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의 미용실에서 돌림판을 돌리려고 한 여자아이는 올해로 15살이 된 박시은이었다. 시은의 원래 이름은 김순녀로, 남존여비 사상과 우리의 전통만을 극도로 중시하는 사이비 종교를 믿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시은은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된 삶을 살아왔고, 14살이 되던 해에 집안 어른들의 뜻에 따라 30살 연상의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 마을을 오래전부터 감시해오던 경찰에게 구조되었다. 새 가정으로 입양된 시은은 외부와 단절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외부 지식의 습득이 빨랐고, 고작 3달 만에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그렇게 초등학교 졸업장을 따낸 시은은 중학교에 가기 전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미용실에 온 것이었다. 시은은 그동안 길러온 긴 생머리를 싹둑 잘라낸 뒤 색다른 스타일을 해보고 싶었고, 같이온 양어머니의 동의 아래에 돌림판을 돌렸다. 돌림판을 돌린 결과는 아래와 같은 레이어드 컷이었다.
시은은 너무 마음에 들어하며 말했다.
"그 동안 긴 생머리가 너무 지겨웠는데, 얼른 잘라주세요!"
그러자 이를 본 시은의 양어머니가 말했다.
"시은아. 너무 짧은 것 같은데, 다른 스타일로 하면 안될까?"
그러자 시은이 말했다.
"전 이번에 머리를 자르면서 과거의 제 자신과 작별하고 싶어요. 부디 허락해 주세요."
시은의 양어머니는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알았어. 대신 나중에 붙임머리 해달라고 하지 마."
시은은 모발기부를 희망했고, 슈는 시은의 댕기머리의 중간을 고무줄로 묶은 다음 이렇게 말했다.
"그럼, 커트 시작하겠습니다."
미용실 안에 있던 다른 손님들 모두가 안타까워 하거나 경악했고, 시은은 이 모든 장면을 양어머니에게 촬영해 달라고 한 뒤 짜릿함을 느끼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발 끝까지 내려오던 시은의 댕기머리는 경쾌한 가위 소리와 함께 잘려나갔다. 슈는 생각했다.
'이렇게 긴 머리를 싹둑 자르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 긴머리가 순식간에 잘려나가는 이 소리!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다!'
마침내 시은의 댕기머리가 모두 잘렸고, 슈는 또다시 생각했다.
'이 쾌감, 잊을수가 없어!'
숱이 많았던 시은의 머리카락은 보통 10초안에 끝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무려 30초나 걸렸다. 잘려나간 시은의 머리카락은 단 한번도 다른 시술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윤기가 흘렀으며, 굉장히 굵었기 때문에 마치 새까만 밧줄같았다. 슈는 시은의 잘라낸 댕기머리를 지퍼백에 넣은 뒤 시은의 머리를 감겼다. 과연 감촉이 좋았다. 샴푸를 끝낸 뒤 슈는 시은을 다시 커트실로 데려가서 말했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슈는 시은의 머리끝을 다듬고 층을 넣기 시작했다. 슈가 머리를 자르는 동안 완벽히 변신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싶었던 시은은 눈을 뜨지 않고 계속 감고있었다. 그저 경쾌한 가위소리에 귀 기울이며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표정도 그랬다. 슈가 시은의 머리를 다듬는 동안 미용실 바닥과 커트보 위에는 뭉텅뭉텅 잘린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졌고, 머지않아 시은의 머리는 산뜻하고 가벼운 느낌의 중단발 레이어드 컷이 되었다. 시은은 자신의 머리를 아래와 같은 분홍색으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고, 슈는 곧바로 탈색을 진행했다.
슈는 곧바로 탈색을 진행했고, 몇시간이 지나자 시은의 머리는 선명한 분홍빛이 되었다. 슈는 탈색이 끝난 시은의 머리를 고데기로 J컬 웨이브를 넣어 완성했다. 시은과 시은의 양어머니는 기분좋게 웃으며 돌아갔고, 슈는 다음 날 인스타에 올라온 시은의 셀카를 보았다. 시은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웨이브를 넣고 중학교에 갔으며, 자신의 셀카 해시태그를 '#슈의 미용실 #슈 #감사합니다 #중단발 #레이어드컷'로 남겼다. 덕분에 슈의 미용실에는 더 많은 손님이 찾아왔으며, 돌림판에 나온 헤어스타일을 돌림판을 돌리지 않고 시술해 달라는 손님들도 있었다. 슈는 많아진 손님 덕분에 바빠졌지만, 그래도 돈을 쓸어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 3번째 손님이 돌림판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