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민족의 고유 명절인 설날과 추석날에는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차례를 올리고,모든 가족이 한데 모여 화목을 다지는 날이다. 설날과 추석날 아침에 지내는 차례는 가문마다 집집마다 예절이 조금씩 다르다. 여기 소개하는 차례상 차리기 등 제례는 우리나라 향교에서 권장하는 가장 표준에 가까운 전통적인 제례이다.
차례장소는 대청마루나 거실이 적당하다. 예전에는 차례를 사당에서 지냈으나 요즘 사당을 모신 집이 거의 없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복장은 한복차림이 좋으며 특히 설 차례는 색동저고리 등 화려한 옷차림도 무관하다. 한복을 입고 차례를 지낼 때는 두루마기를 입는 것이 예의이다. 차례의 특징은 기제사와 달리 축문이 없으며, 술은 한번만 올리는 단잔으로 하며 술대신 차를 올려도 된다. 그리고 메(밥)대신 설에는 떡국을, 추석에는 송편을 올린다. 제물은 가정형편에 맞게 준비하고 정성을 담아 장만하는 것이 좋다. 명절의 즐거움을 조상과 함께 하는 차례. 집안 어른들을 따라 절하고 묵념하고 음식을 먹으면서도 그 절차의 의미는 모르고 지내는 수가 많고 한글세대에는 각 절차를 가리키는 용어들이 낯설다. 또한 차례법은 가가례라고 해서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므로 너무 격식에 얽매이기보다 정성스레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차례의 절차
<1> 재계(齋戒) - 하루 전부터 집안 안팎을 청소하고 목욕 재계하여 차례를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한다.
<2> 제상과 제구의 설치 - 차례를 드릴 장소를 정하고, 미리 여러 제구를 깨끗이 닦아 준비한다.
<3> 제수(祭需) 준비 - 주부이하 여러 여인들이 제수를 준비하나 남자들도 거든다.
<4> 제복입고 정렬하기 - 명절날 아침 일찍 일어나 제복을 입고, 제상 앞에 남자들은 오른편(동)에 여자들은 왼편(서)에, 제주와 주부는 앞에 대체로 연장자 순대로 선다.
<5> 제상 차리기 - 먼저 식어도 상관없는 제수를 차린다.
<6> 신위 봉안 - 고조부모이하 부모까지(물론 2대조, 3대조 등 가정에 따라 다름) 순서대로 신주나 지방을 모신다. 산소에서는 이 절차가 없다.
<7> 강신(降神, 신내리기) - 주인이 읍하고 꿇어앉아 향을 세 번 사르고 강신의 예를 행한다. 집사가 잔반에 따라 주는 술을 모사기에 세 번 나누어 붓고 재배한다. 산소에서는 땅바닥에 한다. 모사기란 곧 땅을 대신하는 제구이다. 산소에서는 참신 후에 강신한다.
<8> 참신(參神, 합동 참배) - 주인 이하 모든 참가자들은 일제히 강림한 신에 대해 두 번 절하며 인사드린다.
<9> 진찬(進饌, 메와 국을 올리기) - 식어서는 안될 메와 국 , 탕 등 모든 제수들을 윗대 조상의 신위부터 차례로 올린다.
<10> 헌작(獻酌, 잔 올리기) - 제주가 주전자를 들어 고조부이하 차례로 술을 가득 올린다. 주부는 차례로 숟가락을 떡국에 걸치고 젓가락을 골라 시접(匙[木+蝶, 벌레 '충'을 빼고 - 평상 '접'자]에 걸쳐놓는다. 이를 낙식(落食)이라고도 한다.
<11> 유식(侑食, 식사 권유) - 주인이 주전자를 들어 각 신위의 잔에 첨작을 한 후 참례자 일동이 7-8분간 조용히 부복(업드릴[부=人+卜]伏)하거나 양편으로 비껴 시립(侍立)해 있는다.
<12> 철시복반(撤匙覆飯, 수저 걷기) : 숭늉 그릇의 숟가락을 거두어 세 번 고른 다음 제자리에 놓는다. 메 그릇의 뚜껑을 덮는다.
<13> 사신(辭神, 합동 배례) : 신위를 전송하는 절차다. 참사자 전원은 재배한다. 지방(紙榜)과 축문(祝文)을 불사른다. 신주는 사당으로 다시 모신다. 제사 절차는 이로써 모두 끝난다.
<14> 철상(撤床, 제상 정리) : 제상을 치운다.
<15> 음복(飮福, 음식 나누기) : 참사자 전원이 제사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음복을 하면 조상들의 복을 받는다는 속신(俗信)이 있다. 기제와는 달리 이웃들을 초청하거나 음식을 이웃에 보낼 필요는 없다.
<16> 세배(歲拜, 새해 인사) :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인사를 올린다. 물론 한 번만 절한다. 먼저 가장
▶ 차례상 차리는 법
차례상은 북쪽을 향해 놓는다. 상의 제일 안쪽에는 지방을 모신다. 지방에는『현고학생부군신위』,『현비유인○○○○신위』라고 쓴다. 신위는 왼쪽이 남자,오른쪽이 여자로 사진이 있으면 지방대신 사진을 모셔도 된다.
보통 신위 앞에 첫째 줄에는 메와 갱(국)을 올리는데 정월차례에는 떡국으로 대신한다. 시접(수저 담아두는 그릇)과 잔반(잔과 술잔받침대은 떡국의 왼쪽 및 서쪽에 놓는다. 둘째 줄에는 삼적,즉 육적,봉적(닭),소적(두부)과 전을 놓는다. 봉적 대신 어적을 놓기도 한다.
셋째 줄은 육탕,어탕,소탕(두부) 등 3탕을 진설하는 게 원칙이다. 배열위치는 어동육서로 생선은 동쪽에,고기는 서쪽에 두되,두동미서 즉 생선머리를 동쪽으로 향하게 한다. 넷째 줄에는 포와 나물,식혜 등을 놓는다. 좌포우혜라 해서 왼쪽에 포,오른쪽에 식혜를 진설한다. 그 사이에 고사리,도라지,시금치등 3색 나물과 간장,나박김치를 놓는다.
제주의 앞 쪽인 다섯째 줄에는 과일과 과자를 놓되 홍동백서,동조서율의 원칙에 따라 밤, 배, 감, 약과, 사과, 대추의 순으로 진설한다. 이때 사과,배는 위아래만 잘라 괴고 밤은 껍질을 벗겨 괸다. 조율이시(대추,밤,배,감)의 진설 법도 있으나 홍동백서나 동조서율 원칙과 어긋나므로 지키기 어렵다. 차례상 진설 법은 음양의 원리에 따른 것으로 홀수 줄에는 홀수,짝수 줄에는 짝수로 음식 숫자를 맞춰 놓는다
연장자께 모두 절을 올리고, 부부간에도 맞절로 예를 행하며, 형제간에도 세배한다.
▶차례와 기제사가 다른 점
◈ 적(炙)은 고기와 생선 닭을 따로 담지 않고 한 접시에 담아 올린다.
◈ 단작 - 잔 드리기는 한 번만 한다. 즉, 아헌과 종헌이 없다. 그러나 삼작한다 해서 예에 어긋나지는 않는
다.
◈ 무축 - 축문을 읽지 않는다. (예법서에 따라서는 명절 제사의 축문 서식이 수록되어 있기
도 하지만, 현대에는 사문화되어 사용하지 않는다.)
◈ 밥과 국 대신, 설날에는 떡국을 놓고, 추석에는 송편을 놓는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밥과 국
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추석에는 토란과 쇠고기, 다시마를 넣고 끓인 국을 올린다.
◈ 날이 밝은 아침에 지내므로 촛불은 켜지 않는다고 하나 촛불은 오늘날 많은 의식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에 촛불을 켜는 것이 무방할 것이다
⊙제수(祭羞) : 제수(祭需))
제수(祭羞))라 함은 제사에 차리는 음식물을 말한다.
제사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정성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정성의 표시는 물질로써 가름되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이라야 한다.
그러므로 첫째 제수는 많은 돈을 들여서 성찬을 차리기보다는 평상시 망인(亡人)이 즐겨하는 음식 또는 가정에서 먹는 반상음식으로 깨끗하게 차려 정성을 다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번거로운 의식 절차로 행하는 것만이 의례로 여겼던 옛날의 성현 말씀에도 「맘을 다한 것이 제사의 근본이라 할 수 있고 물질로만 다한 것은 가장 잘못된 제사이다」고 하였다.
예문(禮文)에 「진기심자(盡其心者) 제지본(祭之本), 진기물자(盡其物者) 제지말(祭之末)」이라. 마음을 다하는 것이 제사의 근본이지 물질로만 때우려 드는 것은 잘못된 제사라고 하였다.
포(脯)는 주로 문어나 건어를 쓰고,
과실에는 밤, 대추, 배, 감, 은행 등을 쓰되 홀수여야 한다.
그리고 소채(燒菜)로는 두가지의 익힌 나물과 한 가지의 김치를 쓴다.
어물로는 주로 조기를 쓰며 육물(肉物)엔 집짐승의 고기를 쓰느게 좋다.
적(炙)으로는 육(肉)과 간(肝)을 이용하는데, 진찬(進饌)이라고 하여 간을 초헌 때 올리고 육은 아헌과 종헌 때에 올린다.
떡과 간장을 준비하고,
국은 육물, 생선, 채소 등으로 한다.
옛날엔 탕(湯)을 어(魚), 육(肉), 소(蔬) 등으로 3탕을 올렸으나 요즘은 단탕(單湯)으로 위의 재료를 혼합하여 쓴다.
설 차례는 메 대신 떡국을, 추석 차례는 메 대신 송편을 올립니다.
제사에 쓰지 않는 음식은 복숭아, 꽁치, 삼치, 칼치, 고추, 마늘 등이며 식혜, 탕, 면 등은 건데기만 사용합니다.
밥(반飯)
제삿밥으로 신위의 수대로 주발 식기에 수북이 담고 뚜껑을 덮는다. 예전에는 밥 외에도 국수를 올렸으나 오늘날에는 생략해도 무방하겠다.
국(갱羹)
제사 국이다. 신위의 수대로 대접 또는 주발을 담고 뚜껑을 덮는다. 재료는 쇠고기와 무를 네모로 납작하게 썰어서 함께 끓인다. 고춧가루, 마늘, 파 등을 쓰지 않는다.
떡(편)
제사에 쓰는 떡은 현란한 색깔을 피하므로 팥고물을 쓸 때는 껍질을 벗겨 내어 가급적이면 흰 빛깔이 되게 한다. 보통은 백설기나 시루떡을 해서 사각의 접시에 보기쫗게 놓고, 신위의 수에 관계없이 한 그릇만 올리기도 한다.
찌게(탕(湯)
탕은 오늘날의 찌개라고 할 수 있다. 쇠고기, 생선, 닭고기 중 한가지만을 택하여 조리한다. 양념에 파, 마늘, 고추등을 쓰지 않는다. 예전에는 탕의 수를 1,3,5의 홀수로 하였고 탕의 재료로서 고기,생선,닭 등을 사용하였다. 3탕일 경우는 육탕, 어탕, 계탕을 준비하였는데 모두 건더기만 탕기에 담았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국물과 같이 올리는 경우도 있으므로 편리한 대로한다.
튀김 및 부침(전煎)
기름에 튀기거나 부친 것으로 육전(肉煎)과 어전(魚煎) 두 종류를 준비한다. 옛날에는 적과 함께 계산하여 그릇 수를 홀수로 만들기 위해 전은 반드시 짝수로 만들었다. 전과 적을 합하여 홀수가 괴어야 하는 것은 재료가 고기,생선등 천산(天産)이기 때문에 양수인 홀수에 맞춘 것이다. 육전은 쇠고기를 잘게 썰거나 다져서 둥글게 만들어 계란을 묻혀 기름에 부친다.어전은 생선을 저며 계란에 무치고 기름에 부친다.
구이(적炙)
적은 구이로서 제수 중 특별식에 속한다. 옛날에는 육적(肉炙), 어적(魚炙), 계적(鷄炙)의 3적을 세 번의 술잔을 올릴 때 바꾸어 구워서 올렸으나 오늘날에는 한가지만 준비하도록 하고 올리는 것도 처음 진찬 때 함께하고 잔을 올릴 때마다 따로 하자 않는다.
육적(肉炙)은 쇠고기를 2~3등분하여 길게 썰어 소금구이하듯이 익혀 사각 접시에 담는다.
어적(魚炙)은 생선 2~3마리를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익혀서 사각의 접시에 담는다.
이때 머리는 동쪽으로 하고 배는 신위 쪽으로 가게 담는다.(지방에 따라 반대대로 하기도 한다)
계적(鷄炙)은 닭의 머리, 다리, 내장을 제거하고 구운 것으로 등이 위로 가게 하여 사각의 접시에 담는다.
적을 올릴 때는 적염(炙鹽)이라 하여 찍어 먹을 소금을 접시나 종지에 담아 한 그릇만 준비한다.
나물(숙채熟菜)
익은 채소이다. 한 접시에 고사리, 도라지나 무, 배추나물 등 3색 나물을 곁들여 담는다. 또는 각기 한 접시씩 담기도 한다. 추석 때는 배추, 박, 오이, 호박도 푸른색 나물로 쓰는데 역시 마늘,고추가루는 양념으로 쓰지 않는다.
김치(침채沈菜)
희게 담은 나박김치를 보시기에 담아서 쓴다. 고춧가루를 쓰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간장(청장淸醬)
맑은 간장을 한 종기에 담는다.
과일류
전통적으로 제사에 쓰는 과일은 대추 밤 감, 배였으므로 이것들을 꼭 준비하고 그밖에 계절에 따라 사과, 수박, 참외, 석류, 귤 등의 과일을 1~2종 준비하면 충분하다. 바나나, 파인애플, 키위 등 생소한 수입 과일은 일체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옛날에는 과일이 지산(地産)이라 하여 그릇 수를 음수인 짝수로 하였다.
포(脯)
고기를 말린 육포, 생선의 껍질을 벗겨서 말린 것, 문어나 마른 오징어 중에서 한두 종류를 사각의 접시에 한 그릇만 담는다. 옛날에는 문어다리나 오징어를 가위나 칼로 왕관, 산호, 공작깃의 형태로 오려서 장식하기도 했으나 오늘날에는 생략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