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하늘의 별들에게 배웅을 받으며
관음보살 이랑 인사를 나눈후 해인사 일주문을 빠져 나오는데 자꾸 자꾸 생각난다.
실용적인 장경판전 건물처럼 나도 찌거기를 떨쳐 버려야 할텐데,,,그래야 할텐데,
그러나 나의 속물 본성은 금방 드러난다.
바람이 살랑거리는 이 밤에,
밤 하늘의 어여쁜 풀벌레 소리에 연등이 대답이라도 하듯 춤주는 아름다움운 밤길에,
자연스럽게 펼처진 나의 기억은 청춘과 낭만으로 가득했던 21살의 해인사 추억을 꺼내든다.
아아아,, 하룻공부, 도로 아미타불이다.
내가 무슨 재주로 찌꺼기를 털어내,,, 그냥 내 방식대로 살아야지.
그렇게 선사의 교훈은 예쁘게 핀 연등에 담아 두고
지리산 콘도로 가기 위해 해인사 IC로 향한다.
친구들은 밥 때가 넘어서인지 지처 있었지만
함양과 경계에 있는 남원 인월에서 기다리는 광양에 사는 K군를 핑계로
기운 빠진 차량은 친구들의 침묵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속도로로 향해 달린다.
배고픔과 허전함에 지친 친구들은 88고속도로에 들어서니 그제서야 말문이 트인다.
어느친구의 중학교시절 연애담,,
어떤 친구 여고시절에 고향 남자친구가 자취방으로 찾아온 이야기,
봉투 주소로 그 사람일거라고 추측될뿐 이름도 모르는 남자로 부터 받은 편지 이야기 등등,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박장대소하며 허전함을 달래 보았지만
배고픔은 성주에 있는 사과밭이 아른거려서인지 더 애절하다며
사과밭 서리 한번 하자는 것을 해인사 일정에 쫒겨 곁눈질만 하고 지나친게 너무 아쉽다고 한다.
그렇게 이야기속으로 빠져 있는 동안 친구들을 실은 봉고차는 거창을 지나 함양에 들어선다,
그때 남원 인월에서 기다리는 K군에게 전화가 온다.
그는 기다리다 지처서인지 콘도로 먼저 가 있겠다고 한다.
나는 예약번호를 알려주고 그렇게 하라고 했지만
살짝 미안하다,, 친구를 벌써 2시간이나 그곳에 방치했으니 말이다.
그가 콘도에서 외로움을 달래며 쉬고 있는 사이,
우리 일행도 콘도 주차장에 들어선다, 벌써 저녁 9시다.
부랴부랴 짐을 내리고 K군과 인사를 나누고 저녁밥을 준비한다,
친구가 정성스럽게 준비해온 삽겹살과
또다른 친구가 준비해온 30년산 양주와 곁들여 맛나게 저녁을 먹고
그기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야기 꺼리를 섞어
푸짐하게 허전함과 배고픔을 달랜후
노래방에서 광란을 즐긴후 다음날 지리산의 아침을 맞이한다.
첫댓글 멋진 친들과의 여행도 의미있지요 살짹이 옆에 동승한 기분으로 즐깁니다
님의 필담은 가히 천하일품입니다
소풍 갔던 일기장 가지고,,,
저를 부끄럽게 만드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