고 받고하기를 한지 대략 10분이 흘렀다. 기회를 노려 헛점을 향해 칼끝을 겨누던 소윤. 아슬하게 목부근을 스치는 나이프를 피한 남자가 소윤의 손목을 잡고 비틀었다. 그리고 때를 놓치지 않고 그녀의 다리에 발을 걸어 그녀를 넘어트렸다. "크크- 이제 너도 끝이구나." 음흉하게 웃는 남자의 얼굴에는 승리감이 번졌다. 소윤이 너무 입술을 세게 깨문 탓에 그녀의 입가에서는 피가 세어나오고 있었다. 막 힘으로 소윤을 밀어붙이는 남자는 소윤의 목에 이빨을 들이미려고 했다. 하지만 소윤이 바보가 아닌이상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리가 없었다. 그녀는 남자의 이마를 손으로 밀며 완강히 거부했다. 그런 그녀에게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주...준혁!!!! 창문을 총으로 쏴!" 힘에서 밀려 점점 소윤에게 불리해져가는 시점.. 소윤은 다급히 준혁을 향해 외쳤다. 한편 준혁은 믿을수 없다는 듯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떤 방법을 쓰면 사람의 목을 저리 잔인하게 뜯어놓을수가 있는 것인가..? 아니 혹시 인간이 한 짓이 아니라 어느 동물원에서 뛰쳐나온 맹수가 한 일은 아닐까..? 게다가 사람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니!! 아무런 것 없이 평평한 천장에 매달린 다는 것은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수가 없었다. 스파이더맨이 아니라면 가능할리가 없는 일이다! (스파이더 맨이라는 것도 상업적 목적으로 인간이 만든 허구이지만..) 또 뱀파이어 헌터는 무엇이고, 뱀파이어라니... 이게 다 무슨 말인가!!! 이해할수 없는 상황에 준혁의 머릿속은 굉장히 어지러웠다. 둘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상황에 끼어들 틈을 놓친 준혁이 손놓고 구경만 하고 있을 때, 남자는 소윤의 손목을 비틀어 그녀를 쓰러트리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었다. '날카로운.. 송곳니??? 인간의 송곳니가 저렇게 날카로웠던가? 그렇다면 범인은 피해자를 저런식으로...? 과연...저자는 인간이 맞는것인가?' 소윤을 도와줄 생각조차 잊은체 준혁은 수많은 가설들을 떠올렸다. 그가 한참 생각의 눞에서 허우적 대고 있을 때 소윤이 다급히 외쳤다. "주...준혁!!!! 창문을 총으로 쏴!" 탕탕- "크아아악-!!!" 소윤의 외침에 빠른 행동으로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든 준혁. 그는 영문도 모른체 망설이지 않고 창문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탄알이 유리창을 꽤뚤고 가자 산산히 조각난 특수 유리.. 차단되었던 햇살이 창안으로 들어와 남자를 비추었다. 햇살이 그의 몸에 닿자 그가 비명을 지르며 소윤에게서 떨어져나갔다. 고통스러운 비명소리. 햇빛을 피하려고 발버둥치는 남자의 피부가 검게 물들어갔다.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 어느새 바닥에서 일어난 소윤은 무표정하게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며 살려고 발버둥 치던 남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는 더이상 인간의 형상이 아니였다. 살과 뼈는 다 타버리고 조금만 건들여도 날라가버릴 것만 같은 재만 남았을 뿐.. 사건은.. 그렇게 종결되었다. 가느다란 너의 목에 나의 이빨을 박고.. 하얀 피부위를 흐르는 선혈을 탐하고.. 이미 말라버린 눈물 위에 키스를 하고.. 붉은 입술 위에 나의 입술을 겹치어.. 공허히 비어버린 네 눈동자 가득히 나를 담아내게 하고.. 나의 일부를 너에게 각인시키고.. 상처 받을 대로 받아버린 네 가슴 속에 나를 기억시키고.. 새하얀.. 맑고 순수한 날개를 나의 두손으로 꺾어버리고..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 38 "감식 결과는?" "...도대체 뭘 감식하라는 거에요? 재만 남은 걸 가져와서는.. 하지만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기는 했어요. 좀더 검사를 해봐야 겠지만.." "...." "어떻게 화재사고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사람이 저렇게 완벽히 탈수가 있죠? 뼈 하나 안남고 모두다 불타버렸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예요?" "...글쎄.. 갑자기 눈앞에서 자기혼자 죽던걸?" "허..그걸 말씀이라고 하십니까? 제 평생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후우.. 이만 가보지 특별한 사항이 발견되면 연락주게." 투덜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와 대화를 마친 준혁은 건물을 빠져나와 차에 올라탔다. 있을 수 없는 일! 자신의 눈으로 목격하고도 믿을수 없는 일! 사람이 타버렸다. 화재가 난 것도 아니다. 주변에 그 무엇하나 불에 붙은 것이 없었는데... 사람이 그냥 타버린 것이다. 사람의 몸에서 저절로 불이 붙을수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한 일이였다. 게다가 살 뿐만 아니라 뼈 한 조각 남기지 않고 완벽히! 이런일이 가능한 것일까..?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불이 붙어 타죽고 뼈까지 남김없이 타버린다는 것이.... 준혁은 다시 한번 그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소윤과 싸우던 남자.. 소윤이 밀리던 상황이였고, 다급하게 외치는 그녀의 말에 따라 자신은 총으로 유리창을 깼다. 유리가 깨지자 안으로 햇살이 들어왔고, 사람이 타들어갔다. 햇빛이 몸에 닿자마자! 태양열에 타는 것은 없다. 돋보기로 열을 모아 종이에 쐬어 태우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은 불에 잘타는 종이가 아닌가! 절대 사람은 그냥 대지에 비추는 햇살가지고는 타지 않는다! 거기까지 생각에 미치자 주혁은 몇년전 보았던 영화를 떠올렸다. 뱀파이어... 저주 받은 일족은 햇빛에 닿으면 죽게된다. 그들은 십자가와 마늘은 싫어하며 낮에는 활동할수 없고, 밤이면 사람의 피를 갈구하며 돌아다닌다. 낮....태양이 약점인 뱀파이어.......날카로운 송곳니........햇살에 닿자마자 죽어버린 점...피해자들의 상처... 그리고 증발해버린 것처럼 사라진 혈액.... 소윤과 범인이 나누었던 이야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준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 없다! 자신의 억측일 뿐이다. 뱀파이어라니.....그럴리가! 지금의 상황은 영화속이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첨단과학이 발달한 21세기가 아닌가! 하지만........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들은 과학적으로 증명할수가 없었다. 준혁은 혼란스러웠다. 뱀파이어의 존재를 믿는 것은 아니였지만 너무나도 일치하는 것들이 그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했다. [진실이 알고 싶다면 찾아와. 하지만 올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내 이야기를 듣고 날 병신병자 취급하는 것은 사양하지... 알고 싶지 않다면 안와도 상관없어. 그게 나에게는 더 좋은 일이겠지....오늘 밤 9시까지 우리집으로 와.] 준혁은 소윤의 말을 떠올렸다. 시간은 8시 27분. 그는 서둘러 소윤의 집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 . . "왔군." "어..." 소윤의 집에 도착한 준혁은 거칠 쇼파에 앉았다. 윤호, 카인, 류, 소윤.. 그리고 준혁이 모인 자리. "각오는 하고 온거겠지?" "그래. 솔직히 내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 투성이니까..." "그럼 막힌 귀 뚤고 똑바로 들어. 지금부터 내가하는 이야기는 거짓이 아니며 현실이다. 네가 보았던 사건의 범인은 뱀파이어야. 서양의 전설속에서나 등장하는 녀석들이지. 하지만 그들은 전설속이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놈들이야. 환상이 아닌 현실! 많은 사람들이 뱀파이어의 전설을 들은 것처럼 그들은 인간이 아니고, 날카로운 송곳니로 인간의 살을 뚤고 사람의 피를 마시지. 마늘은.. 아마도 효과가 없을거고, 십자가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밤이 아닌 낮에 돌아다닐수 없어. 그리고 햇빛에 노출되게되면 타서 재밖에 남지 않게 되지...네가 봤던 것처럼.." ".........."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하는 소윤. 그녀의 말은 사실이였고, 현실이였다. 사실을 소윤에게서 들은 준혁. 그는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으나 애써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래.. 역시 그런거였군. 뱀파이어라....... 그럼 뱀파이어 헌터라는 건...?" 준혁의 입에서 '뱀파이어 헌터'라는 단어가 나오자 소윤의 몸이 가느다랗게 흔들렸다. "뱀파이어 헌터란... 어둠을 사냥하는 자. 즉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사람을 겨누어하는 말이지. 다른 말로는 슬레이어라고 하기도 해." "그렇다면.. 너역시..?" "....그래.. 내 직업은 헌터야. 널 처음 본 날에는 난 뱀파이어를 사냥하고 있었지. 가면을 쓰고 어둠에서 나와 인간 사회에 섞여 부를 축적한 뱀파이어를..!" 설마,해서 짚어본 것인데, 순순히 소윤의 입에서 진실이 나오자 준혁은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여자치고 큰 키이지만 여리한 손목이나 가냘픈 몸매.... 아름다운 외모.. 대 그룹의 손녀로써 부족함없이 자란 그녀가 괴물을 사냥하는 헌터라니..! 그녀의 정확하고 실수없는 사격솜씨나 건장한 남자들을 무리감없이 상대하는 모습을 보아왔지만 쉽게 믿을수 없었다. "말도 안돼! 너같이 대기업 그룹 회장의 손녀딸로써 부족함없이 자란 네가 어떻게 그런 위험한 일을....." 준혁의 중얼거리에 소윤의 얼굴 표정이 굳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 돈과 권력의 가운데에 서있다하여도 그것만으로 진정으로 사람이 행복해질수는 없는 법이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뿐이야! 더이상 파고드는건 사양할께.. 피곤해서..이만..." 창백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 소윤은 그대로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싸- 해지는 거실 분위기.. 윤호가 애써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나선다. "오늘 선생님께서 많이 피곤하신 모양이네요. 하..하하..;" 윤호의 어설픈 웃음은 본의아니게 분위기를 더욱더 다운시켰다. 그냥 궁금해서 내던진 질문에 저리 민감하게 반응할줄 몰랐던 준혁. 그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하고 생각하며 정장 마이를 집어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배웅은 내가 해주지." 준혁이 일어서자 카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둘은 저택을 빠져나와 정원을 걸어 커다란 대문 앞에 섰다. "그럼 이만.." 검은 대문을 열고 나가려는 준혁. 그런 그에게 카인은 경고성이 짙은 말을 내뱉었다. "더이상 접근은 허락안한다. 남의 과거를 캐묻는 듯한 말같은 것 삼가하도록!" "오늘 제가 잘못한 것은 알겠는데, 제가 왜 소윤이 아닌 당신한테 그런 말을 들어야하는 겁니까?" 발끈하여 맞받아치는 준혁. 그의 말에 카인이 피식- 거리며 비웃음을 흘렸다. "물론... 내.여.자니까! 이걸로 이유는 충분하지 않나? 쿡쿡.. 잘가게 최준혁군." 굳어있는 준혁을 향해 비릿웃음을 선사한 카인은 그대로 대문을 닫아버렸다. 크고 검은 대문앞에 홀로 서있는 준혁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준혁의 눈에는 달빛에 비치는 그의 은색 눈동자가 마치 금방 지옥에서 튀어나온 악마와 흡사해보였다. 준혁에게 뿌렸던 살기는 인간으로써는 따라할수 없을 정도로 굉장했다. 준혁은 직감적으로 그가 인간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너털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준혁이 작게 중얼거렸다. "이거...이제야 만난 운명의 상대를 포기해야 될 위기에 맞닥들이게 된 것일지도..?" 가느다란 너의 목에 나의 이빨을 박고.. 하얀 피부위를 흐르는 선혈을 탐하고.. 이미 말라버린 눈물 위에 키스를 하고.. 붉은 입술 위에 나의 입술을 겹치어.. 공허히 비어버린 네 눈동자 가득히 나를 담아내게 하고.. 나의 일부를 너에게 각인시키고.. 상처 받을 대로 받아버린 네 가슴 속에 나를 기억시키고.. 새하얀.. 맑고 순수한 날개를 나의 두손으로 꺾어버리고..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 39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이 몇일 안남은 시점. 소윤에게 끔찍하고, 불행하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의 날이왔다. 부모님의 기일..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결근한 소윤은 일찍이 부모님이 잠들어 있는 바다를 찾았다. 13년전의 끔찍한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강하게 남겨져 있었다. 일렁이는 파도.. 파아란 바다와 새하얀 모래사장에서 간간히 연인들의 모습이 띄었다. 그러나 그리 알려진 곳이 아니였기에 시끌벅적하지는 않았다. 여름이라 그런지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와 소윤의 머리칼을 장난스럽게 흐트러트리고는 도망갔다. 그녀는 카인을 떠올렸다. 죽여도 모자를 녀석. 부모님의 원수! 하지만..그를 진심으로 미워할수 없었다. 친숙한 느낌과 편안함.. "그가...그가 날 배신할리가 없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소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배신이라니..? 하하하...그게 무슨 바보같은 소리인가...! 정말 바보가 되어버린걸까..? 배신이라니.. 그와 나 사이에 배신이라는 단어를 쓸만큼 깊은 사이였던가......' 소윤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와 자신은 계약으로 묶인 사이..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잠시 그가 차지한 자리를 눈감아주고 있는 것 뿐이다. 부모님의 기일이 오기 몇일 전부터 소윤은 굉장히 신경질적이고 예민하게 날카로워져 있었다. 모든게 신경질적이였고, 비관적인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또 카인과의 사이도 껄그러웠다. 소윤은 무의식적으로 카인을 피했던 것이다.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정말 필사적으로 소윤은 카인을 피했다. 아마 카인도 알고 있을게 뻔했다. 그저 자신을 피하는 그녀를 묵인해주고 있을 뿐.. 낮게 한숨을 내쉰 소윤은 몸을 돌렸다. 부모님앞에서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이긴 싫었다. 적어도 과거와는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겨우 이깟일들로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 과거의 자신은 얼마나 나약했는가.. 나약한 자신! 얼마나 원망하고 힘들었던가! 울며 원망하는 것밖에 할수 없었던 여리고 약한 소녀는 어느새 성장하여 어른이 되었다. '엄마...아빠...' 소윤.. 그녀의 머릿속의 부모님의 이미지는 이랬다. 항상 웃으면서도 혼낼때에는 가차없던 여인. 정에 연연하지 않고 끊을 것은 확실히 끊되 감싸 않을 때에는 한없이 따스하던.. 돈이나 권력에 욕심이 없던 사람..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 사랑 하나만으로도 살아갈수 있었던..사람 너무나도 아름답던 여인. 그리고... 사람 좋아보이는 인상에 부드러운 성격. 조용하게 책 읽는 것을 좋아하며 곧은 사람. 한없이 착해빠진 남자. 욕심이라고는 평생 부려본적없는 남자. 이제는 얼굴조차 기억속에서 희미해져가는.. 금방 자신의 옆에서 피를 뿌리고 죽어갔던.. 나약했던..떠올리기 싫은 그때의 상황... 마지막 모습 외에는 파스텔 번지듯 번져버린 과거. 부모님을 떠올리는 소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 . . "오늘좀 과한거 아냐?" "후후...그럴리가 있나.. 마스터! 오랜만에 보는건데.. 쫓아낼 생각은 일찍 접으라구!...절대..안나가..." 이미 취기가 달아오른 것인지 약간 붉어진 얼굴로 말을 내뱉은 소윤은 술잔에 든 술은 단숨에 들이켰다. 오늘따라 아무말 없이 술잔만 기울이는 소윤을 마스터는 말없이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 "오늘은 말이지~ 내 부모님이 살해당하신 날이라구....쿡쿡..... 오늘은.....많이...취하고 싶어.. 정말 미치겠다... 내가 정말 어떻게 되어버린 걸까? 아.....취했나..????후후..." 술에 취했는지 두서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소윤.. 가게 문을 열자마자 들이닥쳐 술만 마셔대는 소윤의 심정을 마스터는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다. 그 무엇도 그녀를 위로해줄수 있는 것이 없었다. '소윤아... 내가 이날을 잊을수가 있을까? 그녀를 빼앗아간.........이 날을 잊을래야 있을수가 없지.. 잊을수 없는걸..........잊을수........' 그는 아직도 선명히 기억할수 있었다. 그날의 참혹한 살인극....잊을래야 잊을수가 있으랴....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빼앗아가버린...이 날을..... 아련한 추억속에 빠져있던 마스터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소윤에게 물잔을 건냈다. 마스터가 건낸 물잔을 받아들여 벌컥벌컥 들이마신 소윤은 찬물에 조금 정신이 들었는지.. 희미하게 보이는 시야에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왔어." "뭐가?" "그녀가.... 신디.... 몇달전에 한국에 도착하기로 되었었는데 갑자기 일정이 바뀌고, 최근 다른 나라에 입국했다가 부상을 당하고 프랑스로 가서 요양을 하더군. 그리고 2일전에 한국에 입국했어." "머물고 있는 목적과 거처는?" "일단 KJ회사의 일이라는 명목때문이지만 그닥 그녀가 직접 한국에 들어올 충분한 이유는 되지 못해. 추측컨대 개인적인 사유가 아니면 관광차겠지. 묶고있는 거처는 KJ회사 소속의 신일호텔이야." "흠...근데 다치다니?" "글쎄... 세력 싸움이라도 있었던지, 이유를 자세히 알아내기는 어렵지만 카인이 사라졌던 시기와 일치한 시기에 부상을 당했더군." ".....알아줘봐서 고마워." 소윤은 카인이라는 이름에 얼굴을 굳혔다. 그리고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그녀의 상태에 마스터는 걱정스럽게 바라만 볼뿐 제제하지는 않았다. 한참을 말없이 술잔만 기울이던 소윤. 그녀는 더이상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상황까지 이르렀다. 몸은 물에 젖은 솜덩이마냥 무거웠다. 소윤의 몸이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소윤아?!!" 그녀가 잠들어버리자 마스터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그냥 말릴껄 그랬나?" 소윤을 말릴껄, 하고 후회하던 마스터는 소윤을 향해 따스한 눈길을 보내었다.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눈빛이 아닌 마치 아버지가 딸을 보는 것 같은 눈빛! 소윤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마스터는 전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 . "오랜만이네. 형." "그래..오랜만이다." "잘지냈어?" "뭐...그럭저럭.." "누나가 죽은지... 너무 오랜시간이 흘렀어......매형도....참 좋은 인간이였는데..쿡.." "그녀가 왔어." "알아...이미....그쯤은..... 이제 이 지긋한 인연을 끝맺음할때지." ".......내가 고생이 많았다." "난....그저 그녀가 행복하기만 하면 돼... 바라는 것은... 그것 뿐이야." "......." "그럼 이만 가볼께. 항상 돌봐줘서 고마워. 그럼 이만.." 장신의 키에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와 은발에 은빛 눈동자를 다진.. 어딘가모르게 차가운 인상을 주는 남자는 대화를 마쳤다. 소중한 것을 끌어안은 은발의 남자는 조심스럽게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장신의 남자가 가게 안으로 사라지고, 어두운 골목길에서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웨이브진 붉은 머리에 매혹적인 눈매... 신비한 보라색 눈동자에 자로잰듯한 오똑한 코와 붉은 루즈를 칠한 입술. 붉고 매력적인 입술과 대조되는 하얀 피부에 늘씬하고 완벽한 몸매. 여름이라 그런지 상당히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었다. 타이트한 하얀 나시티에 그녀의 머리색과 비슷한 붉은 루비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가느다란 목에 걸고 타이트한 검은색 치마는 팬티가 보일랑말랑하게 아슬한 길이였다. 여자의 눈꼬리가 휘어지고, 입가가 말아올라 비틀어져 매혹적인 미소를 띄었다. "그래.. 저여자가 바로 그 유명한 헌터 성소윤이자 하령의 딸... 그리고 베르체.M.카인의 여자라....이거군?"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여자. 여자의 외모나 옷차림에 의하여 지나가던 이들이 힐끔거리며 시선을 보내왔지만 그녀는 전혀 게이치 않았다. 야릇한 미소를 지어보이던 여자는 다시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가느다란 너의 목에 나의 이빨을 박고.. 하얀 피부위를 흐르는 선혈을 탐하고.. 이미 말라버린 눈물 위에 키스를 하고.. 붉은 입술 위에 나의 입술을 겹치어.. 공허히 비어버린 네 눈동자 가득히 나를 담아내게 하고.. 나의 일부를 너에게 각인시키고.. 상처 받을 대로 받아버린 네 가슴 속에 나를 기억시키고.. 새하얀.. 맑고 순수한 날개를 나의 두손으로 꺾어버리고..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 때 나는 너를 탐.하.다 - 40 소윤과 카인의 사이는 서먹서먹했다. 예전의 그들의 사이가 아니였다. 은근히 카인을 피하는 소윤... 그녀의 뜻이 아니였지만 카인을 보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눈부터 피하고 있었다. 카인과 소윤의 그 서먹한 분위기 탓에 윤호와 류는 그 둘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 서로를 본척만척 하고 지낸지 몇일이 흘렀다. "소윤!" "어...어???"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카인. 소윤은 조금 놀란듯 그를 처다보았다. 그가 먼저 말을 걸어올 것이라고 에상하지 못했던 탓이였다. "오늘 시간있어?" "시간..? 있기에 한대.. 무슨 일이야?" "파티에 가려구" "뭐?" "못들었어? 파티에 갈꺼라구. 그러니까 준비하고 나와." 갑작스레 무슨 파티라니..? 소윤이 자세히 물어보기도 전에 카인은 방을 나가버렸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방문을 바라보던 소윤은 카인의 말을 들어야하나.. 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카인을 대하기 껄끄러운 상황이였기에.. 일부로 그와 같이 있을 시간을 늘릴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카인을 피해야할 이유조차 없었다. 자신이 지은 죄가 무엇이길래 그를 피해야한다는 것인가? 소윤은 어쩔수 없이 나갈 채비를 하였다. 우선 운동을 하고 난 후였기에 끈적한 몸을 닦았다. 그리고 옷장을 열어 대충 옷을 꺼내었다. 파티에 간다니 옷차림을 무시할수 없었기에 소윤은 정장을 선택했다. 검은색에 회색 줄무늬가 들어가 있는 세련된 여자 정장에 새하얀 셔츠를 입고 마이를 걸쳤다. 화장대 앞에 앉아 대충 간단한 화장을 끝낸 소윤은 핸드백을 챙겨들고 거실로 나왔다. 쇼파에 앉아 있던 카인은 몸을 일으켜서는 소윤을 아래 위로 훓터보았다. "뭐 이리 시간이 많이걸려? 별로 이쁘게 준비한 것도 아니구만.." "뭐??" "늦겠다. 얼른 가자." "야!! 너 지금 얼렁뚝딱 넘기려는 수작이지? 방금 한말 다시해봐!!" 카인의 말에 소윤이 씩씩거리며 그를 쏘아보았다. 숙녀에게 이쁘지도 않다니! 그런 실례가 어딨다는 말인가! "늦겠다. 얼른 가자?" "그 전에!!" "아~ 별로 이쁘게 준비한 것도 아니구만?" 소윤의 얼굴 표정에 비해 너무나도 태연한 카인. 소윤은 더이상 참을수 없다는 듯이 그를 노려보더니 냅따 정강이를 차고 도망가버렸다. 정강이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카인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나 도망가는 소윤의 모습을 보는 눈빛많큼은 한없이 따스했다. . . . 소윤과 카인은 파티가 열리고 있다는 신일 호텔로 향했다. 둘의 어색함은 짧은 시간내에 모두 사라져버렸고, 티격타격하며 농담을 주고 받을수 있게 되었다. 신일 호텔에 도착한 두 사람. 한국에서도 알아주는 호텔의 이름값을 하듯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로비를 지나 엘레베이터에 오른 두사람. 곧 엘레베이터는 10층에 도착하였고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 사람이 굉장히 붐볐는데, 한국에서 내놓으라는 사람들이 대부분 모여있는지 경치 경제 부분에서 눈에 익은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 무슨 파티야?" 문득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소윤이 물었다. 파티의 목적이나 주최자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였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사실 그게 그냥 내이름하고 네 이름으로 초대장이 날라왔기에 온것 뿐이야." "뭐라구?" 소윤은 기가막혔다. 어찌 주최목적이나 주최자도 모르는 수상쩍은 초대에 응할수 있는 것인가? 만약 함정이였다면 둘다 큰일이 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그 초대장에 뭐라고 써있었는지 기억나?" "음- [이번주 수요일 8시 장소 : 신일호텔 10층. 장소윤양과 베르체.M.카인씨 앞.]라고.." "보낸이는..?" "없어." "......잘났다. 진짜.." 소윤은 한심하다는 듯이 카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카인은 뭐 어떠냐는 식이였다. 일단 왔으니 즐기기로한 두 사람. 설마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무슨 일이 있으랴.. 게다가 카인이 아는 몇 사람도 같이 섞여 있었기에 파티에 참여할수 있었다. 파티라고는 하나 그저 상류층 사람들이 모임을 갖는 자리였다. 웃고 떠들면서 속으로는 이익과 계산이 이뤄지는.. 자신의 명예와 부를 과시하는 자리. 한참을 그냥 멀뚱하게 앉아 음식을 먹던 소윤. 누군가가 그녀를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거.. 그때 그 테러리스트 아닌가?" "허허... 자네도....참.. 저런 여자가 테러리스트..? 게다가 이곳은 초대장이 없으면 대 기업 회장이라해도 들어올수 없는 곳이야. 잘못 본것이겠지." "하긴...그렇기는 한대.." 두 중년 남자의 대화를 들은 소윤은 슬그머니 일어섰다. 너무 얼굴이 알려진 것일까? 여기서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는이가 더 나온다면 곤란하게 된다. 소윤은 사람들 틈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을 카인을 찾아나섰다. 어서 그를 찾아 집으로 가야만 했다. 한참 주변을 살펴 급히 카인을 찾는 소윤. 그녀의 눈에 멀리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카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깄다!" 반가운 마음에 성큼성큼 카인에게로 다가가는 소윤. 급한 마음이 앞서 누군가가 앞을 지나가는 것도 모르고 걸어가다가 어떤이와 부딛치게 되었다. 그 바람에 뒤로 엉덩방아를 찥게된 소윤은 얼굴을 찡그렸다. "죄송합니다." 일단은 자신의 잘못이 반이라고 생각하고 사과를 건냈지만 상대편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상대편 얼굴도 보지 않은체 소윤은 엉덩이를 털며 일어섰다. 자신이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상대방이 너무 괘씸했지만 그냥 넘기기로 하고 그대로 그사람을 지나치려는 찰나. "사과는 얼굴을 보면서 하셔야죠?" 가느다란 미성.. 여자는 재 사과를 요구하고 있었다. 비록 노골적으로 요구한것은 아니지만 그냥 넘길수 있는 것을 시비건다는 것은 그런 의미로 해석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서로의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저쪽에서는 사과조차 않하지 않았던가! 소윤은 어이가 없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붉은 머리에 새촘하게 생긴 여자. 무엇보다 아름다운 얼굴이였지만, 입가에 걸린 비릿웃음이 소윤의 신경을 자극했다. 분명 본적이 있는 얼굴... 신디! "사과할줄 몰라?" 그녀는 천천히 와인잔에 든 붉은 액체를 들이마시며 말했다. 작은 소동에 모든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두 여자를 주목했다. "할줄 모른다면....내가 사과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보여주지." 짝- "어머? 손이 미끄러졌네요. 미안해요.. 호호호..." 갑자기 소윤에게 물벼락이 떨어졌다. 신디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와인을 소윤에게 뒤집어 씌운것이다. 소윤의 모습에 주변의 몇 사람은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고 소윤의 꼴을 비웃었다. "어머. 저게 뭔 창피람? 큭." "저사람 불쌍하다. 하지만 상대편은 KJ회사인 신디씨잖아...? 찍소리 못하고 물러가야겠구만.." 소윤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하고 있었다. 어느새 소윤의 곁으로 다가온 카인. 카인도 이 사태에 놀란 표정이였다. "괜찮아?" "응....괜찮아." 소윤을 향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던 카인은 신디를 죽일듯이 처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