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소득세신고납부의 달. 노후를 위해 마련한 소형주택에서 나오는 소액의 임대료가 있어, 2월에 미리 자진신고를 했다. 세입자의 변동과 임대료 인상이 없었기에 전년도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5월 중순이 다가오자 어김없이 봄 철새처럼, 국세청 이름을 단 세금고지서가 날아와 우편함에 꽂혀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열어 본 나는 적지 않은 금액의 숫자에 시뻘겋게 달 구워진 불판이 되어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지난해도 올해와 같이 소득에 비해 과하게 부과된 세금 때문에 고민하였고, 지인의 소개로 회계사무실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 있었다. 전년에 비해 2배 이상의 세금이 부과된 올해의 세액수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곧바로 회계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판단하고 전화로 상담을 했다. 친절한 회계직원의 안내대로 다음날 시청을 방문했다. 소득세신고 안내자료를 발급해 주는 곳을 찾아보았으나 찾지 못했다. 다시 방향을 잃은 배가 되어 회계사무실로 전화를 하였다. 알려 준 장소에 소득세 신고하는 곳이 없다고 하자, 답답했는지 메모를 하라며 시청옆 민원실 건물 안에, 여권발급하는 복도 끝 2층에 있다고 자세히 알려주었다.
쪽지를 들고 시청으로 달려갔다. 민원실 안내인의 도움을 받아 소득세 신고를 하는 장소를 찾아갔다. 방문한 이유를 묻는 세무서 직원에게 소득세신고 안내서를 발급받으러 왔다 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난색의 표정이었다. 과도한 세금부과에 대한 나의 심기가 불편해지며, 항의성 설명에 당황하였는지 동료를 불렀다. 올해 세액과 지난해 부과된 과표를 비교하며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자기들끼리 뭔가 문제가 있다는 눈짓을 주고 받았다. 할 말이 없는지 갑자기 지난해 세금에 대해 딴지를 걸며, 안내서를 발급해 줄 수 없다고 하였다. 할 수 없이 회계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세무서직원과 통화할 수 있게 연결해 주었다. 순화롭게 해결이 되지 않았는지, 회계직원 본인이 시청으로 직접 갈 테니 여권발급하는 곳에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 2층계단을 내려오며 회계, 직원 집이 이근처인가? 아니면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아 수수료도 소액인 의뢰인을 만나려고, 군포에서 여기까지 온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요즘 보기 드문 직업의식 투철한 직원이라, 생각하며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초면이기에 인상착의를 알려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문자를 보냈다.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여권발급하는데 도착했는데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나도 거기 있다고 대답하고 기린처럼 목을 쑥 빼 둘러보았지만,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시커먼 남자 몇몇 뿐, 회계직원으로 보이는 아가씨는 보이지 않았다. 육감으로 무언가 어긋난 채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는 찰나~ 회계직원이 거기 어디냐고 물어왔다. 안양시청이라고 대답하자, 잠깐~ 침묵이 흐른 후 거기 계시면 어떻게 해요~ 여기 군포시청이에요. 띵~ 그때서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회계사무실이 군포에 있다는 것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회계직원 또한 당연히 군포주소를 가진 의뢰인이라 생각하였을 것이다. 군포시청에 임시소득세신고장소를 세세히 알려준들, 장소가 다른 곳에서 찾아 헤매었으니, 답답하고 짜증이 머리끝까지 오르내렸을 것이다. 그러나 회계직원은 끝까지 친절함을 잊지 않고 세무서를 찾아가라고 하였다.
엇갈려 아무 일도 처리 못하고 한나절을 보내니, 세무서로 향하는 발걸음이 바빠졌다. 세무서에 도착해 보니 나와 같은 고충을 갖고 온, 고령자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다행히 시청 임시소득세신고대행을 해주는 곳과는 다르게, 안내서를 쉽게 발급해 주었다. 회계사무실 퇴근 전에 다녀올까 생각하다. 5층에서 65세 이상고령자에게 소득세 신고를 해준다는 말을 듣고, 나이 제한이 걸려 잠시 망설였다. 안되면 말지 하는 마음으로 올라가 긴 줄 끝에 섰다. 차례가 돌아와 번호표를 뽑아 담당자 앞에 앉았다. 부드러운 인상의 젊은 남자직원이었다. 자초지종을 말하고 신분증을 제시하자, 친절하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난 후 작업에 돌입했다. 남자의 손가락이 피아노를 치듯 키보드를 치자, 숫자들이 새떼처럼 몰려다니다 순간 멈췄다. 드르륵 도우롤러기에서 밀가루 반죽이 펼쳐 나오듯, 조정된 납세용지가 뽑혀 나왔다. 받아 든 용지의 금액에 부글부글 끓던 속이 일순간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어떤 마술을 부렸는지 10분에 일로 줄었던 것이다. 문밖을 나오자마자 회계직원에게 전화를 했다. 미안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수수료 정도의 세금이 부과되었기에, 회계사무실에 맡길 이유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나에게는 손해를 줄일 수 있는 모든 과정이었지만, 회계사무소 입장에서는 이익은 일도 없는, 불편하고 번거롭기만 한 의뢰인이었던 것이다. 내년에는 회계사무실에 꼭 맡기겠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며, 다시 미안하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무거웠던 무게감을 다 날려버리고 집으로 오는 길, 생각해 보니 오늘 하루 참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나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공정치 못한 조세에 대항해 조정을 요청해, 작으나마 성과라는 권리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감정을 앞세워 일을 서두르다 보니, 놓치고 챙기지 못해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타인을 힘들게 하였다. 이러한 모든 일이 올해로 끝나길 바라지만 쉽게 개선되리라고 보지 않는다. 재산이 있기에 세금을 낼 수 있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성실히 납세의무를 지키려 하지만 공정치 못한 것은 언제든지 이의를 제기하여 억울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끝으로 자기 일처럼 도와준 회계직원에게 고마운 마음 전하고 싶다.