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바이오로그디바이스가 기존에 발행했던 전환사채(CB)를 상환하기 위해 또 CB를 발행한다. 기존 CB는 조달한 자금 대부분이 담보로 설정된 구조여서 회사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CB 투자자 또는 특정인에 CB 차익을 밀어주기 위한 CB 발행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바이오로그디바이스는 이날 65억원 규모의 제5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발행 대상자는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다. 발행 목적은 앞서 발행했던 제4회차 CB 상환이다.
바이오로그디바이스는 지난해 5월 150억원 규모의 제4회차 CB를 발행했다. 이 CB의 발행 대상자도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다. 이 CB는 발행일로부터 1년이 되는 지난 5월부터 상환 또는 주식 전환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상상인 측은 주식 전환 청구를 하지 않았다.
이는 4회차 CB의 전환가가 시세보다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CB의 최초 전환가는 3086원이다. 전환가 조정 한도(리픽싱) 70%로 현재 최저 리픽싱 가액인 2161원까지 전환가가 내려갔지만 현 주가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날 기준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의 주가는 1400원 수준이다.
이번에 발행하는 5회차 CB의 전환가액은 1505원이다. 최저 조정가액은 1054원이다. 4회차보다 전환가액을 낮췄다. 반면 이자율은 올렸다. 5회차의 이자율은 표면 3%, 만기 6%다. 4회차는 표면 2%, 만기 5%였다.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의 이자 부담이 커진 셈이다.
이처럼 CB 상환을 위해 또 CB를 발행하는 이유는 전환가를 낮춰 향후 CB 투자자들에게 투자 차익을 거둘 수 있게 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지난해 발행한 4회차 CB에는 원금의 60%에 행사할 수 있는 매도청구권(콜옵션)이 붙어있었다. 150억원 중 90억원을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넘길 수 있는 옵션이다. 만약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의 주가가 상승해 CB 전환으로 차익이 기대된다면 그 이익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주가가 하락세를 보여 콜옵션도 무용지물이 됐다.
바이오로그디바이스는 당시 이 같은 ‘CB 장사’를 위해 CB 발행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4회차 CB에는 96억원의 현금과 30억원 규모의 CB가 담보로 잡혀있다. 최초에는 바이오로그디바이스가 인수하기로 했던 해성옵틱스 주식 264만주를 담보로 제공했는데 인수를 취소하며 현금 126억원을 담보로 맡겼다. 이후 지난 4월 담보를 현재 조건으로 바꿨다.
담보로 제공된 현금 등은 금융기관예치금으로 묶여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5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회사가 쓸 수 있는 현금은 사실상 매우 적었던 셈이다. 실제 4회차 CB 발행 당시 자금 일부를 타 법인 인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CB 발행 후 지난 1분기 말까지 바이오로그디바이스가 타법인 인수에 쓴 자금은 35억원에 불과하다.
한편 이번에 발행하는 5회차 CB에도 30억원 규모의 세바바이오텍 CB가 담보로 설정됐다. 세바바이오텍은 바이오로그디바이스가 지난 4월 투자한 피부유래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이다.
출처: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