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픙으로부터 지키는 두 산
조 흥 제
태풍 힌남노가 온다. 우리 나라에 왔던 태풍 중 가장 큰 것이라고 하여 전국이 난리다. 비람의 종류는 정연화질강열태의 7종이 있고, 태풍(颱風)은 29m 이상으로 가장 강하다고 학교에서 배웠는데 지금은 태풍 이외엔 그런 이름이 없다.
재난 중 가장 큰 것이 수해(水害)라고 한다. 도적은 집은 남기고, 불은 집터는 남기지만 홍수는 집터까지 쓸어 가기 때문이다. 힌남노라는 태풍의 이름이 재미 있다. 힌에 점 하나 찍으면 한이 되고 한남동이 노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한남동이 한강 가에 있으니 한강의 대홍수를 떠올려 봤다. 금년에 자연 재해가 많다. 코로나에, 수해에 피해가 많았는데 또 큰 태풍까지 온다니 걱정이다.
우리나라에 왔던 가장 강했던 태풍은 59년도에 들이닥쳤던 사라호라고 한다. 사라호의 풍속은 최대 85m이고 평균 45m였다는 기록이다. 내가 경험한 큰 태풍은 2010년에 들이닥친 최대 51m에 편균 41m인 콤파스다. 그때 아침 일찍 동작동에서 전철을 내려 흑석동쪽으로 넘어갔는데 도로에 가로수가 넘어지고 껶이고 해서 무척 지저분했다.
사라호의 위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몸소 체험할 기회가 있었다. 오래 전 수필과 비평 회원들이 충무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고 충무시장이었던 고동주 수필가가 베풀어 준 저녁을 바닷가 어느 횟집에서 먹었다. 이튿날 배 타고 거제 해금강 십자굴에 갔다. 바닷속에 十자 동굴이 있어 그 안으로 들어가는 배를 텔레비전에서 볼 때는 엄청 멋있었는데 막상 내가 타고 들어가니 주위가 보이지 않아 텔레비전에서 보던 것만큼 스릴을 느끼지 못했다. 충무로 돌아오던 중 큰 바위가 바다에 있는데 사라호 때 파도가 그 바위를 넘었다는 안내원의 말이었다. 높이가 50m는 될 것 같았다.
태풍은 태평양에서 발생하여 남중국해로 오다 필리핀 근방에서 방향을 우회전으로 틀어 동지나해로 올라온다. 직진하면 한반도, 우회전하면 일본, 좌회전하면 중국으로 간다. 태풍의 피해가 가장 큰 곳이 일본이라고 알려졌다. 일본에는 210일이 지나면 큰 바람이 오고. 그 피해를 벗어나야 안심할 수 있다고 했다. 고려 때 원나라 군사와 고려군이 합작하여 일본 정벌에 나섰다. 배를 항구에 대고 상륙하여 싸우는데 일본군은 상황이 불리해도 돌아서지 않았다. 그래서 원정군도 어려움에 처했던 어느 날 밤 바람이 몹시 불어 배들끼리 부딪혀 깨졌다. 원정군은 보급품이 끊김은 물론 타고 갈 배조차 없었다. 그래서 육지에 올랐던 여몽 연합군은 전멸을 당했다. 일본을 구한 건 바람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바람을 신풍(神風)이라고 불렀다. 신의 도움이었다고 본 것이다. 태풍이 때맞춰 와서 일본을 구한 것이다.
요즘은 기상학(氣象學)이 발달되어 태풍이 동중국해에 들어설 때부터 방송에선 태풍의 규모와 어디로 갈 것인가에 촉각을 세운다. 일본 쪽으로 많이 가지만 우리나라 쪽으로도 자주 온다. 태풍은 기세 등등하게 오다가도 대한해협에 들어서면 기세가 한풀 꺾인다. 한라산이 막기 때문이다. 태풍은 한라산에서 1차로 깨지고 남해안에 오면 또 지리산이 막는다. 지리산을 넘으면 더욱 풀이 죽어 대개는 태풍의 위력을 잃고 열대성 폭우로 변한다. 그래서 충청-경기지방에 비 피해가 적다. 태풍도 지리산을 무서워해서인지 넘지 않고 부산쪽으로 방향을 꺾어 동해안으로 많이 빠져 나간다. 좌회전하여 중국 쪽으로 가는 태풍은 많지 않은가 보다.
한라산은 고달프다. 태풍이 오면 정면으로 맞서 막아내느라 만신창이가 된다. 윗세오름 대피소에 600㎜ 이상 물폭탄을 맞을 때도 있는데 윗세오름은 1700m 높이에 세워진 산장으로 백록담 바로 밑에 있다. 산 밑 평지보다 배가 더 오는 것이다. 한라산과 싸우느라 테풍도 힘을 잃는다. 육지에 오면 한라산과 비슷한 높이의 지리산과 덕유산 등이 막고 있어 정면 승부를 피해 옆으로 간다. 한라산과 지리산이 없다면 태풍의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이다.
이번 태풍도 지리산을 넘지 않고 남해안을 따라 가다 동해로 빠질 것으로 방송에선 예측했는데 그대로 되었다. 울산-포항지방에 피해가 많지만 전 국민이 똘똘 뭉쳐 대처해 나가면 충분히 어려움을 극복하리라 믿어진다. 그 후에는 하나님의 축복이 있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