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매일 가는 까페에서 빵 먹고 커피 마시고 핸드폰 하고 책 보기 등을 하며 놀고 있는데 (박)이안, 다경, (한)송연이가 지나가다 인사했다. ㅎㅎ 예쁜이들. 반짝이는 눈, 입가의 미소, 비가 와서 살짝 젖은 머리카락까지 다 예쁘다. 나를 보고 반가워해주기까지. 저절로 하트를 날리게 된다. 내 눈이 아마 이렇게 되었을 걸? ♡.♡ 그들은 좀전에 햄버거를 먹었으나 송연이가 다 빼앗아 먹어서 또 빵을 먹으러 온 것이라고 한다. ㅋㅋ 많이 먹어.
- 어제는 교원 연수로 반지를 만들었다.
1) 은 조각 위에 새기고 싶은 무늬나 이니셜 등을 망치로 두드린다.
2) 양 끝을 사포질한다.
3) 양 끝을 구부려서 맞닿게 한다.
4) 땜질한 후 특별한 용액에 넣고 살짝 가열했다 식힌다.
5) 원통에 넣고 두드려 모양을 둥글게 만든다.
6) 사포질한다.
이런 과정으로 만들었다. 은 특유의 색, 1)에서 땅땅 두드리는 소리, 4)에서 쨍그랑 하는 소리가 좋았다. 누군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으면 생각하며 두드려도 꽤 괜찮은 스트레스 발산 과정이 되겠다. 나는 요새 간지가 넘치므로 그런 사람이 없었다. 4) 과정을 마친 반지는 하얗게 되었는데 그 빛깔이 너무 예뻤다. 사실 나는 똥손이므로 크게 기대 안 했다. 망하면 안 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하얀 색깔에 반해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좀 생겼다. 6) 과정은 두 가지 사포를 쓰고, 유광을 하고 싶으면 사포 하나가 추가된다. 나는 무광 취향이라 하얀 빛이 없어질까봐 두려워하며 살살 문지르고 공예 선생님께 마지막 마무리를 부탁드렸다. 내 앞의 선생님이 내가 사포질 거의 안 한 걸 알아차리셨는데 그것은 내가 빨리 퇴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하얀 무광이 소중해서라고 설명하였으나 믿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 --;; 확실히 전문가의 손길을 받으니 훨씬 섬세하게 반지가 다듬어졌다. 기대 않고 있다가 이렇게 소유 욕망이 생기는 과정을 경험하였다.
- 자기 마음 속으로 하는 소리를 내적 담론이라고 한다. 이게 중요하다.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가.
내적, 외적 말 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 모든 것이 '자기 해석'일 뿐이므로. 매달릴 고정불변의 실체란 없는데 사람들은 자기가 만들어낸 이야기에 사로잡히곤 한다. 무언가 떠오를 때 그것이 정말 사로잡힐 실체인지, 나의 해석일 뿐인지 구분하기. 말 수가 많으면 그것이 마치 사실인 양 사로잡히기 쉬우므로 말 수가 적은 것이 낫다. 그것이 조금 더 진실에 가깝다. 굳이 말할 거라면 현실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긍정적 내적 담론(안으로 하는 이야기)과 발화(밖으로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낫다.
이렇게 말하며 나도 내적, 외적 이야기를 줄여야지 다짐한다.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것이 다만 '내가 만든' 이야기임을, 실체와는 다른 것임을 잊지 말아야지.
-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욕망이 없을 수는 없다. 그게 인간의 한계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특성이라고 생각된다. 살아 있는 한, 이야기를 만들고, 욕망에 휘둘릴 것이다. 다만 그게 괴로움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기. 휘둘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관찰하기.
- 어제 윤서가 말한 것이 참고할 만하다.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인다'. 바로 각자의 내적 담론이 다르기 때문이다. 본인에게 유리한 관점(긍정적 관점)으로 사태를 재해석해보기(관점 바꾸기). 예를 들면 내가 70점이면 못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잘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비가 오면 축축해서 싫다고 받아들일 수도, 보송보송한 실내에서 느끼는 쾌감이 더 커지니 좋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외부 체험학습이면 찾아가는 것이 귀찮다고 해석할 수도, 학교만 왔다갔다 하는 것보다 신선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집안 일이 많으면 귀찮다고 해석할 수도, 없으면 한도 끝도 없이 앉아 있을 텐데 운동이 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집안일에 대해 긍정적 마음을 가지고 움직여 보겠다... 긍... 정...
- 좋고 싫음에 사로잡히는 것도 괴로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싫은 건 당연히 그러한데 좋은 것도 괴로움의 원인이 되므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좋은 것이 사라지면 괴로워지므로. 그걸 알고 경계심을 놓지 않으면서도, 그럼에도 찰나를 살아가므로 나는 가끔씩 드는 좋은 기분을 누리고 싶다. 핑크빛 소용돌이 솜사탕 느낌. 내가 좋아하는 너가 미소지으며 인사할 때를 떠올리면 이런 기분이지. 너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일단, 잠깐은 누려 볼래. 1월 5일이 되면 어린 중학생 너희와의 이 모든 달콤한 순간도 안녕이겠지만.
<체험학습>
- 국립항공박물관에서 체험학습을 했다. 오늘은 3학년 전체 반이 같은 곳에서 체험학습을 하고 내일은 반별 스케줄이 다르다. 그러나 반에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런 얘기 하면 안 그래도 다른 반 따라가는 아이들이 분명히 헷갈릴 것이므로 삼가주는 것이 좋다(나의 불신을 만든 자들 있음).
- 어제 조회 종례용 화면에 집합 시간 9:50, 해산 시간 12:00로 안내했는데 태훈이가 "12:00가 해산 시간이야, 얘들아. 집합 시간 아니고!" 해서 웃겼다. ㅋㅋㅋ 어쩜 내가 했던 염려를 너도. 별별 케이스가 발생하니 저 화면 보고 그렇게 헷갈리는 학생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살짝 들었는데. 으휴. 걱정은 하자면 끝도 없지. 그래 봤자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다른 사태가 생기곤 하지. 참 여러 가지로 놀라워...(난 별로 놀라고 싶지는 않은데...)
- 가기 전에 시간, 장소 안내를 위해 보낸 전체 문자에는 '다른 반과 스케줄이 다를 수 있으니 반드시 우리 반 학생과 이동하기(다른 반 스케줄에 맞춰 간 아이 1, 2학기에 각각 있었음...)', '핸드폰 무음으로 해두지 않기, 늦을 것 같으면 미리 연락 주는 것이 매너임(네... 무음으로 해 놓고 늦게 오면서 전화도 안 해 주고 내 전화도 안 받은 학생이 있었어서요)' 등을 포함하였다. 경험으로 차곡 차곡 적립하는 완성형 문자(이게 진짜 완성형이길 바라).
아파서 못 온다는 문자가 오늘도 주르륵 여러 건 있었고, 그 와중에 태훈이 문자가 인상적이었다. 문자가 너무 예뻐서 여기에 저장해 두려고 한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이태훈인데요
죄송하지만 제가 길을 잘못 알고 온 것 같아서 조금 늦을 것 같아 연락드립니다.
네이버 지도에는 10시 10분쯤 도착이라고 하는데 최대한 빨리 가보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늦으면 기다리는 사람이 염려하게 된다. 그런데 늦어도 아무 연락 안 주는 학생이 꽤 있어서 늦으면 문자 보내는 게 매너라는 문자까지 했었다. 이렇게 예의 있는 문자를 주면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마음이 사르르 녹을 수밖에. 문자 보고 기분이 좋았다. 문자 주어 고맙다고 답장했다. 예쁜 태훈이. ♡
- 날이 갑자기 확 추워져서 어제까지의 온화한 날씨 기준으로 옷을 입었다가 낭패였다. 추운 날씨에 체험학습 참여한 학생들 수고 많았다.
- 출석 체크를 하는데 5반의 윤아와 같이 온 학생이 담임 선생님께 출석 체크 하자마자 "안녕히 계세요." 해서 담임 선생님이랑 나랑 빵 터졌다. 오자마자 집에 가고 싶은 무의식이 발현된 것이 아닐까? ㅋㅋ 너도 그랬니? 나도 그랬어.
- 밖에서 기다리는데 다른 학교 학생들이 보였다. 해당 학교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고3이라고 한다. 그걸 듣고 옆에 있던 선생님께서 고3인데 이렇게 체험학습 나오다니 너무 착하다고 하셔서 빵 터졌다. ㅋㅋㅋ 수능도 안 치렀으면서 체험학습 빠지는 어느 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 대비하여 진심으로 감동을 받으신 것 같았다. ㅋㅋㅋ
- 항공박물관 입구에 의자를 치우고 피크닉 존도 없애야 할 것 같다. 거기서 핸드폰 하고 앉아 있는 학생이 매우 많았다. 모범생 이미지의 민준이도 게임하심. 의자가 존재하는 게 문제겠지. 의자가 잘못했지. "재밌어 민준아?"라고 물어보았다. ㅋㅋ 그는 고교 합격한 날과 비교해도 1년 중 오늘 본 표정이 제일 밝았다. (??)
- 항공도서관 안에 여행 관련하여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 많았다. 불빛이 아늑하고 공간도 아름다웠다. 그렇게 아늑하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핸드폰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ㅋ ㅋ
- 고3학생들과 대비하니 중3학생들이 갑자기 앳되어 보였는데 귀여움 끝판왕인 유치원생들이 손에 손 잡고 등장해서 시선을 뺏겼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있는 유치원생들을 가리키며)저 애들이 커서 (핸드폰 하고 앉아 있는 중3들 가리키며)저렇게 되는 거잖아. 안 돼!"하고 많은 선생님들이 슬퍼하셨다. ㅋㅋㅋ 하... 이 중3학생들도 저런 시절이 있었을 텐데 믿기지가 않네.
- 오늘도 착하고 멋진 지환이가 정우를 챙겨 주어 다행이었다. 고마운 학생이다.
- 내일 체험학습은 다른 반과 시간, 장소 다를 수 있으니 꼭 자기 반 학생과 오기!
- 오늘 볼 수 있어서 좋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