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우리말 동시로 일구는 24절기와 농기구
<<우리 절기 우리농기구>>
농기구는 농부와 한 몸이라고 합니다. 함께 땀 흘리며 더불어 조금씩 닳아 가므로,
한식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겁니다. 예전의 농부는 농사짓는 일뿐 아니라
농기구를 만드는 일에도 열심이었으며, 그것은 곧 그들의 생활 일부이기도 했습니다.
농부들은 지게 한 틀을 쳐 내면서도 여느 공예가 못지않은 기쁨과 보람을 맛보았을
겁니다. 분신처럼 여겨, 늘 귀하고 깨끗하게 갈무리했고, 농기구를 고루 갖추려 애썼지
요. 우리 농기구가 형태에 따른 다양함 못지않게 풍부한 부분 명칭을 지닌 것도 그에
대한 지극한 애착의 결과라 해도 넘치는 표현은 아닐 겁니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재래 농기구가 사라져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부분 명칭마저 희미해지는
것은 겨레말의 내일을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좀 특별한 동시집을
내고 싶어 ‘농기구’의 종류와 24절기를 시 속에 담았습니다.
• — 작품 들여다보기
논밭 갈던 써레 할아버지
콩밭 매다 허리 ㄱ자 되신 호미 할머니
논두렁 밭두렁 풀 베다 이 빠진 낫 아저씨
곡식 패던 도리깨
무엇이든 억척스레 담기만 했던 삼태기
무거운 짐 나르다 주저앉은 지게
지금은 농업박물관
유리관 속에서 쉬고 있다.
오늘은 입춘立春
평생, 일했으니
좀 쉬셔도 됩니다.
∙ 입춘立春_24절기의 첫 번째로, 봄의 문턱에 들어서는 날.
양력 2월 4일 무렵.
―「농기구 요양소」
• — 차례
이 동시집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 8
봄 ― 입춘・우수・경칩・춘분・청명・곡우
농기구 요양소 • 15 북삽 • 17 다래끼 • 18 써레 • 21
달걀 망태 • 22 쟁기 • 25 잿박과 고무래 • 26 으뜸이 똥장군 • 29
귀때동이 • 30 곰방메 • 33 오줌통 바이킹 • 34
여름 ― 입하・소만・망종・하지・소서・대서
도롱이 • 37 똬리 • 39 호미 선수들 • 40 밭호미는 슬퍼 • 42
두레박 • 44 대패 • 46 바가지 • 47 바쁜 탈곡기 • 49
라온 도리깨 • 50 농약 살포기 • 53 다른 생각 • 54
물펌프 • 55
가을 ― 입추・처서・백로・추분・한로・상강
늘찬 삼태기 • 59 낫 • 60 물풀매 • 63 산다라 발채 • 64
주리 디딜방아 • 67 키 • 68 절구 • 70
찬비 내리기 전 바쁜 전지 • 73 풍구 • 74 뒤주 • 77 맷돌 • 78
씨앗통 • 81 노래하는 망태 • 82
겨울 ― 입동・소설・대설・동지・소한・대한
통꽃 갈퀴 • 85 작두 • 86 확독 • 89 나무망치 떡메 • 90
구유와 여물 바가지 • 91 썰매 • 92 되 • 95 멍석 • 96
국수틀이 국수에게 • 97 짚신 • 98 새끼줄과 가마니 • 99
숫돌 • 100 겨울 방학 • 102
▸우리 함께 ‘농기구 시’를 읽었어요 • 104
▸동시 속 순우리말 공부 • 106
▸농기구 이야기 • 108
• — 지은이 소개
지은이 김이삭
1967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어요. 2005년 ≪시와시학≫에 시, 2008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2011년 제9회 푸른문학상에 동시 「향기 엘리베이터」 외 12편이 각각 당선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지은 책으로 동시집 바이킹 식당 고양이 통역사 여우비 도둑비 과일 특공대 감기 마녀
우시산국 이바구 등이 있어요.
제13회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제9회 서덕출문학상・제3회 울산아동문학상, 제9회 울산작가상 등을 받았어요.
그린이 박지영
경남 울산에서 태어났어요. 예술융합 교사이며 놀작 미술키즈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동시집 악어책 등에
그림을 그렸어요.
그린이 윤진희
경남 부산에서 태어났어요. 보태니컬 아트를 그리며 가르치고 있어요. 동시집 곤충 특공대 동시와 동화로
배우는 우리 민속놀이 등에 그림을 그렸어요.
첫댓글 발간 축하합니다! 농기구들이 얼마나 좋아할까요? 자신들을 알아주는 시인이 있다는 사실에 흐뭇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