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값 떨고 있네 !!!
아래 내용은
국문학자인 조항범 충북대학교 교수의 저서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를 읽은 내용 중 하나이다.
내용 중
“꼴값” 두 글자에 관한 내용이다.
한국사회에서 “꼴값을 하네”는 아주 기분 나쁜 말이다.
여기서 “하네”를 “떨고 있네”로 바꾸어
“꼴값을 떨고 있네”라고 표현하면 옆에 무엇이라도 집어 던질 만큼
더욱 기분이 나빠진다.
이때 “떨고 있다”는 보통 폭력 앞에 무서워서 몸을 떠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런데
“꼴값을 떨고 있네”는 무서워서 떠는 것과는 다른 연상(聯想)이다.
“꼴값을 떨고 있네”에서
“떨고 있네”만 생각하면 “추워서 떤다” “무서워서 떤다”
“중풍으로 손발을 떤다”등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의 기분을 잡치게 하는 원인제공자는 바로 “꼴값”이다.
“떨고 있다”앞에 “꼴값”이 들어가면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러면 “꼴값”은 무슨 뜻인가?
우리는 옛날부터 “꼴”을 소나 말이 먹는 풀 종류(여물)로 여겨왔다.
“꼴”을 “소나 말이 먹는 여물”로 이해하고
“값”을 “가격(價格)”으로 이해하여
“꼴값”을 소나 말이 먹는 “여물(사료)의 가격”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주로 필자같이 촌놈출신)
사실 “꼴값” 두글자만을 이해 할 때는 무리한 해석도 아니다.
사람이 밥을 먹고 “밥값”을 하듯,
소나 말이 “꼴(여물)”을 먹고 “꼴값”을 한다고 이해(理解)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꼴값(사료값)”은 얼마인가요?
라는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또 그 질문에 상대방은 꾸밈없고 자연스럽게 대답한다.
예전에 “꼴(사료)”은 사고 팔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가격은 알 수 없다.
다만 어림잡아 지금의 소 사료 값 정도가 되지 않을까”라고 답한다.
“꼴값”에 대한 시쳇말로 웃기는 질문이고
그야말로 “꼴값 떠는 답변”이다.
여기서 “꼴값 떨고 있네”의 “꼴값”의 “꼴”의 의미는
말이나 소등 동물이 먹는 “여물”의 뜻이 아니다.
“값”도 “가격(價格)”의 의미가 아니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꼴값”은 어떤 의미로 쓰인 것인가?
먼저 우리가 알고 있는 “값”의 다른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말에는 “꼴값”과 같이 “값”과 여럿이 모여 사용하는
피동사(被動詞)들이 있다.
예를 들어
몸값. 밥값. 얼굴값. 이름값. 벼슬값. 나이값. 학력값. 가문값.
등등이다
이들 단어에 쓰인 “값”은 “가격”이 아니라 “값어치”라는 의미이다.
“꼴값”에 쓰인 “값”도 “값어치”라는 의미다.
“값”과 “값어치”는 같은 듯 하지만 다른 쓰임새다
예를 들어(국어사전 내용임)
1.기업의 “가치(價値 값)”은 미래 성장 가능성에 있다
2.그 기업의 “값어치”는 무려 수조 원에 이른다
①에서 사용된 “가치(價値)”는 추상적(抽象的) 의미가 강하고,
②에서 사용된 “값어치”는 실제 구체적인 숫자의 값의 의미가 강한 것이다.
국어사전
※값어치-일정한 값에 해당하는 분량이나 가치.
영어사전
※worth it-그만한 가치가 있는
이들 몸값. 밥값. 얼굴값. 이름값 등의 의미나 어원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값” 앞에 있는 몸. 밥. 얼굴. 이름 등은 우리가 아주 잘 아는
단어들이다.
그런데 “꼴값”의 경우는 설명이 좀 필요하다.
“꼴”의 의미(意味)나 어원(語源) 파악이 쉽지 않다.
“꼴값”의 태생적 존재 가치를 바로 이 “꼴”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꼴값”의 “꼴”은 본래 “골”이었다.
그렇다면 “꼴값”은 처음에는 “골값”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꼴값”은 물론이고 “골값”이라는 단어가 20세기 초까지
우리사회에 쓰이지 않았다고 국문학자인 조항범 교수는 말한다.
“골”은 본래 “사물의 모양새나 됨됨이”라는 의미이다.
필자 생각에는 한자로 “골(骨)”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골값”은 “모양이나 됨됨이에 해당하는 값어치”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골”은→ “꼴”로 어형(語形)이 변하고 또 “사물의 모양새나 됨됨이”
를 낮잡은 말로 의미와 가치도 떨어졌다.
이렇듯 “골이→ 꼴로” 깔보고 업신여기는(輕蔑) 부정적 의미를 띠게
되었다.
골없다→꼴사납다의 옛말이다.
“꼴밉다” “꼴사납다” 등에서 보듯 주로 “없다, 밉다, 사납다” 등과 같은
부정적 의미 가치를 띠는 단어와 어울려 쓰여 그 의미 가치에
전염(傳染)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착한 애가 못된 친구와 어울려 못된 애가 된 것처럼
“골”의 말형태(語形)가 변함에 따라 “골값”도→ “꼴값”으로
어형(語形)이 변하였다.
또 모양이나 됨됨이의 값어치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의미도 변한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꼴값”은 “얼굴값”을 속되게 표현하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꼴값”의 의미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격(格)에 어울리지 않는 아니꼬운 행동” 이라는 의미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는
“꼴값 의 본래 의미인 모양새나 됨됨이에 해당하는 값어치”
라는 의미와 정반대의 의미로 발전하여 사용되고 있다.
“꼴값”과 짝을 지어 어울려 나타나는 “떨다”라는 서술어는
“꼴값”의 부정적 의미에서 전염되어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 나쁜 친구들과 놀지 말라는 것이다.
이 책에 있는 내용 하나더 소개한다.
“뒷구멍으로 호박씨 까다” 내용이다
“뒷구멍으로 호박씨 까다”라는 속담에서 핵심이 되는 포인더는
“뒷구멍” “호박씨” “까다”이다.
“뒷구멍”은 내용이 비슷한 속담을 참고하면 “똥구멍”을 말한다.
또 다르게 표현하면 “밑구멍”이다.
“뒷구멍”은 뒤에 있는 구멍이다
“밑구멍”은 밑에 있는 구멍이다.
우리 몸에서 “뒷구멍”은 잘 보이지 않는 은밀(隱密)한 곳이다.
“호박씨”는 말 그대로 “호박의 씨”다.
이 글에서 “호박의 씨”는 “말린 호박씨’를 가리킨다.
두꺼운 겉껍질을 벗긴 말린 호박씨는 딱딱하다.
속껍질은 아주 얇은데 그 껍질째 먹어도 아주 고소하다.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1950~1960년)에는 이것마저도
없어서 못 먹었다.
그런데 호박씨를 까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얇고 납작한 씨의 딱딱한 껍질을 손으로 벗기는 일이 쉽지 않다.
칼이나 가위로 쪼개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어렵게 깐 호박씨를 “뒷구멍”으로 깐다는 것이다
“뒷구멍으로 호박씨 까다”이다.
“뒷구멍”으로 호박씨를 깐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손으로도 어려운데 어찌 “뒷구멍”으로 호박씨를 깔 수 있겠는가?
“뒷구멍”은 “똥구멍”을 말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다
보이지 않은 똥구멍으로 호박씨를 까면 무엇을 하는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똥구멍으로 요리조리 비비며 호박씨를 까고 있는 것이다.
변비때 된똥 누기도 힘들고 어려운데 똥구멍으로 호박씨를 어떻게
깐단 말인가
즉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