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People-이종호 법무사, 걸어서 국토종단
나는 꿈꾸는 것을 좋아한다.
잠들어 꾸는 꿈이 아니라, 내일을 향해 뭔가 이루려고 하는 그 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꿈만 꾸는 것은 아니다.
꾼 꿈을 이루려고 하는 실행이 있어야 그 꿈이 의미 있게 되는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자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왕이면 실행이 이를수록 좋다.
시간이 흘러가면 갈수록 실행하려는 의지가 박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지금 삶의 철학이 ‘문득 생각’에 ‘곧장 실행’인 것이다.
그 실전적 예를 들어, 3년 전 봄에 서울에서 반 천 리길인 내 고향땅 문경을 걸어간 것이 그렇고, 그 해 여름에 고향땅 구석구석 칠백 리길을 걸어서 돈 것이 그렇고, 지난해 봄에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에 나서서 해발 5,416m의 초롱라 고개를 넘어간 것이 그렇고, 2014년 금년 들어 지난봄에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고일림 친구와 함께 서울에서 육백 리길인 속초까지 걸어간 것이 그렇다.
어느 날 문득 걷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 잠시도 주저함이 없이 곧장 실행에 옮겨 이룬 쾌거들이었다.
그렇게 굵직한 이벤트가 아닌 소소한 것들도 마찬가지로 문득 생각한 것을 곧장 실행한다.
한 예를 들어, 엊그제 아내가 담근 김장 통을 들고 역시 중학교 동기동창인 이강국 친구를 찾아간 것이 그렇다.
내 일정이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 이틀 미루다보면, 홀로 사는 그 친구의 반찬거리를 챙겨주고 싶어 하는 아내의 마음이 신 김치 맛처럼 희석되고 말 것이어서, 문득 생각난 그 즉시로 그 친구를 찾아간 것이었다.
고마워하는 마음이 한 폭 풍경화인양 그 친구의 얼굴에 그려지고 있었다.
내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나보다도 더 큰 꿈을 꾸는 내 주위가 꽤나 있다.
내 검찰 현직에 있을 때 검찰수사관 선배로서, 지금은 서울동부지방법무사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종호 법무사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이 법무사님도 나처럼 걷는 것을 좋아해서, 그동안 백두대간 남한부분을 주파했고, 세계의 지붕아래 하늘 길이라는 ‘차마고도’(茶馬古道)를 걸었고, 땅 끝 마을 해남에서 임진각까지 서해누리 길을 따라 걸어서 국토종단을 했다.
걷기를 꿈꿔서 걷고 또 걷고 해서 그렇게도 많은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그런 이 법무사님이 또 걸었다.
이번에는 중앙내륙 길을 따라 걸어서 국토종단을 한 것이다.
2014년 3월 30일 일요일에 첫 발걸음을 뗐고, 6월 15일 일요일에 그 발걸음을 끝냈다.
전남 고흥의 나로 우주센터에서 강원 철원의 백마고지 전적지에 이르는 623km의 멀고도 먼 길이었다.
모두 17구간으로 나누어 주말 등 틈나는 대로 길을 이어 걸었다고 했다.
이 법무사님은 그 여정을 ‘걸어서 국토종단’이라는 제목의 한 권 책으로 펴냈다.
예순아홉에 이른 나이를 자랑이라도 하듯, ‘예순아홉 살 법무사의 나 홀로 국토순례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노익장의 도전이었고, 결국 이뤄냈다.
「우리나라 미래 우주산업의 전초기지로 우리나라 역사상 첫 번째 우주통신선을 쏘아 올린 고흥의 나로 우주센터에서 시작하여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의 작은 마을을 지나고 길이 10km에 이르는 해창만 방조제의 웅대한 모습에 감탄한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인 벌교를 지나고 조선시대의 대표적 지방계획도시인 낙안읍성에 이르러 아직도 그래도 보존되고 있는 옛 마을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상사호 푸른 물속에 녹아버린 환한 벚꽃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승주를 지나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몇 번이라도 올랐을 지리산, 천은사에서 성삼재, 뱀사골계곡 입구로 이어지는 고요하고 깨끗한 도보길을 걸으며 말할 수 없는 큰 행복을 느낀다. “흥부전”에 나오는 흥부마을 입구를 지나고 함양과 사과의 고장 거창을 지나 영남의 관문이자 교통의 요충지로 수많은 명현, 충신, 열사를 배출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김천을 지난다.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영남 제일의 곡창지대로 삼백(三白)의 고장인 상주를 지나며 1,4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고대 저수지 공검지(공갈못)에서 조상들의 슬기를 되새겨 본다. 우리나라 제일의 도보길 문경새재를 넘어 “왕의 온천” 수안보를 지나고 “꿩의 보은” 이야기로 유명한 치악산을 간직한 원주를 지난다. “소양강 처녀” 노래로 잘 알려진 소양강의 힘찬 물줄기를 바라보며 호반의 도시 춘천을 지나고 북한강의 넓게 펼쳐진 시원한 푸르름에서 가슴 벅찬 희열을 느낀다. 분단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38〬선을 지나고 지촌천 아홉구비 계곡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곡운구곡의 섬세한 아름다움에 젖어본다. 군사도시 사창리에서 군인들의 야외기동훈련 장면을 보면서 최전방을 새삼 느끼게 되고 바람도 잠들어 버린 듯 고요하고 인적이 없는 호젓한 길을 걸으면서 도보여행의 진미를 느낀다. 의적 임꺽정이 활약했다는 고석정을 지나고 천년사찰 도피안사, 아직도 전쟁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노동당사를 지나 백마고지 전적지에 이른다. 1개 사단 병력으로 중공군 3개 사단의 공격을 받아 수많은 전우를 이 땅에 묻으며 끝내 사수한 백마고지! 그 때문에 오늘 이 전적지 땅을 밟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전적지를 돌아보며 선조들이 피 흘려 지킨 자유의 소중함을 우리의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큰 책무를 느낀다.」
책머리에서 소개한 이 법무사님의 이번 국토종단 요약이 그랬다.
이 법무사님이 첫 발걸음을 뗀 전남 고흥의 나로 우주센터에는 이 지역 출신의 시인인 송봉현이 지은 ‘조국의 미래 넓혀 날아라’라는 제목의 한 편 시가 새겨진 돌 판이 있었다고 했다.
다음은 그 시 전문이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다
땅 끄트머리에
높이 솟아오른 고흥高興
팔영산 정기 서려
온누리 이름 떨칠 나로도
아름다운 산
비취색으로 빚은 고운 바다
꿈을 싣고 떠도는
흰구름 송이
아치산 품에 안긴 하반리
솟구쳐라 우주로켓
겨레의 푸른 혼
첨단 과학기술 싣고
솟아 올라라
하늘 저 멀리
끝없는 우주로
조국의 미래 넓혀 날아라
이 법무사님이 그 긴 발걸음을 끝낸 강원 철원의 백마고지 전적지에는 ‘백마의 얼’이라는 제목으로 새겨진 모윤숙의 시비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 시비에 새겨진 시가 이렇다고 했다.
풀 섶에 누워 그날을 본다.
하늘이 울리고 땅이 갈라지듯 적들이 몰려오는 저 산과 강에서
우리는 끓는 피로 용솟음치며 넘어지려는 조국을 감쌌다.
이 한 몸 초개같이 바치려 숨찬 목소리로 다-같이
강물을 헤치고 산을 부수며 달려오는 적들을 막았노라.
수많은 적을 따라 소탕하고 조국의 얼로 내달려
떡갈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원수의 고함을 눌러 버렸나니
쓰러지며 죽으면서도 다시 일어나 숨결을 돌리고
숨지려는 조국을 살리었노라.
나의 조국 영원한 땅이여 만세를 가도록 그 얼은 살았느니
지금도 그 때처럼 귀를 기울이고 저 몰려오는 적을 막고 있노라.
푸르러 푸르러 영원한 젊음 우리는 그 품에 안겨 안식하리라.
어머니 조국에 그 혼을 맡기며 후회 없이 더 강하게
앞으로 앞으로 달려가리라.
이 법무사님은 5월 5일에 9구간으로 잡혀 있는 상주시청에서 진남역에 이르는 구간에서 내 고향땅 문경을 지나게 되는데, 그 도중 오전 10시쯤에 지나치게 된 공검면사무소 입구에서 노래비 하나와 마주치게 되었다고 한다.
이름 하여 ‘공갈못 노래비’로 연밥 따는 노래가 새겨져 있었다고 했다.
다음은 그 노래다.
상주 함창 공갈못에
연밥 따는 저 처자야
연줄 줄밥 내 따줄게
이내 품에 잠자주소
잠자기는 어렵잖소
연밥 따기 늦어가오
상주 함창 공갈못에
연밥 따는 저 큰아가
연밥 줄밥 내 따줌세
백 년 언약 맺어다오
백 년 언약 어렵잖소
연밥 따기 늦어간다.
지치고 힘든 그 여정에서 그렇게 노래비 하나 놓치지 않는 이 법무사님의 그 열정은 존경받아 마땅했다.
이 법무사님은 다음과 같은 외침으로 책의 끝을 장식했다.
「아! 우리의 아름다운 조국 강산이여! 영원하여라.」
이 법무사님의 꿈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동해 그 해변을 따라 국토종단을 하는 동해오름 길과, 아예 국토를 한 바퀴 도는 국토일주 길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그 꿈 이루어질 것임을 내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내 이렇게 미리 박수를 보낸다.
「짝! 짝! 짜자짝! 짝! 짝!」
첫댓글 참 멋진분이시네요
끝없는 열정은
쥔장어르신과 마니 닮았네요
조국의 산하를 걸어서 종주한다는건
꿈 만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니기에
그 끝없는 도전과 성취에
힘차게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도 그런 큰일 한번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임진각 그 첫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