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의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스페인의 산티아고에 사람들이 도보 순례를 떠나면 약 800 km를 한 달 이상 걷는 게 일반적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성 야고보가 걸어간 그 길을 순례하기 위해 그 먼 거리를 걷는 것이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한 달 이상 궤도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직장인은 한 달 이상의 휴가를 내기가 어렵다. 또 직장을 다니지 않더라도 한 달 이상의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일을 포기해야만 가능하다. 또, 걷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하루 20 km씩 한 달 이상을 걷는다는 건 무리다. 실제로 그 순례 중 발에 물집이 생겼다 터지는 일은 다반사고, 심지어는 발톱이 빠지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또, 다녀온 후에도 후유증으로 병을 얻어 고통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려는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걷는 것보다 3~4 배가 빠른 자전거 여행을 꿈꾸었다. 800 km를 자전거로 하루에 80 km씩 달리면 10일이면 주파할 수 있어 걷는 것보다는 빠르게 완주할 수 있다. 인류가 만든 훌륭한 도구 10대 명품 안에 자전거가 들어간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실제로 순례길에서 자전거 여행자를 많이 보았다.
이번 여행을 기획한 운영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인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 도보 순례자 중에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전거로 온 사람 중에는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전거를 이용하면 고통이 적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필자는 2018년 2월 퇴직한 후, 전국을 자전거로 달려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산티아고에 도전하게 되었다. 3년 전인 2019년 봄, 밴드 ‘자전거 타고 산티아고’에서 산티아고에 라이딩을 가려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때, 6명이 한 팀을 이루어 산티아고로 출발하고자 파리행 왕복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기다리던 중,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져 항공사에서 비행기 운행을 포기, 산티아고 라이딩 도전은 불발되었다.
그런데 올 9월, 어느 밴드에서 산티아고에 갈 라이더를 모집하는 광고를 보고 참가 신청했다. 10월 10일 출발, 10월 25일에 돌아오는 16일의 일정인데 비행기, 숙박, 식사는 물론 에스코트 차량도 운행하는 조건으로 550만원의 참가비를 냈다. 운영자가 비행기표와 교통편, 에스코트할 차량 운행, 길 안내와 침식을 해결해주어야 하므로 수익이 나기 어려운 상황인데 운영자는 포기하지 않고 실행했다. 참가 희망자는 필자와 수원의 A씨, 분당의 B씨, 서울의 C씨와 4명으로 확정되었다. (이후 호칭에 편의상 ‘씨’를 생략)
10월 10일, 드디어 출발하게 되었다. 인천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로 가, 다시 환승하여 바르셀로나에서 내렸다. 이번 여행에 참고하기 위해 ‘나홀로 산티아고’라는 책을 한 권 구입하여 비행기에서 읽었다. 약 13시간의 비행 중 바르셀로나에 도착하기 전에 다 읽었다. 영어도 모르는 평범한 주부가 혼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여행기였다.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에서 시내투어 버스를 타고 시내 관광을 나섰다. 버스 2층에 앉았다. 버스에서 한 번 내려, 가우디가 설계하여 짓기 시작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앞에서 내렸다. 거대한 옥수수 자루를 세워 놓은 것 같은 건물, 가우디가 설계하여 시작한 공사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는데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란다. 세계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이 물밀듯이 밀려다니는데 한국인 관광객도 여러 명을 만났다.
다음날 기차와 버스, 택시와 승합차를 바꾸어 타며 프랑스 생장으로 갔다. 생장에서 자고 다음날부터 자전거 라이딩에 돌입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빵, 계란, 과일, 음료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자전거와 짐을 챙겨 들고 아직도 어두운 8시쯤, 호텔을 나왔다. 한국보다 2시간쯤 늦게 해가 뜨고 두 시간쯤 늦게 해가 졌다.
먼저 순례자 사무소에 가서 여권을 보여주고 순례자 카드인 크레덴시알을 받았다. 병풍처럼 접는 카드인데 거기에 이름을 적고 앞뒤에 스탬프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자전거 출발의 순서는 길짱인 C가 1번, 기량이 부족한 필자가 2번, 다음이 A, 맨 뒤에 가장 기량과 경험이 많은 B로 정하고 출발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출발하지만 오르막이 나오면 필자가 속도가 느려 일행들이 앞서 나갔다.
7~8 km쯤 달려가니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인 다리가 나와 잠시 쉬면서 사진을 촬영했다. 조금 더 가 9km 지점에서는 철판과 철봉으로 만든 순례자상을 보았다.
20 km쯤 달려가니 가파른 경사지의 풀밭에서 풀을 뜯는 양떼를 보았다. 목가적 풍경이다. 그 다음, 계속 완만한 오르막 길을 달리는데 필자가 속도가 느리자 뒤에서 따라오던 A와 B가 앞질러 달린 후, 쉴만한 곳에서 기다려 주었다. 운영자는 승합차를 몰고 가다가 갈림길이나 차량을 주차할만한 곳에 주차하여 길을 안내하고 물과 과일 등의 간식을 제공해 주었다.
승합차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완만한 오르막으로 오르다 고개의 정상이 가까워지자 경사가 조금 가팔랐다. 정상에 도착한 일행을 보며 힘을 내 페달을 밟아 고도 1,057 m의 이바네타 고개에 올라섰다. 드디어 가장 높은 고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 이제 이보다 더 힘든 구간은 없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남은 여정에 자신감이 생겼다. 또, 산티아고 순례길 중 가장 힘든 고갯길이라 들었으나 우리나라의 성삼재나 미시령 고개보다는 덜 힘든 것 같았다. 그러나 산티아고로 가는 동안 그보다 더 높은 고도의 구간이 있었고, 낙타등 같이 오르내리는 길도 있었다. 거센 비바람의 악조건 속에서 고전하는 일도 있었다.
피레네 산맥의 고개, 이바네타 왼쪽에 조그만 성당이 나왔고, 성당 옆에 널찍한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 위쪽에 기념비가 있어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 내려오며 동영상을 촬영했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니 단풍든 가을 산이 화려했다. 혼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온 관광객이 사진 촬영을 부탁해, 나도 “미 투”로 응답하고, 사진을 촬영했다.
내리막으로 내려가다가 나온 론세스바예스 식당에서 빵과 맥주로 점심을 먹었다. 이곳은 도보로 가는 순례자들이 대부분 처음으로 자고 가는 마을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전거로 가기 때문에 생장에서 68 km 떨어진 팜플로나까지 갔다. 팜플로나시에서 운영자와 만나기로 한 성당을 어렵게 찾아갔다. 가다 보니 높은 담장 위의 공원에 우람한 가로수가 두 줄로 나란히 늘어서 있다. 그 풍경이 아름다워 일행에게 사진 촬영을 하고 가자니, 지금 운영자를 만나야 하는데 그럴 틈이 어디 있느냐고 B가 재촉해 멈추지 못했다.
성당 주변에서 헤매다가 학생들에게 길을 물어 팜플로나 시청 앞 광장을 찾아갔다. 광장에 많은 관광객들이 서성거리거나 시청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했다. 길가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있고, 노점 카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여기에서도 고객인 우리가, 가이드겸 운영자를 20~30분이나 기다려 만났다. 고객인 손님이 기다리게 하고 별다른 연락도 없이 늦으막히 나타난 것이다. 그런 일은 이 여행을 마칠 때까지 계속 반복되었다. 그를 따라가니 알베르게로 안내했다. 넓은 공간에 20여 개의 침대만 2층으로 배치해 놓은 창고 같은 곳이었다. 남자와 여자를 구별한 공간이었지만 한 가족일 경우에는 여자도 남자가 있는 방에 배정해 놓았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식당가로 가는데 큰 북을 등에 메고, 심벌즈를 옆에 달아 끈을 발에 묶어 연주하고, 앞에는 아코디온을 들고 연주하는 1인 다역의 연주자가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골목을 걸어갔다. 몇몇 사람들이 그가 달고 가는 깡통에 돈을 넣어주었다.
가스띠요 광장 옆 노상 카페에서 감자튀김, 야채 샐러드, 빠에야와 와인, 맥주 잔을 기울이며 식사를 했다. 저녁 노을이 서쪽 하늘에 발갛게 번지는데 빛깔이 아주 곱다. 공기가 맑아서 하늘이 그렇게 아름다운가 보다. 아까 골목에서 보았던 그 1인 다역의 오케스트라가 다시 나타나 걸어가면서 음악을 연주하자 아이들이 동전을 깡통에 넣어주었다. 그 연주자가 신이 났는지 한 자리에 머물러 큰북과 심벌즈까지 치며 흥겨운 연주를 했다.
밤바람이 차갑다고 느낄 즈음, 카페의 주인이 가스불을 켰다. 불기둥이 유리 기둥 속에서 밝은 빛을 내자 온기가 느껴졌다. 식사와 맥주, 와인을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2층의 침대에서 일기를 썼다. 아래에 누운 B가 자겠다고 불을 꺼달라 해, 언짢았지만 다른 이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결례이기 때문에 일기장을 덮고 바로 불을 껐다.
다음날 아침, 음식을 조리하여 먹을 수 있는 주방과 식당이 있는 2층에서 라면과 빵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C는 뒤쪽에 있는 컴퓨터실을 알았던지 어제밤 거기서 인터넷을 했다고 한다. 필자도 그걸 알았으면 거기서 일기도 쓰고, 이메일도 검색했을 텐데 알지 못해 불을 끄고 상당 시간 잠을 못 이루는 불편을 겪었다. 운영자나 길짱이 여행 내내 자세한 설명이나 명승지에 대한 안내가 없다. 지도 한 장 준비하지 않았고 자세한 길 안내도 하지 않아 여러 차례 길을 잃었다. 또한, 지나치는 관광명소에 대한 소개도 거의 하지 않았다.
필자 외에는 세 사람 모두 자전거에 백 미러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뒤를 볼 때는 고개를 돌리느라 위험해 보였다. 결국 5일째 A와 C가 부딪혔는데 C가 부상이 심해 그 다음부터 C는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주방에서 빵과 라면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8시 20분에 출발했다. 출발 후 21 km 지점의 조그만 교회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5 km 더 나아간 후, 원형교차로 앞 벤치에서 잠시 쉬었다. 벤치 바로 옆에 분리수거함이 네 개가 있다. 벤치 맞은편 건물에 알베르게(Albergue de peregrinos)가 있고 우측에는 오래된 성당이 있다. 둥근 지붕의 종각에 오래된 종이 매달려 있다. 저 종루에서 평화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 마을 사람들은 하느님을 생각하며 경건한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40~50년 전에 흔히 있었던 마을의 종루들을 모두 없애버렸을까?
바나나와 쥬스를 간식으로 먹고 출발, 마을을 빠져나갈 무렵, 다리가 나왔다. C가 강물 아래쪽을 보라고 하여 내려다 보니 돌을 아치 형태로 쌓아 만든 다리가 걸쳐져 있다. 푸엔테라레이나 다리다. 파란 하늘이 비친 강물, 그 주변에 나무들이 늘어서 있어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에스테야(Estella)에서 약간의 경사로 우측에 Alcampo란 슈퍼마켓이 나와 그 마켓으로 들어가 간이 식당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먹었다. Los Arcos의 성당과 Sansol을 지나 산기슭을 오르는데 우측으로 펼쳐지는 넓은 들과 그 들판의 끝에는 낮은 산맥이 길게 늘어져 있다. 산기슭에서 내려가니 일행들이 커다란 마로니에가 있는 간이매점에서 맥주를 한 잔씩 마시고 있다. 부부로 보이는데 남자가 영어로 “코리아”를 외치는데 다소 과장된 인사였지만 우리에게는 반가운 일이었다. 이곳에서 시원한 맥주를 한 잔씩 마시고 출발했다.
로그로뇨에 도착, 호텔에 자전거와 짐을 두고 거리로 나와 좌석이 많은 노상 카페에서 저녁을 먹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광장을 지나는데, 5쌍의 남녀가 손을 잡고 빠른 음악에 맞추어 경쾌한 춤을 추었다. 주변에서 여러 사람이 구경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본 것 같은 즐거운 장면이다. 좀 더 지켜보고 싶었지만 일행들이 관심을 두지 않아 호텔로 따라 들어왔다.
입었던 옷, 양말, 모자 등을 봉투에 담아 호텔 종업원에게 주었다. 내일 새벽 5시면 세탁, 건조까지 해서 놓겠단다. 나와 길짱인 C가 쓰는 방에 일행이 모여 맥주와 공항 면세점에서 사 온 양주를 한두 잔씩 마셨다. 30분쯤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갔다. 바로 C는 잠이 들었고,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사적인 일로 긴 통화를 하고 일기를 쓰느라 2시간 이상을 화장실에 앉아있다가 새벽녘에야 눈을 붙였다.
여정의 기록이 너무 길어져 일단 여기에서 멈추고,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이후의 소회를 정리한 후 글을 마무리를 짓는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한 것은 부슬비가 내리는 10월 22일 정오 무렵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당 앞 광장에서 사진을 촬영하거나 광장의 회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벽돌 같은 돌을 쌓아 만든 웅장한 이 성당은 커다란 중세의 큰 성(城) 같기도 하고 규모가 엄청나게 큰 조각 작품 같기도 했다. 로마네스크, 바로크, 등의 양식으로 지어졌다는데 세월의 두께 만큼 고색창연한 석조 건물의 위용은 종교의 힘에 대해 충분히 감탄하도록 만들었다.
여러 어려움과 고초를 겪으면서 달려온 10일. 처음 출발할 때 과연 아무 사고 없이 이 산티아고 성당에 도착할 수 있을지 염려했는데, 무사히 예정대로 도착했다. 16일의 시간, 600여만원의 경비, 땀 흘리며 달린 열흘을 생각하며 성당 지붕을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져 고개를 숙이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일부 구간을 차로 이동한 일, 일행들과의 불편했던 점, 운영자에 대한 불만 등으로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한 사실을 다행으로 여기며 울적한 마음을 스스로 달랬다.
이번 여행은 아쉬운 점이 상당히 많았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정보를 습득하고, 오르막 오르는 훈련을 잘하고 왔어야 하는데 준비가 제대로 안 돼 무리수가 많았다. 운영자는 라이딩 참여자를 4명만으로 운영하느라 경비 절감에 고심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숙소와 식사 등의 저렴한 곳을 찾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했고, 고객인 참가자에게 수시로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아 불편을 주었다.
한편, 필자는 자전거 주행 능력이 떨어져 일행들이 수시로 필자를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주었다. 그들은 많이 짜증이 났을 것이다. 또, 필자가 소화불량으로 트름을 자주하여 그들의 비위를 상하게 했다. 더구나, 필자가 일행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비행기 좌석, 룸에서 침대의 위치 등 편리한 곳을 사양해도 그들이 양보해 주었는데 속으로는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또 성향이 다른 사람들과 동행하려니 목적과 관심이 달라 대화에 공통점을 찾기도 어려웠다. 그들은 자전거에 아는 게 많았지만 필자는 자전거의 분해나 조립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자전거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기죽어 지냈다. 일행들 역시 나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비행기나 버스를 타고 갈 때, 잠을 잘 때도 글을 쓴다고 부시럭거리니 옆에 있는 그들이 얼마나 불편했을 것인가. 그런데도 그들은 자전거 타는 요령, 복장 등 여러 가지를 필자에게 알려주고 조언도 해주었다. 그렇지만 내가 의견을 내거나 질문을 하면 퉁명스럽게 답하여 민망할 때가 몇 번 있었다.
도보 순례자들이 가는 길은 비포장 도로인 흙길이나 자갈길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자전거로 이동하려니 포장된 지방 도로를 주로 이용했다. 따라서 호젓한 길로 명상을 즐기며 걷는 게 아니라 시속 20 km 이상의 속도로 달리다 보니 그야말로 주마간산(走馬看山)격이었다. 좋은 장면에서는 잠시 머물러 감상하거나 즐길 수 있어야 하련만 달리는데 급급했던 것이다.
산티아고는 예수의 제자인 야고보가 예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걸어간 순교자의 길이다. 마을마다 있는 교회나 성당은 마을의 가장 중요한 곳에 있고, 마을의 중심이 되어 있다. 그 교회나 성당에 들러 예배나 미사를 보고 간다면 더 뜻깊은 순례가 되었겠다 싶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혼자 명상하며 걷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그 다음은 동반자인 부부가 고락을 함께 하며 걷는 것도 좋겠다. 실제로 한두 사람이 걷는 모습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이 주로 차도였기 때문인지 집단으로 걷는 사람들을 본 건 드물었다.
기독교도가 아닌 필자가 성지 순례길을 자전거로 가겠다고 도전한 것은 넌센스였다.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자 걸어간 성 야고보의 정신을 새겨보기 위해 가거나 예수님에 대한 신심을 깊이 다지기 위한 경건한 마음으로 가야 할 길이었다. 프랑스 생장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800 km를 걷는 것은 엄청난 고난의 길이다. 스스로 선택한 고행의 길이므로 극기를 위한 수행의 과정으로 걸어야 할 것 같다. 가는 동안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하기도 하고, 동행한 일행들의 배려에 고마운 적도 있었다. 또 여러 나라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일행들과 그 길을 달리며 나 자신의 결점을 절실하게 발견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해 보는 여행이 되었다.
어쨌든 이번 여행에서는 기대했던 점들이 많이 깨어져 아쉬움이 많다. 누군가의 말처럼 환상을 깨러 간 여행이 된 것 같다. 다시 산티아고 순례길을 간다면 혼자 명상하며 여유롭게 걷고 싶다. 아내가 동행한다면 더 바람직한 일이다. 또는 대화가 잘되는 친구와 둘이 동행한다면 서로에게 도움 되는 점이 많을 것이다. 단, 일정을 여유 있게 잡아 관광명소도 살펴볼 수 있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첫댓글 참 대단하시네요. 자전거로 순례길이라니.
도전하신 것만으로도 정말 훌륭하십니다.
아쉬움마저 좋은 경험으로 여겨지네요.
저도 크리스찬은 아니지만 막연하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입니다. 지금처럼 늘 도전하시고 멋진 경험 많이 들려주세요.~^^
대단하십니다. 감사합니다.
훌륭하십니다..그리고 멋지십니다.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로망이 있습니다.
대단한 도전이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