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 회복의 특효약은 사람의 손길 (홍성남 마태오 신부)

[라이문도]

인간성 회복의 특효약은 사람의 손길

(홍성남 마태오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노숙인들을 위한 `명동밥집`을 열었습니다.

가장 비싼 땅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장이 열린 것입니다.

1970-80년대 김수환 추기경님이 계실 당시 명동성당은

아픔과 힘겨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거의 매일 자신들의 아픔을 호소하는 이들이 명동성당 마당을 채웠습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점심 식사 후 직장인들이 산책하며

마음과 몸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식처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성당을 찾는 발길이 줄고 있었는데

염수정 추기경께서 결단을 내려 명동성당 안에 노숙인을 위한 밥집을 만들었습니다.

혹자는 밥집 하나 세운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명동밥집은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밥 한 끼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장기간 이어지는 코로나 사태로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사회에

인간성을 다시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도무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무너져 갔습니다.

경기가 침체되고 길이 막힌 상태에서 발생하는 첫 번째 문제는 우울증입니다.

우울증은 불안증을 동반하고 일상을 살기 힘들게 합니다.

그런데 이것보다 심각한 문제가 바로 인간성 상실입니다.

사람은 격리 상태에서 정상적인 심리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처럼 느슨할지라도 격리 상태가 장기화되면 인간의 의식 수준은 하향화됩니다.

하양화란 무엇일까요?

인간의 뇌는 파충류. 포유류. 영장류의 뇌로 구성되어 있는데

격리된 환경 속에서는 영장류의 뇌는 마비가 되어가고

파충류와 포유류의 뇌가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윌버는 의식의 진화론적 모델에서 이것을 파충류적 의식과 타이포닉 의식이라고 말합니다.

파충류적 의식이란 의식의 가장 원시적 수준으로

본성. 본능적 욕구의 즉각적인 충족을 하려는 상태.

물질과 쾌락 감각에 완전히 빠져서 이성적 판단이 마비된 상태입니다.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케 하고.

집단감염의 위험성을 경고해도 막무가내로 행동해서 집단감염을 일으키는

무뇌아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아무리 종교인이고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의식 수준이 파충류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이포닉. 즉 반인반수 의식이란 한마디로 짐승 같은 짓을 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데이트 폭력을 비롯한 학대 행위. 폭력 행사. 단톡방 같은 곳에서

잔인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이 의식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금수보다 못한 것들이란 소리를 듣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에 대하여 혐오감을 느끼고 스스로는 대단한 사람인 양합니다.

이들은 외적인 조건으로 사람을 차별하기 일쑤고.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가난한 사람을 혐오합니다.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발생하는 인종차별에 은근한 지지를 보내는 머리 빈 언행을 일삼습니다.

심지어 사람에게 직접적인 모욕을 주기도 합니다.

아파트 입주민이 관리인을 학대하는 경우가 그러합니다.

이처럼 장기간의 격리는 사람들이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게 만들기에 참으로 위험합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증은 약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성 상실은 약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권력으로 처벌한다 해도 인간성은 회복될 수 없습니다.

인간성 회복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일어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명동밥집은 우리 사회의 인간성 상실을 경고함과 동시에

인간성 회복의 장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명동밥집을 시작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무려 칠백 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왔고.

전국의 선한 사마리아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는 점점 더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살 만한 나라라는 희망을 품게 해주는 것이 명동밥집입니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두배려하는가로

그 사회의 건강성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외적으로 번쩍거려도 가난한 사람들을 멸시하고

그들에 대해 혐오감을 가진다면 그 사회는 건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래가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일부 정치인들이 늘 우려하는 공산주의자들은

그런 사회적 위화감이 깊어갈 때 생긴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늘에서 자라는 독버섯 같은 공산주의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이 나라가 건강한 나라로 성장하려면 소외된 사람.

가난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필수적입니다.

명동밥집이 그런 사회적 운동의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