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글 은유가 된 독자

[지성숙 교육학과]

#독서후기

알베르토 망구엘은 <은유가 된 독자>에서 아우구스티누스와 단테를 언급하며 독서를 절름걸이로 걸어가는 순례자의 여행에 비유합니다.

여행과도 같은 독서는 목적지를 향해 성급하게 걷거나 뛰는 것이 아니라 마치 피곤하고 지친 순례자처럼 천천히 앞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책은 5천여 전 문자가 발명된 이후 지금까지 변천해온 독서와 독자의 개념을 추적하며 진정한 독서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그 구체적 방법으로 저자가 글쓰기와 독서를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원리라 믿는 메타포(은유)를 집중적으로 분석합니다.

<은유가 된 독자>에서 작가 알베르토 망구엘은 말합니다.
"우리는 '독서하는 피조물'이다. 단어를 섭취하고,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단어가 존재의 수단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단어를 통해 현실을 파악하고, 자아도 확인한다."

네 그렇습니다.
책벌레로서의 독자도 이상적 책 읽기와 거리가 있다고 망구엘은 간파합니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도 피와 살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 한 줄을 읽어도 자신의 내부에서 꼭꼭 씹어 소화시키는 독서가 중요합니다.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첫 장을 열어젖힌 책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장악하고야 말겠다는 강박관념도, 한 해에 수십 권 책을 읽겠다는 고집도 헛수고입니다.
단 한 줄의 언어도 꼭꼭 씹어 삼키기 그게 독서의 이상입니다.
망구엘은 그 마음을 평생에 걸쳐 음미했던 책의 미식가였습니다.

칩거와 은둔으로서의 독서는 낡아빠졌고,
남김없이 먹어치우는 과식으로서의 독서는 과욕이라고 말합니다.
결국은 둘 다 '죽은 독서'라고 합니다.

터덕터덕 걷는 여행자처럼 독서를 하지는 않는지, 무늬만 여행자나 독자인지 나를 돌아봅니다.

뇌과학에 따르면 독서를 통해 인간은 어휘 등 표현력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미각과 후각 등 오감이 예민해지고, 타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커지며, 느닷없는 문제에 대비하는 힘이 강해집니다.

이 점을 보면 아무래도 책은 지식과 정보를 전하려고만 생겨난 매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회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하는 정보혁명의 시대가 깊어질수록 읽기는 점점 인간 능력의 정점으로 올라섭니다.

독서공동체 등 읽기의 힘을 퍼뜨리는 일에 국가와 시민사회가 나서야 할 중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 볼만한 책입니다.
독자의 지위를 현실성이 현저히 저하된 수동적인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지적인 세상을 탐구하는 탐구자로써 의미를 부여합니다.
독서가로서의 자존감을 높여 줄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