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의 시간 74 #England_레이크디스트릭트2 ＞

[고독한 구름]

                                                                             5불당 세계일주 클럽 /세계일주 바이블 / TRAVELLER5 / www.5bull.net

불현듯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면 마음속에 그리는 곳이 있습니다.

벤치에 고요히 앉아서 한없이 호수와 하늘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나 홀로 가슴속에 담아두는 은밀한 곳이죠.

청년 시절에는 여행을 떠나지 못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질풍노도의 시절을 겪습니다.

홀연히 세상을 등지고 숲속 깊은 곳을 찾아 헤매기도 합니다.

숲의 요정들과 노닐다 보면 어느덧 날은 저물고, 다시 속세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호수, 나무, 벤치, 꽃, 풀, 이끼, 비, 바람, 향기....

자연의 친구들은 나의 뜨거운 열정을 차분하게 다독여 줍니다.

세상살이가 힘들 때면 자연에 대한 그리움은 항상 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그렇게 지난한 세월을 이겨내고 중년을 넘어서면서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됩니다.

제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준 곳은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의 호수와 숲, 그리고 영국의 정원(Garden)들입니다.

윈더미어(Windermere)를 비롯한 많은 호수와 산과 숲들은 현대 사회를 지나면서도 20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신기합니다.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영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영국 시골 풍경입니다.

위대한 문학가 괴테도 '영국은 시골이 아름답다.'라고 감탄하지요.

실제로 매년 1,600만 명이 이곳을 방문합니다.

세계적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많은 빌딩과 리조트들이 호수 주변에 들어섭니다.

자기 땅에 높은 빌딩을 짓고, 근사한 호텔과 레스토랑, 골프장 등의 사업을 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실제로 그러한 시도가 있어 왔습니다.

이곳은 어떻게 아름다운 자연을 옛 모습 그대로 보존 수 있었을까요?

여기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위대하고 고결한 한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세상 사람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훌륭한 일들이 있는데, 이 분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온전히 지켜 주십니다.

영국 런던 켄싱턴에서 방적공장을 소유한 상류층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나, 동물을 사랑하는 수줍음 많은 문학소녀입니다.

어릴 적부터 뛰어난 그림 실력을 보이며, 토끼, 개구리 등 동물들의 사실적 묘사를 즐깁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지어서 사람들에게 들려주곤 합니다.

16세 때는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를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여 이곳의 풍경에 흠뻑 매료됩니다.

한 번은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는 중에 가정교사의 어린 아들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그를 위로하기 위해 재미있는 동화를 지어냅니다.

유명한 <피터 래빗(Peter Rabbit) 이야기>입니다.

귀여운 토끼 등을 삽화로 그린 어린이 동화책을 출판하며 우여곡절을 겪습니다.

젊은 출판사 사장의 도움으로 어렵게 책이 출판되고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두 사람은 남몰래 사랑을 키워가고 결혼 약속을 합니다.

행복한 시절 끝에서 인생은 항상 무언가 사람의 힘으로 이겨낼 수 없는 걸림돌이 생기죠.

절망적으로 어머니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힙니다.

양가 집안의 계급 차이 때문에 절대로 결혼을 허락할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당시의 영국 사회는 현실적으로 분명한 계급 간의 차별이 존재합니다.

사랑의 힘은 강렬합니다.

온순했던 외동딸은 좌절감 속에서 결사적인 어머니와의 투쟁에 돌입합니다.

어느덧 노처녀가 되어가는 와중에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목숨보다 소중한 사랑입니다.

그리고 처녀의 몸으로 홀로 보따리를 싸서 레이크 디스트릭트로 거처를 옮기고, 어머니는 돈 한 푼도 도와주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당시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가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영국 사회를 이해할 때 조선시대와 많이 비교해서 살펴보는데, 어떻게 그렇게 비슷한 점이 많은 지 참으로 신기할 따름입니다.

계급사회가 오랜 세월 지속되면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경계가 엄격하게 강화되어서 개인의 힘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이 형성되는 원리입니다.

역시 위인들은 어딘가 남다른 점이 있습니다.

인생을 거는 지점에서는 과감하게 행동하지요.

한 가지 믿는 구석은 첫 번째 책 판매에 따른 많은 인세가 그녀의 통장에 들어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모 자식 간의 냉전은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서로 타협을 하게 되죠.

어머니로 부터 일정 기간의 휴지기를 거치면 결혼을 허락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냅니다.

그렇게 다시 결혼에 대한 희망을 키워가는 시점에서 또다시 인생 최대의 시련이 닥쳐옵니다.

사랑하는 낭군이 감기에 따른 폐렴으로 허망하게 사망하고 맙니다.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차마 그 사랑의 아픔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절망과 좌절 속에서 삶의 의지를 다시 불태우며 15권의 동화책을 꾸준히 써나갑니다.

이러한 시련 속에서 20세기 최고의 아동문학이 탄생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롭던 마을에 개발업자들이 싼값에 땅을 사들여서 대단위 리조트를 건설하려고 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하고 싶었던 그녀는 그들과의 치열한 경매에서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그 땅을 모두 사들입니다.

동화책을 판매한 수익금이 그 밑천이 된 거죠.

어느덧 그녀는 약 5백만 평에 달하는 거대한 토지와 농장과 수많은 저택들을 보유하게 됩니다.

평화로운 삶을 살던 그녀는 죽으면서 모든 재산을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에 기부합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모든 토지와 농장과 저택을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이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동참을 하여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는 전국에 걸쳐서 어마어마한 자산을 보유합니다.

그리고 헌신적인 자원봉사자와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영국 전통을 유지, 계승해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힘으로 온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존경심을 표합니다.

저 같은 외국인에게도 혜택이 온 다는 점에서 더 대단하게 생각합니다.

이처럼 위대한 여인은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 1866~1943)입니다.

그녀의 일대기는 영화 'Miss Potter'에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여기는 그녀의 위대한 유산,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윈더미어 호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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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리]

영국과 시골 풍경...........쉽게 연결이 되지않는군요.

가슴아 픈 사랑 이야기네요.
그 사랑이 아름답게 승화되어
훌륭한 자연을 보존하고 있지만

사랑도 행복하게 귀결되었으면
금상첨화 였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고독한 구름]

세상 일이 참 아이러니 하지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나 봅니다.
어쩌면 그래서 세상이 공평하다고 하지요.

[인홍]

박식도 하십니다. 덕분입니다.

[고독한 구름]

인터넷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