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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호어의 스타우어헤드 정원
호숫가의 풍경, 예술이 되다
[ Henry Hoare ]
출생 - 사망
1705 ~ 1785 |
헨리 호어가 디자인한 영국식 풍경정원의 진수, 스타우어헤드 정원.
유명 은행가 가문의 후예이자 정원사, 헨리 호어 2세
인명 백과사전에 따르면, 영국 호어(Hoare) 가문은 은행가 집안으로 알려져 있다. 헨리 호어 1세인 할아버지가 은행을 설립했고, 아버지를 이어 손자인 헨리 호어 2세가 가업을 이으며 호어 가문은 은행가로 명망이 대단했다. 그러나 헨리 호어 2세에게는 ‘스타우어헤드(Stourhead) 정원의 가든 디자이너’라는 명칭이 하나 더 있다. 헨리 호어 2세(이후 이 글에서는 헨리 호어로 간단히 표기한다)는 아버지로부터 집과 땅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뒤, 이곳에 자신이 꿈꾸는 정원 풍경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당시 18세기 영국은 윌리엄 켄트와 캐퍼블리티 브라운(Lancelot Brown, 1716~1783)에 의해 알려지기 시작한 ‘풍경정원(Picturesque garden)’ 양식이 온 나라의 정원 디자인을 바꾸는 중이었다. 그 중 당시는 물론이고 수백 년이 흐른 지금도 영국식 풍경정원의 진수를 꼽으라고 한다면, 마치 양대 산맥처럼 윌리엄 켄트의 ‘러우샴 정원(Rousham garden)’과 오너 디자이너였던 헨리 호어의 ‘스타우어헤드 정원’을 지목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윌리엄 켄트가 전문 가든 디자이너였던 데 비해, 헨리 호어는 아마추어 오너 디자이너로서 그만큼 뛰어난 가든 디자인 감각을 선보였다는 사실이다.
격조와 아름다움이 깃든 스타우어헤드 정원
‘Stourhead’라는 지명은 ‘스타우어 강의 시작점’이라는 뜻이다. 이 정원에는 7개의 작은 샘물이 있는데 이곳을 기점으로 스타우어 강이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스타우어헤드 정원은 런던에서 차로 두 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 남서쪽 윌트셔(Wiltshire)에 위치해 있다.
헨리 호어와 같은 이름의 할아버지 헨리 호어 1세는 본래 말을 중개하는 상인이었다. 큰 돈을 번 그는 말 장사를 그만두고 은행을 설립했다. 덕분에 손자 헨리는 평생 부유함을 누렸지만, 자신의 집안이 뼈대 있는 귀족 집안이 아니라 신흥부호라는 콤플렉스를 지닌 채 살았다. 이런 콤플렉스는 헨리에게 지적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그가 이탈리아 예술에 심취하고, 라틴어로 시와 문학을 배웠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섯 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다리. 다리 위는 잔디로 덮여 있다.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 <오만과 편견>에 등장했던 다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많은 이유로 정원을 만든다. 때로는 자신의 은닉을 위해 꽁꽁 숨겨두는 정원을 만들기도 하지만, 헨리 호어의 스타우어헤드 정원은 많이 다르다. 그는 자신의 정원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지적이며, 그의 집안이 참으로 고상하고 우아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스타우어헤드 정원은 화려함이나 호화로운 번쩍거림이 전혀 없다. 대신 버리진 터에서 문득 고대 그리스, 로마의 진귀한 유물을 발견하는 것과 같은 놀라움과 고전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헨리 호어는 돈만 있으면 시장에서 누구나 구입이 가능한 값비싼 명품이 아니라 진품의 아름다움과 격조를 정원 속에 담으려고 했고, 그의 의도는 정확하게 표현되어 지금도 스타우어헤드 정원에 남아 있다.
풍경을 그리다
헨리는 나이 서른 여섯 살에 아버지로부터 모든 유산을 물려받았고 거기에는 ‘스타우어헤드’의 집과 정원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자신의 것이 된 스타우어헤드를 새롭게 구상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다. 이 여행의 목적에는 고대 로마의 유물을 구입해 자신의 정원에 들여놓을 계획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 여행에서 운명같은 그림, 클로드 로랭(Claude Lorrain, 1600~1682)의 풍경화 <아이네이아스가 있는 델로스 섬의 풍경(Landscape with Aeneas at Delos)>을 만나게 된다.
클로드 로랭, <아이네이아스가 있는 델로스 섬의 풍경(Landscape with Aeneas at Delos)> 1672년, 캔버스에 유채, 100 x 134cm,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소장.
17세기 이탈리아의 풍경화가 스타우어헤드 정원의 밑그림이 되었다.
정원을 만드는 데 있어 설계도는 기본이다. 스타우어헤드의 설계 도면을 헨리 호어가 직접 그렸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클로드 로랭의 이 그림이 정원의 밑그림이 됐다는 것은 분명하다. 헨리는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후부터 본격적으로 스타우어헤드 정원 디자인에 몰두했다. 그가 무엇보다 중점을 둔 부분은 클로드 로랭의 그림에서처럼 자연스러운 풍경을 연출하는 법, 그리고 그 속에 그리스 로마 건축물의 향기를 묻어나게 하는 것이었다.
헨리 호어의 가든 디자인 노하우
풍경정원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스러운 풍광의 연출이다.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헨리는 종이 위에 도면 그리는 대신, 수백 번 자신의 땅을 직접 걸으며 머릿속으로 디자인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그는 종종 전문 디자이너들이 놓치지 쉬운 점인 땅의 특성을 살리는 디자인을 아주 잘 표현할 수 있었다.
땅 자체가 지니고 있는 자연스러운 높낮이와 지형적 특징은 도면에서는 쉽게 표현이 되지 않는다. 헨리는 매일 땅을 걸으며 그 특성을 정확하게 잡아내고, 이것을 이용해 정원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연출했다.
1. 스냅 사진을 찍듯이
스타우어헤드 정원은 걸으면서 연속으로 스냅사진을 찍듯 풍경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하지만 그 규모가 워낙 커서 인간의 눈으로 본 관경보다 사진 속 풍경은 그 깊이가 좁고 얕아진다.
스타우어헤드에 도착하면 그곳의 직원이 지도 한 장을 건네준다. 지도 속에는 정원의 전체 평면도가 보이는데, 어느 날은 직원이 특별히 화살표까지 그려주며 이 방향으로 정원을 돌아보라고 귀뜸했다. 그 이유는 풍광의 연출 때문이었다. 정원은 걷는 동선을 따라 마치 스냅사진을 1분 간격으로 찍듯이 계속해서 풍경이 달라진다. 걷다가 고개를 들어 보게 되는 풍경들은 저절로 만들어진 듯 보이지만, 실은 헨리 호어에 의해 연출된 한 폭의 그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풍경의 연출을 위해 헨리는 수도 없이 자신의 정원을 걸으면서 눈높이를 맞췄다. 그런데 이 정원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이런 풍경은 인간의 눈으로만 확인될 뿐, 사진 속 파인더를 통해서는 도통 잡히질 않는다. 그래서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마치 수백 개의 스냅사진과 같은 풍경이 연출되는 이 스타우어헤드 정원은 정작 사진을 찍으면 그 맛을 짐작할 길이 없이 맹맹해지고 만다.
2. 거울과 같은 건너편의 풍경 디자인
서로 마주하고 있는 풍경. 호수의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풍경들이 마치 거울처럼 마주하고 있다. 이 풍경들은 건너편 지점에 가서야 자신이 지나왔던 풍경을 다시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헨리 호어의 스타우어헤드 정원은 영국식 풍경정원의 또 다른 진수인 윌리엄 켄트의 러우샴 정원에 비해 매우 단순한 동선을 지니고 있다. 순환되는 한 개의 동선은 절대 길을 잃을 일이 없다. 이러한 특성은 어쩔 수 없이 정원 전체를 단조로울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런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헨리는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마주보기’ 풍경 디자인을 시도했다.
풍경의 거울 효과는 이렇다. 호수의 구불거리는 동선을 따라 걷다보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 건물을 만난다. 그곳 의자에 앉아서 잠시 숨을 돌리며 건너편을 바라보노라면 우리 눈 앞에는 여지없이 작은 오두막집과 함께 또 한편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런데 다시 걷고 걸어 아까 보았던 건너편의 그 풍경에 도착하고 나면, ‘아!’하고 탄성을 지르게 된다. 아까 앉았던 그곳이 다시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앉아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건물 전체의 윤곽이 호수, 나무들과 함께 나타나는데 결국 내가 앉아 있었던 자리가 건너편에 있는 사람의 눈에는 또 다른 한 폭의 그림이 되는 셈이다.
이런 마주보기 디자인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정원의 디자인을 놀라움과 함께 깊이감 있게 만들어준다. 마치 복선을 깔고 있는 이중 의미의 소설처럼 정원에도 두 겹의 줄거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3. 식물 디자인으로 화룡점정을!
지극히 자연스러운 연출의 식물 디자인.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대식물과 한대식물이 고묘하게 나란히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국적이면서도 지극히 영국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식물 디자인은 헨리 호어의 손자인 리처드 콜트 호어에 의해 이루어졌다.
헨리 호어는 사실 식물 디자인까지는 깊이 있게 접근하지 못했다. 자생종을 이용해 호숫가를 따라 자연스럽게 나무를 심는 정도였다. 하지만 대를 이어 헨리 호어의 손자, 리처드 콜트 호어(Sir Richard Colt Hoare)에 이르렀을 때 스타우어헤드 정원은 식물 디자인을 보강하면서 엄청난 깊이를 지니게 된다.
리처드 콜트는 철쭉과의 식물Rhododendron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열대성 식물군까지 포함해 식물의 양을 급격히 늘렸다. 그는 할아버지 헨리가 스타우어헤드를 어떻게 조성하는지를 어린 시절부터 지켜보며 커온 사람이었다. 그는 스타우어헤드의 정원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식물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고, 조금은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정원 디자인에 식물로 화룡점정을 찍으며 지금의 스타우어헤드를 완성시켰다.
사실 스타우어헤드 정원은 마스터플랜이 헨리 호어에 의해 완성되었기 때문에 그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고 보지만, 정원 디자이너의 관점에서는 손자인 리처드 콜트 호어의 식물 디자인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는 단순히 식물을 수집했던 차원이 아니라, 영국에서 자라지 않는 외래종의 나무를 쓰면서도 할아버지의 기본 설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지극히 자연스러운 식물 디자인을 시도했다. 바로 이런 감각 덕분에 스타우어헤드 정원은 이국적인 듯 하면서도 지극히 영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4. 구불거리는 선의 등장, 유럽 정원의 역사를 바꾸다
구불거리는 호수길은 영국식 풍경정원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직선과 기하학 문양이 아닌 자연스러운 곡선이 등장한 것은 유럽 정원 역사에 있어 풍경정원이 첫 시작이었다.
‘구불거린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디자인의 요소다. 스타우어헤드의 디자인은 한 마디로 구불거리는 대형 호수 2개를 따라 그 길을 걷는 것으로 축약될 수 있다.
당시는 중장비도 없던 시절이라 거대한 호수를 사람 손으로 한 삽씩 떠올려 만들었다. 인공으로 호수를 만들면서 단순한 직선의 길을 만드는 대신 구불거리게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이 디자인을 선택한 것은 구불거림이 주는 시선의 차단, 확장, 거리감 때문이었다. 스타우어헤드 정원은 매우 단순해 보이는 하나의 동선이지만 바로 이 구불거림에 의해 풍경이 가려지고, 모퉁이를 돌며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다가, 거리 자체를 더 길게 늘여놓으면서 정원이 더욱 확장되어 보이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정원 디자인도 결국 점이 모여 선을 이루고, 이 선을 붙여 면적을 만드는 작업에 기초한다. 때문에 선 하나를 그을 때도 단순히 펴고 구부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많은 목적과 이유를 안고 있다. 일부 정원 역사 학자들은 유럽 정원 디자인에 직선과 기하학적 도형이 아닌 ‘구불거리는 자연스러운 선’의 시작을 바로 이 풍경정원의 등장에서 찾고 있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인식을 바꾸는 일은 해놓고 나면 별일이 아니지만, 그걸 깨기까지는 참으로 힘겹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유럽 정원 역사에 있어서도 이 ‘구불거리는 선의 등장’은 거의 콜럼버스의 달걀에 비유될 정도로 파격적인 디자인의 요소라고 볼 수 있다.
5. 숨김의 미학
스타우어헤드 정원은 평면도상으로 보면 매우 단순하다. 그러나 이 정원은 관람이 목적이 아니라 걷는 행위를 통해 경치를 감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매우 동적인 정원이다. 정원에는 헨리 호어가 고용한 건축가, 헨리 플리트크로프트(Henry Flitcroft)에 의해 디자인된 신전, 파빌리온, 다리, 동굴 등 많은 건축물이 있다. 그런데 이 건물들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곳에 두지 않고 언덕 위, 혹은 지면보다 낮은 호숫가에 숨겨두었다. 자칫하다가는 관람을 놓치지 쉬울 정도다. 이것은 헨리가 이 건물을 겉에서 보는 용도로만 지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호숫가에 위치한 동굴의 외부. 주동선에서 비껴 있는데다 밑으로 내려앉아 있어 자칫 지나치기 쉬운 곳에 위치해 있다. 헨리 호어는 모든 디자인을 있는 그대로 들어내기보다는 이렇게 유물을 발견하듯 찾아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정원을 구상했다.
호숫가에 거의 숨겨놓듯 만들어놓은 동굴의 경우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컴컴한 안으로 들어서는 동안 우리는 눈이 아니라 귀를 세우게 된다.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물소리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물소리를 들으며 안으로 좀 더 발걸음을 옮기면 다시 어느 순간 동굴이 갑자기 환해지며(위로 뚫려 있는 천창 때문에) 강의 신과 님프와 같은 요정 조각상을 만나게 된다. 이들 조각상이 놓여 있는 장소는 바로 샘물이 나오는 지점으로, 헨리는 정확하게 샘물이 나오는 곳에 물신들의 조각물을 두어 습하고 어두워 오싹할 수 있는 동굴의 풍경을 신화의 세계로 만들었다. 이른바 ‘스토리텔링 디자인’의 원조를 만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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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두운 동굴 안을 자연의 빛으로 밝히는 천장. 이 천창을 통해 동굴은 명암이 더욱 짙어진다. 2 샘이 솟는 지점에 놓여진 강의 신. 조각물은 조각 자체로도 국보급의 평가를 받는다. |
하나 더 추가되는 드라마는 동굴의 작은 창을 통해 바라보는 호수와 호수 건너편의 풍경이다. 정확하게 각도를 계산해 내어놓은 창문틀 속에 아름다운 풍경이 담기면서 만들어내는 액자 효과까지. 그래서 자칫하다가는 놓칠 수 있는 스타우어헤드 정원의 진수를 숨겨진 이 동굴에서 찾는 사람도 많다.
동굴의 창을 통해 보이는 호수와 건너편 정원의 풍경.
6. 스토리텔링 디자인, 건물과 정원의 조화
‘다섯 개의 아치를 지닌 다리’, ‘아폴로 신전’, ‘고딕 양식의 오두막집’, ‘플로라의 신전’, ‘아폴로 신전’ 등 스타우어헤드 정원에는 국보급 정원 건물들이 많다. 그러나 이 건물들은 정원을 걷다가 잠시 들러 쉬는 장소외에는 특별한 기능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헨리 호어는 왜 그토록 엄청난 건축비를 소요하며 특별한 기능도 없는 건물들을 지은 것일까?
영화 <오만과 편견>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아폴로 신전. 이 아폴로 신전이 서 있는 언덕은 아래 호수를 파낸 흙을 얹어 그 높이가 더 높아졌다. 정원 전체를 관람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스타우어헤드 정원을 걷는 동안 우리는 그 이유를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건축물을 뺀 스타우어헤드의 정원은 말 그대로 세상 어디에나 있는 흔하디 흔한 호숫가 풍경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고대 그리스 로마 양식을 흉내낸 팔라디안 양식의 건물(Palladian Type Architectur)이 등장하면서 갑자기 정원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이것은 마치 ‘사실’이었던 풍경이 ‘소설’이 되는 순간과도 같다.
이런 디자인이 가능했던 것은 헨리 호어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클로드 로랭의 그림을 스타우어헤드 정원 디자인의 밑그림으로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화가의 그림과 똑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싶어했고, 그것이 그대로 재현이 되면서 정원은 사실에 앞서 ‘신화’를 끌어안은 감동의 장소로 탈바꿈하게 된다.
풍경의 고귀함을 알려주는 품격의 정원
아폴로 신전에서 내려다보이는 호수와 정원의 나무들. 스타우어헤드 정원은 사진기로는 담을 수 없는, 인간의 눈으로만 확보되는 웅장함과 고귀함이 살아 숨쉬는 정원이다.
헨리 호어는 자신의 정원 외에 다른 곳을 디자인한 적이 없다. 그래서 ‘아마추어 오너 디자이너’라는 명칭을 줄 수밖에 없지만, 그의 디자인은 아직도 남아 있는 수많은 영국의 풍경정원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자칫 놀이공원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격조와 품격으로 이끄는 디자인을 구사했다. 건물의 격조를 살리는 데 썼던 충분한 투자, 하지만 투자한 값비싼 건물을 정원에 묻히도록 숨겨놓는 미학. 이런 것들이 스타우어헤드 정원을 놀이공원 느낌을 뛰어넘어 진품을 만나는 진정한 품격의 정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정원의 발견] 도서 출간
네이버캐스트에 연재중인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와 함께하는 정원 이야기’가 [정원의 발견]이란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저자가 직접 보고 느끼고 터득한 정원의 모든 것을 만나보세요.
[네이버 지식백과] 헨리 호어의 스타우어헤드 정원 [Henry Hoare] - 호숫가의 풍경, 예술이 되다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와 함께 하는 정원 이야기, 오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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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존 글 감사해요.
혹한 속에서 시달리다
발견한 옹달샘 같은 느낌,감정...
넘 고마워요.
언일형!
집콕으로 갑갑이가 배로 증강 코로나 빨랑가고 친구들과 재미있는 대화를 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