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의 시간 80 #Australia_사막여행 ＞

[고독한 구름]

                                                                             5불당 세계일주 클럽 /세계일주 바이블 / TRAVELLER5 / www.5bull.net

호주의 끝없는 사막이 저를 부릅니다.

몇 날 며칠을 달려도 사람 한 명 볼 수 없는 광막한 황원을 달려보고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은 호주의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등 동부 해안지역을 많이 방문하지요.

저는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서호주 도시 퍼스(Perth)를 출발하여 브룸(Broome), 다윈(Darwin), 케언즈(Cairns), 울룰루(Uluru), 시드니(Sydney) 코스를 선택합니다.

서부에서 출발하여 해안을 따라 북부를 거쳐서 동부로 일주하는 코스입니다.

참으로 꿈같은 여행입니다.

신기합니다.

호주 황무지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어떤 소리도 없습니다.

풀벌레 소리, 귀뚜라미 우는소리, 부엉이, 올빼미, 소쩍새 우는소리.

심지어는 바람도 불지 않아서 나뭇잎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마치 진공상태의 우주 밤하늘에 떠 있는 듯합니다.

주위는 불빛 하나 없는 어둠 속이므로 눈은 자연히 밤하늘의 별을 찾아 흔들립니다.

오로지 별들이 속삭이는 모습만이 보일 뿐이죠.

Twinkle, twinkle, little star

How I wonder what you are

우리가 잘 아는 '반짝 반짝 작은 별'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사막에서 올려다 본 밤하늘의 별들은 마치 파티를 하는 듯 별들의 향연입니다.

은하수가 이렇게 선명하니 견우와 직녀에게는 매일 같이 신혼 밤이겠네요.

북두칠성을 찾아봅니다.

북두칠성, 북극성, 카시오페아가 있어야 할 자리에 새로운 별이 보입니다.

남십자성이 남쪽 하늘에 두둥실 떠서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여기는 남반구이기 때문에 별자리가 다릅니다.

목동들이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들을 아주 잘 알 수밖에 없겠네요.

지금 이 시각 살아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반짝이는 별빛 뿐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별님들과 친구가 되는 거죠.

사실 저는 이러한 고요가 좋습니다.

어쩌면 이런 곳을 찾아다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막을 며칠째 달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무런 감각이 없습니다.

며칠이 지났는 지도 모릅니다.

지금 어디쯤을 달리고 있는 지도 관심이 없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달리는 지도 알 필요가 없습니다.

길은 오직 하나 뿐입니다.

동쪽을 향하여 앞으로 계속 달리느냐,

아니면 뒤로 돌아서 왔던 길을 되돌아 서쪽으로 달려가느냐 뿐입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매 순간 선택을 해야만 하는 강요를 당해왔지요.

그러나 지금은 아무런 선택을 할 일이 없습니다.

해 뜨면 달리고, 해지면 멈춥니다.

배 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잡니다.

아무 생각 없이 차와 함께 달리면 됩니다.

마주 오는 차도 없고, 신호등도 없고, 길을 건너는 사람도 없습니다.

앞에는 그냥 쭉 뻗은 길만이 하염없이 놓여 있습니다.

언제 이 길이 끝날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너무 단조로워서 심심할 수도 있겠다고 하지요.

그런데 살면서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살아 본 적이 있나요?

요즘 느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뉴스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양산한다는 점입니다.

찬성, 반대, 물가, 홍수, 코로나, 고소, 고발, 자살, 아파트 가격 폭등, 전매 제한, 선거, 집회, 자가격리, 가짜 뉴스, 교통사고, 음주운전.....

우리는 세상을 이렇게 가슴 졸이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세상을 바르게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아가는 세태들.

물론 이것이 세상사이겠지요.

또한 이러한 인간 군상들의 일상들이 하나씩 쌓이며 시간은 흘러 역사가 되는 것이지요.

시간이 멈춘듯한 상태에서도 차는 혼자서 잘 달립니다.

포장도로를 달릴 때는 직선 코스에 앞뒤로 아무 차량도 없기 때문에 속도 무제한으로 달리고 싶은 욕망이 생깁니다.

120km로 달려도 마치 60km로 달리고 있는 듯 천천히 가고 있는 것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지도를 보니 우측으로 조금만 빠져나가면 명소가 있다고 하여 포장도로에서 우회전을 하고 보니 비포장도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비포장도로에 접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속도를 줄일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속도가 조금 빠르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앞 길이 왼쪽으로 굽어 있네요.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차량이 휘청하더니 차의 뒤꽁무니가 살짝 돌아갑니다.

그런데 앞을 보니 내리막 길이네요.

브레이크를 조금 더 세게 밟자, 차량은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원심력의 영향으로 오른쪽으로 기울면서 왼쪽 앞 바퀴와 뒷 바퀴가 공중에 뜹니다.

'유체이탈'이라는 아주 신비한 체험을 합니다.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차가 전복되지 않도록 긴박하게 손은 핸들을 조작하고, 발은 브레이크를 조절하면서 순발력 있게 대처합니다.

그런데 차 밖의 공중에서 차가 뒤집어지는 모습을 보며, 귓가에 연극배우가 독백을 하듯 차분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 이렇게 차가 뒤집히는구나! 아무도 없는 사막에서 큰 일났네! 어떻게 구조요청을 하려고 저러나!'

마치 몸은 차 운전석에 있는데, 영혼은 차 밖에서 사고 나는 장면을 구경하듯 이야기합니다.

왼쪽 차 바퀴가 한참을 공중에 떠 있더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듯 위태롭게 오른쪽 앞, 뒤 바퀴로 서있습니다.

오른쪽으로 조금만 기울면 차가 전복되어 사막 한가운데 드러누운 조난 상태가 됩니다.

반대로 왼쪽으로 조금만 기울면 차는 제 자리로 돌아와 제 목숨을 살릴 수 있습니다.

그 짧은 찰나에 몸은 자연 반사적으로 핸들을 힘차게 잡으며, 제 몸의 무게중심을 왼쪽 바퀴로 필사적으로 옮깁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입니다.

잠시 후, 운명의 여신은 저의 운명을 결정한 듯 서서히 차가 왼쪽으로 기울며 원위치로 돌아옵니다.

저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살았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차를 여기저기 점검해보는데 다행히 정상입니다.

이제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모든 관광 일정을 접고, 포장도로로 복귀하여 야영지를 찾아서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합니다.

한참을 광막한 사막을 달려서 야영지에 자리를 잡습니다.

이곳은 몇 대의 차량이 있어서 서로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의 공간을 차지합니다.

모든 차량이 캠핑카입니다.

서서히 어두워지므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쉬려고 하는데, 노년의 백인 남성이 조심스럽게 저에게 다가옵니다.

그분이 예의를 차리며 저에게 정중한 인사를 건넵니다.

저녁식사 후에 같이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하네요.

저는 절체절명의 순간 속에서 너무 긴장을 하였기 때문에 편히 쉬고 싶어서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밝힙니다.

그런데 그분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꼭 자기 캠핑카 앞에 마련한 바비큐 장으로 와달라고 사정을 합니다.

난감합니다.

사실 여행하면서 이런 경우는 또 처음입니다.

간곡히 부탁을 하는데 계속 사양하기도 미안해서 식사 후에 방문을 합니다.

그곳에는 그와 그의 부인이 저를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저녁식사 후에 와인을 마시면서 즐겁게 대화를 합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행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는 화기애애 해집니다.

그들은 호주 유명 대도시에서 운송회사를 경영하고 있고 휴가를 맞이하여 호주 아웃백(Out-back)을 즐기고 있다고 하네요.

남편은 술이 취했는지 영어 발음이 조금 이해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러자 부인이 설명을 해주네요.

남편은 아일랜드계이고, 부인은 영국계인데, 아일랜드 영어 발음이 조금 어색하다고 합니다.

부인의 영어는 명확하게 들립니다.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남편은 분명히 영어로 이야기를 하는데, 부인이 다시 영어로 통역을 해주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그러다가 호주에서 운송업의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호주는 땅이 엄청나게 큰 하나의 대륙이지요.

세계 6위의 면적이며 대한민국의 77배이고, 인구는 우리의 절반이라고 하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화물 운송의 많은 부분을 트럭에 의존합니다.

유명한 로드 트레인(Road train)은 기차처럼 5대 정도의 트레일러를 한 차량에 연결하여 운행합니다.

문제는 '트럭 운전수들이 주말이나 연휴에는 운행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합니다.

'평일 임금의 1.5배 ~ 2배를 지불해도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호주 운송노조의 파워가 엄청나다고 하네요.

그래서 제가 작은 조언을 하나 합니다.

"한국 운전수를 채용하세요. 한국 사람들이 부지런하고,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에 훌륭한 해결책이 될 겁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한 번 고려해 보겠다."며 긍정적인 대답을 합니다.

밤이 깊어져서 이제 밤인사를 나누고 차로 돌아와 잠을 청합니다.

마음 한 켠에 뿌듯함이 일어납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호주에서 트럭 운전을 직업으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 사람의 일자리가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의 수입원입니다.

대신에 진정으로 한국인의 자부심을 가지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일처리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그래야 다른 후배들이 선배들의 이름에 걸맞게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깊은 단잠을 자고 개운한 몸 상태로 새벽에 일어납니다.

'오늘은 안전운전을 최우선 목표로 하자'는 다짐을 합니다.

차를 출발하려다가 생각해 보니, 노부부가 떠오릅니다.

호주 사막 한가운데에서 대화를 나눈 하룻밤 인연이지만, 예사롭지 않은 인연입니다.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남겨서 혹시 한국 운전수를 채용할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준비해 간 전통 기념품 2개를 들고 그의 캠핑카로 가서 전해줍니다.

작은 선물이지만 예상치 않은 선물에 무척 고마워합니다.

여행자들이 헤어질 때는 보통 "Have a nice trip!(멋진 여행 하세요!)" 이렇게 인사합니다.

그리고 부인이 저에게 작별 인사를 전해줍니다.

"Have a safe trip(안전한 여행 하세요)"

'Safe'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울컥하네요.

안전한 여행을 기원해 주는 마음 씀씀이에 여성스러운 다정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삶과 죽음의 위기일발의 순간에 과연 어떤 누가 곁에 있으면서 안전을 염려해 줄 수 있을까요?

사막 여행은 낭만적인 것 같아도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습니다.

긴장이 해이해지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사태와 직면하게 됩니다.

호주 영국계 부인의 말이 귓전에 메아리 칩니다.

"Have a Safe 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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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코로나 끝나면 서호주 여행 하려고 관심가지고 읽었습니다.
혹시 캠핑카를 빌리셔서 여행하신건지 궁금합니다.

[고독한 구름]

답변이 늦었네요.
캠핑카로 여행했습니다.
호주는 캠핑장 시설이 잘 되어있어서 여행하기 좋습니다.

[지나가리]

호주에서의 여행하신 모습이 저의 로망입니다.

큰일 발뻔 하셨는데 평소 쌓은 덕이 많으셔 서
안전하신 겁니다.

[고독한 구름]

지나가리님도 여행의 고수님이신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