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토요스포츠쇼 코너 촬영차 LG트윈스 구단에 다녀왔습니다.
이병규 선수를 포함한 몇몇 선수들, 구단 프런트 직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지요.
이병규 선수 이야기부터 해 볼까요?
이병규가 LG로 복귀한 것에 대해 여러 시선이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필요한 LG에서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체질개선을 위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도 상당히 많더군요.
부정적인 평가에는 이병규 선수의 태도에 대한 말들도 꽤 많이 따라 붙지요.
저도 이런 저런 경로로 이병규란 선수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불친절한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은데다 성의없는 플레이에 대한 비판도 많았죠.
게다가 일본에서 보낸 3년의 시간동안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돌아왔으니
이병규가 얼마나 해 줄 수 있을까... 사실 회의적인 생각이 컸습니다.
하지만, 그건 이병규 선수를 직접 만나기 전까지였습니다.
이병규 선수 많이 달라진 것 같았습니다.
일단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무척 진지했습니다.
일본 선수들이 야구를 대하는 대한 자세, 끝없이 기본에 천착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해 왔던 자신의 야구를 돌아보고 또 많은 것을 깨닫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연하게 남아 있을 것 같았던 스타 의식이 거의 안 느껴졌습니다.
LG에서 당연히 자신의 자리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나
올 시즌에 어느 정도의 활약을 하겠다는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포지션 경쟁을 하게 될 후배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긴장감과
개인보다는 무조건 팀이 우선이라는 마음이 훨씬 더 많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병규 선수가 합류하면서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이 LG의 외야진이죠?
기존의 박용택, 이대형, 이진영에 히어로즈에서 건너온 이택근과 이병규까지,
골든글러브급 외야수 다섯명을 대체 어떤 식으로 활용할 것인지 정말 궁금하더군요.
그래서 박종훈 감독을 만나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실 거냐고...
박 감독의 대답은 '다섯명 모두 개막전 스타팅이다'였습니다.
달리 말하면 외야 세 자리와 1루수, 지명타자 자리에 다섯명을 배치한다는 것이지요.
어떤 자리에 누가 갈 지 대충 짐작이 가시나요?
3월 27일 박종훈 감독이 쓰는 오더가 어떻게 나올 지 참 궁금하더군요.
박용택 선수와 이진영 선수도 만났습니다. 몸도 기분도 아주 좋아 보이더군요.
주장을 맡은 박용택 선수는 지금 컨디션에 대한 질문에 '끝내준다'고 답했습니다.
타격에 눈을 뜨고 리딩히터를 경험하면서 정말 자신감이 많이 붙은 모양입니다.
외야 경쟁에 대한 질문을 박용택과 이진영 선수에게 던져 봤습니다.
경쟁은 당연한 것이라고 얘기하면서도 긴장감은 감추지 못했습니다.
둘 다 외야 수비를 선호하는 선수들이지만
지명타자와 1루로 돌리는 우선 순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겠죠?
이대형 선수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대화를 거부하더군요.
이대형이 언론에 대해 상당히 예민하다는 이야기를 구단 직원이 해주더라고요. 아쉬웠습니다.
박종훈 감독은 국가대표급 외야수 다섯 명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앞세우면서도
최동수와 안치용, 박병호 선수와 작은 이병규 등이 뒤를 든든히 받쳐주면서
강한 견제 세력이 돼 줘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선수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겠다는 의도일 겁니다.
무한 경쟁이 부르는 상승작용, 분명 나타나겠지요?
박명환 선수와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박명환 선수는 올 시즌 LG 성적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개인적으로 제 고등학교 후배이기 때문에 항상 마음이 더 가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어깨 상태와 전반적인 컨디션이 어떤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상당히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올해는 기대해도 좋다더군요.
팔꿈치가 아닌 어깨 부상이라 갸우뚱하는 전문가들도 있긴 하던데
본인이 몸상태에 대해 확신하고 있는 걸 보니 LG 팬들 살짝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지난 시즌 LG의 발목을 잡은 것이 투수진이었고
돌아오는 시즌에도 결국 변수는 투수진이라고 볼 때
박명환이 오랜만에 이름값을 하고, 새로 영입한 두 명의 외국인 투수
오카모토 신야와 에드가 곤잘레스가 기대만큼 활약해 준다면
LG가 8년만의 가을 야구를 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어 보입니다.ㅎㅎ
참, 생각해 보니 마무리도 문제이긴 하군요.
그래도 선발이 확실히 해결된다면 뒷문도 왠지 튼튼해질 것 같지 않으세요?
감독과 투수코치가 염두에 두고 있는 생각이 분명 있을 겁니다. 이건 패쓰~ㅋㅋ
조인성 선수와 김정민 선수도 만나봤습니다.
지난 시즌 심수창 선수와의 그 일이 있고 나서 좀처럼 얼굴을 보니 힘들었는데
오랜만에 보는 조인성 선수 표정이 괜찮아 보였습니다.
오른쪽 팔꿈치에 있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더군요.
지난 시즌의 아픈 경험도 있고 이젠 주장으로서의 부담감도 없으니
뭔가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동갑내기 친구로서의 기대감을 가져 봅니다.
김정민 선수는 발목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지난 번 박용택 선수와 잠실구장 외야에서 옐로우카드를 촬영할 때
구장 가장자리를 계속 도는 선수가 화면에 잡혔는데 그게 김정민 선수였습니다.
(아마 모르셨을겁니다. 다시 보시면 아하~ 하실거예요.ㅎㅎ)
그 때도 한 번 물었었지요. 당시에도 좋아지고 있다고 했는데
그 뒤로 두 달이 넘게 흘렀으니 지금 호전 상태로 봤을 때
올 시즌 전반기 중에 정민 선수를 확실히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포수진도 김정민과 조인성, 김태군의 경쟁 체제로 간다면
긍정적인 긴장감과 동기유발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6-6-6-8-5-8-7
LG 팬들에겐 정말 가슴아픈 숫자의 나열이죠.
이 뒤에 붙을 숫자가 4 이하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할
2010시즌 스프링캠프 장소인 사이판으로 LG트윈스 선수단이 바로 오늘 출발합니다.
올해는 LG트윈스가 팬들의 가슴에 응어리져있는 상처를 제대로 어루만져 주고,
더 나아가 이제는 역사 속 이야기가 돼 버린 신바람 야구를 다시 불러올 수 있을까요?
그것이 2010 시즌 프로야구를 지켜보는 가장 중요한 관전포인트 가운데 하나가 될 겁니다.
p.s. 매주 토요일 밤 11시 15분 KBS 2TV, 토요스포츠쇼 많이 시청해주세요~
세바퀴랑 그것이알고싶다 때문에 아주 죽겠습니다. 좀 도와주십쇼...ㅎㅎㅎ
첫댓글 이 글 써주신분 정말 고맙습니다~ 읽는 내내 막 설레이고 흐뭇하네요*^^* 3월27일 외야 세자리에 서있을 선수가 너무너무 궁금하네요!!
은이님 근데 직업이 궁금해요...ㅎㅎ
고생하셧습니다..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올시즌 개막도 이제 얼마 않남았네요..ㅋ 벌써 설레인다는 ^^
아 토요스포츠쇼..저 이거 거의 안빼놓고 보는데ㅎㅎ
내년에는 가을을 지나 겨울에도 야구를 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